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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였던 동생, 화가였던 언니, 그들의 예술
버네사 벨Vanessa Bell과 버지니아 울프Virginia Woolf 자매는 각별한 사이였고, 출신도 특별했다. 아버지인 레슬리 스티븐 경은 《영국 인명사전Dictionary of National Biography》의 편집장이었고, 어머니 줄리아 스티븐은 런던 사회의 유명 인사로 자신의 직업인 간호학에 대한 글을 쓴 작가이기도 했다. 줄리아 스티븐과 레슬리 스티븐 경의 결혼은 각각 두 번째였으므로, 두 자매를 포함해 의붓 형제와 친형제까지 모두 여덟 명의 아이가 함께 자랐다.
안타깝게도 열 여섯 살에 엄마가 세상을 떠나자 버네사 벨은 실질적인 집의 안주인이 되어야 했다. 그럼에도 그녀는 화가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1901년부터 왕립아카데미 미술 수업을 들었다. 동생 버지니아 울프는 킹스 칼리지를 졸업하자마자 문학가의 꿈을 꿨다. 버지니아 울프는 수필가이자 남편인 레너드 울프에게 자신의 작품을 받쳐줄 출판사를 차려달라고 요구할 정도로 원하는 바가 확실했다. 아버지마저 세상을 떠나자 형제들은 더는 모두 같이 살 이유가 없어진다. 두 자매와 토비, 에드리언까지 사 남매는 함께 런던 인근 불룸즈버리에서 지내며 ‘블룸즈버리 사교 모임’을 만든다. 블룸즈버리 멤버들은 오랜 시간 전해 내려오던 빅토리아 시대의 전형적인 여성상을 거부했고, 보헤미안처럼 생활한 것으로 유명하다.
언뜻 보면 추상화 같은 이 그림은 버지니아 울프의 책 표지다. 버지니아 울프가 쓴 《자기만의 방》은 오랜 시간 자신의 시간과 공간이 부족한 많은 여성에게 읽히며 용기와 희망을 주었다. 그녀는 여자가 글을 쓰려면 돈과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고 100년 전 세상을 향해 주장했다. 지금은 이런 표지가 생소하겠지만, 1900년대 초반에는 이렇게 손으로 그린 책 표지가 많았다. 당시 책은 귀했고, 표지는 상당히 비싼 재료인 금이나 은으로도 많이 만들어졌다. 이제 막 유럽에 추상화가 기지개를 켤 때쯤 그려진 이 그림은 누가 그렸을까? 바로 버지니아 울프의 언니 버네사 벨이다. 버지니아 울프의 책은 남편 레너드 울프가 차린 출판사 호가스 프레스에서 출간되었는데, 남편이 출판사를 차리고 언니가 표지를 그려줬으니 가족사업인 셈이다. 평소 실내 디자인에 꽃을 자주 사용하던 버네사 벨은 버지니아 울프의 책 표지에도 꽃문양을 자주 넣어 작업했다.
책은 모두 옷을 입고 있다. 그리고 그 옷은 책의 생명을 좌우하기도 한다. 한 점의 그림이 한 시대를 대표하듯이 책의 표지는 그 책을 대변하는 힘을 가졌다. 언니로서 동생 버지니아 울프의 책 표지를 꾸준히 그리는 작업은 버네사 벨에게 유의미한 일이었을 것이다.
화가 버네사 벨은 주변 인물들의 모습을 작품으로 많이 남겼는데, 특히 동생 버지니아 울프를 그린 초상화가 인상 깊다. 버네사 벨의 그림 속에서 버지니아 울프는 긴 얼굴형에 눈을 지그시 내리깔고 뜨개질을 하는 등 혼자인 모습이 자주 포착된다.
버네사 벨은 자신의 공간에 좋아하는 친구들을 초대하기를 즐겼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작품 배경은 실내공간이 대부분이다. 버네사 벨과 버지니아 울프가 주축이 되었던 블룸즈버리 모임은 20세기 초 영국 런던의 문화와 지성의 보고이기도 했다. 나는 창작자는 꾸준히 ‘혼자’와 ‘함께’를 반복해야 한다고 믿는다. 자기 자신 안으로 깊이 침잠하는 시간과 자신이 넓어지는 시간이 모두 있어야 사람은 발전한다. 버지니아 울프의 문장을 만나면서 그 생각에 확신이 더해졌다.
‘혼자인 것을 좋아하세요, 여럿이 함께인 것을 좋아하세요?’라는 질문에 우리는 더는 머뭇거리지 않아도된다. 삶이라는 것은 결국 꾸준히 자신의 내면과 싸우고, 누군가와 함께 의견을 나누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녀들의 방
글 수전 셀러스 | 옮김 강수정 | 안나푸르나
버지니아 울프의 책 《자기만의 방》의 시리즈 같은 책이다. 수전 셀러스의 장편 소설로, 버네사 벨의 시선으로 두 자매와 주변인들의 일생과 예술 세계를 담았다. 수전 셀러스는 버지니아 울프의 문학을 연구한 학자지만 미술가인 버네사 벨의 시선으로 버지니아 울프의 곡절 많은 삶에 관해 이야기하는데, 실제 친필 일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묘사력이 뛰어나고 섬세하다. 몰입도가 높아 읽는 내내 마음이 먹먹하다는 점이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디 아워스
스티븐 달드리 | 드라마 | 미국
‘버지니아 울프’, ‘로라 브라운’, ‘클라리사 본’. 세 사람은 전혀 다른 시대를 살고 있다. 하지만 공통점이 있다. 바로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 《댈러웨이 부인》이 각 주인공의 삶에서 상당히 중요하다는 것. 버지니아 울프는 이 소설을 쓰며 주인공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고, 로라 브라운은 책 《댈러웨이 부인》을 읽으며 삶에 대해 고민한다. 마지막으로 클라리사는 사람들에게 ‘댈러웨이 부인’이라고 불린다. 1920년대부터 2000년대를 관통하는 세 명의 여인이 자신의 삶에 대해 어떤 고찰을 하는지 흥미롭게 살펴볼 수 있는 영화다.
바람 곁에
신옥철
가수 ‘아웃사이더’로 활동하는 신옥철은 한 인터뷰에서 자신이 음악을 대하는 태도와 버지니아 울프가 문학을 대하는 태도가 흡사하다며 그녀의 팬이라고 말했다. 버지니아 울프가 살던 당시 여성이라는 위치 자체가 사회적으로 외톨이었기에 울프의 작품 안에 단절, 괴리감, 외로움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실제 신옥철은 4집의 타이틀곡인 ‘바람 곁에’의 영감을 버지니아 울프의 《파도》라는 작품에서 가져왔다고 밝혔다. 버지니아 울프의 글이 음악가에게 영감을 주다니 생소한 듯하지만, 과거 울프가 한 말로 미루어보면 당연한 일 같기도 하다. 버지니아 울프는 1940년의 한 편지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내가 그들을 쓰기 전에 항상 나의 책을 음악으로 생각해요.”
에디터 이다은
글 이소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