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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모자에서 시작된 작고 창의적인 공장
LITTLE CREATIVE FACTORY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Cristina Fernandez
리틀 크리에이티브 팩토리 디자이너
스페인 지역에서 생산하는, 새로운 천연 소재를 통해 사람들이 창의적인 경험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아주 명확한 콘셉트를 가지고 시작한 셈이죠. 그게 우리의 시작이에요.
하나의 모자에서 시작된 작고 창의적인 공장.
매장이 참 예뻐요.
사실 저는 네덜란드에서 건축을 전공했어요. 고향인 바르셀로나로 돌아와 독일인 파트너와 건축 사업을 시작했는데, 한 5년 정도는 꽤 운영이 잘되었어요. 그런데 알다시피 2009년에 스페인 경제 위기가 시작되었죠. 그때부터 사업 기회가 거의 사라져버렸어요. 그러면서 건축 일을 정리하게 되었죠. 사실 건축과 패션은 유사한 부분이 매우 많아요. 둘 다 삼차원이고, 형태를 다룬다는 점, 그리고 창의력이 필요하다는 것, 사물과 사물 사이의 균형이 중요하다는 점 등이 비슷하죠. 이 공간은 많은 사람의 도움을 받아 제가 직접 구성한 곳이에요. (크리스티나는 그 이야기를 하며 발을 바닥에 구르며 쿵쿵 소리를 냈다.) 구두와 나무 바닥이 부딪치면 도시에서는 좀처럼 듣기 힘든 소리가 나요. 벽에는 일부러 석회를 발랐고요.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면 조그마한 다락도 있는데 작은 아틀리에 같은 분위기를 만들고 싶었어요. 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 누군가의 작업실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을 받는 거죠.
매장 문을 연 지 얼마 되지 않았죠?
네, 이 주 정도 되었어요. 물리적으로는 첫 번째 가게예요. 그동안은 세계 30개국 이상의 아동복 편집숍이나 온라인을 통해 판매해왔어요.
아, 편집숍! ‘,248’에서 ‘리틀 크리에이티브 팩토리’ 옷을 본 적 있어요.
오, 그곳은 나를 바꾼 곳이에요! ‘,248’의 글로리아는 제가 이 사업을 시작하게 해준 사람이에요. 그는 처음부터 저를 믿어주었죠. 사업 초반, 직접 찾아가 납품을 하던 시절에도 우리 물건을 늘 좋은 위치에 진열해주곤 했어요. 사실 다른 질문이 없다면, 저는 여기에 대해서만 네 시간쯤 얘기할 수 있어요. 알죠? 저 열정적인 스페인 사람이에요.
좀 더 자세히 얘기해주세요.
건축 일을 접고 한 달 후에 딸 오나가 태어났어요. 그리고 일년 반 동안 저는 모든 시간을 오나와 함께했어요. 처음에는 건축 일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 낯설고 슬프기도 했지만, 젖을 먹이고, 요가를 하면서 전과 완전히 다른 삶을 살게 되었죠. 그러다가 어느 날 우연히 오나의 모자를 하나스케치했어요. (이 이야기를 하며 크리스티나는 빈 종이에 모자 그림을그리기 시작했다.) 아이들 옷에 늘 관심이 많았거든요. 귀를 덮고 얼굴을 감싸는 동그란 모자였어요. 일본 원단을 구해서, 제 바짓단을 줄일 때마다 찾아가던 단골 수선집 아주머니에게 가져가 이 그림 속 모자를 만들 수 있겠냐고 물었죠. 그렇게 오나를 위한 모자 하나를 만들었어요. 그걸 쓰고 오나와 바르셀로나 여기저기를 참 많이 돌아다녔어요.그러다가 아동복 편집숍 ‘,248’의 글로리아를 알게 된 거예요. 오나의 모자에 반한 그는, 좀 더 만들어줄 수 있겠냐고 했죠. 그렇게 같은 모자 400개를 만들었어요. 그리고 ‘,248’ ‘Suitbeibe’ 등 바르셀로나 최고의 편집숍들에 납품을 했어요. 나중엔 아예 오나와 기차를 타고 스페인 전역을 돌아다니며 거래처를 찾는 여행을 시작했어요. 모든 가게가 우리 모자를 구매했어요. 그러면서 ‘아 이런 사업도 가능하겠구나’ 느끼게 되었죠.
‘리틀 크리에이티브 팩토리’라는 이름이 재미있어요. 어떻게 짓게 되었어요?
결혼 후 콘셉트를 만드는 데 큰 재미를 느끼고 있었어요. 그때 이미 리틀 크리에이티브 팩토리라는 이름이 정해진 거죠. 감정을 전달하는 일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이 이름을 달고 웨딩플래너를 해볼까 생각하던 참이었죠. 그러다 ‘모자 사건’이 일어난 거예요. 스페인 지역에서 생산하는, 새로운 천연 소재를 통해 사람들이 창의적인 경험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아주 명확한 콘셉트를 가지고 시작한 셈이죠. 그게 우리의 시작이에요. 하나의 모자에서 시작된 작고 창의적인 공장.
그렇게 시작해서 지금까지 온 거네요.
처음에 바르셀로나의 아동복 컬렉션인 ‘리틀 바르셀로나’에 참여했어요. 곧 파리 컬렉션에 진출하게 되고, 그다음에 뉴욕까지 뻗어 나갔어요. 올여름에는 도쿄에 갈 예정이에요. 해외 컬렉션에 많이 나가다 보니 우리는 스페인보다도 다른 나라에 더 많이 알려져 있어요. 실은 미셸 오바마의 사진가로 알려진 리 클로버Lee Clower 덕분에 뉴욕에서 처음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어요. 뉴욕의 패션쇼에서 처음 만난 그는 우리에게 완전히 빠져들었어요. 그는 “내가 널 도와주고 싶어”라고 말했어요. 우리는 아이디어는 많았지만 자본은 별로 없는 상황이었거든요. 이 사업을 어떻게 발전시킬까 고민이 많던 차에 그가 손을 내밀어준 거예요. 삼 주 후에 다른 패션쇼가 있다며 참여해보겠느냐고요. 우리는 경험도 없고 준비할 시간도 없었지만, 일단 해보자고 했어요. 정말 큰 기회였으니까요. 가끔은 기차가 오지만 못 잡고 지나쳐버릴 때가 있잖아요. 저는 그때 그 기차를 향해 달려가 점프해서 잡았다고 생각해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래요.
갑자기 생긴 중요한 기회였네요. 어떤 주제로 옷을 선보였나요?
그 시즌 우리의 콘셉트는 ‘노스탤지어Nostalgia’였어요. 타르코프스키의 영화 <노스탤지아>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어요. 그 영화를 처음 봤을 때 저는 거의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감동을 받았거든요. 그 시대에 대한 향수를 담았죠. 영화 <올리버 트위스트>에서도 영감을 얻었고요. 18세기 말, 19세기 초 많은 소년·소녀들에게 어둠과 침묵, 추위가 끝없이 반복되던 시기. 아이들의 놀이와 노래와 꿈이 산업 혁명에 의해 빼앗긴 시대. 우리의 컬렉션은 그 시대의 아이들에 대한 경의를 표현하고자 하는 명확한 콘셉트를 가지고 있었어요. 우리는 뉴욕에서 지금까지 고민하던 생각을 그대로 펼쳤어요. 보통 아동복 패션쇼에서 모델들은 발랄하죠. 하지만 우리는 완전히 달랐어요. 굉장히 몽환적인 의상을 입은 아이들은 런웨이 위에서 시종일관 진지했어요. 과거의 아이들에게 경의를 표해야 했기 때문이죠. 그들은 완벽하게 우리의 콘셉트를 이해하고 표현해주었고, 사람들은 감동했어요, 어떤 사람들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고요. 그러니까 우리는 어떤 감정을 그들에게 전달한 거예요. 그렇게 우리 브랜드는 한발 전진했어요. 저는 옷만 파는 것이 아니라 철학을 함께 이야기하고 싶어요.
이번 컬렉션 주제는 ‘노마드Nomads’죠?
네. 이 콘셉트를 위해 우리는 나흘 동안 모델이 된 아이들과 스태프들이랑 실제로 모로코 사막에서 지냈어요. (크리스티나가 룩북을 펼치고 사진 한 장 한 장을 설명한다.) 이건 아침 빛으로 찍은 사진이에요. 이렇게 사막 위에서 누워 자기도 하고요. 여기 이 사진을 보면 길이 나 있는 방향과 반대로 소녀는 걷고 있죠. 길은 자신이 만드는 것이라고 얘기하고 싶었어요. 리넨과 코튼 등 100% 천연 소재로 만들어진 옷은 사막의 뜨거운 태양과 강한 바람을 가려줄 수 있는 느낌으로 디자인했는데요, 어디서나 움직이기 편하도록 품이 넓어요.
(크리스티나의 딸 오나가 가게로 들어왔다.) 카탈루냐어로 ‘오나’는 파도라고 알고 있어요.
네, 맞아요. 오나는 파도를 의미해요. 제 인생의 콘셉트죠. 리듬, 뮤직, 바다. 둘째 아들 이름은 ‘록’이에요. 산에 있는 암석 같은 걸 뜻해요. 오나는 뉴욕도 도쿄도 저와 함께 갔어요. 지난 일 년간 가장 바쁜 시기를 함께한 거죠. 그 당시 오나가 일기에 이런 이야기를 썼어요. “리틀 크리에이티브 팩토리는 나의 꿈이다.” 그걸 보고 저는 그만 울어버렸어요.
글 정다운
사진 박두산 자료 제공 LITTLE CREATIVE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