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E INTERVIEW] 진정한 나를 되찾는 법

필로스토리 채자영 대표

진정한 나를 되찾는 법

필로스토리 채자영 대표

어떤 목적을 두고, 나를 포장하는 일은 금방 바닥이 보이기 마련이다. 필로스토리 채자영 대표는 진정한 나 자신과 만나고자 하는 사람들의 단단한 길잡이가 되어주는 중이다.

반갑습니다. 운영하고 계신 필로스토리에 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려요.

감사합니다. 필로스토리에서는 브랜드의 스토리텔링을 이끌어서 전략을 세우고 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도록 컨설팅하고 있어요. 브랜드를 만들기 이전에 나의 이야기를 꺼내 보는 건 참 중요한 일이거든요. 

 

필로스토리의 대표이시자 스토리젠터로 활동하고 계시죠. 스토리젠터라는 이름을 낯설어하는 분들도 있을 것 같아요.

스토리젠터는 스토리와 프리젠터를 결합시킨 합성어인데 제가 만든 단어이자, 저라는 브랜드 자체이기도 해요. 저는 기업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발견하고 구조화해서 전략을 짜고 실제로 발표하는 일을 9년째 해오고 있어요.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했는데 기획에 대해서는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거든요. 그러다 치열한 현장에 투입되면서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생존 방법으로 스토리 만드는 일을 적용한 것 같아요. 비즈니스 프리젠테이션이지만 이 안에 이야기를 접목하면 어떨까 했죠.

 

스토리를 만든다는 것은 결국 그 주변은 물론 스스로에 대해 제대로 인지해야 하지 않나 싶어요. 그런데 자신을 온전히 안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잖아요.

사실 저는 이전까지 완벽하게 모범생 같은 인생을 살았어요. 세상이 정답이라고 하는 길을 향해 열심히, 빠르게 달려가다가 어느 순간 회의를 느낀 거죠. 그때부터 타인의 시선을 걷어내고 내 안에서 오는 행복이나 욕망의 근원을 생각해봤어요. 저는 성격상 다른 사람의 시선을 많이 신경 쓰는 타입이다 보니 이목을 떨쳐내려고 굉장히 많은 노력을 했어요. 그러면서 제가 했던 방법을 사람들에게 너무 알려주고 싶더라고요. 다른 사람과 내가 아니라,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를 비교해서 ‘나 이만큼 성장했어’라고 스스로 깨닫게 만드는 연습은 정말 중요해요.

방황이 올 때, 불안함을 해소하는 방법에 대해도 생각해보신 적 있나요?

약간 극단적이면서 단순한 생각을 해요. ‘내가 다음 달에 죽는다면 나는 무엇을 하고 죽고 싶을까’라든지 ‘인생이 게임이라면, 나는 어떤 캐릭터일까?’ 같은 것 말이죠. 이렇게 단순하게 선택해야 하는 것들을 고민할 때, 직관적으로 딱 드는 생각이 바로 정답인 것 같아요. 때로는 너무 계산적인 선택을 하게 되니까 본능적으로 원하는 것을 생각할 필요도 있다고 봐요.

 

평소 기록하길 즐기신다고 들었어요. 기록은 대표님에게 어떤 것을 남겨주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대학교에 다닐 때부터 문장 수집 노트를 썼어요. 취준생 시절에 언론고시를 준비하면서 좋은 문구를 적고 아래에는 이게 왜 좋았는지를 일기처럼 적어두는 거죠. 일기와 좋은 문장이 범벅되면서 약간은 이상한 노트가 되어버렸는데요. 그럼에도 이 노트가 참 좋았던 건 내 생각을 꺼내서 바라보다 보면 나의 철학과 가치관, 내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모조리 드러나거든요. ‘나 저거 좋아’, ‘저거 참 부럽다’ 이런 단편적인 감정에서 멈추지 않고, 생각의 뒤편으로 가서 왜 내가 그 생각이 들었는지를 고민하는 것 자체가 참 의미 있는 행위이고요.

 

사람이 고민에 빠지다 보면 한없이 나의 부족한 부분만 보게 되는데요. 이런 기록이나 생각을 남기다 보면 나의 장점을 파악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나의 장점에 대해 고민해보신 적이 있나요?

일단 긍정적인 것. 그런데 마냥 밝은 긍정이 아니라 저는 현실적인 긍정주의자예요. ‘이건 무조건 될 거야’라고 생각하지는 않고요. 하고자 하는 바를 굳건하게 마음에 새기고, 제가 할 수 있는 방법을 현실에서 계속 찾으면서 갔거든요. 좀 실패하거나 넘어져도 툭툭 털면 되니까 큰 영향을 받지 않아요. 제가 중학교 때, 부모님이 서로 헤어지면서 형편이 어려워졌어요. 당시에 겪을 수 있는 가장 큰 슬픔이었지만 지금도 그때도 저는 부모님의 이별을 찬성했어요. 물론 힘든 일이지만 서로의 결정으로 행복한 삶을 다시 이어갈 수 있으니까요.

필로스토리 운영과 함께 다른 회사 일도 병행하신다고 들었어요. 두 가지 일을 하는 데 있어 어떤 어려움과 즐거움이 있을까요?

기존에 다니던 회사를 퇴사했다가 재입사를 하고 3년 동안 고민하다가 필로스토리를 만들었어요. 그때 가장 스트레스받는 부분이 일정 관리였는데요. 제게 일의 우선순위가 절실히 필요하겠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당시에 모교의 서경덕 교수님께 자문했더니 아주 의미 있는 조언을 해주셨어요. 첫 번째는 ‘나한테 의미 있는 일’, 두 번째는 ‘지금 당장뿐만 아니라 계속해서 무언가를 함께 할 수 있는 파트너’, 세 번째가 ‘돈’이었죠. 그 이야기를 듣고 나서 저 역시 기준에 맞춰 우선순위를 정하다 보니 스트레스를 별로 받지 않게 됐어요. 설사 두 가지 일이 겹쳐서 한쪽에 사과해야 할 때도 덜 스트레스 받게 됐고요.

 

스토리 개발과 더불어 단단하게 마인드 컨트롤을 잘 해내는 것 역시 필로스토리의 브랜딩이 아닐까요. 브랜딩을 고민하며 찾아오는 분들에게는 어떤 조언을 가장 먼저 해주시나요?

가짜를 만들지 말라고 말씀드려요. 결코 멋있어 보이는 게 아니라 내 안에 있는 빛나는 것을 발견해서 전하는 게 브랜딩이거든요. 간혹 포장만 잘하는 것을 브랜딩이라고 착각해서 로고를 바꾼다든지 비주얼에만 치중하는 분들도 있어요. 그런데 결국에 브랜딩은 나의 진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서 브랜드의 주체가 될 운영자들의 언어를 꾸준히 수집해요. 저희가 특정한 언어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분들이 자주 하는 언어를 수집해서 브랜딩하고 있어요. 그 과정을 담은 워크숍도 자주 열고 있고요.

그렇다면 브랜딩이 잘되었다고 생각하는 브랜드가 있을지 궁금하네요.

최근에 가장 재미있는 브랜드는 유용욱 바베큐 연구소였어요.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을 계속해서 연구해보고, 기록해보고 론칭한 진정한 덕후의 브랜드에요. 저도 한 번 방문했는데, 1922년에 만들어진 남영 아케이드 안에 있는 원테이블 다이닝이에요. 제가 3월에 갔는데 이미 올해 11월까지는 예약이 다 차 있더라고요. 자기가 좋아하는 메뉴를 정성스럽게, 스스로가 먹어도 만족할 수준으로 만들어서 서비스하니 소비자 입장에서도 굉장히 반가운 브랜드라고 생각해요.

 

브랜딩을 하는 것에 있어, 지역적 특색도 무시할 수는 없을 것 같은데요. 서울이라는 도시를 어떻게 바라보고 계신가요?

노들섬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서울에 관한 생각을 참 많이 했어요. 제가 보기에 서울은 ‘애잔한 아름다움’이 담겨 있는 것 같아요. 정말 아름답지만 그 안에 슬픔도 많은 것 같거든요. 일제 강점기도 그렇고, 6.25 전쟁도 그렇고요. 우리는 아픔이 많은 민족이라고들 말해요. 그 또한 모두 우리의 문화인데 잘 품지 못하는 분위기가 있죠. 지금도 내가 서 있는 곳에서 자신의 아름다움을 봐주지 못하고 계속해서 성장하거나 치열하게 성취하려고만 하는 현대인이 많은 것 같아요. 아름다운데, 뭔가 마음 한구석이 찡한 그런 느낌이 있어요.

서울을 많이 관찰하고 바라본 입장에서 《SEOUL MADE》는 어떤 이미지였는지도 궁금해요.

서울이 사실 너무 크잖아요. 그러다 보니 전체를 너무 크게 조망하려고 하면 지금 우리들의 이야기가 하나도 보이지 않을 수 있어요. 그런데 《SEOUL MADE》는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그대로 담는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서울은 정말 빠르게 변화하다 보니 내가 좋아하는 서비스나 공간도 금방 사라질 수 있죠. 그런 면에서 이 매거진은 소중한 자료가 될 수 있는 것 같아요. 지금 우리가 여기서 바로 향유할 수 있는 서울의 감성을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서울을 즐기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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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김지영

포토그래퍼 Hae R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