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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독서 타임
엄마의 독서 타임
온 하루를 육아에만 집중하며 몸도 마음도 지쳐 있을 엄마들. 오로지 나만을 위한 시간을 가지며 책을 펴보던 때가 언제였을까? 굳어버린 마음을 말캉하게 만드는 소설책, 잊고 지내던 배움의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영어책. 시간이 없어 책 읽기는 사치라는 엄마들을 위해 얇지만 강력한, 헛헛한 마음을 채워줄 책들을 소개한다. 엄마라는 타이틀을 잠시만 내려놓고 가져보는 온전히 나를 위한 독서 시간, 이 얼마나 달콤한가.
딸을 키우는 친구에게 띄우는 편지
《엄마는 페미니스트》
글 치마만다 은고지 아디치에 | 쏜살문고 | 민음사
‘갓난 딸아이를 어떻게 하면 올바르게 키울 수 있을까?’ 하는 친구의 물음에 미국의 가장 핫한 페미니스트 작가 아디치에는 올바른 육아를 위한 열다섯 통의 편지를 썼다.
‘충만한 사람이 될 것. 하지만 만능이 되려고 애쓰지 말 것. 흔히 쓰이는 표현에 의구심을 갖도록 가르칠 것. 결혼을 업적처럼 이야기하지 말 것. 사랑이 반드시 찾아올 테니 응원해줄 것….’ 결혼이나 출산으로도 바래지 않은 여자들만의 우정과 함께, 친구의 새로 태어난 딸이 이 세상에서 당당히 살기를 바라는 따뜻한 마음이 전해져 오는 책이다. 책 속의 ‘내 딸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에 대한 물음과 편지 내용들은 곧 내 딸의 엄마이자, 내 엄마의 딸인 나 자신에게도 필요한 문장처럼 느껴진다.
얇은 책이고 쉽게 읽히지만 문장 하나하나에 생각이 많아지고 공감대가 형성된다. 그러면서 나를 위한, 동시에 우리 아이를 위한 ‘좋은 육아’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엄마는 페미니스트》는 결국 우리 아이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신이 원하는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도록 해주는 엄마의 가이드다.
“엄마가 된다는 것은 너무나 멋진 선물이지만 엄마라는 말로만 자신을 정의해서는 안 돼. 충만한 사람이 되도록 해. 그게 네 아이에게도 이로울 거야.”
“일하는 엄마라는 것에 대해 사과하지 마. 너는 네 일을 사랑하고, 네가 하는 일을 사랑하는 것은 네 아이에게도 굉장한 선물이야.”
– 치마만다 은고지 아디치에, 《엄마는 페미니스트》
멀어진 책 읽기를 다시 시작하고 싶을 때
《책 먹는 법》
글 김이경 | 땅콩문고 | 유유출판사
바쁜 육아로 책 읽기를 잊기 쉬운 때, 그럼에도 헛헛한 마음을 달래기엔 책 읽기만큼 좋은 것은 없다. 멀어진 책을 다시 시작할 방법을 모르는 엄마에게 좋은 책이다.
200쪽이 넘지 않는 가벼운 책 속에 ‘든든한 내면을 만드는 독서 레시피’라는 부제를 달고 11가지의 독서 방법이 정리되어 담겨 있다. 읽기 시작하는 법, 질문하면서 읽는 법, 있는 그대로 읽는 법, 다독하는 법/정독하는 법, 여럿이 함께 읽는 법, 어려운 책 읽는 법, 쓰면서 읽는 법, 소리 내어 읽는 법, 아이와 함께 책 읽는 법, 문학 읽는 법, 고전 읽는 법 등 여러 가지 상황과 처지에 맞게 책을 접하는 방법을 다양하게 소개한다.
이 책에서는 가장 먼저 책과 친해지는 것을 강조한다. 그래서 남들이 다 읽는 책이라고 해서 읽으려고 하지 말고 끌리는 책으로 시작하라고 말한다. 아이가 잠깐 잠든 시간 책장 앞에 서서 가장 마음에 드는 표지의 책을 한 권 골라보는 것은 어떨까? 요리법이 궁금하다면 요리책을 읽고, 여행이 가고 싶다면 여행책을 읽어보자.
“중요한 것은 유명한 고전을 읽었다거나 마르크스나 노자를 안다는 자부가 아닙니다. 내가 내게 필요한 책을 내 눈으로 읽었고 깊이 생각했고 거기서 배웠고, 그리고 내 인생의 문제에 대해 하나의 답을 찾았다는 것이지요. 책이란 답을 찾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고 도구입니다.”
“제대로 잘 읽으려는 모든 노력은 지금 내 삶의 문제에 제대로 잘 응답하려는 간절한 요구에서 나옵니다. 독서란 다만 그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 김이경, 《책 먹는 법》
가볍게 무언가를 시작해보고 싶다면
《아무튼, 외국어》
글 조지영 | 아무튼 시리즈 | 위고
똑같은 일상의 지루함에 지쳐 있다면 가볍게 외국어 공부를 시작해보자. 지쳐 있을수록 새로운 시작이 더 절실해지는 법이니까. 어떤 외국어라도 좋다. 길게 하지 않아도 좋다. 외국어에 매혹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충만하다. 아무튼 시리즈 열두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은 외국어 방랑자다. ‘외국어 배워보기’라는 취미 생활을 갖고 있는 저자는 심지어 전혀 모르는 말도 독학을 한다. 책 한 권을 사다가 무작정 들여다보거나 오가는 길에 괜히 들어보고 마는 식이다. 그것이 일본어, 중국어에서 시작되어 독일어와 스페인어로 이어지는 기묘한 방랑 생활이 되었다. 관심은 많지만 열심히 하지 않는 꾸준함, 습관적인 게으름 속에서도 오랫동안 이어지는 그 집요한 미련을 해부해본다. 미지의 외국어가 어째서 자신을 매혹했는지, 혹은 그 매혹이 문득문득 어떻게 다시 일상에서 발현되는지를 더듬어본다. 실제 외국어를 독학하겠다는 거창한 목표보다는 무언가를 시작해본다는 설렘, 똑같이 흐르는 삶에서 가져보는 새로움, 전혀 모르는 세계를 향한 동경이 우리의 일상에 잔잔한 재미를 준다. 그 재미 덕분에 내일을 기대해보게 된다.
“모든 언어는 그 언어가 그 언어일 수밖에 없는 개성과 그 개성이라는 예쁜 말 뒤로 어마어마한 협곡이 있다.”
“이런 뜬금없는 질척거림, 말에 대한 쓸데없는 동경이 때때로 한국어로 가득 찬 지루한 일상의 마라톤을 버티게 해준다.”
– 조지영, 《아무튼, 외국어》
마주친 현실에 지칠 때
《섬의 애슐리》
글 정세랑 | 테이크아웃 | 미메시스
어느 열대 섬에서 관광객을 대상으로 민속춤을 추는 섬 사람 애슐리. 그녀의 얼굴은 섬의 원주민 보다는 본토 사람에 가까워 사람들에게 호기심 혹은 이질감의 대상으로 여겨진다.
“마땅히 본토에 가야지, 왜 가지 않아요? 게을러요? 멍청해요? 왜 유람선에서 춤이나 춰요? 그렇게 안 생긴 사람이? 결국 정말 묻고 싶었던 질문들은 따로 있었을 것이다.”
그러던 어느날 우연히 한 사진가로부터 사진이 찍히게 되면서 애슐리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전 세계적인 스타로 떠오르게 된다. 그러면서 그녀의 단조로웠던 삶은 극적으로 변해간다. 인간의 엉뚱한 욕심에 마구잡이로 희생당하는 애슐리의 상황은 우리 현시대의 모습들과 맞물려 자연스레 많은 생각을 하게끔 해준다. 마치 지금도 어디선가 일어나고 있을 것만 같다. 아니 내가 애슐리가 된 것 같은 기분도 든다. 그녀의 처연하고 슬픈 상황과 감정 없이 춤을 추고 있는 모습은 인생에 더 소중한 것을 모르거나 놓치고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 같다. 작고 가벼워서 테이크아웃 음료처럼 들고 다닐 수 있는 소설로 집중해서 읽으면 30분이 채 안되는 시간에 마칠 수 있다. 소설 안에 등장하는 칠드런 아티스트인 한예롤의 그림 역시 이야기와 어우러져 소설의 매력을 더욱 극대화시켜준다.
“그러니까 그 대재앙이 덮치기 전에, 나는 어느 정도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었던 것이다. 패배감도 입안에 오래 두고 굴리면 사탕 맛이 나니까.”
– 정세랑, 《섬의 애슐리》
엄마에게도 엄마가 필요한 순간
《칼자국》
글 김애란 | 소설의 첫 만남 | 창비
《칼자국》은 창비에서 ‘소설의 첫 만남’의 열 번째 시리즈로 출간된 작품이다. 손바닥만 한 얇은 두께의 책이지만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너무나 익숙해서 잊고 살던 ‘엄마’라는 존재에 대해 깊은 생각에 잠기게 된다.
《칼자국》은 툭탁툭탁, 탁탁, 부엌에서 나던 어머니의 도맛소리를 행복하게, 때로는 아련하게 추억하는 모든 딸들을 위한 소설이다. 주인공 ‘나’에게 어머니는 ‘우는 여자도, 화장하는 여자도, 순종하는 여자도 아닌 칼을 쥔 여자’의 모습으로 기억된다. 누군가를 먹이고 키우고 살리면서 한 여성이자 인간으로서 자기 앞의 생을 온몸으로 끌어안던 우리 시대 어머니의 초상인 것이다.
“어머니의 칼끝에는 평생 누군가를 거둬 먹인 사람의 무심함이 서려 있다.”
엄마는 나의 엄마이기 이전에 하나의 사람이자 여자였고, 나를 살려낸 칼이자, 내 몸속의 ‘무수한 칼자국’이다. 이 책에서는 우리가 모르던, 혹은 다 아는데 잊거나 외면하던 엄마가 아닌 한 인간으로서의 엄마를 보여준다. 아이를 키우다 문득 나에게도 엄마가 필요한 순간, 이 책을 열어보면 엄마가 되어야 비로소 느낄 수 있는 묘한 감정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나는 어머니가 해주는 음식과 함께 그 재료에 난 칼자국도 함께 삼켰다. 어두운 내 몸속에는 실로 무수한 칼자국이 새겨져 있다. 그것은 혈관을 타고 다니며 나를 건드린다. 내게 어미가 아픈 것은 그 때문이다. 기관들이 다 아는 것이다. 나는 ‘가슴이 아프다’는 말을 물리적으로 이해한다.”
– 김애란, 《칼자국》
에디터 남재연
일러스트레이터 양예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