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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학군지로 이사해야 하나요?
신도시나 새롭게 개발된 택지 지구의 경우 새 아파트와 멋진 조경 등으로 쾌적하고 살고 싶은 곳이 많다. 대규모 택지 지구에 상가나 유아·초등 학원가도 어느 정도 갖춰지면 이제 이곳에서 오랫동안 살아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아이가 초등 고학년이 되고, 주변에서 똑똑하고 공부 좀 한다는 아이들이 하나둘 좀더 나은 학군지를 찾아 이사하는 모습을 보면 과연 우리 가정만 이렇게 여기서 계속 살아도 되나 하는 고민이 시작된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우리 가정은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현명할까?
대치동과 강남에서 20여 년간 입시 지도를 하고, 지금은 가정 중심의 더 나은 교육을 꿈꾸는 가정과 함께 여러 가지 실천을 하고 있다. 《학군지도》, 《입시지도》, 《공부보다 공부그릇》, 《역사 하브루타》, 《하루 15분 인문학 지혜 독서법》 등 10여 권의 자녀교육서를 썼다. 네이버 블로그 ‘심정섭의 학군과 교육’, 유튜브 채널 ‘심정섭TV’를 통해 활동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무리하게 이른바 명문 학군으로 이사하기보다, 우리 집 형편에 맞는 학군지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아이 교육을 위해서도, 우리 가정의 경제를 위해서도 최선의 선택이 될 수 있다. 학군 이사 고민이 교육 이슈인 것 같지만 교육적인 부분만 생각하면 결정을 내리기가 힘든 경우가 많다. 중학교 내신을 잘 받아서 전국 단위 자사고를 가는 게 좋을지, 중학교 내신은 덜 신경 쓰고 영어·수학 선행을 체계적으로 할 수 있는 학군지로 일찍 가는 게 좋을지 등 구체적으로 중·고등학교 진학을 생각하면 그 안에서 수많은 선택지가 있기 때문에 고민은 더 깊어진다. 그래서 학군 고민은 오히려 경제적인 논리로 생각하면 명확한 답을 얻는 경우가 많다. 우리 집 경제 상황에서 주거 비용과 사교육 비용을 부담 없이 감당할 수 있는 곳이 우리 가정에 맞는 최적의 학군지다. 정시가 확대되는 가운데 대치동 등의 명문 학군 입시 결과가 점점 좋아진다고, 무리하게 대출까지 받아서 명문 학군지로 전세나 월세를 얻어 갈 필요는 없다.
대치동은 30~40년이 넘는 재건축 대상 아파트의 30평형대 전세 가격이 7~8억대다. 신축 아파트라면 15억 전후의 전세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웬만한 지역에서는 최신 디자인과 시설이 갖춰진 새 아파트를 살 수 있는 비용이다. 거주 비용만이 문제가 아니다. 명문 학군에 가면 아무래도 사교육비를 더 쓰게 된다. 이렇게 부담되는 거주 비용에다 사교육비를 주변 수준으로 몇 년간 쓰고 나면 부모 노후나 아이 미래 학비를 위한 저축은 꿈도 꾸기가 힘들다. 이런 경우가 ‘무리한 학군 이사’인 것이다. 그렇기에 학군지를 옮겨도 대출이나 사교육비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서 이동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상급 학군지로 못 가더라도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면 그 안에서 새로운 입시의 길이 열릴 수 있다. 예를 들어 비학군지에서 열심히 해서 좀더 수월하게 A를 받고, 남는 시간에 본인이 좋아하는 과목을 좀더 몰입해서 공부하면 고등학교에서는 학군지에서 공부한 친구보다 더 좋은 성적과 입시 결과를 낼 수도 있다. 물론 입시는 아무도 모른다. 아이가 명문 학군에 왔기 때문에 재수, 삼수를 해서라도 상위권 대학에 갔을지도 모르고, 계속 비명문 학군에 있었더라면 분위기에 휩쓸려 아예 공부를 안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비학군지에서 안 될 학생은 학군지에 와도 안 되고, 비학군지에서 될 학생은 학군지에 오지 않아도 본인이 원하는 입시 결과를 이루는 경우가 많다. 결국 가정 형편에 맞는 곳에 거주하며 본인이 있는 곳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가장 좋은 입시 전략이다.
이런 의미에서 학군지 이사를 고민하기 전에 반드시 살펴봐야 하는 것이 우리 아이의 입시 경쟁력이다. 아래 소개하는 ‘공부머리 테스트’ 등을 통해 입시 경쟁력을 파악해서 입시에 줄을 세울지, 입시를 넘어 더 행복한 삶을 사는 데 초점을 둘지 명확히 하고 학군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공부머리 테스트란 내가 열심히 입시 공부를 해서 어느 정도 점수를 올릴 수 있는지 알아보는 테스트다. 테스트 방법은 다음과 같다.
어떤 학생이 A는 50점인데 B는 80점이 나왔다면 이 학생은 공부해서 80점 정도까지 성적을 올릴 가능성이 있다. 반면 A가 40점인데 B가 60점이 나왔다면 이 학생의 경우 아무리 수업을 많이 듣고 문제지 푸는데 시간을 많이 들여도 배경지식이나 출제 의도 파악 능력 같은 고등 사고력이 부족해 입시에서 고득점을 받기 어렵다.
이렇게 공부머리 테스트는 현재의 공부 능력뿐 아니라 앞으로 좀더 노력했을 때 어느 정도까지 점수를 올릴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아이의 공부 역량을 알아보는 좋은 기준이 된다. 지금처럼 정시가 확대되고 수능이 중요해지는 시기에는 중학교 2~3학년 때 고등학교 1학년 3월 수능 모의고사로 수능 경쟁력을 확인해 보고, 아이의 대학 입시 능력을 가늠해 볼 수 있다. 또 학군 이사가 고민이 되는 경우 가고 싶은 학군지의 중학교, 고등학교 내신 기출문제를 ‘족보닷컴’ 같은 사이트에서 다운로드해 공부머리 테스트를 해볼 수 있다. 최소한 내신 B 이상을 받을 수 있는 곳이라면 학군 이주의 의미가 있다. 지금 아이 실력으로 D, E가 나오는 지역이라면 차라리 지금 있는 곳에서 A, B를 받는 것이 아이 공부 자존감이나 입시에 더 유리할 수 있다.
또 공부머리 테스트를 해보고, 우리 아이가 상급 학군지에서도 해볼 만하다고 생각하면 바로 이사하기보다 방학이나 주말을 이용해서 그 지역 학원에 보내보는 것도 방법이다. 학원을 다니며 그 지역 아이들의 수준이나 성향을 파악해 보고, 아이가 경쟁하고 싶다는 동기 부여가 된 상황에서 움직이면 학군 이사 후 생길지도 모르는 여러 고민을 덜 수 있다.
마지막으로 만약 상급 학군지로 가서 아이 자존감도 떨어지고, 전혀 생각지도 않은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면, 이런 상황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에 관한 대안을 생각해 둘 필요가 있다. 가장 많이 하는 것이 이전에 살던 곳으로의 유턴이다. 실제 상담 사례 중에서도 강남에서 강북으로 유턴하거나 중학교 때 대치동과 목동을 경험하고 이후 경쟁이 덜 치열한 지역으로 옮긴 경우도 있다. 이렇게 유턴한 지역으로 가서 좀더 긴장감을 갖고 공부해서 오히려 학군지에 있을 때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내고 원하는 입시 결과를 얻은 경우도 많다. 계속 학군 이사 고민이 된다면 바로 집을 사서 이주하기보다 임대로 1~2년 정도 살아보고 이후 계속 살지를 결정해도 늦지 않다.
모든 고민이 그렇듯이 학군 고민에서도 얻는 것에만 집중하고 잃는 것을 빨리 포기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고민의 대부분은 이것도 갖고 싶고, 저것도 갖고 싶을 때 생긴다. 하나를 포기하고, 얻는 것에만 집중하면 결정이 쉬워진다. 경쟁이 치열한 곳에 가서 스트레스 없이 공부할 아이들은 별로 없다. 그리고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데서 긴장감을 갖고 알아서 열심히 공부할 아이들도 드물다. 학군지에 가면 스트레스를 더 받지만 입시 결과는 좀더 나을 수 있다. 또, 평범한 지역에 있으면 스트레스는 없는 대신 입시는 좀 내려놓아야 할 수도 있다.
20여 년 동안 입시 현장에 있으며 가장 안타까웠던 부분이 (그리 입시 경쟁력이 높아 보이지 않는) 많은 가정이 무모하게 대치동 같은 치열한 입시 경쟁장에 뛰어드는 모습이었다. 마치 돈과 명예가 보장된 메이저리그를 유지하기 위해 수많은 마이너리그 선수들이 있는 것처럼, 우리나라 입시도 유의미한 결과를 내는 상위 15퍼센트의 학생들을 위해 나머지 85퍼센트도 중·고등학교 내내 성과도 나지 않는 문제지 푸는 공부에만 매달려야 하는 구조다. 학생들의 대부분은 마이너리그에서 고생만 하고 뚜렷한 성과도 내지 못한 채 무대에서 내려와야 한다. 물론 학군의 경우는 단순히 입시나 공부뿐 아니라 주변 분위기, 친구, 자극이라는 사회·정서적인 요인도 크게 작용한다. 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입시라는 공부에 돈과 시간과 에너지를 얼마나 쏟을지에 대해서는 객관적인 기준을 갖고 냉정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아무쪼록 아이와 충분한 소통을 통해 우리 가정에 맞는 최적의 주거지를 찾고, 그곳에서 좀더 행복한 교육을 하는 가정이 많아지기를 바라본다.
에디터 이다은
글 심정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