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Will Fill Us

이내 잠잠해질 거예요
제이레빗 정혜선 X 커피소년 노아람

서로의 틈을 보고 아픔을 보았다. 그 사이를 채워줄 것이 사랑이라고 믿는다. 일상에서 찾은 문장을 노래로 만들어 부르는 두 사람. 이제는 한 생명을 품어 부모가 될 그들이다. 커피소년과 제이레빗 혜선의 목소리에는 공통점이 있다. 행복과 위안, 따뜻한 온도와 시원한 바람 같은 것들. 대화를 나누는 내내 그들의 노래를 듣고 있는 것처럼 맑은 웃음만이 맴돌았다.

우리는 사랑이겠죠

무던한 성격의 아람과 감정 표현이 풍부한 혜선이 만났다. 그가 커다란 꿈을 꾸면 그녀는 작은 계획을 세운다. 서로의 다른 모습을 아끼고 그 점을 닮고 싶다고 말하는 부부다. 살아가면서 또 사랑하면서 생겨나는 그들의 감정은 노래가 되어 서로를 다독인다. 결혼해서 함께 살지만 각자의 공간과 시간을 지켜주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혜선의 고양이 ‘록시’와 아람이 키우던 강아지 ‘망고’도 함께 살을 맞대며 살아간다.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은 단단한 신뢰에서부터 시작한다고 말하는 사람들. 노랫말에 그 마음을 담아 전하는 두 사람의 집에 방문했다.

함께 맞춘 목소리

어려운 시기에 흔쾌히 댁에 초대해 주셔서 감사해요. 요즘 어떻게 지냈나요?

혜선: 안녕하세요, 제이레빗에서 노래를 하는 정혜선입니다. 요즘은 크고 작은 음악 활동을 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결혼도 했고, 임신도 하게 되어서 임신부의 특권을 누리고 있어요(웃음).

아람: 안녕하세요, 커피소년에서 중년을 맡고 있는 노아람입니다(웃음). 요즘은 임신부의 눈치를 보며 지내고 있어요. 먹고싶은 걸 사다 주면서 열심히 노력하는 일상을 보내고 있어요.

 

맞아요. 최근에 무척 축하할 일이 있었죠! 임신 소식을 알았을 때 두 분의 소감이 궁금해요.

아람: 아직 실감이 안 나고 얼떨떨해요.

혜선: 사실 올해 초부터 계획한 일이었는데요. 생각만큼 쉽게 생기지 않더라고요. 왜 안 생길까, 걱정하던 차에 알게 됐어요. 이제 막 3개월 정도 되어서 실감이 잘 안나요. 차근히 아이에 대한 정을 쌓아가는 중인 것 같아요.

 

축하드려요(웃음). 이제 결혼한 지 1년 반이 되어가네요. 신혼생활은 어때요?

아람: 짧은 시간이지만 아주 길게 느껴졌어요. 서로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자란 두 사람이 갑자기 함께 살게 됐으니, 조율하는 기간이 필요했던 거죠. 정말 많은 대화를 하면서 서로를 알아가는 경험을 했어요. 어떻게 보면 결혼 생활의 정점이기도 한 시간이었죠.

혜선: 저희 부부는 둘 다 뮤지션이고 작업도 집에서 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더 붙어 있을 시간이 많았어요. 그래서 훨씬 오래 산 것 같은 느낌이 있죠. 아직도 신혼이라면 신혼이지만 사실 지금은 조금 오래된 부부처럼 살고 있어요(웃음). 초반에 는 밥도 예쁘게 먹으려 노력했는데 요즘은 통조림을 쌓아두고, 반찬통 꺼내서 그냥 먹기도 하고요(웃음).

 

서로의 첫인상이 궁금해요. 어떻게 만나게 됐나요?

아람: 처음 만난 건 같은 공연에 올라갔던 때였어요. 제가 그때 혜선 씨에게 새로 발매한 앨범 CD를 줬거든요. 잘 들어주세요, 하면서 건넸는데 멀뚱히 쳐다보기만 하더라고요(웃음). 더 말을 이어가지 않으려는 느낌을 받았어요. 속으로 빨리 가, 하고 외치는 것 같았죠. 아주 도도했어요.

혜선: 변명을 해보자면(웃음) 저는 무대 뒤에 있을 때 긴장하는 타입이에요. 사실 기억이 하나도 안 나요. 이 얘기를 듣고 나중에 집에서 찾아보니까 CD가 있더라고요(웃음). 그때는 경직된 상태에서 오로지 무대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아마 정신이 없었을 거예요. 저에게 커피소년의 첫인상은 방송 프로그램 사전 미팅 때였는데요. 아주 편안하고 차분하고 하얗고 착한 사람이었어요. 교회 오빠 같은 이미지!

살아보니 첫인상과 다른 점도 있나요(웃음)?

혜선: 이렇게 개그 욕심이 있는 사람인 줄 몰랐어요. 평소엔 되게 차분한 사람인데 무대 올라서 마이크나 카메라 앞에 설 때는 집에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아요.

아람: 이런 부분 때문에 고민이 생기기도 해요. 평소에도 즐겁고 재미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그게 잘 안 되네요(웃음).

 

오늘 처음 뵙는데 두 분에게 상반된 분위기가 느껴져요. 서로다른 점이 있다면 어떤 걸까요?

아람: 저는 꿈을 잘 꾸고 상상을 자주 하는 사람이에요. 반대로 혜선 씨는 모든 걸 다큐멘터리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어요(웃음). 제가 가볍게 던져본 말에 혜선 씨는 늘 진지하게 답하곤 해요. 그럼 저는 “말도 못 해? 생각도 못 해? 언젠가 하자고 언젠가!” 이렇게 외치고 말아요(웃음). 저는 단순하게 맞장구를 쳐주길 바라는 건데 갑자기 심각해지는 거죠(웃음). 시장조사를 하고 검색을 하고.

혜선: 얼마 전에도 카페 같은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진짜 카페를 하고 싶으면 커피를 배우라고 얘기했어요. 쉬워 보여도 깊게 파고들면 모든 일은 다 복잡하기 마련이거든요(웃음). 하지만 이렇게 현실적인 부분을 따지게 되면 꿈에서 좀 멀어질 수도 있어요. 그런 점이 아쉽기도 해요. 요즘은 조금 둥글어도 큰 꿈을 꾸려고 하는 편이에요.

아람: 저는 현실적으로 생각하는 것을 배우고 혜선 씨는 큰꿈을 꾸는 마음을 배우려 해요.

 

두 분이 연인이 된 계기도 궁금해요.

아람: 친하게 된 건 <김제동의 톡투유>라는 프로그램에 함께 출연하면서 였는데요. 당시에 혜선 씨가 마음이 조금 불안정한 때였어요. 건강 때문에 일을 쉬다가 복귀한 시기였으니까요. 고민 상담을 하면서 가까워진 거죠. 저 역시 불안정한 면이 있어서 대화하면서 공통점을 발견했어요. 그렇게 서로 끌린 것 같아요.

혜선: 왜인지 제 고민을 잘 들어줄 것 같더라고요. 교회 오빠같은 편안한 이미지가 있잖아요(웃음). 남에게는 말 못 할 속이야기를 털어놓으면서 의지했어요. 그러다 보니 좋아하는 마음도 커지게 됐죠.  

우리가 꼭 안아도 여전히 틈이 있는데 아픈 곳을 보듬어줘도 여전히 낫질 않는데 하나이길 바래도 외롬은 사라지지 않아 완벽히 하나가 될 순 없을까 기억해요 결국엔 사랑이란 걸 사랑은 우리를 채워주겠죠

 

– 커피소년(with 제이레빗), ‘우리는 사랑이겠죠’ 중에서

둘이서 함께 부른 노래 ‘우리는 사랑이겠죠’의 첫 마디가 생각나요. 가사에 당시 상황이 담긴 것 같아요.

아람: 서로 위로하고 공감하면서 잘 만났지만 결국엔 각자 틈이 있고 차이가 있었어요. 모든 연인이 그렇잖아요. 모든 부분이 완벽히 내 맘에 들 수는 없는 거죠. 그럴 때 필요한 것이 사랑이 아닌가, 그 사랑이 틈을 채워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 마음을 가사에 담았어요.

혜선: 결국에는 스스로 치유해야 하는 지점이 분명히 있어요. 상대방이 아무리 많은 사랑을 주어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면 어려워지니까요.

결혼 전과 후, 서로 달라진 점이 있나요? 뮤지션으로서 생긴 변화도 궁금해요.

혜선: 음악적으로 큰 변화가 있지는 않아요. 그보다는 삶의 모양이 바뀐 것 같아요. 결혼 전에는 무언가를 배우고 시도하려는 마음이 컸어요. 그런 원동력은 모두 불안정함에서 왔고요. 뒤처지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자기계발에 집중했어요. 그런데 결혼하고 안정을 얻으면서 조금 편안해진 것 같아요. 저를 관대하게 놓아주기 시작한 거예요. 나태해지면 안 된다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없지만 조금 풀어놓고 바라보는 시선을 기르게 됐어요.

아람: 전 뮤지션으로서 변화가 크게 다가왔어요. 그래서 힘든 시기를 보내기도 했죠. 여태 지켜오던 음악 생활의 패턴이 있는데 많은 부분이 바뀌어야 했으니까요. 전에는 연애나 이별의 감정을 주제로 노래를 만들었다면 이제 그런 소재에 다가가는 일이 어려워졌어요. 이별 이야기를 할 수가 없으니까요(웃음). 이 고민이 결국 ‘비밀의 숲’ 프로젝트로 넓혀지게 된 것 같아요.

 

맞아요. 최근에 유튜브 채널 〈가화만사성〉을 운영하면서 ‘비밀의 숲’ 이벤트를 시작했어요. 여러 사람들의 사연을 노래로 만들어 선물하는 프로젝트죠.

혜선: 집에 있는 시간은 점점 늘어나는데 우리 둘이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고민했어요. 그렇게 〈가화만사성〉을 오픈하게 됐죠. 가정이 행복해야 모든 것이 행복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아서 이름 지었어요.

아람: ‘비밀의 숲 프로젝트’는 이제 시작하는 단계예요. 제가 겪을 수 없는 일들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고,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공감하면서 좋은 노래를 만들어 보자는 바람을 담아 계획하게 됐어요. 세상에는 많은 사람들의 고민과 비밀 이야기가 있어요. 살아가고 꿈을 꾸고 겪어내는 수많은 사연들이 있죠. 매주 한 번씩 사연 소개와 더불어 신곡을 내려고 해요.

 

매주 한 곡씩이요? 너무 힘들지 않을까요.

아람: 저 스스로 채찍질하는 것도 있어요. 월간 윤종신처럼 도전해 보는 거죠. 이제 태어날 아기를 위해서, 뮤지션으로서의 정체성을 바로잡겠다는 의지도 있고요. 그런데 막상 시작하고 보니 걱정이 되기도 해요. 사연이 도착했는데 곡이 안 나올 것 같고(웃음). 막막한 와중에 혜선 씨가 옆에서 길을 터주고 있어요. 그래서 얼마 전에 한 곡을 완성했는데 아주 마음에 들어요!

 

궁금해요. 어떤 사연이었나요?

혜선: 첫사랑에 관한 사연이에요. 유부녀의 첫사랑 이야기라 익명이고요(웃음). 남편이 알면 큰일나죠. 발라드 장르의 잔잔한 곡이에요. 다음 주에 공개 예정이에요. 보내주시는 사연이 정말 다양해요. 사랑 이야기만 있지는 않아요. 아이나 아빠에게 쓰는 편지, 키우는 거미에 관한 사연도 있고요. 본인만의 힘든 고민도 많이 털어놓으시는 것 같아 주의 깊게 살피고 있어요.

아람: ‘혜선 누나 사랑해요.’ 고백하는 사연도 있었어요(웃음). 아쉽게도 모든 이의 사연을 곡으로 만들지는 못해서 이메일로 회신을 드리고 있어요. 사실 이 프로젝트의 취지는 ‘소통’이거든요. 워낙 현재 상황이 서로 만나지 못하는 일상이 반복되고 있으니까요. 이런 식이라도 함께하면 좋잖아요.

기대 되네요(웃음). 두 프로젝트가 곧 가장이 될 두 분이 부담을 느끼면서 시작된 거라는 생각도 들어요. 태어날 아기를 위해 열심히 살겠다는 다짐 같은 걸까요?

아람: 그런 점도 있겠지만 사실 부담보다는 더 힘이 나는 것 같아요. 경험하기 전에는 무조건 무겁고 힘든 일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막상 무게를 져보니 새로운 원동력이 되더라고요. 이래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가지는 걸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결혼 생활에서 모든 것을 다 책임질 수는 없지만 막상 감당하기로 마음먹었을 때 내가 아닌 다른 모습이 나타나는 것같아요. 이전에는 느낄 수 없던 전혀 다른 에너지가 생겨요.

혜선: 저 역시 아직은 부담을 느끼고 있지는 않아요. 다만 결혼을 하고 나서 더 현실적인 사람이 되어가고 있어요. 원래도 그런 성향이 있었지만요. 상대방이 이상적인 사람이고 꿈꾸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서 더 그렇게 된 것도 있고요. 구체적이고 어른스럽게 상황을 바라보는 눈을 가지게 됐죠. 이게 좋은 건지는 모르겠지만(웃음) 그렇게 변하면서 아이를 맞이할 준비를 서서히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앞으로 함께 키우게 될 아이가 어떻게 자랐으면 하나요?

혜선: 자신감 있고 명랑한 아이로 자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막연히 하고 있어요. 사실 지금은 아이가 어떻게 자랐으면 좋겠다고 바라기보다는 우리가 어떻게 사랑을 줘야 할지 그 방식을 고민하고 있어요. 정서적으로도 건강하고 다른 사람에게 따뜻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아이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에요.

 

이제 마지막 질문이에요. 훗날 어떤 할머니, 할아버지가 될 것 같은지 서로의 모습을 상상해 볼까요?

아람: 혜선 씨는 고양이를 잔뜩 품은 할머니가 될 것 같아요. 사실 제가 바라는 모습이에요(웃음). 만약 우리에게 아이가 생기지 않았더라면 고양이를 많이 키웠을 것 같거든요. 타샤 할머니처럼 나무랑 이야기하고 정원을 가꾸는 귀여운 할머니의 모습도 상상되네요.

혜선: 그렇게 됐으면 좋겠네요(웃음). 커피소년은 할아버지가 되어도 소년의 마음을 잃지 않고 유쾌한 마음으로 음악을 사랑했으면 좋겠어요. 지금처럼 교회 오빠 같은 이미지로(웃음)남길 바라요.

고등학생 시절, 야자를 하고 깜깜한 밤에 집으로 돌아가면서 들었던 건 제이레빗과 커피소년의 음악이었다. 힘을 내라고 말하는 두 사람의 목소리는 그 시절 나만의 주제곡이었다. 실제로 만나본 두 사람은 노랫말과 같은 표정을 가지고 있었다. 보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이 힘은 무엇일까. 서로를 응원하며 눈을 보고 목소리를 맞추는 이들에게 무한한 긍정의 에너지를 받고 왔다. 그 마음이 고마워 계속 미소 짓게 되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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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김지수

포토그래퍼 이요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