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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일기를 써 내려가듯이
올라이트 이효은
“집에서 쉴 때 뭐 해요?”라는 질문에 누군가는 “밀린 집안일을 하고, 영화보거나 책 읽어요. 아니면 취미 활동을 하거나….” 하는가 하면 또 다른 누군가는 “글쎄요…?” 하고 얼버무리고 만다. 하고 싶었던 일을 몰아서 하면서 에너지를 채우는 사람과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몸과 마음을 비우는 사람 모두 나름의 이유가 있기 때문에 쉼의 정의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기록광을 위한 문구점 ‘올라이트’의 이효은 대표는 건강하고 섬세한 순간을 만들어내며 집에서의 시간을 보낸다. 매일 일기를 쓰듯이 작정하고 자신을 들여다보다가 도저히 외면할 수 없는 몸과 마음의 맨 얼굴과 마주했기 때문이다.
사진으로만 보던 집에 드디어 와보네요. 직접 소개해 줄래요?
저와 고양이 호우, 보우, 아우, 그리고 식물들이 사는 집이에요. 독립한 지 8년 정도 됐는데 처음에는 집에서 일하는 시간이 많아서 ‘집’과 ‘작업실’을 합쳐 ‘집업실’이라고 불렀어요. 그때그때 원하는 것들이 뚜렷해서 지금껏 살아온 집의 콘셉트가 다 달랐는데, 요즘엔 쉼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반려묘가 세 마리나 되네요.
호우는 2019년 충무로 펫숍에서 데려왔어요. 반려묘에 대한 마음만 가지고 있다가 호우를 보고 한눈에 반해버렸죠. 이미 허피스에 걸린 상태였는데 저도 고양이를 잘 모르던 때라 여기 저기 병원을 전전하면서 치료해 줬어요. 병원비만 600만 원이 들어서 호우를 명품묘라고 불러요(웃음). 펫숍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알게 된 이후로 죄책감이 컸어요. 제 외로움 채우려고 데려온 친구라 많이 미안하기도 하고요. 건강하게 잘 커줘서 고마울 뿐이에요. 호우를 데려오고 3-4개월 뒤에 가족을 만들어주고 싶어서 동물 보호 단체에서 보우를 입양해 왔고, 아우는 작년에 따릉이를 타고 가다가 창경궁 앞에서 구조한 친구예요. 셋이서 매일 사이가 좋았다가 나빴다가 해요. 막 싸우다가도 잘 때는 또 같이 자는 거 보면 사람 가족이랑 비슷한 것 같아요.
시선이 닿는 거의 모든 곳에 식물이 있어요. 식물 좋아해요?
좋아해요. 식물은 저번 집에서부터 많이 키우기 시작했어요. 그때는 식물을 인테리어의 한 부분이라고만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고양이랑 같이 살면서부터 식물도 분명한 생명이라는 게 느껴져서 죽으면 마음이 너무 아프더라고요. 자주 들여다보고 신경 쓰다 보니 이제는 딱 보기만 해도 이 친구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 뭐가 필요한지 알 수 있어요. 지금은 고양이들이 떨어트리거나 잎을 씹어 먹지 않는 이상 죽지 않고 잘자라주고 있어요.
2019년 여름에 이사한 걸로 아는데 최근까지 가구 배치를 바꾸고 있는 것 같아요.
혼자 이것저것 바꾸는 게 재미있더라고요. 여러 번 바꾸어 보았지만 지금 이 구조가 가장 마음에 들어요. 바로 전에는 이 방에 의자랑 거울만 두고 테이블은 거실에 뒀는데 좀 좁은 느낌이 들었거든요. 혼자 사는 집치고는 넓지만, 고양이들도 있고 가끔 친구들도 놀러 오니까 집을 넓게 쓰고 싶어서 다시 구조를 바꾸었어요. 안방은 침대 때문에 건드릴 수가 없으니 거실에 있던 테이블을 방으로 들였죠. 지금은 이 방을 작업방으로 쓰고, 거실에서는 요가도 하고 스트레칭도 해요. 최근에 새집을 알아보는 데 집중하는 중이라서 더 신경쓸 겨를이 없는데 마음에 드는 상태에서 멈춰서 다행이에요.
인스타그램 피드를 쭉 내려보는데 최근에 집 사진이 눈에 띄게 많아졌더라고요. 집을 대하는 마음에 변화가 생긴 건지 궁금해요.
아까 예전 집들을 ‘집업실’이라고 부른다고 했잖아요. 일과 생활을 분리하지 못하던 시절이었어요. 올라이트는 맨땅에 헤딩하듯이 시작한 일이어서 해야 할 것과 생각할 것이 너무 많았거든요. 대학 때 레크레이션을 전공해서 디자인 관련 지식이라곤 하나도 없었고, 안 배운 자의 자격지심 때문에 많이 움츠러들어 있었어요. ‘내가 한 디자인이 다른 사람 눈엔 어떨까, 난 전공자가 아닌데 괜찮은 걸까, 올라이트가 잘될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파고들다 보니까 집에 와서 자기 전까지 계속 일에 매여 있었어요. 원래 되게 건강했는데 체력도 많이 떨어지고 장염, 위염처럼 스트레스로 오는 병이 생기더라고요. 결정적으로 제가 몇 년 전에 맹장 수술을 했는데, 전신마취하고나서 근손실이 어마어마하게 왔어요. 활동적인 편이었는데 뭘 할 수 있는 힘이 없으니 우울해졌어요. 자괴감도 들고요. 그때부터 건강에 관한 정보를 많이 찾아보고, 집에 있는 시간에는 쉬려고 노력해 왔어요.
집에서도 마음이 조급했나 봐요. 그 조급함이 몸의 이상으로 나타난 게 아닐까요?
그런 것 같아요. 옛날에는 쉬면 안 된다고 절 막 괴롭혔거든요. “게을러지면 안 돼. 어떻게 만든 균형이고 습관인데!” 하면서요. 올해 제가 서른셋인데요. 딱 서른이 된 다음부터 있는 그대로의 내가 누군지 깨닫게 됐어요. 전에는 나는 왜 이렇게 체력이 바닥이냐며 짜증만 냈다면 이제는 스스로 약하다는 걸 인정하고 꾸준히 할 수 있는 운동을 해요. 짧고 굵게 하고 말게 아니라 매일 조금씩 몸을 단련하는 습관이 필요하다는 걸 받아들인 거죠. 건강뿐만 아니라 일, 생활, 인간관계까지 전반적으로 이런 태도를 유지하려고 노력했어요. 덕분에 무리하게 욕심부리는 일도 자연스럽게 줄어들었어요.
스스로 인정하고 받아들이기란 말처럼 쉽지 않은데, 해내고있네요. 체력과 건강을 위해 뭘 하나요?
아주 추운 날엔 아침에 족욕을 해서 발에 열을 품고 나가요. 요가원이나 집에서 요가도 하고요. 매일 시간을 들이는 건 스트레칭이에요. 마음에 여유가 있을 때는 동영상을 틀어놓고 선생님이 알려주는 대로 하고, 여유가 없을 때는 아무리 화면 속이라도 누가 나한테 뭐 시키는 게 싫으니까(웃음) 그냥 몸에 익은 동작을 자유롭게 하는 편이에요. 몸에 노폐물이 잘 쌓이는 체질이라서 림프샘 순환을 잘 해줘야 하거든요. 림프샘은 겨드랑이, 무릎 뒤, 그리고 또 어디더라… 아무튼 림프샘을 중심으로 폼롤러 스트레칭을 하고, 요가에서 배운 호흡도 같이 해요.
그럼 좀더 1차원적으로 물을게요. 집에서 쉬는 일을 먹기, 자기, 씻기 세 가지로 나누어 본다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뭐예요?
아무래도 잠자는 시간이 가장 중요하죠. 잠의 질과 시간이요. 할 일이 많고 신경이 곤두서 있을 때는 다섯 시간 정도밖에 못자는데, 그만큼 많은 일을 처리할 수는 있지만 몸이 정말 안 좋아지더라고요. 언제 어디서든 깊이 자고 나면 충전이 되는 것 같아요. 저는 자는 시간이 계절마다 다른데, 그게 식물과 닮았다는 생각을 해요. 여름, 가을엔 새벽 6시에 일어나지만 겨울에는 다른 계절보다 더 오래, 8-9시까지 푹 자는 편이에요. 이제 일찍 일어나라고 스스로 다그치지 않아요. 오래 자고 싶을 땐 출근 좀 늦게 하고 일을 늦게까지 하면 되니까요.
자는 시간의 질을 더 높이기 위해 투자한 부분도 있어요?
딱딱한 베개가 좋다고 해서 이것저것 많이 써보고 잘 맞는 걸 찾아냈고, 매트리스도 가격 거품 심한 상품들은 피해서 직접 누워보고 고심해 골랐어요. 제일 중요한 투자는 원적외선 치료기예요. 맹장 수술 받고 나서 상처 난 부위의 살이 딱딱해졌거든요. 원래는 따뜻한 물 받아서 하는 핫팩을 사용했는데, 핫팩의 열은 피부 표면만 데우고 몸 안으로 못 들어간다고 하더라고요. 원적외선 열이 몸 안에 제일 오래 남아 있는다고 해서 자기 전에 배에 한 시간 정도 쬐는데, 정말 배가 뜨끈해져요. 이러니까 꼭 치료기 홍보하는 사람 같지만(웃음), 꾸준히 사용했더니 배도 그렇고 발도 얼음장이었는데 많이 따뜻해졌어요.
이야기를 나눌수록 이 기사의 제목을 ‘건강의 집’으로 잡아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웃음). 침대에서는 잠만 자나요? 공간 구분 없이 생활하는 사람들도 있잖아요.
가끔 앉아서 일하는 게 힘들 때는 욕심내서 노트북이랑 일거리를 다 챙겨서 침대로 가는데, 그대로 두고 잠들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침실은 그냥 ‘자는 방’ 같아요. 가끔 마음이 답답할 때는 엎드려서 일기 정도는 써요. 작업은 주로 책상에서 하고, 스트레칭은 거실에서 하고요. 억지로 구분 지으려는 건 아니지만 생활 패턴에 맞춰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매일 아침 루틴도 있다고요.
아침에 일어나면 호우, 보우, 아우랑 인사 먼저 하고 화장실이랑 물그릇을 갈아줘요. 아이들을 위한 일 몇 가지를 한 뒤 거실에 누워서 척추 스트레칭을 하죠. 따뜻한 물 두 잔 마시고, 남은 물로 커피를 내려요. 건강에 좋은 습관 중에 가장 쉬운게 과일 먹는 거니까 아침 사과는 꼭 하나씩 챙겨 먹고요. 올라이트 사이트 게시판을 확인하고 문의 글과 배송량을 체크하면서 견과류랑 요거트를 먹어요. 가끔 무기력하고 우울해지면 다른 영상을 틀어놓고 먹기도 해요. 그러고 나서 상품 배송하러 매장으로 가죠.
참, 작년에 올라이트 매장을 경복궁역 근처로 이전했죠?
맞아요. 원래 8월에 오픈하려고 했는데, 이상하게 그 시기에 사람들 만나는 게 두렵기도 했고 코로나19 때문에 일정이 계속 밀려 11월에 문을 열었어요. 매장은 일주일에 서너 번 요일을 정해서 열고, 조금씩 바뀌는 오픈 일정은 매주 인스타그램에 공지하고 있어요. 사실 사업적으로 좋은 일은 아니죠. 돈 벌려고 이 일을 하는 거라면 모든 세팅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는 생각도 들어요. 제가 가게에 못 나가는 상황이면 직원을 두고, 상품 단가를 낮춰 대량 생산을 하고, 그렇게 번 돈으로 또 다른 일을 벌이는 게 사업이잖아요. 그런데 저는 올라이트의 물건이 눈에 보이는 곳에서 팔려야 마음이 편해요. 차라리 제 가게에서 제가 서비스를 해드릴 수 있는 분들에게만 판매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해서 CS나 배송을 포함한 웬만한 업무는 직접 하려고 해요.
운영일을 조정하는 것도 건강을 위해서인가요?
음… 100퍼센트 건강만을 위한 건 아니에요. 제가 하고 싶은 걸 하고 쓰고 싶은 걸 만드는 마음으로 올라이트를 운영하기 때문에 쉬는 시간에 느낀 걸 토대로 제품이 나오기도 하거든요. 집에서 쉬는 시간이 곧 올라이트를 위한 시간이 되는 거죠. 꽃도 활짝 피는 시기가 있듯이 저한테 어떤 것들이 들어와서 깨달음이 되고, 필요성이 느껴져야 좋은 제품이 나오는 것 같아요
말 그대로 쉼이 곧 충전인 거네요. 다이어리는 해마다 새롭게 작업하나요?
네. 연말에 새로운 것들이 나오니까 여름 끝자락이나 가을부터 준비를 시작해요. 집에 프린터가 있어서 다이어리 만들 때가 되면 눈에 보이는 데다가 시안을 다 뽑아서 붙여놓고 내내 고민해요. 올해 다이어리는 디자인을 간소화하고 색상에 중점을 뒀어요.
만드는 시기의 감정과 상태가 제품에 투영되기도 하나요?
그렇죠. 어떤 해의 내가 맑아지고 싶다는 욕구가 강하다면 맑은 색의 다이어리가 나오고, 또 다른 해의 내가 자주 입는 옷색깔도 반영이 돼요. 저 말고 다른 사람의 컨펌을 거치지 않다보니 내면의 감정이 그대로 드러나죠. 출시된 지 좀 지난 제품이 가게 한쪽에 놓인 걸 보면 ‘아, 내가 또 이렇게 변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하나하나 제 조각들 같기도 해요. 생각해 보면 저는 남들이 해놓은 결과물을 잘 참고하지 않는 것 같아요. 오로지 저 자신한테만 집중해요. 대중적인 브랜드나 아이디어가 정말 좋은 사람들을 보면 순간적으로 감탄하더라도 그 장점을 내 것으로 만들어 응용하겠다는 생각은 잘 들지 않더라고요. 자존심이 상하는 건지 자기애가 너무 넘치는 건지 모르겠지만, 일단 기본적으로 내가 쓰고 싶은 제품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깔려 있으니까 초점을 자꾸만 저한테 맞추게 돼요. 책이나 티브이를 잘 보지 않는 이유도 미디어에서 새로운 정보들이 들어오면 혼자 생각하는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인 것 같아요. 식당에서 우연히 뉴스를 보거나 친구들이 알려주는 정보를 듣는 정도로, 도심 속 원시인 같은 느낌으로 살아요.
혼자 있는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하나 봐요.
정말 중요하고 소중해요. 20대 중반에 올라이트 운영과 카페 매니저로 투잡을 했었는데, 너무 바빠서 저에게 쓸 시간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새벽에 일어나 제일 빨리 여는 스타벅스로 갔어요. 작업 시작하기 전에 커피 마시면서 일기 쓰는 게 그때의 루틴이었는데, 혼자 생각을 정리하는 그 한두 시간이 너무 행복하더라고요. 전에는 남들이 보는 나에 대해, 관계에 대해 많이 생각했어요. 멀어진 친구가 있으면 그 친구가 왜 그랬는지, 나는 왜 이렇게 상처받았는지를 몇 년 동안 고민하기도 했죠. 지금은 타인이나 관계보다는 내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생각하고, 그 일들이 일어나는 원인을 찾아봐요. 옛날부터 의심하고 있던 증상들의 원인을 알고 인정하는 과정이 즐거워요.
집에서 흔히 ‘힐링’이라고 할 만한 일이 있나요?
아침에 일기 쓰기? 보통은 밤에 일기를 쓰잖아요. 저는 밤보다 아침이 더 좋아요. 밤에는 생각도 감정도 격해지는데, 자고 일어나면 그런 감정들의 잔재만 남아서 어제의 나와 거리를 두고 바라볼 수 있고, 어제 했던 생각들을 곱씹을 수 있어요. 일어나서 바로 일해야 하는 바쁜 시기가 아니면 아침에 생각을 정리하고 계획을 세우고 일기 쓰는 일을 참 좋아해요.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일상생활에도 영향을 미치는지 궁금해요.
집에서 충전을 잘하고 나가면 확실히 밖에서 에너지를 덜 소모하게 돼요. 저는 외출하기 전에 그날 밖에서 몇 시간 돌아다닐지, 얼마나 걷고 앉게 될지 예상해 보고 거기에 맞춰 옷차림을 정해요. 활동이 많을수록 최대한 편한 바지나 무겁지 않은 코트, 가벼운 패딩에 손이 가요. 이런 물리적인 요소도 집에서 채워 나갈 수 있는 것들 중 하나인 것 같아요. 안에서 나에 대해 생각하고 그만큼 나를 더 알아가면서 몸과 마음이 편해지는 요령을 터득하다 보니 밖에서도 점점 더 섬세해져요. 이러다가 할머니 됐을 때 너무 고약해질까 봐 걱정이긴 해요(웃음). 나한테 너무 편한 것들만 고집하고 살다 보면 그 성에 갇힐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가끔은 그런 균형을 깨보려고도 해요.
마지막 질문이에요. 지금까지 혼자 살아온 집을 돌아보면 어떤 감정이 드나요?
음… 감격스러움. 제 손으로 이룬 공간이니까요. 처음 독립한 집은 월셋집이었는데, 엄마가 보증금 천만 원을 해주시고 제가 다달이 월세를 냈어요. 올라이트는 생각보다 잘 안되고 투잡하던 카페에서는 매출을 올리라고 하고, 몸과 마음은 지쳐갔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월세는 꼬박꼬박 내야 했어요. 새벽에 일어나서 배송할 것들 쌓아두고 다시 카페에 출근하기를 반복했더니 앞머리에 원형 탈모가 오더라고요. 저를 막 혹사한 거예요. 그때의 제 마음과 상태를 기억하니까, 그 월셋집에서 집을 옮기고 지금 또 이렇게 좋은 동네에서 산다는 게 피와 땀으로 맺은 결실이라는 감격이 있어요. 그렇게 폭풍이 몰아치던 시기에 다 포기하고 빠져나왔다면 지금 이 보금자리를 일구지 못했을 텐데, 폭풍 속에서 무언가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데도 마음으로 믿으면서 여기까지 온 거니까요.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다 아니까 그런 뭉클한 마음이 집에 다 묻어있는 것 같아요. 이사할 때마다 나의 수고를 칭찬해 주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무엇 하나 그냥 이룬 게 없어서 그런가 봐요.
에디터 이다은
포토그래퍼 장수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