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garden Of Changsindong

높고 푸른 창신동의 하얀 집 : 김가든

“자동차로 오실 경우 우선 창신역 4번 출구로 오셔야 해요. 이렇게 하지 않으면 운전하기 힘든 가파르고 좁은 길로 안내하더라고요.” 지도와 사진까지 첨부해준 마음 씀씀이에 고마워하며 들어선 길은 상당히 가파르고… 가팔랐다. 롤러코스터의 하이라이트 구간으로 향하는 오르막처럼 한치 앞도 보이지 않았고 거의 누운 상태로 하늘만 보면서 올라가야 했던 낯선 길목. 혹시라도 내리막이 나올까 겁먹은 상태로 ‘나 롤러코스터 못 탄단 말이야!’를 외치려는 찰나, 푸르고 아름다운 공원과 새하얀 건물이 눈에 들었다. 앗, 천국인가? 아니, 여기가 바로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 김가든이다.

김강인·이윤호 공동대표

어떤 장소를 만나게 될지 두근거리면서 오르막길을 올랐어요. 너무 예쁜 곳이네요.

오르막길 오르느라 고생하셨죠(웃음)? 안녕하세요, 김가든을 운영하는 그래픽 디자이너 김강인, 이윤호입니다. 김가든이라고 해도 되려나 모르겠어요. 조만간 스튜디오 이름을 바꿀 예정이거든요.

 

어? 이름을 바꾸신다고요?

강인: ‘김가든’은 스튜디오 이름이기 전에 제가 어머니와 함께 가평에서 운영하던 게스트하우스의 이름이었어요. 제 성을 따서 지은 이름을 디자인 스튜디오 이름으로도 사용해온 거죠. 하지만 윤호 씨가 함께 운영하게 된 이후부터 이름이 문제가 되기 시작했어요.

윤호: 둘이서 운영하는 스튜디오인데 ‘김가든’이라는 개인으로 아는 사람이 많아서 강인 씨가 많이 괴로워했어요. 이름을 바꾸자는 이야기는 몇 년 전부터 해왔지만, 마음에 드는 이름을 짓기가 어려워서 지금까지 미뤄온 일이죠.

 

어떤 이름이 될지 궁금하네요. 나중에 소식 들려주세요(웃음). 가평에 머물다가 서울로 자리를 옮긴 소감이 어때요?

2013년부터 2017년까지는 가평에 있었고 2018년에 창신동으로 이사했는데, 작업 공간과 주거 공간을 함께 옮겨야 해서 위치를 많이 고민했어요. 제일 먼저 고려한 건 일과 관련된, 인쇄소와 제작 업체가 모여 있는 을지로와 멀지 않은 곳이었는데요. 많은 동네를 돌아다녔지만 마음에 드는 곳 중에서는 여기만 예산이 맞더라고요(웃음). 멋진 공원이 바로 옆에 있다는 점, 마을버스를 타고 방산시장이나 동대문 부자재 시장에 갈 수 있다는 점이 특히 좋았어요.

 

디자인 스튜디오 겸 집이로군요. 위층이 집인가 봐요.

아직 정리가 안 돼서 보여드릴 순 없어요(웃음). 가평에서는 집과 작업 공간이 구분되지 않았는데, 여기에선 1층을 작업 공간으로, 2·3층을 주거 공간으로 완전히 분리해서 사용하고 있어요. 출퇴근이라는 개념이 느슨하게나마 생겼죠. 

 

주거 공간과 붙어 있는데 출퇴근 개념이 생길 수 있다니! 업무 일과가 궁금해지네요.

8시 반에 일어나서 커피를 내리고 간단히 아침 식사를 해요. 10시까지 출근해서 오전 업무를 보다가 오후 1시쯤 집으로 올라가 점심을 먹죠. 이후 다시 사무실로 내려와서 저녁 7시까지 일하고, 퇴근 후엔 강아지를 데리고 서울성곽길을 따라 산책하러 나가요. 대학로나 성북동으로 가서 저녁을 먹고 돌아오면 자유시간이에요. 각자 하고 싶은 걸 하고, 필요할 땐 야근도 해요. 야근과 늦잠 때문에 이 루틴은 자주 깨지긴 합니다만(웃음)….

깨진다고 하니 어쩐지 다행이에요(웃음). 의자가 굉장히 멋져요. 수납이 가능한 원목 가구네요.

작업실에 있는 가구들은 전부 저희 손을 거쳐 만들어졌어요. 직접 도면을 그려 목수에게 의뢰해서 현장에서 같이 만든 거죠. 함께 사는 강아지가 이갈이하면서 가구들을 죄 갉아놓는 바람에 곳곳이 망가지기는 했지만, 오히려 그런 모양들이 마음에 들어요.

 

그러고 보니 작업 공간에 강아지의 흔적이 보이네요.

창신동으로 이사하고 새 가족이 생겼어요. 저희 생활 패턴을 완전히 바꾸어놓은 가족이죠. 흰 양말을 신은 것 같은 발과 쉴 새 없이 흔들리는 엉덩이가 매력적인 웰시코기로, 이름은 ‘든든이’예요. 3개월일 때 데려왔는데 올해 만으로 한 살이 됐어요. 자기한테 관심을 가져주지 않으면 싫어하는 모습이 너무 귀여운 아이예요. 오늘은 인터뷰 때문에 잠깐 강아지 유치원에 가 있어요.

 

보고 싶었는데 아쉽네요. 여기서 지내는 건 어떤가요?

작업 공간 내부에서 고치고 싶은 건 없어요. 다만, 이건 욕심일 수도 있는데, 이 동네로 친구들이 이사를 왔으면 좋겠어요. 홍대나 이태원, 을지로에서 일하는 분들이 동네 친구들과 자주 만나는 걸 보면 부럽더라고요. 카페나 밥집도 가까이 있으면 좋겠는데 사실 어떤 쪽이든 가평에 살 때보단 지금이 훨씬 나아요(웃음). 여전히 가평의 푸름이 그립기는 하지만요.

 

작업 공간이 김가든과 닮아 있단 생각이 들어요. 김가든의 디자인 작업은 어떤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나요?

윤호: 균형이요. 큰 것을 보는 것과 작은 것을 보는 것, 멀리 보는 것과 가까이 보는 것, 차갑게 보는 것과 뜨겁게 보는 것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가다 보면 단단함이 생기는 것 같아요.

강인: 저는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유명한 디자이너들의 인터뷰를 읽다 보면, 종종 ‘디자이너는 못난 것을 진단하고 해결해주는 사람’이라는 문장을 접하게 되는데요. 저는 이런 종류의 이야기는 영원히 하고 싶지 않아요. 디자이너 본인이 못난 사람이 되면 진단할 자격이 없어지는 거니까요. 저는 제 작업과 저를 진단하고 해결하는 것만으로도 벅차요.

 

이 공간에서 쉴 땐 주로 무얼 하며 지내고 있나요?

미팅할 때도 있고, 대화할 때도 있고, 간식을 먹기도 해요. 사실 대부분 핸드폰을 보면서 각자 노는데, 핸드폰 하는 모습을 촬영하면 안 되겠죠(웃음)?

 

포토그래퍼가 고개를 젓네요(웃음). 이 공간에서는 앞으로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요?

스튜디오 옆에 비어 있는 공간이 있는데, 거기서 팝업 식당, 일일 찻집, 워크숍 등 재미있는 이벤트를 열어보려고 해요. 긍정적인 에너지로 가득 찬 행사가 될 거예요.

ⓒ김가든

김가든
2013년부터 활동해온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다. 김강인, 이윤호 부부로 이루어진 김가든은 기업, 기관 등 단체들과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식물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자체 행사 ‘가드너스마켓’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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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이주연

포토그래퍼 이요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