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ectivorous Plants

동물 사냥꾼, 벌레잡이식물

동물 사냥꾼, 벌레잡이식물

Insectivorous
Plants

식물이 살아가는 데엔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다. 식물은 그저 충분한 물과 햇빛, 공기, 풍부한 영양분을 가진 토양만으로도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다. 하지만 때때로 어떤 식물들은 살아있는 동물을 잡아먹어야지만 살 수 있다. 생물학자 찰스 다윈은 이들을 ‘세상에서 가장 놀라운 식물’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식물을 ‘늘 같은 자리에서, 조용히, 변함없이 존재하는 생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식물의 이런 자연스러운 모습에 많은 위안을 얻는다. 하지만 식물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소극적이고 수동적이지만은 않다. 마치 인간 사회처럼, 식물도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생태계’란 큰 사회에서 동물과 곤충과 함께 공존하고 그들 사이에서 생존하기 위해 강인하고 끈질긴 생명력으로 치열하게 견딘다. 어떻게 보면 ‘생태계’라는 그들의 사회는 인간 사회보다 더 냉정하고 혹독할지도 모르겠다.

모두가 알다시피 식물은 움직일 수 없기 때문에 스스로 무언가를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식물은 생존을 위해 주로 다른 생물을 이용하는데, 그 과정에서 굉장히 공격적인 성향을 띄기도 한다. 이 공격성을 엿볼 수 있는 대표적인 식물이 바로 작은 동물을 잡아먹는 벌레잡이식물, 이른바 식충식물Insectivorous Plants이다.

습지나 암벽처럼 영양분이 충분하지 않은 토양에서 사는 식물들은 다른 동물로부터 영양분을 얻어야 한다. 그래서 그들이 선택한 방법이 바로 ‘곤충사냥’이다. 움직이지 못하는 식물들이 곤충을 잡기 위해서는 곤충이 스스로 다가오도록 유인해야 한다. 우리가 낚시를 한다고 가정해보자. 물고기가 좋아하는 미끼를 낚싯대에 끼워 그들을 유인하거나, 그물을 이용해 물고기가 움직일 수 없게 하거나, 긴 통발에 물고기를 가둬 빠져나오지 못하게 하는 방법들이 있다. 식물의 계략도 비슷하다. 곤충이 좋아하는 향기를 내뿜어 유인하거나 끈끈한 점액질로 곤충의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하기도 하고, 긴 주머니처럼 생긴 함정에 빠뜨려 곤충을 꼼작 못하게 만든다. 곤충이 잡히면 식물은 곤충에게 소화액을 분비하고, 그 소화액이 곤충의 몸을 분해하면서 나오는 영양분을 먹는다. 누군가는 식물의 이런 모습을 보고 놀라기도 하고 무섭다고도 하지만 이 공격성은 주어진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한 식물의 지극히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한국에 서식하는
벌레잡이식물

벌레잡이식물은 전 세계에 6백여 종이 있고 대부분이 열대·아열대 지방에서 서식한다. 우리가 흔히 집에서 키우거나 국내 식물원 또는 농장에서 볼 수 있는 벌레잡이식물들은 대부분 인간에 의해 육종된 외래품종이다. 국내에 서식하는 순수혈통의 벌레잡이식물도 있다. 통발, 땅귀개, 벌레잡이제비꽃, 끈끈이귀개, 끈끈이주걱, 벌레잡이말 등 총 12종이다.

이들은 대부분 습지에 서식하는데, 우리나라의 습지는 점점 땅으로 메워져 습지식물들이 살 곳이 사라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국내 벌레잡이식물 대부분이 희귀식물, 멸종위기식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간혹 깊은 산 속 물가 주변에서 이 식물들을 볼 수 있다.

어떤 모습을 하고 있나

포획형

잎을 빠르게 접어 곤충을 잡는 식물들로, 대표적인 종으로는 파리지옥과 벌레잡이말이 있다. 파리지옥의 잎에는 ‘갑각모’라고 하는 가시가 있는데, 동물이 가시에 걸려들 때를 기다렸다가 잎을 접어 동물을 잡아먹는다. 사람 손바닥에 곤충이 닿았을 때, 우리가 주먹을 쥐어 곤충을 잡는 것과 비슷하다. 이제껏 식물에는 뇌가 없어서 숫자를 셀 수 있는 능력은 당연히 없다고 알려져 왔다. 하지만 최근 새로운 연구 결과에 따르면, 파리지옥은 잎 안에 있는 가시에 먹잇감이 닿을 때 가시 자극 횟수를 느끼고 먹잇감 크기와 힘을 가늠한 후, 그 정도에 따라 효소의 양을 다르게 내뿜는다고 하니 똑똑한 식물이 아닐 수 없다. 무서운 것은 파리지옥은 잡은 먹이는 절대 놓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한번 빠지면 절대 빠져나올 수 없다는 걸 빗대 흔히 ‘파리지옥’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주머니형 

곤충이 주머니 모양의 잎에 들어오면 잡아먹는 식물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벌레잡이식물을 이야기할 때 아마 이 식물을 떠올릴 것이다. 이들은 주머니 모양의 ‘잎 함정’에 동물이 들어오면 소화액을 분비해서 동물을 먹는다. 들어온 동물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기 위해, 잎의 입구는 좁고 내부는 넓은 항아리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

주머니 모양의 잎을 가진 대표적인 벌레잡이식물이 네펜데스와 통발이다. 네펜데스는 외래종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선 농장이나 화훼시장에서 볼 수 있다. 네펜데스 주머니를 들춰보면 안에 투명한 액체가 가득찬 걸 볼 수 있는데, 이것이 모두 소화액이다. 한번 걸리면 빠져나오기 힘들다. 통발은 우리나라에 서식하기 때문에 산속 물가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통발은 다른 벌레잡이식물들과는 조금 다른 형태를 가지고 있다. 대부분 벌레잡이식물은 동물의 눈에 띄기 위해 화려하고 특이한 형태와 색을 가지는데, 물에 서식하는 통발은 수면 위로 노랗고 작은 꽃을 여유롭게 피우고 있다. 물론 물 안에서는 잎 주머니를 이용해 끊임없이 동물을 잡아먹는다. 통발이 가장 좋아하는 먹이는 물속에 사는 물벼룩이나 장구벌레다.

끈끈이형 

잎에 덮여있는 털에서 끈끈한 액체를 분비해 곤충을 잡는 식물도 있다. 벌레잡이꽃, 끈끈이주걱, 끈끈이귀개가 대표적이다. 끈끈이귀개와 끈끈이주걱은 국내 서식 벌레잡이식물 중 대표적인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이들의 잎에는 투명한 물방울이 맺혀있는데, 이것이 모두 곤충을 잡기 위해 식물이 스스로 분비하는 액체다. 자신의 잎에 곤충의 몸이 닿으면 유리구슬 같은 끈끈한 액체로 곤충을 움직이지 못하게 한 후 잎을 가운데로 오므려 잡아먹는다. 또한 이 액체는 곤충의 몸에 스며들어 식물이 곤충을 다 먹기 전까지 살을 썩지 않게 만들어준다.

벌레잡이식물 키우기

벌레잡이식물은 색과 형태가 화려한 데다 집 안의 곤충도 잡아주기 때문에 의외로 가정에서 많이 키우는 식물이다. 벌레잡이식물을 키울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물과 토양이다. 이들은 대부분 열대·아열대 지방 습지에서 서식하기 때문에 선천적으로 수분을 많이 필요로 한다. 그래서 대부분 벌레잡이식물을 키울 때에는 화분을 물에 담가 뿌리에서부터 물을 충분히 흡수시키는 ‘저면관수’ 방법으로 재배한다.

화분을 물에 담가 놓으면 따로 주기적으로 물을 주지 않아도 되고, 집 안의 습도 유지에도 도움이 된다. 또 벌레잡이식물은 암석과 습지 등 산성토양에서 잘 자라기 때문에 염기성토양보다 산성토양이 생육에 적합하며, 일반 수태나 피트모스(습지나 늪에서 이끼, 수초 등의 유체가 퇴적되어 분해된 것)를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다. 물론 식물종마다 좋아하는 햇빛, 수분, 토양, 양분 조건은 조금씩 다르다.

국내에서 벌레잡이식물을 볼 수 있는 곳

한국 벌레잡이식물원

A. 경기도 서하남로 542번길 31 T. 010 9004 8246

경기도 하남에 위치한 벌레잡이식물 온실. 16년동안 벌레잡이식물만 연구하고 재배해온 이화진 선생님이 운영한다. 주말 예약자에 한해서만 방문할 수 있다.

서울대공원 식물원

A. 경기도 과천시 대공원 광장로 102 T. 02 500 7335

서울대공원 안에는 대규모의 온실식물원이 있다. 다양한 아열대식물들이 식재되어 있으며, 작년에는 다양한 벌레잡이식물 생체를 전시하기도 했다.

한택식물원 벌레잡이식물온실

A.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백암면 한택로 2 T. 031 333 3558

한택식물원에는 허브식물과 벌레잡이식물만을 전시해놓은 온실이 있다. 성수기 중에는 벌레잡이식물 관련 체험프로그램도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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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정혜미

글·사진 이소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