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piece Story

알프스의 여름은 건강하다, 페르낭드 호들러

“우리가 자연에서 받는 인상은 변화하는 깊이와 지속하는 흔적을 우리 자신에게 남긴다.”

– 페르낭드 호들러


페르낭드 호들러Ferdnard Hodler는 스위스의 베른에서 태어났다. 가난한 목수의 여섯 아이들 중 첫째인 호들러는 안타깝게도 어린 시절 아버지와 두 동생의 죽음을 겪어야 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양아버지를 만나 장식미술을 배웠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호들러가 열네 살이 되는 해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고, 열일곱 살에 양아버지마저 세상을 떠나 고아가 되었다. 그는 허기진 상처를 그림으로 채웠다. 풍경화를 그려 관광객에게 팔고, 제네바의 미술관까지 여행을 가서 모작을 하며 실력을 쌓았다. 그리고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베른의 풍경을 그리는 일과 상징주의적인 작품에 몰두하며 화가의 길을 걸었다. 수많은 화가들이 스위스를 떠나 유럽 전역에서 명성을 얻었지만, 호들러는 자신의 조국에서 활동하며 죽을 때까지 스위스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국민 화가였다.

페르낭드 호들러의 자화상 ¹, Self portrait with roses, 1914, 43x39cm, 캔버스에 유화

¹페르낭드 호들러는 빈센트 반 고흐를 제외하고 가장 많은 자화상을 남긴 작가 중 한 명이기도 하다. 평생에 걸쳐 그가 남긴 자화상은 100여 점이나 된다.

융프라우의 색을 담다

전 세계 많은 여행객들이 스위스를 찾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융프라우를 보고, 느끼고, 겪기 위함일 것이다. 나 역시 이틀간 융프라우 구석구석으로 데려다주는 기차를 타고 하루 열두 시간씩 이동하며 경치를 즐기는 동안 심장이 부풀어 올랐다, 쪼그라들었다 했다. 신이 만든 광대한 자연의 모습에 가슴이 벅찼다가도, 무서운 눈으로 뒤덮인 유럽의 꼭대기를 볼 때는 자연이 주는 위압감에 심장이 작아졌다. 신이 만든 최초의 자연은 이런 모습이었을까? 매 순간 감탄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독일의 사상가인 게오르크 지멜Georg Simmel 역시 알프스에 대한 당대 사람들의 열렬한 애정을 이렇게 표현한 바 있다. “인간의 접근을 불허하는 거대한 힘과 찬연한 우아함이 그 어디에서도 체험할 수 없는 강렬한 감정을 준다.”

페르낭드 호들러, Eiger, Monch and Jungfrau in Moonlight, 1908, 72×67.5cm, 캔버스에 유화, 개인 소장

아이거Eiger의 풍경을 실제로 본 사람들이 호들러의 작품을 본다면, 그가 사용한 색채와 구름의 형태가 무척 반가울 것이다. 호들러는 마치 누가 구름을 일부러 제조한 것처럼 그려놓았다. 또한 그림 속 산을 자세히 보면 가장자리에 노란빛이 보이는데, 이는 아이거의 빙벽에 햇빛이 비치는 시간을 미묘하게 표현한 것이다. 산등성이의 가장자리는 노랗고 산의 몸은 보랏빛이다. 스위스의 여름, 해가 지는 시간의 산맥에서는 이렇게 가장자리마다 금빛이 피어난다.

간결하면서도 생략된 표현이 일품인 작품이지만, 결과적으로는 그 간결함이 산의 생명력을 잘 전달하는 듯하다. 실제 풍경을 보고 그렸지만 작가만의 시선과 몽환적이고 관념적인 힘이 강하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페르낭드 호들러의 작품이 사실주의에서 시작해 상징주의²와 평행주의³를 다 품고 있다고 말한다. 

²1880년대 시인 랭보와 베를렌에 의해 주도된 반사실적인 예술 운동으로 과학과 물질, 이성에 대한 맹목적 신뢰에 대한 반대로 종교적이고 시적인 관념을 표현한 예술이다. 상징주의자마다 모티브가 다른데, 호들러는 늘 자연에서 큰 영감을 얻었다.

³다소 생소한 평행주의는 춤이나 의식에 바탕을 두고 인물들을 대칭적으로 그리는 형식이다. 호들러는 평행주의식 작품도 여럿 남겼다.

페르낭드 호들러의 툰 호수

융프라우 코스는 두 개의 호수를 포함하고 있다. 브리엔츠Brienz 호수와 호들러가 그린 이 툰Thun 호수다. 이 호수들은 빙하의 물이 녹아 내려 민트색을 띠는데, 그래서인지 내 눈에는 산이 소다색 드레스를 입고 있는 듯했다.호들러는 이 작품을 한 번만 그리지 않았는데, 두 점에서 보이는 공통점은 풍경화지만 추상적이라는 것이다. 구름은 하늘을 캔버스 삼아 일정한 형태로 움직이는 모빌 같고, 호수에 비친 산은 삼각형 도형처럼 조화롭게 자리 잡았다. 원근법 없이 거대하게 자리 잡은 알프스의 위대한 산봉우리가 우리 눈앞에 바로 있는 듯하고, 상하 좌우 대칭인 간결한 구도가 주는 힘은 감상자에게 안정감을 느끼게 한다. 호들러도 화가의 본성과 성질은 그 화가가 태어나고 자란 자연에서 받는 인상에서 큰 영향을 받는다고 말한 적 있기에 그가 그린 알프스의 여름 풍경들은 호들러 그 자체라고 말할 수 있다.

1915년 호들러는 사랑하는 부인이자 도자기 화가이던 발랑틴 고데다렐Valentine gode darel이 병상에 있는 동안 그녀의 모습을 200여 점 넘게 남기는 데 몰두했고, 고데다렐이 세상을 떠난 후로는 자신의 자화상만을 많이 남겼다. 그리고 삶의 마지막 순간에는 다시 스위스의 광활한 자연을 그렸다. 자연에서 시작된 호들러의 미술 여행은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을 거쳐, 자신에게 돌아와 다시 자연에서 끝이 났다.

호들러가 그린 툰 호수는 마치 자신의 삶을 미리 예고하는 듯하다. 묵직한 산은 그 묵직함이 투명한 호수에 비쳐 무게감이 나누어지고, 호수는 들판같이 푸르고, 하늘은 호수같이 맑다. 어디론가 이어지는 인생길에는 삶의 주인이 있어야 모든 풍경이 완성됨을 호들러의 풍경화를 통해 느낀다. 그는 아마 알프스 풍경화에서 자신이 가야 할 길을 끝없이 찾았는지도 모른다.

한 해의 반인 여름이 되면 무더운 날씨와 들뜨는 휴가 계획에 내 삶이 도대체 어디로 달려가는지 모를 때가 찾아온다. 그럴 때는 간결하면서도 힘 있는 페르낭드 호들러의 풍경화에 눈을 마주쳐보자. 나의 중심을 잡는 무게 추가 호들러가 그린 알프스 산속 어딘가에 건강히 살아 있는 듯하다.

페르낭드 호들러, Lake Thun, Symmetric reflection, 1905, 캔버스에 유화, 개인 소장

MOVIE

유스

파올로 소렌티노 | 드라마 | 영국, 이탈리아, 프랑스, 스위스 | 124분


나이 든 두 친구가 은퇴 후 알프스에 가서 벌어지는 이야기. ‘프레드 밸린저’는 은퇴를 선언한 세계적으로 명성 있는 지휘자다. ‘믹’ 역시 밸린저의 오랜 친구이자 능력 있는 노장 감독이다. 은퇴 후 자기 자신을 위한 휴가를 떠난 밸린저와 믹은 알프스에서 시간을 보낸다. 의욕을 잃은 ‘프레드’는 산책과 마사지, 건강 체크 등으로 무료한 시간을 보내고, 믹은 인생의 마지막 영화를 생각하고 있다. 이 영화는 우리에게 ‘늙음과 젊음’, ‘열정과 이성’에 대한 흥미로운 논제 거리를 던진다. 영화를 보고 나면 자신이 이끌리는 감정에 좀더 솔직해질 것이다. 그리고 알프스에 가고 싶어질 것이다.

BOOK

스위스 아이처럼 스위스 아빠처럼

글 임상우 | 미래의창


제목은 평화로워 보이지만 사실은 스위스로 갑자기 날아간 아빠의 고군분투기다. 바삐 지내던 두 아이의 아빠는 육아휴직 후 부인이 일해야 하는 스위스로 가족과 함께 떠난다.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라고 불리는 스위스에서 아이들과 엄마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 그는 자연의 시간에 맞춰가는 스위스식 육아법과 2년 동안 몸소 터득한 살림 노하우를 이 책에 담았다. 일과 가정 모두를 행복하게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엄마와 아빠에게 한번쯤 꼭 추천하고픈 책이다.

MUSIC

Oh Yeah!(Original)

옐로(Yello)

 

옐로는 1979년 구성된 스위스의 전자 음악 밴드로 디터 마이어와 보리스 블랭크 두 멤버로 구성되어 있다. 올해 여름 휴가지에서는 그들의 음악 중 ‘Oh Yeah!’를 틀어보자. 묘한 리듬의 반복과 몽환적인 분위기로 끝없이 듣게 되는 매력이 있다. 중간중간 능청스럽게 “Oh Yeah!”라고 할 때마다 웃음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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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이다은

글 이소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