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글을 쓰는 것과 노랫말을 쓰는 건 비슷하지 않나요? 스트레스의 강도도 비슷할 것 같은데.
어우(손사래), 많이 달라요. 일단 목적이 다르거든요. 노랫말의 목적은 멜로디 위에 얹히는 거예요. 노랫말로 표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명확하게 있고, 멜로디랑 짝을 이루는 거라서 묻어갈 수 있거든요. 단적으로, ‘내가 너를 너무 사랑해.’를 말하고 싶은데 적당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으면 ‘내가 너를 음으으음~’ 하고 허밍으로 넘어가도 돼요. ‘내가 너를~’ 하고 아무 말 하지 않아도 되고요. 곡의 무드와 멜로디에 묻어가는 거죠. 노랫말은 이렇게 기댈 데가 있지만 책을 쓰는 건 정면승부 같은 거예요. 특정 떡볶이의 맛을 설명할 때 “이거 진짜 맛있겠죠?” 하면 그 맛이 어떤지 아무도 모르잖아요. 읽는 것만으로도 ‘나도 먹어봤으면….’ 하는 마음이 들 수 있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계속 고민해야 했어요. 게다가 《아무튼, 떡볶이》는 떡볶이가 아니라 인물과 사건 중심으로 흐르는 글이다 보니까 더 고민스럽더라고요. 저는 이런 맛 표현을 진짜 잘하는 사람이 이영자 씨라고 생각해요.
《아무튼, 떡볶이》도 군침 도는 책이었어요(웃음). 책에 모든 이의 이름이 실명으로 등장하는 것도 재미있어요(4). 약간 <인간극장> 같기도 하고요.
그건 제 성격이 반영된 부분이에요. 성까지 붙여서 부르는 걸 좋아하거든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성까지 부르는 게 무심하면서도 다정하게 느껴져요. 그래서 제 메신저를 열어보면 성과 이름을 붙여 부르는 말풍선이 정말 많아요. 또, 책 안에서 거리감을 두고 싶은 생각도 있던 모양이에요. 나이가 어리건, 많건 간에 똑같이 실명으로 쓰면 객관적으로 보일 것 같았고 호칭으로 규정되는 관계에서도 자유롭고 싶었어요. 다섯 살짜리 아이랑 저희 부모님이 똑같이 읽히면 좋겠다고 생각한 거죠. 약간은 딱딱하게 느껴지더라도 모든 등장인물이 제 친구처럼 보이길 바랐어요.
(4) 신중택(아버지), 백기녀(어머니)처럼 실명 뒤에 괄호로 관계를 설명하며 사건이 진행된다. 같은 인물이 다시 등장해도 언급할 때마다 괄호의 내용이 바뀌는 게 이 책의 묘미다. 앞서 말한 (아버지), (어머니)가 신중택(집밥 만능주의자1), 백기녀(집밥 만능주의자2)가 되거나 김상희(친구)가 다음 문단에선 김상희(원수)가 되는 식.
사건과 인물이 대거 등장하지만 핵심은 역시 떡볶이예요. 이 책에는 길거리 떡볶이부터 즉석떡볶이까지 다양한 떡볶이가 등장하는데요. 언젠가부터 간식 같던 떡볶이가 요리 범주에 들기 시작한 것 같아요.
맞아요. 물가가 변한 것과는 별개로 떡볶이 종류가 다양해지면서 가격도 많이 올랐어요. 요즘 떡볶이를 보면 어린 친구들은 사 먹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도 종종 들어요. 저희는 어릴 때 저렴한 가격에 쑥색 멜라민 접시에 담겨 나오는 떡볶이나 컵떡볶이 같은 걸 먹었잖아요. 저는 프랜차이즈인 두끼 떡볶이(5)에도 종종 가는데요. 갈 때마다 학생들이 북적거리더라고요. 저는 그 나이 때 몇백 원부터 2천 원 사이의 돈으로 사 먹던 떡볶이를 이 친구들은 훨씬 비싼 돈 주고 먹는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좀 묘하죠.
(5) 프랜차이즈인 즉석떡볶이 무한리필 뷔페로, ‘떡볶이로 한 끼, 볶음밥으로 두 끼’라는 뜻이다. 소스부터 떡, 사리, 튀김, 어묵까지 종류가 다양하게 준비돼 있다. 원하는 조합으로 마음껏 먹을 수 있는 것이 특징. 성인은 8천 9백 원, 중·고등학생 7천 9백 원, 어린이는 4천 9백 원, 36개월 미만은 무료다.
떡볶이는 집에서도 쉽게 해 먹을 수 있어서 더 가깝게 느껴지기도 해요. 집에서는 떡볶이를 주로 어떻게 만들어 먹나요? 요조의 레시피 전격 공개!
제 레시피요요? 진짜 별거 없어요. 전격 공개랄 것도 없죠(웃음). 그냥 채소 육수(6)우리고, 떡이랑 각종 채소를 넣어요. 파, 양배추… 버섯을 넣어도 맛있고요. 양파는 있으면 넣고, 없으면 굳이 넣진 않아요. 집에서 먹을 땐 마늘은 무조건 넣어요. 그 외 채소는 집에 있는 거 아무거나 때려 넣는 편이고요(웃음). 그러고 나서 고추장을 풀어요. 그다음 후추! 저는 후추 들어간 떡볶이가 좋더라고요. 양념은 오로지 고추장으로만 하고 설탕은 안 넣어요. 혹시 텁텁한 게 싫은 분들은 고춧가루를 넣으면 되는데, 곱게 갈아서 넣으면 텁텁함을 잡아줘요. 아, 그리고….
(6) 그녀는 페스코 베지테리언이다. 여전히 미역국 안에 들어 있는 쇠고기 한 점이 먹고 싶은, 고기가 먹고 싶어 힘든 베지테리언. 자주 고기 생각이 나서, 원 없이 먹고 싶어서 매일매일 징징댄다고 한다.
그리고?
요리사 친구한테 배운 떡볶이 팁을 공개할까 봐요. 저도 아직 해보진 않았는데요. 들은 바로는 ‘간장과 설탕을 일대일’로 넣는 게 떡볶이의 기본이래요. 거기에 매운맛 기호에 따라 고추장이나 고춧가루를 넣는 거죠. ‘간장:설탕=1:1’ 공식만 잘 활용하면 절대 실패할 일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이번 주말에 꼭 도전해봐야겠어요. 이쯤에서 취향 테스트를 해볼까요?
네?
떡볶이는 밀떡vs쌀떡?
밀떡. 어슷 썬 밀떡보다 원형으로 썬 밀떡이 좋아요.
즉석떡볶이vs그냥 떡볶이?
즉석파.
떡볶이는 혼자vs둘이vs여럿이서?
혼자보단 둘이서, 둘보단 여럿이서.
떡볶이는 간식이다vs식사다?
식사다.
떡볶이엔 맥주vs탄산음료?
맥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