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 Café Suédois

진정한 쉼을 아는 곳, 르 카페 스웨드와

Le Café Suédois
진정한 쉼을 아는 곳,
르 카페 스웨드와

낯선 파리의 땅에서 따뜻한 사람 냄새를 찾아 헤매다 발견한 곳은 바로 ‘카페 스웨드와Le café suédois’ 한국어로 번역하면 스웨덴 카페다. 담백한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곳은 음식에서부터 소품까지 별다른 꾸밈이 없다. 스웨덴 아주머니가 손수 만든 오픈 샌드위치와 투박한 모습의 케이크가 키친바 위에 아기자기하게 놓여 있다. 딱딱하고 고지식한 파리의 카페 풍경에서 벗어나 격식을 차릴 필요 없는 일상의 음식 앞에 서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마음이 넉넉해진다.

골목에서 만난 또 다른 풍경

처음 파리로 이사했을 때 우연히 마레 지구Le marais에 집을 얻게 되었다. 파리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어 이동이 편리하고 골목골목마다 볼거리가 많아 관광객들에게도 이미 인기가 있는 곳이었다. 하지만 그때 당시 충분한 정보가 없었던 나는 작은 지도책을 들고 다니며 동네 길을 익혀야 했고 그렇게 이곳저곳 산책을 하다 마음에 드는 장소가 나타나면 무작정 들어가 커피를 마시기도 했다. 그러던 중 발견한 곳이 바로 이곳, 스웨덴 카페다.

동네를 한 바퀴 돌고 집으로 돌아가던 날, 집 근처 작은 골목에 눈에 띄는 파란색 대문이 보였다. 하늘빛을 머금은 파란색의 높은 문 너머로 작고 단정한 뜰이 자리 잡고 있었다. 파란색 대문과 안뜰의 조화가 어찌나 아름답던지 그만 걸음을 멈추고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안으로 들어가 살펴보니 문 너머에 있던 건물은 스웨덴 문화원이었다. 건물 왼편에는 카페가 있었고 안뜰은 테라스로 이용되고 있었다.

누군가 당신을 위해서

르 카페 스웨드와는 스웨덴 문화원 안에 있지만 문화원 소유가 아닌 스웨덴 사람인 안나Anna Nordenmark가 직접 차린 공간이다. 

“처음엔 문화원 건물 뒤편에 위치한 정원에서 간이식당으로 시작했어요. 그런데 금세 입소문을 타면서 손님이 많아졌지요. 덕분에 작지만 제대로 된 카페를 만들 수 있게 됐어요. 생각해 보니 벌써 10년이나 흘렀네요.”

추운 날씨 때문에 집 밖으로 자주 걸음을 낼 수 없었던 스웨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집에서 음식을 만들어 먹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스웨덴만의 독창적인 빵과 디저트 문화가 발달하게 된 것과 스웨덴 주부 대부분이 제빵사, 파티시에Patissier와 견줄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이 사실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여기 음식들은 저희가 직접 만듭니다. 전문 제빵사는 없지만, 스웨덴 가정에서 먹는 음식 그대로를 정성껏 제공할 수 있으면 충분하다는 것이 제 생각이에요. 음식을 먹는 손님들을 생각하고 마음을 담아 준비합니다. 재료도 신선한 걸 쓰고요. 메뉴는 소박해요. 크게 스웨덴식 오픈 샌드위치, 스뫼르고스Smörgås와 오늘의 수프, 케이크와 음료를 팔아요. 재료는 그 계절에 맞는 걸 사용하기 때문에 종류가 매번 바뀝니다.” 

반면에 대표적인 스웨덴 빵인 카넬 불라Kanel bullar는 하루도 빼놓지 않고 매일 아침 굽는 메뉴이다. 카넬 불라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계피향을 가득 머금은 시나몬 롤로, 스웨덴에서 처음 만들어졌고 현지에서도 매일 먹을 수 있는 일상적인 빵이다. 내가 다시 이곳을 찾았을 때에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먹는 카르다몬 불라Kardemumma bullar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다. 카르다몬 불라는 스웨덴 사람들이 빵을 구울 때 빼놓지 않는 생강과의 향신료인 카르다몬Cardamon이 주재료로 사용되기 때문에 독특한 향을 더욱 깊게 느낄 수 있다.

“샌드위치와 수프를 드시려면 열두 시에서 두 시 사이에는 꼭 오셔야 해요. 신선함을 유지하기 위해 한정된 수량만 만들거든요. 보통 오후 두 시 이후부터는 음료와 디저트 종류만 팔아요.”

평소 자주 드나들었지만, 카페에 이런 세심한 규칙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된 나는 주의해야 할 점이 또 있는지 물었다. 

“수프는 채식주의자 분들을 위해 늘 채식으로 준비해요. 그리고 프랑스에 사신다면 생소하실 텐데, 커피 종류는 한 가지뿐이에요, 스웨덴에서 주로 마시는 드립식 커피입니다. 프랑스처럼 에스프레소를 베이스로 한 커피를 즐겨 마시지 않아요. 원하는 사람은 각자 설탕과 우유를 타서 마실 수 있게 키친바 한편에 마련해 놓았어요. 그리고 꼭 기억해야 할 것은 커피가 리필이 된다는 거예요. 잊지 말고 한 번 더 드시고 가세요. 이것은 스웨덴 어디를 가도 그렇답니다.”

한 끼 식사를 정성껏 준비해서 먹는 일은 삶의 아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그래서 한순간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일인데 바쁘게 일상을 살아가다 보면 대충 끼니를 때우는 일이 점점 많아지게 된다. 무언가를 먹는다는 일이 시급한 생존의 문제로 전락해버린달까. 그래서 나는 엄마의 손길이 그리울 때면 종종 이 카페를 찾는다. 물론 정겨운 한국의 맛을 느낄 수는 없지만, 매일 아침 누군가를 위해서 굽고 만들어지는 음식을 먹으면 그와 비슷한 감동을 느낄 수 있다. 그제야 비로소 평온한 마음을 가지고 내 앞의 세상을 좀 더 느린 마음으로 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담장 넘어 봄의 기운을 기다리며

카페 근처에 살 때는 따뜻한 바람만 분다 싶으면 테라스로 나와 그저 앉아만 있었다. 커피 한 잔을 마실 동안 한가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 사람들, 청명한 하늘, 담장 넘어 솟아있는 나뭇가지 위에 살짝 돋아난 꽃 봉오리들을 바라봤다. 연신 들려오는 새소리는 그 풍경을 더욱 완벽하게 만들어 준다. 내가 있는 곳이 세상의 전부인 것처럼 나는 그 계절 안에서 더없이 나다워졌다. 나른한 몸 상태를 유지한 채 그렇게 한참을 앉아 있다가 멀리서 햇살이 기울기 시작하면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나는 이 카페의 테라스를 유독 좋아한다. 하지만 날이 흐리고 해가 일찍 지는 요즘 같은 날씨에는 테라스를 자주 닫기도 하고 밖에서 오랜 시간 있자면 금세 몸이 으슬으슬해져서 곧장 카페 실내로 들어간다. 그러다 보니 이곳을 들르는 횟수가 줄어드는 것도 사실이다.

겨울에 이곳을 찾으면 보통은 머그잔에 가득 담긴 따뜻한 커피를 두 손 꼭 쥐고 있거나 점심을 거른 경우에는 카페 한쪽에 자리 잡고 뜨끈한 수프를 홀짝인다. 10평 정도 되는 실내에는 나처럼 추운 몸을 녹이기 위해 들어온 사람들이 잠시 앉아있다 간다. 가끔은 서서 주문만 하고 테이크 아웃을 해가는 손님들도 있지만 대개는 나처럼 자리에 앉아 한숨 쉬어가길 원하는 사람들이다. 얼마 전 이곳을 다시 찾은 날, 나는 창가에 앉아 사람들의 이야기 소리를 음악 삼아 카페 내부와 창밖의 담장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렇게 넋을 놓고 있자니 구석구석에 숨어있는 어설픈 광경이 갑작스레 나를 위로했다. 그 어설픔에 나도 한몫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봄이 오기 전, 몹시 추운 날씨에도 몇 번은 더 걸음 할 것이라는 확신이 드는 순간이었다.

스웨덴 카페의 요리와 케이크 레시피를 책으로 판매하고 있다.

접시나 머그를 비롯한 모든 가구들은 스웨덴 브랜드 이케아IKEA의 제품을 사용한다.

Le Café Suédois

11 rue Payenne 75003 Paris (métro 1번선 St-Paul, 8번선 Chemin Vert)

Tel +33 1 44 78 80 11

Open 12 : 00 – 18 : 00 (월요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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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포토그래퍼 강아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