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KEEP THE NATURAL CITY

도시가 자연을 간직하는 법

도시가 자연을 간직하는 법

늘 북적거리는 도시에서 작은 여유조차 찾기 힘든 요즘, 자연을 느끼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일까, 자연과 함께하는 삶은 네덜란드에서도 가장 중요한 화두다. 사람들은 초록 기운을 끌어들이기 위해, 자연의 내음을 도시 안에서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자연에 대한 짙은 그리움이 서린 도시 암스테르담, 그곳에선 어떤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을까?

‘자연’스러움에 대하여

네덜란드 사람들의 환경을 생각하는 습관은 물 흐르듯 생활 속에 스며들어 있었다. 30분에서 1시간 정도 걸리는 자전거 이동이 아주 당연한 일이고, 차보다는 트램Tram, 트램보다는 자전거가 다니기에 더 수월하도록 만들어진 도로가 그러했다. 나무가 쓰러지면 쓰러진 대로, 풀이 자라면 자라는 대로 두어 도시 곳곳에는 울창한 숲이 있었다. 정원에 대한 애정은 얼마나 특별한지 자신만의 정원이 있다는 걸 아주 자랑스럽게 여기고 행복의 기준으로 삼았다. 크게 노력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지만(물론 인프라를 갖추기까지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했다), 자연을 생활의 중심이자 사유의 대상으로 여기고 있음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거센 비바람이 불던 어느 날, 덩치 큰 나무 하나가 부러지면서 길 위를 점령해버린 적이 있었다. 며칠 뒤 나무로 인해 막혔던 길이 다시 열렸다는 소식이 들려 가보았더니 이게 웬일인가, 나무는 그대로 길 위에 있고 사람들이 지나는 부분만을 살짝 오려내 놓았더라.

‘세상에 이걸 치운 거라고.’ 당시에는 그저 깔깔 웃으며 지나갔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나무가 쓰러진 모양이 또 하나의 그럴싸한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자연을 지키자고 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기 전에,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일 줄 아는 사람들. 이토록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방법을 이들은 언제부터 깨달은 걸까? 우리는 흔히 건강한 생활 방식을 웰빙Well-being이라 부른다. 그 중심에는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이 있다. 지극히 마땅한 일을 두고 특별하게 여기는 현상이 씁쓸하기도 하지만 그렇게라도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이 최소한의 위로를 준다. 웰빙, 말 그대로 ‘잘’ 살아내기 위해, 이곳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도심 한가운데서 자연을 기억하고 간직하면 좋을지 고민하고 있다.

01.

다음 세대를 위해 짓다

CONSCIOUS HOTEL

자연이 테마인 호텔, 로비 벽에 무성하게 자라고 있는 식물들이 말해주고 있었다. 사랑하는 딸에게 물려줄 미래가 염려스러워 만들기 시작했다는 이 호텔은, 여느 고급 호텔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깔끔한 모습이다. 하지만 특별한 점은 눈에 보이지 않는 데 있었다. 호텔은 고유한 시스템으로 물 사용을 적게는 35퍼센트에서 많게는 50퍼센트까지 절약하고, 난방열을 사용해 온수를 만들고, 호텔 옥상 단열재로 식물을 사용하는 등 새로운 자연보호의 방법을 실천하고 있었다. 이곳에 묵는 투숙객들은 깨끗하게 쓴 타월을 재활용하고, 분리수거를 하는 것에 익숙해져야 했다. 환경보호라는 명분으로 진지하게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투숙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방법으로 유도하는 유쾌함이 있었다.

마치 인격을 가진 이 호텔이 “나는 힙Hip하고, 친절하고, 재미있고, 녹색이야!”라고 외치고 있는 것처럼. 녹색 지구 만들기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고 싶다면 이곳을 방문해보길 권한다. “언제나 당신을 위한 방이었어요. 단지 오늘 처음 만난 것뿐”이라고 적혀있는 문을 여는 것이 그 시작이다.

A. Conscious Hotel Museum Square De Lairessestraat 7, 1071 NR, Amsterdam
T. +31 (0)20 671 95 96

A. Conscious Hotel Vondelpark Overtoom 519, 1054 LH, Amsterdam
T. +31 (0)20 820 33 33

02.

쉐프의 텃밭에서 즐기는 식사

DE KAS

어느 시골 마을의 저녁이 바로 이런 모습 아닐까? 텃밭에 나가 오늘 요리에 필요한 오이나 상추 따위를 따와서는 뚝딱뚝딱 해먹는 식사. 그 맛이 기가 막힐 수밖에 없는 건 자연이 주는 선물일 테다. 도시에서는 쉽게 느껴보지 못했을 그 따스하고 싱싱한 느낌을 무려 미슐랭 스타 쉐프가 암스테르담에서 재연하고 있다. 지난 1926년에 지어져 도시개발이라는 명목 아래 철거가 예정되었던 커다란 온실과 넓은 밭을 사들인 요리사, 게르트 얀 하그만Gert Jan Hageman은 이곳에 자신의 소망대로 레스토랑을 차렸다.

매일 자신이 직접 길러낸 식재료로 요리하는 이 레스토랑은 농장에 관한 워크숍(5월에서 10월 사이에 진행된다)까지 마련돼 있다. 음식에서 풍기는 땅 내음이야말로 신선하고 맛 좋은 요리와 직결된다는 그의 신념을 믿고, 매년 오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다. 햇살 좋은 날, 암스테르담의 도심 속 허브정원에서 이 특별한 식사를 해보는 건 어떨까?

A. Kamerlingh Onneslaan 3,1097 DE Amsterdam
T. +31 20 462 45 62

03.

진짜 먹거리Echt eten를 생각하다

MARQT

지역의 농부들과 연계해 꼼꼼히 검증하고 선별된 채소, 과일, 치즈, 고기 등 매일같이 소비되는 질 좋은 먹거리를 공급하는 마켓. 요즘 한국에서도 이러한 직거래장터가 활성화되고 있다고 들었다. 그 모습의 확장된 버전이라고 하면 이해가 쉬울지도 모르겠다. 일부 상품만이 그런 것이 아니라 마켓 전체에서 거래되는 모든 제품이 그 대상이기 때문이다. 친환경 제품이니 하나부터 열까지 관리에만 쏟는 비용도 상당할 텐데 일반 슈퍼마켓에 비해 가격도 합리적이니 이곳 사람들의 신뢰와 애정은 당연한 일이다.

구입 가격에 따라 15유로에 하나씩 증정되는 스티커를 모으면 마켓 이름이 새겨진 깔끔한 자전거용 장바구니를 받을 수 있는데, 다들 자전거에 매달고 돌아다니는 덕분에 기대 이상의 홍보효과까지 누렸다고. 자연을 생각하는 똑똑한 방법과 깨끗하게 정리된 내부 시설, 시선을 끄는 패키지 디자인까지 뭐 한 가지 허투루 준비한 것이 없다. 시민들의 열렬한 호응에 힘입어 암스테르담에만 7개의 지점을 가지고 있어 이곳을 처음 찾는 여행자들도 방문이 용이하다.

A. Utrechtsestraat 17 1017 VH Amsterdam
T. 020 – 8204285
H. www.marqt.com/winkels-en-openingstijden

04.

놀라운 재활용 프로젝트

PROJECT 99

카페에 설치된 의자를 보고 탄성이 나왔다. 리폼Reform한 제품은 자칫 촌스럽거나 조악한 모습이어서 실생활에 쓰기에 조금은 어렵다는 인식을 갖고 있던 내게, 이 의자는 충격으로 다가왔다. 폐타이어를 재활용해 만들어 튼튼했고 말끔한 디자인까지 뽐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카페 주인은 윗집 아티스트가 만든 작품이라며 ‘Project 99’라는 이름을 알려주었다. 그들은 공공기관이나 학교에서 버려지는 의자 프레임을 얻어와 가죽이나 패브릭은 물론 폐타이어, 벽보, 오래된 벽지, 안전벨트 등 생각지도 못한 다양한 소재를 이용해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어냈다. 어차피 버려질 의자들을 무료로 가져가 준다고 하니 여기저기서 기증한 의자들이 창고에 넘쳐났다.

덕분에 재료에 대한 걱정 없이 마음껏 실험하고 작업할 수 있었다고. 의자의 가격은 일괄적으로 개당 99유로에 판매되는데, 여느 디자인 작품에 뒤지지 않은 퀄리티를 갖고 있다. 매주 일요일마다 열리는 쇼룸에 직접 방문하면 소재와 디자인까지 골라 자신만의 의자를 제작할 수 있다. 덕분에 수많은 인파가 몰려 아틀리에는 늘 분주하다. 지금은 기내식을 담는 항공사의 구형 캐비닛을 기증받아 새로운 서랍장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라고. 놀라운 변신이 계속되는 동안 자연을 생각하는 도시는 버려진 물건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A. Herengracht 560-2, 1017 CH, Amsterdam 

T. .+31 65 47 76 895 

H. www.project99.e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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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오혜진

글·사진 지은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