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ybe This Is A Solution

언제나 그림자처럼 따라오는

“스트레스 많이 받았어요?” 병원에 가면 늘 듣는 말이다. 너무도 지겹지만 분명한 사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 라는 것! 기사를 쓴다는 기회를 틈타 다양한 위치에서 험 난한 이 세상을 살아가는 이들의 사연을 들어봤다. 오늘을 살아가는 방법, 뜻밖의 힌트를 얻어본다.

두 개의 자아

박산 | 카페 트랙26 대표

혼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어요. 이곳에서 개인적인 그림 작업도 하고 이웃 사람들과 파티를 열기도 해요. 촬영 스튜디오로 대관도 하고 있고요. 여러 목적으로 쓰이는 이 공간을 잘 다듬으면서 지내고 있죠.

 

홀로 하는 타협
어른스러운 나를 원하는 공적인 자아와 이불과 베개에 푹 파묻혀 뒹굴뒹굴하고 싶은 자아가 공존해요. 전 혼자 살고 혼자 일하는 타입이라 자신과의 타협이 제일 중요하거든요. 앞서 말했듯이 공간에 많은 이면이 있어서 제가 한 명인 게 스트레스라고 말하면 이상하려나요?

메모장을 채우는 일
난관에 봉착하면 아이폰 메모장으로 들어가요. 제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인지 촘촘히 써 내려가요. 늘 계획대로 되진 않지만 그렇게 하다 보면 납득이 되는 차선책을 찾을 수는 있어요.

To. 너에게
산 씨. 난 해이하게 풀어지려는 당신에게 갖은 욕을 해가며 야단쳤어. 어느 날 혜민 스님의 책을 읽다가 나를 업신여기는 자신을 더 정중하게 대하기로 했었지. 내 안엔 내가 너무도 많아…. 그러니 그 모두를 위해 더 계획을 짜볼게. 조화롭게 살자 우리!

창작하는 새벽

최우창 | 작곡가·프로듀서

노래를 만들고 있어요. 요즘은 코로나19 때문에 본의 아니게 자가격리 겸 집에서 작업만 하고 있습니다.

 

노래 만들기
아무래도 곡 작업 때문이에요. 원하는 곡 분위기가 나오지 않으면 짜증이 확…! 새벽에 혼자서 골머리를 앓아요. 다른 음악을 들으면서 나는 왜 이렇게 만들지 못할까 하는 자괴감에 빠지기도 하죠.

멀어지는 일
일단, 그 자리에서 모든 걸 멈춰요. 게임을 하거나 잠을 자고 영화를 보면서 스트레스로부터, 신경질 적으로 변해버린 제 모습으로부터 최대한 멀어지려 해요. 

To. 언제든 오고 마는 그것
적당히 해줬으면(웃음). 아예 사라지지는 말고요.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로만 남아주세요.

어딘가에 있을 꿈

김천수 | 태백시의원·농사꾼

의회에 출근하기 전에 가꾸고 있는 밭을 돌아보며 하루를 시작해요. 주로 시민들의 민원을 접하는 일을 하고 있죠. 요즘은 식구들과 <미스터트롯>을 보고 투표하느라 정신이 없네요. 아내가 임영웅의 팬이라 조금씩 질투도 하면서 그렇게 지내고 있습니다.

 

나이라는 숫자
스트레스를 받는 원인은 오로지 나에게 있어요. 나이는 많은데 도전하고 싶은 건 많고. 근데 그게 뭔지는 또 몰라요(웃음). 너무 추상적인가? 그래도 이게 현실이니까요.

오늘을 살기
다른 일에 몰두하려고 해요. 사실 스트레스 해소 방법은 없어요. 그저 그때그때 일을 처리하는 것뿐이죠. 답이 안 될까요? 그렇지만 이게 현실이라니까요(웃음).

To. 어딘가에 있을 스트레스
딱히 할 말은 없네요. 그냥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보려고요.

컴퓨터와 친해지는 일

이경주 | 개발자

요즘은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 중이에요. 아무래도 혼자 일하다 보니까 답답한 상황이 많이 생기네요. 차라리 회사에 가고 싶다는 생각까지 하고 있어요(웃음).

 

숨겨진 오류
컴퓨터는 작은 실수도 용서하지 않아요. 알고 보면 스페이스바 하나 때문에 오류가 생기는 일이 빈번하죠. 하루 종일 컴퓨터를 붙잡고 있다가 어이없을 정도로 단순한 해결책을 찾으면… 그땐 정말 울고 싶답니다. 그리고 지옥철! 악명 높은 1호선과 2호선이 저의 출퇴근길이죠. 하하.

혼자서 부르는 노래
말을 멈추고 차분해져요. 그리고 혼자서 코인 노래방을 가요. 다른 사람 앞에선 부르기 힘든 나만 아는 노래를 부르고 또 부르죠. 이를테면 전진의 ‘사랑이 오지 않아요’ 같은.

To. 컴퓨터와 지옥철
덤벼봐라! 나는 돌덩이~(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OST 톤으로)

자책하는 나

안채은 | 배우·모델

카페에서 일하면서 배우와 모델 일도 함께 하고 있어요. 요즘은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주어진 기회에 소중함을 느끼곤 해요. 본업에 충실히 임하려는 마음을 가지게 됐죠.

 

멈춰진 걸음
가장 큰 스트레스는 저 자신이에요. SNS에서 보이는 타인과 나를 자꾸만 비교하면서 스스로 자존감을 깎아내려요. 부족한 게 뭘까, 나만 왜 혼자서 제자리걸음일까, 자책하면서 괴로울 때가 있어요.

막 추는 춤
그럴 땐 핸드폰을 내려놓고 모든 문을 닫고서 노래를 크게 틀어요. 그리고 막춤을 추는 거죠(웃음). 그 모습이 너무 웃겨서 그냥 웃고…. 잡생각은 사라져요. 금방 행복해지고요.

To. 채은
남과 자신을 비교하는 것은 그 사람의 하이라이트 신과 나의 비하인드 신을 비교하는 일과 같다고 했어. 괜찮아. 너만의 하이라이트 신이 곧 찾아올 거야!

무뎌진 마음과 뾰족한 말

무과수 | 작가

《무과수의 기록》 시리즈와 《집다운 집》을 쓴 저자이자 오늘의집에서 콘텐츠를 담당하고 있는 무과수입니다. 요즘은 코로나19 때문에 재택근무를 하면서 집에서 충만한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갑갑하기도 하지만 평소에 놓치고 살았던 것을 하나둘 챙기며 또 다른 행복을 찾고 있어요.

 

원래 그렇다는 것
‘일하는 직장인들은 왜 힘들 수밖에 없는 것인가?’라는 물음 때문에 고민과 생각이 많아요. ‘원래 그래.’라는 말로 고통을 감내하는 일이 너무 많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더 슬픈 건 이미 그런 상황에 무뎌져 포기해 버린 사람들이 많다는 거죠. 그런 사람을 만나면 안타까우면서 동시에 화가 나기도 해요. 일은 평생 해야 하는 거고, 이변이 없는 한 계속 힘들 수밖에 없는 우리가 너무 안타까워서요. 그리고 자신의 이득을 위해 유언비어를 퍼트리는 사람들을 마주하면 힘겨워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타인 때문에 고통받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적이 있어요. 자신의 욕심을 위해 타인을 깎아내리는 사람때문에 심적으로 가장 힘든 때였죠. 말이 무섭다는 것도 그때 뼈저리게 느꼈어요. 말 한마디로 한 사람의 이미지를 완전히 바꿔놓을 수 있더라고요. 사실이 아닌 것으로 오해받았을 때 드는 억울한 감정이 싫어요. 말 그대로 사실이 아니라서 더 억울한 거죠.

따뜻한 국과 정갈한 반찬
그럴 때일수록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가려고 해요. 집에서 보내는 시간을 늘려 보는 거에요. 혼자서 만든 따뜻한 국과 정갈한 반찬을 꼭꼭 씹어 먹다 보면 마음의 분노가 조금씩 가라앉아요. 그렇게 세상과 차단된 공간에서 일어난 일들과 조금 떨어져 있다 보면 때로는 상대가 이해되기도 해요. 마음의 여유가 없을 땐 감정을 증폭시키기 바빴는데, 지금은 웬만한 일에는 노하지 않게 됐어요.

To. 고통을 주는 이들
무슨 이유에서건 타인에게 고통을 주는 사람은 결국 되돌려 받게 돼요. 어떤 식으로든요. 저는 그들에게 복수 대신 용서를 택했어요. 다만 예전으로 다시 돌아가기는 어렵겠어요!

그려지지 않는 내일

유수지 | 일러스트레이터

그림을 그리고 있어요. 다양한 그림을 위해 자주 관찰하고 깊게 생각하려고 노력해요. 요즘은 감사하게도 작업 요청이 늘어 종일 그림을 구상하고, 수정하고, 다시 붓을 잡는 일을 반복하고 있어요.

 

잠들기 전에
프리랜서로 일하기 때문에 생계를 고민할 때가 가장 큰 스트레스로 다가와요. 자기 전엔 불안한 마음들이 그림자처럼 늘 따라다니며 괴롭히곤 하죠. 개인 작업을 할 땐 소재가 생각나지 않거나 원하는 느낌으로 그려지지 않을 때 답답해요.

혼자 하는 말
‘그래, 내가 하고 싶은 일에 최선을 다하자! 하기 싫은 일이라도 꾹 참고 뭐라도 할 준비를 하자!’라고 끊임없이 혼잣말을 해요. 그러다 보면 미래가 아닌 현재에 집중하게 돼요. 매일 자라나는 풀과 꽃을 보면서 용기를 얻기도 하고요.

To. 나를 움츠러들게 하는 것들
이왕 계속 날 따라다닐 거라면 차라리 익숙해지게, 친하게 지내자.^

부끄러운 모습들

유본 | 해피로봇레코드A&R

얼마 전까지 대학생이었다가 이제 막 첫 직장을 갖게 된 신입 사원입니다(웃음). 아직까진 회사 분위기를 살피며 적응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돌아서면 보이는 것
부끄러운 내 모습을 마주할 때. 누군가가 지켜보는데 일 처리를 잘 못하거나 실수하는 모습을 보이면 돌아서서 그렇게 생각나요. 바보 같은 모습을 보일 때면 작아지는 기분이 든달까요. 그리고 남을 깎아내려서 본인을 올리는 사람들, 웃을 수 없는 농담을 쉽게 던지는 사람들, 내가 진심을 말할 수 없게끔 만드는 사람들과 대화를 해야 하는 시간이 힘들어요.

온통 좋아하는 것들로
나만의 색이 담긴 것들을 좇아요. 좋아하는 음악과 공간, 거기에 곁들일 글과 와인까지. 그리고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과 함께한다면! 스트레스 따위, 금방 풀 수 있어요.

To. 나를 갉아먹는 모든 것, 그리고 무례한 사람들
에잇 퉤!

선택하는 마음

유래혁 | 포토그래퍼·작가

사진과 관련된 많은 일을 하고 있어요. 사진을 포스터로 제작해 소개하는 브랜드를 운영 중이기도 해요. 일이 많아져 정신없기는 하지만 빛을 모으고 나누는 일이 주는 뿌듯함이 커요. 요즘은 많은 분들이 다가오는 봄을 마주치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봄의 빛을 담은 포스터를 소개하고자 분주히 움직이고 있답니다.

 

1과 0.1 사이에서
수많은 선택의 순간, 꽤나 큰 스트레스를 받아요. 집착스럽게도(웃음), 후반 작업을 할 땐 숫자 1 혹은 0.1의 단위에도 마음을 쉽게 정하지 못해요. 무수한 선택으로 쌓인 스트레스는 쉬는 시간에 불면증으로 다시 돌아와요. 그다음 날 하루의 분위기가 축 처질 수밖에 없죠.

기다리는 일
물속에 있다는 상상을 줄곧 하는 편이에요. 최대한 느리게 숨쉬고, 행동도 그렇게 해요. 눈보라가 올 때 잠시 피할 곳을 찾듯, 상황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거죠.

To. 선택하는 순간들
순서를 지켜서 와주세요. 차례차례. 한 번에 들이닥치는 것만은 피해주세요.

이어진 일상, 지치는 마음

함영자 | 미용사

오랫동안 남의 머리를 만져주는 일을 하고 있어요. 이제 30년쯤 되었네요.

 

권태로운 일
처음 미용실을 열었을 땐 직원들과 함께 했지만 이제는 모든 일을 혼자서 하고 있어요. 체력적으로도 지치고, 오래 일을 하다 보니 권태가 밀려와요. 슬럼프도 느끼고요. 어쩔 땐 미용실 문을 열기도 겁나요. 억지로 일을 시작하는 거죠. 그리고 자본금. 이제 곧 일을 그만두고 노후를 맞이해야 할 시기인데, 돈이 없네요(웃음). 

오래된 꿈
그래도 첫 손님을 받으면 탄력이 붙어서 일을 시작해요. 일하는 시간을 줄여보는 것으로 나름의 방법을 찾기도 했죠. 아침엔 반신욕, 저녁에는 헬스. 아이들이 잘 커가는 모습을 보면서 위안을 얻기도 하고요. 그리고 오래된 꿈을 상상해요. 혼자서 멀리 여행을 떠나본 적이 없는데, 언젠가 목적지 없이 여행을 떠나는 것이 꿈이에요. 한적한 곳으로 떠나서 커피 마시고 밥 먹고, 모르는 사람들 머리도 깎아주면서 긴 여행을 하고 싶어요. 이런 상상으로 기분을 좋게 만들려고 해요.

To. 영이(영자 씨의 오래전 별명)에게
스트레스 받지 않으려고 하자. 그렇게 하다 보면 정말 즐거워지지 않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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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김지수

일러스트 유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