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piece Story

화가와 화가, 사랑에 빠지다, 장 아르프와 소피 토이베르 아르프

한 지붕 아래 함께 사는 두 사람이 모두 화가라면 그 둘은 어떤 일상을 보낼까? 요즘 들어 나는 부부 예술가들에게 빠져 있다. 부부가 모두 화가인 경우는 의외로 많다. 멕시코를 대표하는 화가인 디에고 리베라와 프리다 칼로, 오르피즘의 창시자 프랑스의 로베르 들로네와 소니아 들로네, 목이 긴 초상화로 유명한 모딜리아니와 그의 부인 잔느의 삶도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영감을 준다. 또한 바실리 칸딘스키와 가브리엘 뮌터, 오귀스트 로댕과 카미유 클로델처럼 부부가 되지는 않았지만 미술 선생님과 제자로 만나 줄다리기 같은 연애를 하면서 영감을 주고받은 경우도 많다. 세상에는 많은 예술가 커플이 있지만, 오늘 만날 부부는 공동 드로잉을 남겼기에 더욱 특별하다.

소피 토이베르 아르프와 장 아르프 부부, 1922

다다이스트 예술가 커플을 소개합니다

다다이스트이자 초현실주의 예술가인 장 아르프Jean Arp는 곡선의 미학을 강조한 조각과 우연의 기법을 강조한 콜라주로 대중에게 인기가 많다. 그는 독일 태생으로 본명은 한스 아르프Hans Arp지만, 나중에 프랑스로 귀화하면서 장 아르프로 개명했다.

예술의 형식을 부정하는 ‘다다dada’는 계획 아래 진행되는 예술을 지양했다. 많은 다다이스트가 초현실주의자로도 활동했는데 그들이 추구한 것은 우연과 무의식의 예술이었다.¹ 1차 세계대전의 여파로 이성에 대해 회의적이던 다다이스트들은 그 해독제로 우연한 예술에 눈을 돌린다. 장 아르프의 ‘우연의 콜라주’는 사다리나 의자 위에서 종이를 떨어트려 캔버스에 떨어진 종이가 우연에 의해 붙게 한 작품이다. 대상을 다양한 각도로 분해하는 입체파 회화들과 색이 대담한 야수파 회화들에 비하면 너무 소박한 작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이내 자연스러운 색감과 배치에 눈이 편안해진다. 나는 장 아르프의 콜라주에서 우연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장 아르프, Untitled(우연의 법칙에 사각형들의 질서와 충돌),1916~17, 48.5×34.6cm, 종이에 색을 입힌 종이, 모마 뮤지엄

소피 토이베르 아르프, Military guards(Die wachen), 1918

1915년, 독일군 징집에 끌려가는 것을 피해 스위스 취리히로 이동한 장 아르프는 독일 시인 후고 발이 운영하는 ‘카바레 볼테르’에서 운명의 연인 소피 토이베르 아르프Sophie Taeuber Arp를 만난다. 소피는 전방위 예술가였다. 무용가, 연주자, 예술기획자, 그리고 화가와 조각가로도 활동했다. 그녀가 남긴 작품들을 살펴보면 태피스트리, 추상회화, 자수, 가구 및 인테리어, 사진, 건축, 무대 디자인, 인형, 조각 등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그녀가 100년 전 제작한 인형들은 ‘경비병’, ‘감시자’라는 이름으로 로봇의 형상을 띠고 있다. 마치 21세기를 예견이라도 하듯 줄에 묶여 움직이는 감시하는 로봇 인형을 만들어낸 것이다. 미술사 책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장 아르프에 비해 나는 소피 토이베르 아르프의 이름을 본 적이 없다. 남편에 비해 비교적 덜 알려져 있다가 최근 몇 년간 재조명된 탓이다. 하지만 그녀는 스위스가 자랑스러워하는 예술가 중 한 명이다. 1995년 외르크 친츠마이어Jörg Zintzmeyer가 디자인한 스위스 화폐의 10프랑에는 건축가 르코르뷔지에Le Corbusier, 100프랑에는 조각가 자코메티Giacometti, 50프랑에 소피 토이베르 아르프가 그려진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¹1차 세계대전(1914~1918) 말부터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일어난 예술운동.

두 사람이 함께한 시간들

두 사람은 1915년부터 새로운 예술 활동을 함께하며 1922년 결혼한다. 그들은 다른 예술가들과 함께 전쟁에 회의감을 느끼며, 때로는 전쟁을 잊으며, 새로운 시대의 예술에 대해 토론하며 지냈다. 그들은 자신들을 ‘다다’라고 불렀다. ‘다다’는 당시 두 사람이 있던 스위스 취히리에서 시작해 베를린과 하노버, 뉴욕, 파리까지 펼쳐나가고 훗날 현대미술이 고정관념을 깨고 틀을 확장시키는 데 가장 큰 가교가 되어준다.

소피는 1916년부터 10년 이상 취리히 예술 공예 학교(Kunstgewerbeschule, 현재의 취리히 예술 대학교)에서 직물 및 그 외의 섬유 예술에 대한 강의를 진행하는 등 예술 교육에도 힘쓰며 꾸준히 기하학적 추상회화를 전개했고, 타피스리와 석판화 등을 제작하며 활발히 활동한다. 1926년, 소피와 장은 함께 프랑스 시민권을 취득하고 스트라스부르와 파리를 오가며 많은 예술 활동을 진행한다. 특히 두 사람이 함께 선택한 형태를 같은 종이 위에 동시에 그리는 유희적인 드로잉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장이고 소피인지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로 한 사람의 것처럼 보인다.

장 아르프와 소피 아르프의 듀오 드로잉(Jean (Hans) Arp and Sophie Taeuber-Arp, Duo-Drawing), 1939, 27.2×20.9cm, 종이에 잉크

장 아르프, Untitled, Collage with print of a torn 1939 Duo-Drawing by Arp and Taeuber-Arp from Arp’s Le Siège de l’air(The seat of air), 1947, 30×23.7cm, 아르프 뮤지엄

BOOK

다다이즘

글 디트마 엘거 | 옮김 김금미 | 마로니에북스

 

미술사를 꾸준히 공부하고 좋아하는 사람도 “다다가 정확히 뭐야?”라고 물으면 한 문장으로 정의하기 어렵다. 그만큼 ‘다다이스트’들은 자유로웠고, 여러 나라로 퍼졌으며,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또는 누구부터 누구까지라고 끊어서 말하기 애매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운동은 발원지와 정신이 있기 마련이다. 20세기에 들어와 가장 큰 예술 소동이었던 ‘다다이즘’이 궁금하다면 한 번쯤 도전해볼 만한 책이다.

MOVIE

프리다

줄리 테이머 | 드라마 | 미국, 캐나다 | 120분

 

오늘 소개한 장 아르프와 소피 토이베르 아르프처럼 부부 예술가였던 멕시코의 프리다 칼로와 디에고 리베라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나볼 수 있다. 프리다 칼로는 어린 나이에 자신이 탄 버스와 기차가 부딪치는 사고를 당해 크게 다친 뒤 침대에 누워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화가다. 그녀는 벽화 화가로 유명하던 디에고 리베라를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두 사람의 사랑도 쉽지만은 않았다. 실제 화가 부부의 삶 전체를 이해하기에는 부족하지만 흥미로운 이야기라 추천한다.

MUSIC

오래된 노래

장윤주

 

소피 토이베르 아르프처럼 화가이면서 공연도 기획하고 무용가인 전방위 아티스트는 또 누가 있을까? 문득 모델이자 가수인 장윤주가 떠오른다. 모델로도 최고였던 그녀는 음반을 발매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한밤중 그녀의 음악을 틀어놓으면 묘하게 마음이 차분해지는 경험을 자주 한다. 특히 2집 <I’m Fine>의 ‘오래된 노래’에 집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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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이다은

글 이소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