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ROUND
CLUB ONLY
SERIES
MEET AROUND
SUBSCRIBE
SHOP
작가가 되어보는 곳 : 사진온실
어른과 아이, 다정한 커플, 마구 웃는 얼굴, 실수지만 사랑스러운 몸짓까지. 타인의 시선과 요구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진 모습들이 여기에 있다. 새삼 궁금해진다. 나를 보는 나는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아무도 없을 때 나는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저들처럼 편안해 보일 수 있을까. 흔히 의문을 가져왔던 ‘나다움’에 관한 답을 여기서 찾을 수 있지는 않을까.
나는 사진을 찍을 때마다(누군가 내 사진을 찍도록 놓아둘 때마다) 진짜가 아니라는 느낌, 때로는 기만의 느낌이 반드시 나를 스쳐 간다(어떤 악몽을 꿀 때처럼 말이다).
– 롤랑 바르트, 《밝은 방》 중에서
“롤랑 바르트는 사진을 정리하면서 어머니의 어린 시절의 모습이 담긴 온실 사진을 발견했어요. 사진에서 그리운 모습을 되찾고 환원 불가능성 ‘그것이-존재-했음’ 이라는 사진의 본질과 마주했죠. 그는 사진이 인간 마음의 자국이고 삶의 거울이며 적막한 순간 우리 손안에 쥘 수 있는 응고된 기억이라고 생각했어요.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준다고 믿었죠. 여기에 인물 사진의 의미와 본질이 맞닿는 지점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온실 사진’의 순서를 바꿔, 이곳을 ‘사진온실’이라고 이름 짓게 됐죠.”
사진온실에서 사진을 찍는 방법은 간단하다. 좋아하는 음악을 틀고 직접 선택한 향기 속에서 마음을 편히 가다듬은 후, 거울로 나와 눈을 맞추고 무선 릴리즈(리모컨) 버튼을 누르면 내 모습을 그대로 담을 수 있다. 하프 미러(1)로 만들어진 촬영 장치 덕에 카메라가 보이지 않아 부담이 덜어진다. 마구 뛰거나 웃고 울면서 화를 내어도, 저질스러운 포즈를 취해도 눈치 볼 사람은 없다. 사진가의 요구로 자세를 교정하거나 어색한 미소를 짓지 않아도 된다. 이렇게 탄생한 사진엔 자신의 고유한 분위기가 녹아 들어 선물처럼 다가온다. 그것이 원래 알고 있던 것이든 모르던 것이든 말이다.
사진온실의 이상재 정원사는 개인작업을 통해 본다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과 인물이 담긴 사진을 연구해온 사진가다. 사람과 삶, 사진 그 자체의 본질에 관한 고민을 이어왔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의 본질이 무엇인지 알고 있고, 한편으로 잘 모르기도 한다’는 그는 인물 사진에 대한 고민을 사진온실 안에 고스란히 옮겨 담았다.
“어떤 사람의 이상적인 이미지를 담아내기 위해서는 제가 주체가 되어야 했어요. 정작 그 사람이 가진 고유한 분위기나 가능성을 이끌어 내는 것에 어려움을 느꼈죠. 이런 한계를 딛고자 방법을 찾은 것이 사진온실이에요. 화가들이 자화상을 그리기 위해 거울을 이용했던 것처럼, 사진온실에서는 거울을 통해 자화상을 촬영할 수 있어요. 어느새 흔치 않은 경험을 사람들에게 제공하면서 저 또한 답을 찾아가는 공간이 되었죠.”
(1 ) 빛의 일부는 반사하고, 일부는 투과하도록 만들어진 거울.
이곳에서 얻을 수 있는 건 사진만은 아니다. 온실 안에 식물을 가꾸기 위해 필요한 온도와 습도, 특유의 향기가 배어 있는 것처럼 사진관이라는 틀 안에 우리 주변의 소중한 가치를 포함하고 있다. 작품을 둘러볼 수 있는 전시, 작가와 대화를 나누며 숨겼던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는 ‘사진온도’ 프로그램까지, 새로운 만남을 통해 자신의 감정과 상태를 살필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얼마 전에 이눅희 작가의 사진전을 마치고 예술심리상담 전문가 한경은 작가와 함께 북 콘서트도 진행했어요. 각자의 생각을 나누고 공유하는, ‘마음챙김’이라는 주제 아래 만든 자리였죠.”
우리 모두 행복한 외면 뒤에 슬픈 이면이, 웃는 얼굴 뒤에 무표정한 모습이 있다. 이건 너무도 당연한 일이라 평소엔 인지하기 어렵지만 문득 깨닫는 순간 깊이 우울해지곤 한다.
“사진온실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작은 힘으로도 큰 무게를 견딜 수 있는 아치형 모양을 하고 있어요. 저는 이곳에서 탄생한 사진들이 익숙하지만 낯선 자신과의 만남으로 생겨난 소중한 삶의 조각들이라고 생각해요. 이 작은 조각들이 모여 아치 형태를 이루는 모습을 상상했죠.”
‘사진온도 : 마음챙김’ 프로젝트는 건축 구조의 아치 모양과 같은 역할을 한다. 작은 것들이 모여 커다란 무게를 견딜 수 있는 형태를 갖춰 가는 것. 갑자기, 또는 늘 우울했던 마음을 함께 달랠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 잡아간다.
사진온실에서는 미술품 보존에 사용하는 중성 아트지(한지)에 사진을 프린트하고, 미술관 보존용으로 사용하는 보드 용지로 감싼다. 고서적 수선에 사용하는 테이프로 액자 속 사진 틀을 고정한다. 정성스럽게 화초를 가꾸듯 오랜 시간이 지나도 경험의 시간을 간직할 수 있도록, 사진을 둘러싼 모든 재료에는 사려 깊은 정원사의 마음이 담겨 있다.
“거울을 통한 셀프 촬영 과정으로 본인들에게 더 의미 있고 자연스러운 결과를 만들 수 있어요. 그 속엔 동시대 우리의 모습과 삶이 있다고 생각해요. 각각의 진실된 작품으로 여기고 있어요. 그래서 더욱 사진을 둘러싼 모든 재료들을 오래 보존될 수 있도록 고려해서 선택했어요. 화초를 매일 바라보며 정성으로 키우듯이 액자 속에 담긴 사진을 오랜 시간 지긋이 지켜보시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요. 롤랑 바르트의 온실 사진 이야기처럼 이곳에서 가져간 사진이 누군가에게 기억의 온기를 품고 있는, 사진 이상의 ‘무엇’으로 남길 바라요.”
‘개인경관個人鏡觀’은 거울 ‘경’, 볼 ‘관’ 거울을 통해 개인을 경험하는 순간을 뜻한다. 자신을 새로이 마주하는, 이토록 값진 과정을 거친 이들은 촬영한 경험과 의미를 담아 ‘MEETMYSELF’라는 주제로 단어 또는 문장, 혹은 인터뷰 요청을 받는다. 이 또한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문구가 아닌 스스로에게 묻고 답하는 과정의 일부다. 대답으로 돌아온 언어들 속엔 이곳을 방문한 나름의 이유들이 있다. 그게 어떤 이유든 가장 솔직했던 자신과 마주한 순간은 강렬히 남아 있을 것이다. 아주아주 오래도록.
“‘오늘 밤은 꿈에서 어머니를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영화제에서 어떤 감독이 수상 소감으로 한 말이었어요. 그 말을 듣고 언젠가 내가 누군가에게 ‘오늘은 엄마를 꿈에서 보고 싶다.’고 말하는 날이 올까 싶으면서도, 언젠가 다가올 미래의 현실이라 마음이 먹먹해지더라고요. 하지만 흐르는 시간 속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건 엄마와 더 많이 얘기를 나누고, 더 많은 걸 함께하는 게 최선이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오늘 우리는 ‘사진온실’을 찾았습니다. 거울로 서로의 눈을 맞추며 사진 찍던 순간이 꽤나 선명하게 남을 것 같아요. ‘우리 먕이랑 있으니까 이런 것도 해본다.’며 좋아하시던 정숙 씨의 모습도요.”
“다양한 감정으로 인생이 괴로울 때, 우연히 발레를 만났어요. 잔잔한 음악에 맞춰 나 자신에만 집중하는 시간들이 제 상실감, 좌절감, 슬픔을 위로해주더라고요. 게다가 몸은 정직해서 제가 노력하면 천천히 시간이 들더라도 변하는 것이 좋았어요. 저에게 발레를 배운다는 건 나와 조건이 다른 사람들과 나를 비교하지 않고,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를 비교하는 일이었죠. 한 달 전의 나, 작년의 나와 오늘의 나를 보며 앞으로 나가고 있는 것을 확인하는 시간. 그 시간이 용기와 자신감을 주더라고요. 벌써 4년이 넘는 시간을 발레와 함께했네요. 이제는 발레와 헤어질 수 없어요. 발레는 저에게 인생의 즐거운 비밀을 알려주었고, 지금 제 장래희망은 발레 하는 귀엽고 다정한 할머니가 되는 거예요.”
A. 서울 마포구 성미산로29안길 18 201호
H. sazinonsil.com
O. 매일 10:00-20:00 (예약제)
에디터 김지수
포토그래퍼 이요셉 자료 제공 사진온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