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piece Story

페르낭 레제의 작품으로 만나는 2021 올해의 색

2021년에도 어김없이 글로벌 컬러 연구소 팬톤에서 ‘올해의 색’을 발표했다. ‘일루미네이팅’과 ‘얼티미트 그레이’다. 일루미네이팅은 태양이 스며든 생기 넘치는 따뜻한 노란색이고, 얼티미트 그레이는 자연의 화강암이나 조약돌을 떠올리게 하는 신뢰감 있는 견고한 색이다. 왜 두 가지 색을 함께 선정하는지 의아해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두 가지 색을 각각 대표 색으로 사용해도 되고, 서로 짝을 지어 보완해서 사용해도 된다는 뜻이다. 명화를 좋아하는 미술 애호가들이라면 대부분 ‘노랑’ 하면 네덜란드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의 해바라기를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고흐보다는 비교적 덜 유명하지만,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하는 화가 페르낭 레제Fernand Leger의 작품으로 2021년 올해의 두 가지 색을 모두 만나보자.

견고하고 독립적이면서

따뜻한 관계

Fernand Leger, Composition with the Three Figures, 1932

먼 곳을 바라보는 건장한 남자, 부끄러운 듯한 표정의 여자, 꽃을 든 소년…. 함께 있지만 서로 다른 곳을 보는 세 사람의 거리는 꽤 적당해 보인다. 세 사람 모두 원기둥의 형이 강조되어 그려졌는데, 이는 페르낭 레제만이 지닌 독특한 화풍이다. 페르낭 레제를 대표하는 미술 사조는 ‘튜비즘Tubism’이다. 누군가는 ‘큐비즘’ 아니냐고 묻겠지만, 튜비즘이 맞다. 페르낭 레제는 피카소의 입체주의인 큐비즘 운동에 함께 참여하면서도 본인만의 개성 있는 화풍으로 대상을 표현했다. 그는 대상을 원기둥화하는 그림으로 유명하다. 튜브나 도넛을 떠올리면 쉽다. 모든 대상을 튜브 형태로 환원한다고 해서 튜비즘이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그래서인지 레제의 그림 속 인물들은 로봇이나 기계처럼 보일 때도 많다.

레제의 그림 속에서 인물의 색은 흥미롭게도 대부분 얼티미트 그레이다. 배경에는 일루미네이팅이 가득하다. 마치 팬톤에서 발표한 2021년 올해의 색을 보는 듯하다. 다소 외롭게 느껴질 수 있는 그레이 톤의 인물들은 배경의 노란빛 덕분에 따뜻해진다.

2021년 나의 인간관계도 페르낭 레제의 그림처럼 펼쳐지면 좋겠다. 독립적이고 견고한 얼티미트 그레이 톤의 개인주의자들이지만 막상 함께 있으면 따뜻한 일루미네이팅 노란빛을 내뿜는 사이 말이다. 함께 있을 때는 느슨한 연대를 가지고, 따로 있을 때는 독립적이고, 전체적인 분위기는 화사한 아름다운 개인주의자로 살고 싶다.

인간과 기계의

아름다운 공생을 위해

Fernand Lege, The Great Julie, 1945

프랑스의 노르망디 지방에서 태어난 페르낭 레제는 원래 건축 사무소의 직원이었다. 레제는 건축 견습공으로 일하다가 파리 장식미술 학교에 입학하고 아카데미 줄리앙에서 미술을 배운다. 1907년, 레제는 세잔Paul Cézanne이 죽은 뒤 1년이 지난 무렵에 개최된 대규모 회고전에서 큰 감명을 받는다. ‘세상 모든 것들이 원기둥과 원뿔, 구로 이루어져 있다.’는 세잔의 이론은 레제에게 큰 지침이 되었고, 1910년 이후 피카소와 브라크의 입체주의에 영감을 받아 자신만의 스타일을 확립한 것이다. 레제는 발전하는 기계의 미학을 신뢰하고 찬양했다. 더불어 기계와 함께 열심히 일하는 노동자들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었다. 그는 그 누구보다 발전하는 기술과 기계가 인류에게 다양한 미래를 열어줄 것이라고 생각하던 예술가다. 그래서 레제의 그림 속에는 기계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꼭 등장한다.

이 작품 역시 로봇인지 사람인지 구분하기 애매한 원통형의 사람이 긴 튜브 형태의 금속관을 잡고 있다. 부품을 조종하는 것일까? 기계를 활용하는 듯하면서도 손에는 꽃을 들고 있다. 레제는 이 작품에서도 기계 느낌의 인간은 회색, 배경에는 노란색을 사용했다.

팬톤사는 얼티미트 그레이가 조약돌과 화강암을 연상시키기에 자연의 회복력을 의미한다고 했지만, 레제의 그림을 통해 본 얼티미트 그레이는 오히려 이성적이고 튼튼한 기계의 색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되면서 기존에 있던 많은 온라인 기술이 한층 더 우리 삶에 가까워졌고 인간은 기계와는 1초도 뗄 수 없는 삶을 영위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조약돌의 회색보다 기계의 회색을 더 많이 보며 살아갈 것이다. 2020년 한 해가 빠르게 변한 것처럼 앞으로의 미래는 더욱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모습과 형태로 변할 것이다. 지금부터 100년 전에 살았던 레제는 이러한 시대를 예측했던 걸까? 그의 그림에서 자주 보이는 일루미네이팅 노란색만이 긍정적인 미래를 위한 답을 알고 있는 듯하다. 레제의 그림은 이야기한다. 인간이 기계에 종속당하지 않고 희망찬 내일을 꿈꾸려면 항상 따뜻한 빛을 잃지 말라고. 미래는 인간과 기계의 아름다운 공생의 힘에 달려 있다.

BOOK

나는 로봇이야

글 아이작 아시모프 | 옮김 이기원 | 동쪽나라

영화 <바이센테니얼 맨>의 시작이 된 로봇 소설의 대가 아이작 아시모프의 또 다른 작품으로 어린이들을 위한 책이다. 이 책의 원제는 ‘소년을 사랑한 로봇’이다. 아이작 아시모프는 이 책을 열아홉 나이에 썼다. ‘옛날 옛적에…’로 시작되는 전래동화에 익숙해져 있다면, 이 책을 자녀와 함께 읽어 보자. ‘아주 먼 미래에 OO한 로봇이 살았는데…’라는 이야기로 시작되는 로봇의 인간다운 이야기가 끝없이 펼쳐지리라. 나는 아이작 아시모프의 책 중 이 책을 최고라고 여긴다.

MOVIE

바이센테니얼 맨

크리스 콜럼버스 | SF | 미국

페르낭 레제의 그림처럼 ‘기계 같은 인간, 인간 같은 기계’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영화가 있다. 2000년 개봉한 <바이센테니얼 맨>이다. 영화 속 주인공 로봇 ‘앤드류’는 ‘마틴’의 집에서 가정부로 살아가는, 예술적 재능과 창의성과 더불어 감성도 있는 로봇이다. 그는 마틴의 딸인 작은 아씨를 사랑했지만 로봇과 인간의 관계를 극복할 수 없기에 사랑을 포기하고, 이후 본인이 번 돈으로 독립해 자유를 택한다. 시간이 흘러 앤드류는 다시 여인 ‘포샤’와 사랑에 빠지지만 법적으로 로봇과 인간이 결혼할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결국 앤드류는 많은 것을 포기하고 인간이 되기를 선택한다. 시작은 가벼웠으나 앤드류의 선택을 볼 때마다 마음이 무거워진다.

MUSIC

Break Free

Taryn Southern

요즘은 인공지능이 만든 음악도 많다. 미국 유명 오디션 프로그램 <아메리칸 아이돌>에 출연했던 가수 타린 서던Taryn Southern의 ‘Break Free’는 인공지능과 협업해 만든 곡이다. 타린 서던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곡을 만드는 데 수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했는데 AI 프로그램을 통해 20배 넘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다. AI 프로그램은 무한한 지식을 가지고 있어 스스로 더욱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금은 잠시 사이트가 수리 중이지만 누구나 음악을 만들 수 있는 인공지능 음악 창작플랫폼인 ‘주크덱’도 있다. 이 서비스에는 열세 가지 장르의 음악이 준비되어 있고, 곡의 분위기나 길이, 클라이맥스를 본인이 선택해 세팅하고 작곡하기를 누르면 30초 만에 이 세상에 없는 새로운 음악이 작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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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이다은

글 이소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