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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와 우리를 잇는 그림책 서점

아홉 살, 여섯 살, 다섯 살 세 꼬마를 데리고 즉흥적으로 떠났다. 리스본 시내와 꽤 떨어진 동네에 있던 어린이 서점에는 포르투갈어로 쓰인 그림책이 가득했다. 추운 날씨에 언 손을 녹이면서도 선반에서 알록달록한 그림책들을 골라 넘기던 순간이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 있다. 도시의 이미지를 결정하는 건 건축상을 받은 랜드마크나 별 네 개가 자랑스럽게 인쇄된 레스토랑만이 아니다. 동네 서점에서 발견한 그림책 한 권이 도시의 얼굴이 되기도 하니까. 우리 곁에 어린이가 없었다면 발견하지 못했을, 애정 어린 그림책 서점 세 곳을 소개한다. 이외에도 우리에겐 아직 가보지 못했고, 가보고 싶은 서점이 손바닥 위 지도 안에 빼곡하다.

Hatchards

영국 | @hatchardspiccadilly | hatchards.co.uk

런던에서 가장 오래된 서점인 해처드Hatchards는 영국 왕실에 서적을 납품하는 전통적인 곳으로 1797년 오픈했다. 외관에 칠해진 모스 그린 컬러는 오래된 전통만큼이나 기품있어 보이며, 입구에는 서점 설립자인 존 해처드의 초상화가 걸려 있다. 또한 해처드는 오스카 와일드가 가장 사랑했던 서점으로도 유명하다. 오스카 와일드가 앉아 자신의 저서에 사인을 하던 테이블을 지나 삐걱거리는 나무로 된 나선형 계단을 오르면 두 층 정도 위에 ‘Children’s’ 코너가 있다. 런던의 여느 서점들처럼 이곳도 새로 나온 책만큼이나 오랫동안 사랑받는 클래식한 고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빨간 모자를 쓴 런던 최고 귀염둥이 패딩턴이나 이층 버스를 소재로 한 그림책들, 영국을 대표하는 해리포터 관련 책들이 키가 큰 책장에 빽빽하게 진열된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1층에는 저자 사인이 있는 초판본이나 스페셜 에디션 책들이 숨겨져 있다고 하니, 보물찾기 하듯 살펴봐도 좋다.

Angelica Sprocket’s Pockets
글 · 그림 Quentin Blake | Red Fox

영국에서 가장 유명한 일러스트레이터로 손꼽히는 퀜틴 블레이크의 2011년 그림책. 주인공의 옆집에는 안젤리카 스프로켓이라는 이름의 아주머니가 사는데, 그녀가 항상 입고 다니는 오버코트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주머니가 있다. 하지만 그 안에는… 무엇이 들어 있는지 전혀 알 수 없다!
£6.99

Hatchards Jute Bag

해처드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시그니처 백. 가볍고 내구성이 높은 주트 섬유로 만든 에코백에 해처드의 외관이 연상되는 그린 컬러를 더했다. 런던뿐 아니라 유럽의 서점들은 시그니처 백을 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지나칠 수 없는 기념품이 되어 볼 때마다 도시의 추억을 되살린다.
£6.99

The Little Bookroom

호주 | @little_bookroom

1960년 앨버트 울린이 어린이들을 위해 오픈한 이곳은, 영국 아동문학가 엘리너 파전이 쓴 동명의 책 제목에서 이름을 따왔다.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는 어린이 서점 중 가장 오래된 곳인 리틀 북룸The Little Bookroom은 팬데믹이라는 위기 속에서도 동네 주민들의 끈끈한 애정을 받으며 멜버른을 지켜왔다. 지나온 시간을 가늠케 하는 타이틀 외에도 리틀 북룸이 특별히 매력적인 이유는 직접 큐레이팅한 카테고리 때문이다. ‘Recommendations for Reluctant Readers’는 책 읽기를 싫어하는 아이들을 위해 마련된 카테고리인데, 무조건 독서를 강요하기보다는 쉽고 재미있게 느껴질 수 있는 도서 리스트를 추천한다. 또 호주 출신 그림책 작가의 작품들도 다양하게 만나볼 수 있다.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신간이 발간될 때마다 출판 기념회나 저자와의 대화 등을 기획하니, 멜버른에 간다면 꼭 한번 둘러보고 싶은 서점이다.

Forever
글 · 그림 Beatrice Alemagna | Thames & Hudson

한국에서도 큰 사랑을 받는 베아트리체 알레마냐의 그림책. 어떤 것들은 멀리 날아가고 또 어떤 것들은 사라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원히 변치 않는 것이 이 세상 어딘가에 있다는 이야기로, 작가의 아름다운 일러스트가 빛을 발하는 작품이다.
$24.99(AUD)

Worst. Holiday. Ever
글 · 그림 Charlie Higson | Puffin Books

한 번 잡으면 놓칠 수 없는 모험이 가득한 책. 스탠은 휴가를 맞아 베스트프렌드인 펠릭스와 이탈리아 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엄마는 스탠에게 상어의 공격에 맞서 살아남는 법, 유괴 당했을 때 대처법 등 무시무시한 내용이 담긴 ‘이머전시 리스트’를 주는데, 쓸 일 없을 것 같던 스탠의 예상과 달리 온갖 위험들이 다가온다. 우리,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14.99(AUD)

Chantelivre

프랑스 | @chantelivreparis | chantelivre-paris.com

프랑스어라고는 ‘메르시(고마워)!’밖에 모르는 나는 파리에 갈 때마다 비밀 암호처럼 쓰인 책들을 유심히 살펴본다. 그 마술 같은 언어에 시크하고 사랑스러운 일러스트가 더해진 그림책이 있다면 얼른 한 권 품에 안고 서점을 나온다. 어린이 서점은 나에게 여행하다가 우연히 마주쳤거나 혹은 꼭 가보고 싶은 곳을 마음속에 저장해 두었다가, 날이 밝으면 제일 먼저 찾아가는 곳이다. 그리고 어떤 경우라도 일단 방문했다면 설렘을 가득 안겨주는 곳이기도 하다. 샹트리브르Chantelivre 서점도 5년 전 파리를 여행하던 도중, 우연히 발견했다. 파리 6구역에서 유명한 뤽상부르 공원 근처에 위치한 샹트리브르는 방대한 북 셀렉션을 자랑한다. 토들러와 키즈를 위한 책뿐만 아니라 영 어덜트까지, 그야말로 모든 어린이를 위한 책이 마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파리를 걷다가 코발트 블루로 칠해진 책이 눈을 번쩍 뜨고 있는 로고를 발견했다면 지나치지 말고 들러보자.

Emile fait la politique
글 Vincent Cuvellier | 그림 Ronan Badel | Gallimard Jeunesse Giboulees

파리 어린이 서점의 가장 뚜렷한 특징은 ‘정치’를 다루는 책이 많다는 것. 온라인 서점에서도 투표권, 대통령 등 정치와 관련된 책들이 추천 리스트에 뜬다. 이 그림책의 주인공인 에밀도 정치에 관심이 많은데, 매일 밤 애니메이션 대신 넥타이를 메고 날카로운 눈으로 정치 쇼를 본다. 왜냐고? 정치란 진지한 거니까!
6.90 €

Léo et Léonard
글 Sébastien Gayet | 그림 Stéphane Kiehl | Actes Sud Junior

루브르 박물관에 처음 가본 레오는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남긴 세기의 작품‘모나리자’를 보고 한눈에 반한다. 부모님을 졸라 한 번 더 그림을 보러 간 레오는 갑자기 타임슬립을 하게 되는데, 눈을 떠보니 바로 앞에 다빈치가 있다. 여기서 레오는 무얼 경험하게 될까? 다시 돌아갈 순 있을까? 모든 예술문화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프랑스의 태도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8.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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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이명주

글·사진 허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