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agine Something Unimaginable

현대어린이책미술관
전시 들여다보기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가 완공되었을 때 나의 첫 반응은 ‘도심에 웬 우주선 한 대가 착륙했다!’였다. 생소한 회색빛 알루미늄 외벽, 직선과 직면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형태, 겉에서 봐선 도무지 층수를 구분해 낼 수 없는 모호한 구조가 그동안 알던 ‘건축’의 범위를 한참 벗어나 있었기 때문이다. “건축은 사람으로 하여금 생각할 수 없는 것들을 생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DDP의 건축가 자하 하디드의 의도대로 DDP의 웅장한 곡선 앞에서 나는 어디 한 군데 전형적이지 않은 건축물도 있다는 걸 생각하게 되었다. 그렇게 아주 작은 틈이 생긴 생각의 문이 <말도 안돼! No Way!>를 관람한 후에 아주 활짝 열렸다.

엉뚱하게,

더 궁금하게!

‘말도 안돼! No Way!’라는 전시명 뒤에는 어떤 부제도 붙지않는다. 도시의 한 장면을 그린 듯한 포스터만 보고 건축이라는 주제를 떠올리기도 쉽지 않다. 전시를 기획한 박수민 학예사는 주제를 직관적으로 표현하는 대신 관람객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쪽을 택했다.

“전시 제목을 많이 고민했어요. 이전 전시들의 네이밍보다 더 파격적으로 지었고, 주제도 잘 보이지 않게 숨겼어요. 건축이라는 주제가 어려워 보일까 봐 그런 게 아니라 ‘알아서 발견해 보세요!’라는 말을 던지고 싶었어요. 이론적인 정보 전달이 아닌 놀이처럼 즐기는 전시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어요.”

전시는 크게 네 가지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다. 르 코르뷔지에, 안토니 가우디, 자하 하디드 세 건축가에 대해 알아보고 관련 활동을 해보는 건축가 연구실, 건축에 쓰이는 재료와 도구, 건축의 형태를 탐구하는 건축 탐구실, 데이비드 맥컬레이의 《고딕성당Cathedral , 데이비드 로버츠의 《건축가 이기 펙의 엉뚱한 상상Iggy Peck, Architect》, 그리고 디디에 코르니유의 《높이 솟은 마천루에 올라요Tous les gratte-ciel sont dans la nature》 세 작품의 원화를 감상하고 건축의 원리를 발견하는 건축 발견실, 아직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상상 속 건축 모형을 전시하는 건축 실험실 등 무엇이든 직접 만지고 체험하길 원하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섹션마다 다른 활동으로 채워져 있다.

하지만 이 전시는 꼭 어린이를 위한 것만은 아니다. 어린이가 르 코르뷔지에의 옥상 정원을 꾸미는 동안 어른은 한쪽에서 안토니 가우디의 어린 시절을 눈에 담는다. 어린이가 동화 속 이기 펙처럼 끈을 매다는 동안 어른은 원화 속 고딕성당의 고고한 자태에 매료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서로 새롭게 알게된 놀라운 이야기에 대한 끊임없는 대화가 시작된다. 현대어린이책미술관의 전시가 늘 그래왔듯, 전시장 어디를 둘러보아도 엉뚱한 대화를 시작할 여지는 존재한다.

INTERVIEW

박수민 | 현대어린이책미술관 학예사

“전시실에서 얻은 대화의 덩어리가 확장되면서 아이들에게 더 큰 나비 효과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요. 저희는 그 과정의 박자를 맞추기 위해 전시와 교육을 기획하고 연구하고 있어요.”

<말도 안돼! No Way!>는 건축을 소재로 한 전시예요. 이번 전시를 기획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2018년도에 볼로냐 국제 아동 도서전에서 처음으로 건축, 예술, 디자인 부문의 특별상을 수여했어요. 수상한 책들을 보고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어요. 건축을 주제로 한 그림책이라고 하면 막연히 건축 원리를 자세히 설명해야만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막상 수상작을 보니까 간단한 이미지만으로도 전달할 수 있는 가치가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편견이 깨진 거죠. 동시에, 어린이들에게 건축을 좀더 재미있고 엉뚱하게 설명해 볼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더라고요.

 

전시실이 네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직접 소개해 주시겠어요?

전시실1은 건축가 연구실과 건축 탐구실로, 전시실2는 건축 발견실과 건축 실험실로 구성했어요. 전시실1에는 아이들이 워밍업할 수 있는 재미있는 활동 위주로 많이 채우고, 전시실2에서는 몇 가지 건축 요소를 발견하고 실험해 볼 수 있게 구성했어요. 이런 흐름을 따라가면서 아이들이 ‘건축이 쉽네!’라고만 느껴도 좋겠다고 생각하면서요. 어떤 유명한 건축가는 컴퓨터가 없던 시절에 끈에 추를 매달아 처지는 모양을 거울에 비춰서 설계를 했다더라, 그냥 실을 연결했을 뿐인데 다리를 지탱하는 힘이 될 수 있다더라, 하는 사실을 전시장 곳곳에서 자연스럽게 알게 하고 싶었어요. 성인 대상의 건축 전시는 대부분 사회적인 가치라든가 아카이빙, 미학적인 요소들에 초점이 맞춰져 있잖아요. 독특한 방법이 아니고서는 아이들이 어려워할 것 같아서 지금까지의 전시 중에서도 특별히 더 엉뚱하게 접근하려고 노력했어요.

 

말씀하신 대로 구성이 무척 알찬데요. 전시가 완성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궁금해요.

건축 그림책을 키워드로 열겠다는 생각을 하고 나서 어떤 작가, 어떤 작품과 원화로 키워드를 풀지 고민했어요. ‘화려하게 웅장하게 지어볼까, 더 먼 곳까지 연결할 수 있을까?’ 건축가들이 할 만한 질문을 생각해 보고 거기에 답을 해줄 수 있는 책을 찾았어요. 전시의 큰 섹션을 먼저 잡은다음, 그중에서 원화를 보여줄 섹션을 정했죠. 큰 틀이 잡히고 나면 기획안이 완성되고, 시각 디자인, 공간 디자인 업체와 협업을 시작해요. 기획 이후의 시간은 공간 구성에 투자하는 편이에요. 그리고 제가 생각하는 기획 방향과 동선, 이미지적인 요소들을 살펴보고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 몇 달간의 과정을 거쳐요. 현대어린이책미술관은 전시와 교육 두 가지 파트로 나뉘어 있는데요. 교육 파트에서는 정규 교육 프로그램 외에 전시가 바뀔 때마다 연계 프로그램을 운영해요. 전시, 교육 학예사들이 어떤 부분을 강조할지 충분히 논의한 후에 전문 강사진들과 함께 진행하죠.

정말 긴 과정을 거치네요. 구성 중에 특히 마음이 가는 섹션이 있을 것 같아요.

이다미 건축가님과 함께 기획한 건축 실험실을 꼽고 싶어요. 건축가님은 건축 자체를 하나의 몸이라고 생각하면서 접근하세요. 사람이 사는 집이 껍데기가 아니라 몸의 일부고, 그 몸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감각들까지 건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이에요. 이렇게 말도 안 될 만큼 놀라운 건축물이 탄생하기까지는 건축가들의 노력이 수반되었을 텐데, 이 시점에서 실제 업계에 종사하는 누군가가 아이들에게 무엇을 질문할 수 있을지 궁금증이 일었어요. 아이들과 건축가가 함께 생각하면서 건축을 실험해 보는 공간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부드럽고 폭신폭신한 집, 눈에 보이지 않는 투명한 집…. 아직 세상에 존재하지는 않지만 재미있는 아이디어로 접근할 수 있게끔 했어요. 실제로 실험실 안에는 건축가님과 각기 다른 현대 미술 작가가 협업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어요. 제가 작가 협업에 관심이 많은 편이라서 더 즐거운 작업이었던 것 같아요. 건축가님은 어린이가 생각보다 훨씬 더 똑똑하고, ‘이건 좀 창피한데?’라고 생각할 정도의 엉뚱함이 오히려 아이들에게는 창의적인 질문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걸 깨달으셨다고 해요.

 

이번 전시는 건축가들의 건축 기법을 어린이들이 체험해볼 수 있도록 재해석해서 구현한 부분이 많아요.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저에게는 제일 재미있는 고민이에요. 아이들이 전시를 보러 오면 활동하는 공간으로 다다다 달려가요. 처음에는 어떻게 작품을 더 집중해서 보게 할까 고민했다면 지금은 아이들의 호기심을 먼저 자극한 다음 작품을 감상하도록 방향을 바꾸게 되었어요. 이번에는 세 건축가와 관련된 서적을 읽으면서 그들의 어린 시절에 초점을 맞춰 공부했어요. 어릴 적 꿈을 실제로 이루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했거든요. 건축가가 관심 있어 하는 기법들을 이야기 보따리 풀듯이 하나하나 다 정리를 해봤어요. ‘가우디는 동물의 뼈, 곤충의 등, 낙엽, 나뭇잎 같은 자연에서 오는 요소들의 구불거리는 선으로 자연을 묘사한 건축을 해. 구엘 공원을 장식할 때는 깨진 타일로 장식을 했는데 그게 트렌카디스 기법이야.’ 이런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살펴보고 전시에 적용할 만한 것들을 골랐어요. 활동 요소도 다양해야 하기 때문에 그림, 조형, 글 등 겹치지 않는 최적의 활동을 연구했고, 그 안에 중요한 포인트를 꼭 넣으려고 노력했어요.

 

SNS 후기를 찾아봤는데 아이들이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후기 사진 올라올 때 너무 뿌듯해요. 하루에도 몇 번씩 해시태그로 검색해 보고요. 최근 수도권에 2주 정도 휴관 지침이 있었는데, 그 기간에 하루의 낙이 사라진 느낌이었어요. 재개관한 이후로 또 행복하게 검색하고 있어요(웃음).

 

학예사로서 평소 어린이의 관심사를 위해 공부하는 부분이 있나요?

그림책은 아이들이 태어나서 처음 만나는 예술 작품이에요. 그림책을 통해 창의력과 감수성을 자극해 주는 게 저희 미술관이 존재하는 목적이고요. 저는 예술학을 전공했고 성인 대상 전시를 기획해 왔기 때문에 이 세계를 제대로 알기 위해 정말 많이 공부했어요. 관련 책과 논문도 많이 찾아보고, 가까이에 있는 동료들과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관장님께 자문을 구하기도 해요. 그중에서도 아이들이 전시 안에서 무엇을 재미있게 하는지, 잘 받아들이는지 들여다보며 스스로 리뷰하는 게 가장 큰 도움이 됐어요. 예전에 기획한 전시를 생각하면 좀 창피하기도 해요. ‘쉽게 설명한다고 했는데 아이들에게는 어려웠구나.’ 싶죠. 후기를 많이 검색해 보는 이유도 마찬가지예요. 제가 의도한 대로 관람해 주는지 확인하는 일이 중요하니까요. ‘내가 생각한 대로 전달됐어!’라는 생각을 하게 되기까지 과정이 꽤 길었어요. 

 

‘어린이책미술관’이라는 타이틀이 어린이들과 부모들에게 어떤 의미가 되었으면 하나요?

저희는 그림책을 주제로 다양한 기획전을 보여주는 기관이에요. 당연히 가장 가치 있는 책을 선정하고 그 안에서도 전시로 이해시키기 좋은 콘텐츠를 선별해요. 무작정 많이 읽고 보는 것도 좋지만 저희가 큐레이션해놓은 것으로 가이드라인을 얻어 가셨으면 해요. 무엇보다 함께 전시를 보고 나서 대화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전시실에서 얻은 대화의 덩어리가 확장되면서 아이들에게 더 큰 나비 효과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요. 저희는 그 과정의 박자를 맞추기 위해 전시와 교육을 기획하고 연구하고 있어요.

말도 안돼! No Way!
hmoka.org
현대어린이책미술관
2020. 04. 01.~08. 30.

전시를 더 깊이 이해하는 방법

전시 연계 교육 프로그램

교육 전문 학예사와 전문 강사진이 연령대에 맞춰 세 갈래로 기획한 프로그램은 전시를 한층 더 깊이 있게 관람하고 사고를 확장하는 데 도움을 준다. 각 프로그램은 전시 기간 동안 주말 중 하루 운영하는 일일 프로그램이다.

마음을 잇는 다리

바다를 건너 육지와 섬을 잇는 다리처럼 몸과 마음을 움직이며 우리네 사이를 잇는 다리를 만들어보고 콜라주 기법으로 새로운 다리를 디자인해보는 예술 표현 프로그램. 온몸을 움직이고, 다양한 재료를 활용하여 우리 사이를 잇는 다리를 만들어 보고, 콜라주 기법과 여러 가지 패턴으로 마음을 잇는 멋진 다리를 디자인해 보자.

날짜 8/1, 8/8, 8/15, 8/29 토요일
시간 11:00~12:00(60분)
비용 2만 원
적정 연령 4~5세 어린이와 부모

기상천외 포트폴리오

건축가들의 생각을 따라가며 나만의 기상천외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보는 예술 창작 프로그램. 세상에는 네모난 건축물 말고도 개미집을 닮은 건축물, 바구니를 닮은 건축물, 심지어는 찌그러지고 거꾸로 뒤집어진 건축물도 있다. 건축가들처럼 나만의 상상으로 가득한 건축물을 설계해 보자.

날짜 8/2, 8/9, 8/16, 8/30 일요일
시간 13:30~15:00(90분)
비용 2만 원
적정 연령 6~7세

튼튼! 트러스!!

건축물을 튼튼하게 하는 아치, 트러스 구조를 알아보고 함께 구조물을 탐색해 보는 예술 탐구 프로그램. 재미난 게임과 탐색을 통해 건축물을 단단하게 세우는 방법을 알아보고 친구들과 함께 누가 누가 더 튼튼한 구조물을 지을 수 있을지 실험해 보자.

날짜 8/1, 8/8, 8/15, 8/29 토요일
시간 13:30~15:00(90분)
비용 2만 원
적정 연령 초등 1~2학년

©현대어린이책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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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이다은

포토그래퍼 윤동길 취재 협조 현대어린책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