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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위시리스트가 궁금해요
세 번의 락다운이 있었던 영국에서는 식품 같은 필수품 쇼핑이 트렌드가 되면서 사람들의 소비패턴과 관심사가 많이 바뀌었다. 조금씩 새로운 삶의 패턴에 적응 중인, 나의 친구들의 쇼핑 바스켓에 어떤 것들이 담겨있는지 궁금해졌다. 유럽에서 생활하며 일하는 엄마들의 소비에 대한 생각도 함께 들어보았다.
에브게냐 | Phileas Fox Nursery School 대표 | 런던
소개 부탁드려요.
런던에서 교육 관련 일을 해요. 아들 조지가 두 살일 때 ‘Phileas Fox Nursery School’을 오픈했는데 조지도 여기 첫 졸업생이었어요. 최근에 ‘Collab Education’이라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했어요. 아이들에게 미래를 위한 제대로 된 스킬을 찾아주고 싶어서 시작한 일이에요. 저에게는 가족과 일 사이의 밸런스가 가장 중요한 부분이에요. 지금 가장 아쉽고 그리운 건 오랫동안 여행을 하지 못한거예요.
최근 조지를 위해 구매한 것이 있어요?
자이언트 축구공이요. 치과 갈 일이 있었는데, 아주 용감한 모습을 보여줬거든요. 자기가 모은 용돈으로 사겠다고 했는데, 제가 사주고 싶었어요. 최근 학교에서 필요한 펜을 가지고 싶어 해서 펜도 사줬고요. 주로 하굣길에 사탕이나 젤리 같은 작고 달콤한 간식들을 사달라고 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일주일에 한 번으로 제한해서 사줘요. 장난감을 원하는 경우도 있는데, 주로 어떤 특별한 일이 있을 경우에만 사주려고 하는 편이고요. 어떤 때는 좀 많이 사주기도 하고, 어떤 경우는 좀 부족하다 싶을 때도 있지만 결국엔 전체적으로 밸런스를 맞추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조지의 용돈은 얼마인데요?
일주일에 5파운드예요. 한동안 포켓몬 카드에 빠져 있어서, 포켓몬 카드에 엄청난 돈을 썼어요. 스스로 모은 용돈으로 쓰는거라 지켜봤는데, 다행히 그 시기가 어느 정도 지나간 것 같아요. 지금은 오히려 자기가 가진 포켓몬 카드를 팔아서 돈을 벌고 싶어 해요. 우리는 매일의 일상에 어느 선을 정해두고 돈을 쓰지만, 그럴만한 가치가 충분한 멋진 레스토랑이나 여행 같은 경험에 돈을 쓸 땐 예외예요. 좋은 경험에는 돈이 아깝지 않죠.
올리버 피플스 선글라스
“여름에 선글라스 없이는 밖에 나가질 못하는데, 이 브랜드의 선글라스는 정말 쿨해요.”
£321
그리스 여행
“여행을 정말 사랑해서 최근 장바구니에 담은 상품도 바로 여행이에요. 가족 여행으로 그리스에 가는 티켓을 끊었는데, 그날이 너무나 기다려져요. 부디 아무 일도 없이 무사히 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요.
£1000~
일란 | 리버티 패브릭숍 운영 | 런던
소개 부탁드려요.
런던에서 세 아이들을 키우며, 리버티 원단을 제작하고 판매하는 온라인 숍을 운영하고 있어요. 40대 초반 성인의 삶이란 다들 비슷하겠죠?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누구나 그렇듯이 가족의 행복한 삶이에요. 기본적인 의식주 중에서도 가족이 생활하는 공간에 가장 큰 가치를 둬요. 아이들에게 포커스를 맞추면서 제 커리어도 유지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아이들을 다 키우고 난 뒤에도 제가 할 몫을 미리미리 대비하고 있어요. 일할 때의 성취감이 매우 크거든요.
물가가 비싼 런던에서 일하며 아이 셋을 키우려면 돈을 관리하는 노하우가 있을 거 같아요.
아이들이 성장하고 있고, 몇 년 후면 꿈을 펼칠 대학에 보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마음 한편에 자리 잡고 있어요. 다행히 영국정부에서는, ‘Student Loan Programme’을 운영하고 있어요. 대학교를 지원하게 되면, 총 학비의 학자금 대출을 ‘Free Interest’로 받을 수 있거든요. 삼 남매를 키우는 저희에겐 너무나 큰 혜택이지만, 결과적으로는 갚아야 하는 학비라서 매달 적은 돈이지만 아이들을 위한 ‘Saving Account’로 저축하고 있어요. 큰딸의 경우, ‘Onefamily’라는 회사에 ‘Tax-Free Savings Accounts’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태어난 해부터 저축을 하고 있어요. 태어나서부터 한 달에 250파운드씩, 아이가 열여덟 살이 되는 해에 원금을 상환받을 수 있죠. 사회에 나가기 전 아주 크진 않지만 아이가 세상에 홀로 발 딛기 전에 작은 도움이 될 거 같아서 걱정을 좀 덜었다고나 할까요?
자발적 저축은 언제나 저와 남편의 관심사예요. 영국에 와서 생활하면서 가장 놀란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신용카드 발급이 매우 힘들며, 또한 신용카드 할부를 이용하면 이자가 매우 높다는 사실이에요. 한국에선 신용카드가 보편적으로 사용되며, 아주 고가의 가전제품을 구입할 때 무이자 할부를 이용하면 매달 차감되는 금액에 큰 부담이 없지만, 영국엔 무이자 할부 개념이 없어요. 그래서 모든 소비가 일시불이라 현실적으로 아주 큰 금액대의 물품이나 소비는 지양하고 있어요. 필수품을 제외하고는 큰 소비를 하지 않는게 제 철칙이 되어버렸네요.
소비라는 건, 가족의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의 가치를 생각하며, 미래의 불안정하고 불투명한 환경에, 미리 계획과 투자를 해서 불안을 줄이는 요소라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가능하면 현재의 나를 꾸미며 멋지게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훗날 나와 우리 가족의 미래를 염두에 두고 계획적인 소비 패턴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지요. 아이들이 다 자란 뒤에 남편과 함께 평안한 노후를 보내려면 지금부터 한 번 더 소비에 대한 철칙을 생각해 봐야겠네요.
아이들에게 돈에 대한 개념은 평소 어떻게 가르치나요?
아이들이 여섯 살이 된 이후에 일주일 용돈을 주기 시작했어요. 월요일 아침마다 용돈을 주는데, 처음에 5파운드(약 7,500원)를 주었을 때 아이들이 정말 기뻐했죠. 아이들에게 인생 처음으로 지갑을 사준 기억이 나요. H&M에서 파는 개구리 모양의 파우치였는데, 세일해서 1파운드 정도였어요. 세 개를 사서, 아이들 이름을 적어놓고 아이들에게 돈을 보관하는 용도로 사용하게 했지요. 이 돈은 아이들이 슈퍼에 가서 간식을 사는 용도로 쓰게 했어요. 가끔은 아트센터에 가서 미술 재료를 사거나 한국 슈퍼에서 새우깡이랑 베지밀 살 때도 이 돈을 쓰곤 하죠. 단 그날의 주어진 금액 안에서만 쓰게 했어요. 요새는 아이들이 많이 성장했고 영어를 이해할 수 있어서, 셀프 기계에서 바코드를 찍고 영수증까지 확인하게 해요. 내 돈이 소중한 만큼, 아빠 엄마의 돈 또한 쉽게 벌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을 가끔 상기시켜 줘요. 아직은 돈의 흐름을 이해할 수 없지만, 우선은 돈의 소중함과 돈의 목적을 이야기해 주려고 해요. 씀씀이는 스스로 익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말 필요한 물품을 제대로 합리적인 가격에 쓸 수 있는 현명함도 필요하니까요.
라피아 가방
프랑스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Sézan은 런던에서 아름답다는 트렌드 숍들이 오밀조밀 밀집한 지역에 있어요. 멋진 디자인과 합리적인 가격이 만족스러워요. 그곳의 라피아 가방을 마음에 두고 있어요. 예쁜 빨간색 폼폼이 태슬이 귀엽게 붙어 있어서 여름에 부담 없이 들고 나가기도 좋고, 장바구니로도 사용할 수 있죠. 친환경 제품이기도 해요.
£ 60
가빈 드레스
프랑스 ‘Rouje’의 시그니처 디자인이자 타임리스 제품이에요. 꽃 패턴이 아름답고 몸매가 드러나지 않지만 예쁜 실루엣을 가지고 있는 드레스죠. 아직 여름 세일 전이라서, 장바구니에 넣고 할인을 기다리고 있어요. 유럽은 미드세일을 자주 하기 때문에 세일 시즌에 구입하면 합리적인 가격으로 쇼핑을 할 수 있어요.
£ 180
타이나 | ‘Beatriz Furest’ 홍보 마케터 | 바르셀로나
소개 부탁드려요.
저는 두 딸과 강아지 존과 함께 살아요. 바르셀로나에 계속 살다 지금은 시내에서 차로 십 분 거리에 있는 외곽 지역인 Sant Cugat로 이사 왔어요. 우리 가족은 정말 여행을 사랑하는데 서울도 그중 한 곳이었어요. 거리와 가게, 사람들. 서울의 모든 것이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한국에서도 인기 많은 보보쇼즈의 커뮤니케이션 디렉터로 일하셨죠?
맞아요. 보보쇼즈에서 홍보와 커뮤니케이션 디렉터로 일했죠. 지금은 베아트리츠 퓨리스트에서 일하고 있는데 한국에서도 인지도가 올라가고 있는 걸로 알아요. 제가 홍보하는 브랜드여서가 아니라 보보쇼즈를 좋아하는 한국 사람들이라면 베아트리츠 퓨리스트의 스타일도 좋아할 거예요(웃음).
브랜드의 커뮤니케이션 디렉터는 주로 어떤 것을 소비하나요?
아무래도 패션 쪽에서 일하다 보니 옷 쇼핑을 제일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지금 제 장바구니에 담긴 아이템도 Beatriz Furest의 옷인데요. 베이직한 브랜드인 자라와 유니클로를 믹스 앤 매치하는게 제 쇼핑의 룰이에요. 어릴 땐 줄곧 제가 일하는 보보쇼즈의 옷들만 입혔었는데, 딸들이 크면서 점점 스투시Stussy 같은 스트릿 브랜드의 제품들을 좋아해서 사주기도 해요. 예쁜 옷을 입는 데는 돈을 아끼지 않아요. 홀리데이에 어울리는 룩으로 입고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스페인의 섬, 포르멘테라Formentera로 가는 게 진정한 위시 아이템이에요.
볼사백
코튼으로 만들어진 캔버스 백이라 세탁이 쉬워요. 특히 바닷가 갈 일이 많은 여름 시즌에는 모래가 묻어도 툭 털어낼 수 있는, 이런 캔버스 백이 최고죠. 심플한 디자인과 심플한 컬러의 백을 좋아해요. 클래식하거든요.
€107
저지 뉴 버트램 레이아스
사진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테리 소재로 만들어진, 레드 앤 화이트의 스트라이프 티셔츠도 장바구니 속 아이템이에요. 디자인은 클래식하지만 소재의 디테일이 다른, 스페인의 감성이 녹아있어요.
€89
에디터 김현지
글 허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