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TUS ROOT 연근

재료의 산책 : 연근

재료의 산책

LOTUS ROOT

연근

연蓮의 줄기인 연근은 사랑이 많은 채소다. 얕은 연못이나 진흙 속에서 자라나는데, 특이하게도 부모, 자식, 손자 순의 삼 세대가 연결되어 자란다. 줄기에 뚫린 구멍들은 바로 이들 생육에 필요한 공기를 풀잎에서부터 수면 아래까지 보내주는 역할을 한다. 

연근을 세상에서 가장 처음 잘라본 사람은 얼마나 놀랐을까. 열 몇 개의 구멍이 숭숭 뚫려 있으니 벌레가 먹은 것은 아닌지, 썩은 것이 아닌지 의심했을 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 어렸을 적 연근 조림을 처음 접했을 때, 요상한 모양과 검은 색깔에 마음이 가지 않아 꽤 오랜 세월 동안 젓가락을 대지 않았었다.

조금 엉뚱하지만 그 마음은 연근을 그림으로 그려보면서부터 사라졌다. 동그라미를 여러 개 그리다 보면 순식간에 완성되었고, 그러는 동안 거부감도 사라져 버렸다. 

보통 채소를 파는 곳에서 껍질을 제거하고 얇게 썰어 밀봉한 연근을 발견하는 것이 보편적이지만, 연근철에는 흙이 묻은 통연근도 구입할 수 있다. 삶아도, 튀겨도, 구워도, 조려도 맛있는 이 채소는 9월에 첫 수확해 이듬해 6월까지 볼 수가 있다. 다시 말해 통 연근은, 여름에는 사고 싶어도 손에 넣을 수 없다는 얘기다.

RECIPE 01

연근을
갈아서 튀기다

연근과 함께 마, 낫토(푹 삶은 메주콩을 발효 시킨 일본 음식), 오쿠라(아욱과의 한해살이 풀) 등 점성을 가진 음식들이 몇 있다. 특히 연근이나 마는 평소에 점성이 없다가 요리하는 순간 끈적이며 작은 반전을 불러온다. 이런 특징을 이용해 더 재미있게 요리하고 싶다면, 강판에 갈아 튀겨보자.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쫀득한 튀김은 그대로 먹어도 맛있고 카레 위에 얹어서 먹거나 핫도그 빵에 얇게 썬 양배추와 함께 끼워서 먹어도 좋다.

 

재 료 연근 한 뿌리, 전분 3~4T, 소금, 후추, 식용유

 

만드는 법 연근에 묻은 흙을 잘 씻어낸다. 강판에 연근을 곱게 갈아 소금, 후추로 간을 하고 전분을 넣어 잘 반죽한다. 연근을 강판에 갈 때에는 천천히 돌리면서 내려주면 보다 곱게 갈 수 있다. 연근 자체에 물이 너무 많은 경우에는 마른 천으로 감싸 한 번 짜준다. 반죽 상태를 봐가며 전분을 추가한다. 뭉쳐질 정도로 반죽한 뒤 둥글둥글하게 굴려 경단처럼 만든다. 짤주머니에 넣고 링 모양으로 짜낸 뒤 튀기면 도넛으로 변신한다. 이때 속까지 익도록 낮은 온도에서 충분히 튀겨준다. 기호에 따라 새우나 버섯, 당근 등을 넣어도 좋다.

RECIPE 02

연근을
삶아서 칩으로 만들다

얇게 썰어 별다른 과정 없이 바로 튀겨도 좋지만, 연근을 한 번 삶은 뒤에 튀기면 탄력이 생기고 쉽게 타지 않는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 때보다 곱게 튀길 수 있다. 큰 과자회사들이 감자칩보다 연근칩을 더 활발하게 팔면 좋겠다. 연근 껍질이 불면증에 좋다고 하니, 껍질째 튀긴 후 유통하면 밤에 잠 못이루는 사람들이 조금은 줄어들지도 모른다.

 

재 료 연근 한 뿌리, 소금, 식용유

 

만드는 법 연근을 잘 씻어 통째로 냄비에 넣고 잠길 정도의 물을 붓는다. 팔팔 끓기 직전에 불을 줄여 약한 불에서 1시간 가량 삶는다. 센 불에서 삶으면 점성이 과해져 끈적인다. 꼬치 등으로 찔러보아 부드럽게 들어가면 꺼내어 잘 식힌다. 슬라이서로 얇게 썰어 160도 가량의 낮은 온도의 기름에 서로 붙지 않도록 한 장씩 넣어준다. 중간중간 들어올려 공기에 닿게한 뒤 다시 넣어주면 더 바삭하게 튀겨진다. 식으면 잘 묻지 않으니 뜨끈뜨끈할 때 소금을 적당히 뿌린다.

RECIPE 03

연근을
구워서 버섯과 밥짓다

밤, 연근, 호박, 고구마, 버섯, 우엉 등 맛있는 재료들이 땅과 나무에서 쏟아져 나오는 계절이 바로 가을이다. 이 재료들에 간장을 약간 넣어 밥을 지으면 밥솥을 열었을 때 코를 향해 돌진해 오는 고소한 냄새들과 가을빛을 띈 색이 눈과 귀를 황홀하게 한다. 여기에 된장찌개 한 그릇만 있으면 완벽한 밥상이다. 가을에는 이처럼 행복해지는 방법이 생각보다 간단한데 너무 쉬워서일까, 잊고 지낼 때도 많다. 식탁에서라면, 가을을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다.

 

재료 연근 반 뿌리, 말린 표고버섯 반 줌, 느타리버섯 한 줌, 쌀 2컵, 식용유, A (술 1T, 간장 1T, 소금 한 꼬집, 참기름 1T)

 

만드는 법 깨끗하게 씻은 쌀에 A를 붓고 평소처럼 물 양을 맞춘다. 다시마를 함께 넣고 30분간 불린다. 말린 표고버섯은 전날밤에 물에 불려 놓거나, 시간이 없다면 사용하기 전에 뜨거운 물에 불린다. 표고버섯을 불려 놓은 물로 밥을 지어도 좋다. 연근은 잘 씻어 원하는 모양으로 썬 뒤 잠시동안 물에 넣어둔다. 후라이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약불에서 표면이 노릇하게 될 정도로만 구워준다. 느타리 버섯도 겉면이 노릇할 정도로 구워준다. 구워진 연근과 느타리버섯, 불려둔 표고버섯을 함께 넣어 먹는다.

AROUND 온라인 구독

어라운드의 모든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읽어보세요.

구독 시작하기

에디터 전진우

사진 요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