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Need To Find My Own Forest

집 속에 집 짓기
도토리자매

“집 속의 집에 살아요.” 도토리자매의 방은 분명한 집이다. 방문을 열면 그 안에 서재가 있고, 침실이 있고, 거실이 있고, 소파가 있고, 테이블이 있다.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지만 슬기로운 독거생활이 가능한 구조. 두 개의 방을 터 집 안에 집을 짓고 살아가는 이야기가 여기에 있다. 지금부터 펼쳐지는 대화는 그녀만의 작은 숲에서 시작된다.

나만의

작은 숲

‘도토리자매’는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에서 온 이름이라고 들었어요.

살다 보면 인생의 책을 만나게 될 때가 있잖아요. 저에겐 퇴사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낸 얼마간의 휴식기가 있었어요. 그즈음 읽은 책이 요시모토 바나나의 《도토리 자매》였는데요. 소설 속 자매 이야기, 특히 동생 모습이 그때 제 모습과 비슷하다고 느껴 마음이 끌렸죠. 그때, 앞으로 뭔가 하고싶어지는 때가 오면 도토리자매라는 이름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직접 그린 도토리 그림으로 간판을 만들어야겠다는 희망찬 생각도 하게 됐고요.

 

휴식기 시절에 대해 물어봐도 되나요?

음… 그때는 사람도 거의 만나지 않고, 오랫동안 해온 블로그에서도 손을 떼고, 가끔 여행 다니는 거 말곤 아무것도 안하고 지냈어요. 몸도 마음도 완전히 지친 채 퇴사한 거여서 ‘몇 년간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다소 황당한 결심을 하기도 했죠(웃음). 무기력하게 시간을 보내던 저를 챙겨준 건 친언니였어요. 아무리 바빠도 여기저기 데리고 다니며 보여주고, 먹여주고, 위로가 되어주었죠. 언니는 어릴 때부터 저에게 한결같이 다정했어요. 그런 언니 덕분에 저도 차차 명랑해지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활동량도 많아졌죠. 그즈음 사무실, 언니 집, 저희 집의 이사가 이어지면서 반 셀프 인테리어 할 일들이 생겼는데요. 무기력한 시기가 지나고 나니 일상에 이야깃거리가 생기면서 어딘가에 기록하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어요. 그때 ‘도토리자매’란 계정을 만들어 SNS에 공간 사진과 이야기를 업로드하기 시작했죠.

 

저도 인스타그램을 통해 도토리자매를 알았어요. 꾸준한 집사진을 보면서 대단하다고 생각했죠.

영화 <리틀 포레스트>(2018) 마지막 장면에 이런 대사가 나와요. “나도 나만의 숲을 찾아봐야겠다.” 저에게 집은 ‘나만의 작은 숲’ 같은 곳이에요. 장소로서의 물리적인 의미도 있지만, 그 핵심은 가족이라고 생각해요. 마음이 번잡할 때, 숲에 가서 가만히 눈을 감고 있으면 고요함을 되찾을 수 있잖아요. 저는 집에 돌아오면 늘 그런 기분을 느껴요. 부모님과 함께 사는 집이어서 언제나 적당한 온기로 가득하거든요. 바깥 생활에 지쳐 무거운 몸을 이끌고 들어오는 날에도 집은 늘 조용했기 때문에 현관문을 닫고 집 안으로 들어오면 사방이 고요해지면서 몸도 마음도 편안해지는 걸 느끼죠.

 

집 이야기가 나왔으니 집 소개도 들어볼까요?

지금은 지어진 지 오래된 아파트에 살고 있어요. 여긴 가장 높은 층이고요. 이 집을 고른 가장 큰 이유는 삼각 지붕이어서 층고가 높고 예쁜데다 요즘 아파트와 달리 복잡한 구조가 없거든요. 널찍하게 구성된 게 마음에 들었어요. 이 집은 전실에서 신발장이 있는 복도로 들어오면 T자 형태로 나누어지는데요. 중앙에는 거실과 주방이 나란히 있고, 그 왼쪽엔 부모님이 쓰시는 방 두 개와 욕실이 있어요. 오른쪽엔 제 방과 또 다른 욕실이 있는 형태고요. 제 방은 원래 두 방으로 나뉜 공간인데, 인테리어 할 때 가운데 벽을 철거하고 한 공간으로 만들어서 크게 쓰고 있어요. 

 

그래서 방을 독립된 집처럼 만들 수 있던 거군요. 언제부터 공간을 꾸미는 데 관심이 있었나요?

관심은 늘 있었어요. 지금 사는 집으로 이사 오기 전까지 30년에 가까운 시간을 오래된 아파트에서 살았는데요. 집을 고치거나 이사하는 일은 부모님의 영역이라 생각했고, 그 시절 저는 학교나 직장을 다니느라 바빠서 방은 그저 자는 곳 정도로만 생각했어요. 관심은 있었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침구를 바꾼다거나 가진 책을 잘 꽂아두는 정도였죠. 그러다 회사를 그만두고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시기에 언니가 갑자기 이사해야 하는 상황이 생겼어요. 때마침 인테리어 열풍이 불기 시작할 즈음이어서 온라인에 심심찮게 셀프 인테리어나 집 짓기 정보가 올라오곤 했어요. 그걸 자주 봐오던 제가 바쁜 언니를 대신해 인테리어를 도맡게 됐는데 생각보다 재밌더라고요. 낡고 오래된 갈색 아파트가 화이트 톤의 모던한 아파트로 바뀌고 거기에 침구, 소파, 커튼 등이 보태지면서 완성되어 가는 건 제가 오랫동안 선망해 온 일이었거든요. 원래도 쇼핑을 워낙 좋아하던 사람인데 언니 돈으로 예쁜 물건을 고르고 배치하는 고민만 하면 되니까… 그게 너무 즐거웠어요.

그 과정을 SNS에 공개하면서 본격적인 기록이 시작된 거군요.

맞아요. 갓 리모델링한 하얗고 예쁜 언니 집을 보니까 ‘이걸 내가 해내다니! 어딘가에 자랑하고 싶어!’라는 생각이 들어서 인스타그램에 올렸죠. 그러고 나서 1년 후에 이곳으로 이사왔는데요. 저는 늘 언니랑 함께 방을 써오다가 언니가 결혼하면서부터 온전히 혼자만의 방을 가질 수 있었어요. 그러니까 이 방 이전에도 온전한 제 방이 있던 셈인데, 이전의 방은 너무 작고 오래돼서 그저 잠자는 용도로만 사용했거든요. 이집으로 이사 오면서 제가 언제나 가지고 싶어 한 진짜 저만의 방을 드디어 가질 수 있게 된 거죠. 이젠 온전한 제 방을 만들고 싶어서 리모델링이랑 인테리어까지 하고 들어왔어요.

 

어떤 방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하얗고, 깨끗하고, 넓은 방이요. 리모델링을 준비할 땐 핀터레스트나 인테리어 블로그를 많이 참고했어요. 그때는 외국의 스튜디오나 원룸 같은 곳을 많이 찾아보았죠. 방을 만들어 나가면서 자주 쓰던 태그가 ‘슬기로운 독거생활’이었는데요. 부모님과 함께 살지만, 제 공간 안에서는 하나의 독립적인 집처럼 생활하길 바랐어요. 제 방은 나란히 있는 작은 방두 개를 터서 만든 공간이라서 웬만한 원룸보다 크고 긴 창문도 많아요. 한 공간 안에 거실도 있고, 침실도 있고, 서재도 있는 방을 만들고 싶어서 그 점을 특히 신경 썼어요. 한공간이지만 자연스럽게 분위기가 전환되면서 공간마다 할 수 있는 일이 나누어지도록요. 

제 방은 긴 직사각형이에요. 문을 열고 들어오면 왼쪽엔 침실과 옷방 기능을 하는 공간이 있어요. 침대는 창가에 두었고, 그 옆에는 침대 가까이에 두고 쓸 물건을 모아둔 큰 노란색 테이블이 있죠. 그리고 옷장을 대신하는 행거가 있어요. 붙박이장은 하고 싶지 않아서 행거를 설치하고 커튼으로 가려 사용하고 있죠. 이렇게 해두면 변덕이 심한 제가 구조를 바꿀 때도 용이하고 불필요한 공간이 생기지 않아서 좋아요. 또, 오른쪽에는 거실과 서재구실을 하는 공간이 있어요. 한쪽이 움푹 들어가 있는데 그곳에 책을 쌓아 서재를 만들었어요. 이 공간은 계절이나 필요에 따라 높은 테이블을 둘 때도 있고, 낮은 테이블을 두고 좌식으로 쓸 때도 있어요. 테이블을 없애고 소파를 두고 쓰기도 하고요. 창밖엔 방 길이만큼이나 긴 베란다와 창고가 있어요. 수많은 소품을 테트리스 하듯 잘 쌓아두고 필요할 때를 기다리고 있죠.

 

방금 ‘서재’라고 이야기한 저 공간이 특히 마음에 들어요. 책을 쌓아둔 모습이 감각적이에요.

제 SNS에서 많은 분이 좋아해 주시는 공간이기도 하고 저 역시 애정을 가지고 있는 부분이에요. 책을 이렇게 쌓아두는 이유는 어쩌면 어린 시절 경험 때문인 것도 같아요. 저는 어릴 때부터 낯을 많이 가리는 내성적인 아이였어요. 친구들이랑 놀기보다는 집에서 공상하거나 책 읽는 걸 좋아했죠. 책이 엄청 많던 건 아니어서 읽은 책을 읽고 또 읽거나 어른들책을 몰래 꺼내 읽곤 했어요. 그러다 부잣집 친구 생일에 초대받아 집에 놀러 간 적이 있는데요. 큰 방 벽면에 동화책 전집 수백 권이 빽빽하게 꽂혀 있는 걸 봤어요. 부러움 반, 슬픔 반의 마음으로 책장을 멍하니 쳐다본 기억이 나요. 그때 경험 때문인지 책장에 로망이 생겼고 책도 쉽게 버리지 못하고 자꾸 쌓아두게 됐죠. 결국 버리지 못하는 성격과 공간을 줄여야 한다는 딜레마 사이에서 이런 형태의 책장이 완성된 것 같아요. 정작 책장을 가진 지금은 책보다 스마트폰을 더 많이 들여다보는 것 같아서 좀 반성이 되기도 하네요(웃음).

 

이효석의 <호텔 부근>에 이런 대목이 나와요. “방이란 한량없이 신비로운 것이니 그 속의 생활은 언제든지 외부에 대하여서는 닫혀진 비밀이다.” SNS로 사생활을 노출하는 데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을 것 같아요.

SNS를 하다 보면 분명 그런 걱정이 들긴 하지만 일단은 익명성이 특징적이니까 몇 가지만 주의하면 괜찮겠다는 생각으로 하고 있어요. SNS로 공개하는 공간은 제 공간으로만 한정 짓고, 저를 드러낼 만한 핵심 정보는 최대한 가리고 있죠. 언젠가는 SNS를 그만둔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좀 더 편하게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언제든 발 뺄 준비가 되어있달까요(웃음).

 

가족과 함께 지내고 있어서 나만의 취향으로 꾸미는 게 어렵다고 느낄 때도 있겠어요.

이 집은 앞서 말했다시피 집 고르기부터 리모델링과 인테리어의 세세한 부분 하나하나까지 제가 정하고 진행한 거라서 집 대부분에 제 취향이 들어가 있어요. 독립에 크게 욕심이 없는 건 저희 가족 성격 덕분이기도 한데요. 식구들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공간은 아주 간결하게 유지하되 나머지 개인공간은 각자 알아서 꾸미기로 한 데 동의했기 때문에 간섭받는다는 느낌은 없어요. 부모님은 제가 부탁할 때를 제외하고는 제 공간으로 거의 오시지 않고, 제게 볼일이 있어도 불쑥 들어온다거나… 하는 일은 없어요. 저 역시 마찬가지고요. 저는 종종 ‘집 속의 집에 살고 있다.’고 이야기해요. 바로 옆동에 사는 언니 가족까지 합세하면 가족에 둘러싸여 외로울 틈도 없이 보살핌받으며 살고 있는데, 원할 땐 방문만 닫으면 혼자가 돼요. 함께 살면서도 고요하고 한적한 공간에 있을 수 있는 거죠. 더할 나위가 없다고 생각해요.

SNS를 유심히 보고 있는데 요즘은 특히 컬러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색 맞추는 걸 좋아했어요. 상의와 하의를 베이스 컬러로 맞추고 카디건, 머리핀, 신발, 가방까지 색을 맞추고 싶어 하는 다소 과한 스타일이었죠(웃음). 그런 성격이 방에도 묻어나는 것 같아요. 큰 가구나 침구에 포인트 컬러를 쓰게 되면 거기에 맞춰 러그나 소품, 포스터를 하나씩 꺼내와 맞추는 식으로요. 혼자 쓰는 가구와 침구다 보니 딱히 청소나 실용성을 고민하지 않아도 돼서 해보고 싶은 걸 이렇게 저렇게 매칭해 보면서 바꿔나가는 편이에요.

 

SNS는 아무래도 만족스러운 사진만 공개하게 되잖아요. 실패한 인테리어에 대해서도 들어보고 싶어요.

저는 물욕을 제어하지 못해 곤란한 경우가 많았어요. 공간에 애착이 생기고 방 꾸미기라는 취향에 눈을 뜨면서 SNS를 자주 하게 됐는데 그 속에는 너무 멋지고 독특한 집이 많더라고요. 보는 게 많아지고 정보도 넘쳐나다 보니까 욕심이 생기고 유행에 휩쓸리게 되었죠. 어느 날부터는 제 공간에 맞지 않거나 필요가 없는데도 예쁘다는 이유로 사들이는 물건이 많아졌어요. 충동구매를 한 가구가 골칫거리가 되고, 소품들은 창고 신세를 면하기 힘들어졌죠. 저처럼 변덕이 심하고 분위기를 자주 바꾸고 싶어 하는 분들이라면 특히 가구구입은 신중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사실 저도 아직까지 잘 못하는 부분이지만요(웃음).

 

방 꾸미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집순이라는 설이 있던데, 어때요?

맞아요. 엄청난 집순이예요. 저는 호보다 불호가 명확한 편이에요. 싫어하는 걸 되도록 하지 않으려고 하다 보니 언젠가부턴 만나는 사람만 만나고, 먹는 것만 먹고, 가는 곳만 가게 되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외출은 마음먹고 하는 일이 됐어요. 강아지랑 산책하는 거 말곤 거의 나가질 않아요. 방 꾸미는 데 열심인 첫째 이유는 집순이로 아늑하게 지내기 위해서예요. 저처럼 좁은 범위에서 생활하는 걸 선호하는 사람에겐 일상이 무척 중요해요. 사소한 데서 의미를 찾지 못하면 삶은 쉽게 무력해져요. 저는 늘 집 안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 해오면서 에너지를 충전했어요. 특히 손으로 하는 일을 좋아해서 뜨개질하고, 책 보고, 영화 보면서 지내는 거죠. 요즘은 레몬 무늬 가방을 뜨고 있는데, 이걸 다 마치면 레시피로만 정리했던 빵을 구워보려고요.

 

앞으로 도전해 보고 싶은 집 스타일이 있어요?

언니랑 미래를 이야기할 때가 많은데, 그때 빠지지 않는 소망이 ‘도시 근교의 마당 있는 주택에서 살기’예요. 꼭 반듯하고 예쁜 집이 아니어도 좋아요. 강아지들이 뛰어놀고, 텃밭도 가꾸고, 유실수도 심을 만한 곳이면 좋겠어요. 계절이 흐르고 자연과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걸 몸소 느끼며 지내고 싶어요. 어릴 때 시골에 살던 엄마는 그런 환경이 갖춰지려면 얼마나 많은 일이 뒷받침되어야 하는지 알기나 하느냐며 혀를 차지만(웃음), 현실감 없는 로망일지라도 언젠간 꼭 이루고 싶어요.

내 방을 위한

조용한 마법

“제가 전문가는 아니어서 팁을 소개하기는 머쓱하지만….” 하고 조심스럽게 꺼내놓는 도토리자매의 팁. 여유가 있다면 01번을, 저렴하게 시도해 보려면 02번을 읽어보자.

01.조명과 바닥

“리모델링을 전제하지 않는다면 방 분위기를 확 바꾸는 건 어려운 일이에요. 은은하게나마 바꿔보고 싶다면 조명과 바닥 색상 바꾸는 걸 추천하고 싶어요. 이 둘만 바꾸어도 다양한 시도가 가능해지거든요. 왜, 평범한 테이블도 조명빛을 받으면 멋져 보이잖아요. 바닥 색상을 바꾸는 건 공사에 가까워서 간편하게 바꾸기 위해 러그 활용하는 걸 추천하고 싶어요. 저는 1년에도 몇 번씩 러그를 바꾸어 까는데, 가끔은 마루 시공을 괜히 했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웃음). 베이스 컬러만 바꾸어도 좋고, 베이스 컬러 러그와 포인트가 될 수 있는 컬러 러그를 매치해서 쓰는 것도 좋은 팁이 될 거예요.”

02.소품

“조명이나 러그를 바꾸는 게 부담된다면 아이템을 활용해 보세요. 저는 패브릭이나 포스터, 잡지로 방을 꾸미곤 해요. 요즘은 침구 색상도 다양해져서 분위기 전환할 때 시도해 보기도 좋고요. 침구를 전체적으로 바꾸는 게 부담스럽다면, 담요나 베개 커버 컬러만 바꾸어도 분위기가 금세 달라지더라고요. 거기에 어울리는 사진이나 포스터를 몇 장 붙여주면 적은 비용으로도 큰 효과를 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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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이주연

사진 도토리자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