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Is A Matter Of Balance

이수연 가족

LIFE IS A MATTER OF BALANCE
이수연 가족

열정적이고 자유분방한 가족일 거라 생각했다. 프랑스인 아빠를 따라 싱가포르에 머무르다 한국을 거쳐 홍콩에 사는 가족의 삶이란. 하지만 그것만으로 이 가족을 설명하기엔 충분하지 않다. 열린 마음을 가지고 경계를 넘나들지만 이들에게는 알맞은 ‘균형’이 있다. 평균대 위에서 중심을 잡으려면 팔을 벌리고 몸을 흔들어봐야 한다. 굽어보고 비틀어 보며 자리 잡힌 ‘책임감과 사랑’, ‘부모와 자식’, ‘몸과 마음’의 무게 중심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가족과 사는 곳을 소개해주세요.

줄리안, 이수연, 테오, 주노 그리고 새 식구가 된 지 3개월 정도 된 막내 멜로(유기견), 이렇게 다섯이 홍콩에서 오손도손 살고 있어요.

홍콩에 머문 지는 얼마나 되었어요?

홍콩으로 이사 온 지 1년 하고도 반이 넘었네요. 테오랑 주노는 새로운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며 즐겁게 지내고 있어요. 역시 아이들의 적응력은 어른이 못 따라가죠. 저는 요가 지도자 과정을 막 마치고, 레슨 준비를 하고 있어요. 요가 스튜디오에서 영어로 수업하고 싶은 꿈이 바짝 다가왔어요(웃음). 남편 줄리안은 일하고, 집에 와서는 아이들 숙제 봐주느라 바쁘고요. 아이들이 프랑스 학교에 재학 중이라 아빠가 숙제를 담당하고 있거든요.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으신 편 같아요. 공간마다 가구와 소품의 배치, 색과 소재의 질감이 잘 어우러져 눈길이 오래 머물게 되네요.

객지 생활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라이프 스타일에 관심이 많아졌어요. 인테리어도 그중에 일부분이고요. 이 나라 저 나라를 이사하며 구입한 가구들은 이제 점점 낡아 얼룩도 생기고 삐걱거리기도 하지만, 그 안에 우리 가족의 이야기가 스며들어 있어 이제는 식구처럼 느껴져요.

곳곳에 조화로운 그림들도 놓여 있어요. 좋아하는 그림을 모으는 편인가요?

그림을 모은다기보다는 좋아하는 그림을 소장하는 편이 맞을 거예요. 소장하고 있는 작품들은 대부분 추상화가 많아요. 예전에는 화려한 색감과 테크닉에 시각적으로 반해서 구입한 적도 있지만 추상적인 작품에 비해 그 여운이 저에게는 오래가지 않는 거 같더라고요.

다이닝 공간에 놓인 그림이 무척 인상적이에요. 어떻게 만나게 된 작품이에요?

제가 첫눈에 반한 작품으로 사라 하비Sarah Harvey의 ‘swimmer’예요. 싱가포르에 있을 때 줄리안과 갤러리에 자주 갔어요. 하루는 줄리안이 뱅크시Banksy의 멋진 작품을 전시한 갤러리가 있다며 보러 가자고 했어요. 아무 생각 없이 갔다가 ‘swimmer’를 발견했는데 보자마자 너무 마음에 들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작품을 구입했어요. 빛을 잘 표현하는 작가인데, 환상적인 빛의 표현에 마음이 끌려 소장하게 되었어요.

집과 공간에 어울리는 그림을 고르는 기준이 있나요?

저는 강하지만 부드러운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을 선호해요. 사라 하비의 ‘swimmer’는 다이닝에 두었는데, 저희 가족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고 애정이 많이 가는 공간이죠. 또 다이닝 테이블 소재가 메탈이라 자칫하면 공간이 차갑고 너무 미니멀하게 보일 수 있는데, 그 공간에 물과 빛을 잘 표현한 사라의 그림이 생명력을 불어넣어 주었다고 생각해요.

가지고 있는 다른 작품들의 이야기도 궁금해요.

주방 옆에 이탈리아 화가 피에로 피치 카넬라Piero Pizzi Cannella의 작품을 걸어두었어요. 보면 볼수록 끌리는 에너지가 있어요. 어쩌면 그 그림에서 연출한 바다에 대한 동경일 수도 있겠네요. 항상 바쁜 도시에서 살다 보니 한적하고 고요한 장소를 향한 갈망이 있나 봐요. 그리고 엄마가 아프리카 여행에서 구입하셔서 결혼 선물로 물려주신 조각품이 있고, 손님방에는 외삼촌이 선물로 주신 산수화도 있어요. 요즘은 설치 미술에도 관심이 생겼어요. 예술을 평면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입체로 표현하는 다양한 방법들이 흥미로워요.

패션 에디터, 패션 MD, 파자마 브랜드 운영까지 예술과 디자인에 관련된 다양한 일을 해오셨어요. 예술에 대한 호기심을 어떻게 채우나요?

감성 근육을 기르는 데 예술만 한 게 없다고 생각해요. 감성 근육으로 삶이 더 특별하게 느껴지는 거 같고요. 예전에는 시각적인 예술 분야에서 호기심을 채웠다면 요즘은 소설이나 시, 음악으로 장르의 폭을 넓혀가고 있어요. 반 고흐의 “사람을 사랑하는 것보다 더 큰 예술은 없는 것 같다.”라는 말에 공감해요. 자신의 삶을 더 사랑하고, 가족과 타인을 이해하는 데 소설과 음악에서 많은 영감을 받고 있어요.

남편이 프랑스인이에요. 프랑스에서는 어릴 적부터 삶 속에서 예술을 익힌다고 하죠.

프랑스 아이들은 우리와 다르게 예술을 자연스럽게 익히는 거 같아요. 학습으로 배우는 게 아니라 거리와 공원 벤치, 전철 안 같은 일상적인 공간에서 그저 공기처럼 느끼죠. 예술이 익숙한 삶의 한 부분으로 자연스럽게 녹아 있어요. ‘파리에 가면 예술가가 된다’는 말처럼, 유럽의 아름다운 도시를 여행하다 보면 예술이라는 것은 타고난 성향보다도 환경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남편이 육아에 적극적인 편 같아요. 함께 장난칠 수 있는 친구 같은 아빠인가요? 

남편은 삶의 가치 중에 가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저는 한국의 교육 방식에 익숙한 사람이라 가끔 아이들을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는데, 줄리안은 공감 능력이 아주 뛰어나요. 의견이 맞지 않을 때도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지 않고, 아이들의 뜻을 들어주고 반영해요. 친구보다 더 아이들을 이해하고 맞춰주는 거 같아요. 그래서인지 친구보다 아빠랑 함께 하는 시간을 더 좋아하더라고요. 주말에는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아이들이 좋아하는 카트라이더, 암벽 등반, 축구, 볼링, 탁구, 서핑, 세일링, 피크닉, 요리, 스케이트보드 등을 적극적으로 찾고, 함께 경험해요. 주중엔 학교생활에 지쳐 있는 게 가여워서 주말은 최대한 재밌는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하죠.

부부 사이도 편안하고 여유로워 보여요. 로맨틱한 분위기도 느껴지고요.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런 관계를 유지하는 비결이 있을까요?

결혼 후에 이 나라 저 나라로 이사 다니면서 둘 다 이방인으로 살다 보니 서로 많이 의지하게 되었어요. 타지에서 살다 보면 언어도 다르고, 고민이 생겨도 쉽게 오픈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드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한국에 있는 가족과 친구들이 그리운 날도 많고요. 그럴 때마다 줄리안과 저는 서로에게 의지해요. 데이트하면서 이야기도 많이 하고, 장난도 치고, 영화도 보면서 말이에요. 줄리안에게 가장 고마울 때는 저를 아내로 대하는 게 아니라 ‘이수연’이라는 한 명의 사람으로 존중한다는 느낌을 받을 때예요. 

문화 차이로 인한 오해나 갈등은 없었나요? 육아를 할 때 의견이 많이 부딪치곤 하잖아요. 

아이를 키우면서 문화 차이보다는 언어의 차이에서 오는 결핍이 더 컸던 거 같아요. 깊이 있는 대화를 이어가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이 아쉽죠. 언제나 몇 프로 부족함을 느껴요(웃음).

남편의 일 때문에 여러 나라를 옮겨 다니시는 거죠?

맞아요. 남편의 일에 따라 여러 곳을 옮기며 살고 있어요. 테오가 6개월 때 싱가포르로 이사를 가서 5년 정도 있었고요, 그다음 한국으로 다시 돌아가 4년 정도 살았어요. 지금은 홍콩으로 이사 온 지 1년 반 정도 되었어요. 거의 5년마다 이사를 다니고 있네요. 이제 나이도 들고 아이들도 소년이 되어 가다 보니 한곳에 정착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해요.

프랑스, 싱가포르, 한국, 홍콩. 나라마다 교육 스타일이나 문화의 차이도 있을 텐데요. 

교육의 특징으로 이야기하자면 유럽과 아시아로 나눌 수 있을 거 같아요. 홍콩, 싱가포르, 한국의 아이들은 학원을 다니면서 입시 위주의 공부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면, 유럽 아이들은 운동이나 좋아하는 취미 활동을 하며 시간을 보내요. 프랑스는 가족 중심 문화가 강해요. 가족이 함께 대화하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죠. 주말은 꼭 가족과 함께 보내야 하고요. 종교처럼 중요하게 여기더라고요. 

여러 문화를 접하고 있지만 아이들은 다행히 큰 어려움 없이 지내고 있어요.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 봐야 외국 생활의 장단점을 알 수 있을 거 같아요. 저의 경험으로는 세계는 점점 좁아지고 있고 사람에 대한 애정의 폭은 넓어지고 있네요.

환경이 바뀌어도 이것만은 유지하려 하는 가족의 라이프 스타일이 있을까요?

아무리 바쁘고 여유가 없어도 아침 시간은 꼭 함께 하려고 해요. 야근한 경우에도 지키려고 노력하죠. 아이들이 아침 일곱 시 정도에 학교를 가는데, 매일 아침 일어나 짧은 시간이지만 가족을 위해 음악을 틀고 아침을 준비해요. 매일 하는 일이라 가끔은 음악을 깜빡하기도 하죠. 그럴 땐 둘째 주노가 “엄마 오늘은 음악이 없네요.”라고 놀라서 물어요. 그 순간 참 행복한 기분이 들더라고요. 

아주 사소하고 평범한 일상에서 가족의 소중함을 주로 느껴요. 가끔은 조그마한 선물이나 메시지로 서프라이즈도 하고요. 그걸 보고 기뻐하는 모습에 제가 더 행복을 느끼죠.

아이들은 예술적 감성을 어떻게 기르나요?

예술을 함께 공유하는 정도예요. 요리, 다도, 음악, 영화 등 저희 부부가 좋아하는 분야들을 도서나 미디어, 직접 경험 등으로 공유하기도 하고, 아이들이 관심을 보이는 분야가 있으면 같이 정보를 수집하기도 해요. 요즘 테오의 관심 분야는 요리라 함께 레스토랑에 가고, 시식 후 음식 평가도 해봐요. 집에 일일 레스토랑을 열어서 메뉴를 만들고 함께 요리도 하며 놀고요. 넷플릭스의 <셰프의 테이블Chef’s table>을 시청하며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셰프를 고르는 것도 저희 주말 활동 중 하나예요.

가족의 생활에서 부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도 궁금해요.

저희 부부는 균형을 가장 중요하게 여겨요. 육아나 일, 사람과 자연의 관계, 몸과 정신 어느 하나에 불균형이 생기면 스트레스를 받고, 불안이 늘어나요. 그래서 나쁜 것이든 좋은 것이든 아이들이 적절한 균형 감각을 스스로 터득할 수 있게 많은 경험을 제공하려고 노력해요. 

가족이 많은 경험을 자연스럽게 체험할 수 있는 방법 중에는 여행이 최고예요. 여행 가서도 현지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보고, 재래시장에 가고, 자전거 여행과 로드 트립 등을 즐겨요. 남편은 여행을 가도 사람들과 금방 친해지는 성격이에요. 재작년 캄보디아로 여행 갔을 때는 현지 가이드 집에서 그 아이들이랑 저녁도 먹고 그들이 어떻게 사는지를 혀와 피부로 느끼면서 자연스럽게 친구가 되었어요. 

이제 캄보디아는 그저 멋진 템플이 있는 나라가 아니에요. 언어는 통하지 않아도 함께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깔깔거리고 게임을 하던 친구가 있는 특별한 장소죠. 

아이들과의 좋은 관계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나요?

저는 아이들과 정신적으로는 함께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요가를 하기 전에는 ‘난 너무 부족한 엄마인가 봐.’라는 생각으로 저 자신을 힘들게 한 적이 있어요. 그래서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온전하게 보내지 못하고, 부담스러웠어요. 쉽게 피로함을 느꼈고요. 

‘아이와 부모의 관계에서 중요한 게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저 자신한테 계속했어요. 끊임없이 생각하며 떠오른 답은 자식에 대한 의무나 책임감이 사랑보다 우선이 되면 나와 아이들의 관계는 자유로워질 수 없다는 것이었어요. 책임감을 조금씩 내려놓는 연습을 하다 보면 마음이 편안해져요. 저희 아이들이 커서도 이런 큰 중압감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관계를 완성하며, 사랑하며 살았으면 좋겠어요.

나 자신, 엄마, 아내, 요가 선생님. 많은 역할을 하고 있지만 조화로운 모습이에요.

삶에서 중심을 잡는 건 저한테 아주 중요한 일이에요. 엄마로서 아내로서 사회생활을 하면서 정신없이, 의식 없이 살다 보면 정작 저 자신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부족해져요. 그럼 어느 순간 제 삶에 정체 모를 불만이 생겨나고,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도 힘들어져요. 균형을 잘 잡기 위해 혼자 있는 시간을 가치 있게 보내려고 노력해요.

혼자만의 시간은 주로 무엇을 하며 보내나요? 

요가를 하고 명상을 해요. 음악을 찾아서 듣고 요리를 하고요. 책을 읽고 글을 쓰기도 하죠. 날씨가 좋을 때는 밖으로 나가서 사색을 하며 산책을 하고, 친구들을 만나요. 요즘은 Singing bowl 연주에 재미를 들였어요.

몸과 마음을 연결하는 수양이라는 점에서 요가는 수연 씨의 가치관과 잘 맞아 보여요. 

요가는 제가 혼자 있는 시간을 온전히 느낄 수 있게 해주는 도구예요. 자신에 대해 생각해볼 여유가 없었는데 요가를 하면서 온전히 저한테 집중하는 시간을 갖는 방법을 차츰 터득해나갔어요. 마음에 쉼이 생기기 시작했고 사물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야가 생겼어요. 좋은 에너지는 타인이 나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에서 시작하는 거라는 알아차림이 생겨나기 시작했죠. 처음으로 맛보는 충만한 기분이었어요. 이런 경험들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요가 지도자 과정이라는 새로운 꿈에 도전하고 있어요.

RECOMMENDED PLACE IN HONG KONG

아트바젤 인 홍콩Art Basel in Hong Kong

스위스 바젤에서 시작한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아트 페어다. 매년 3월 세계 미술계를 주도하는 갤러리, 콜렉터, 미술 애호가들이 모인다. 아시아 지역에서 활동하는 화랑들도 활발하게 참여해 전 세계의 새롭고 다채로운 예술을 감상할 수 있다. 전시 이외에도 토론회, 작가와의 만남 등으로 예술가와 방문객 간의 문화 교류를 할 수 있는 장이다. 다소 정적인 뮤지엄들과 다르게 문화와 예술로 들뜨는 축제 같은 분위기라서 아이들과 자유롭게 대화하면서 예술을 즐길 수 있다.

드래곤 백Dragon’s Back

홍콩의 대표적인 하이킹 코스다. 산길 모양이 용의 등과 같아서 드래곤 백으로 불린다. 초보자들도 트레킹 하기 쉬우며 걸으며 틈틈이 바다를 바라볼 수 있어 좋다. 정상에 오르면 탁 트인 멋진 풍경이 매력적인 곳이다.

리펄스 베이 비치Repulse Bay

평일 낮에 커피 한 잔 하며 일광욕을 즐길 수 있는 해변이다. 잔잔하게 파도가 치고 넓은 모래사장이 펼쳐져 있어 아이들이 모래놀이를 하거나 해수욕을 하기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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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김현지

사진 이수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