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Get into a New World

그림책 작가 염혜원

처음은 언제나 두렵다. 아니 한 단어로 설명할 수 없다. 호기심, 걱정, 부끄러움, 기대, 모두가 뒤섞인 기분이니까. 《수영장 처음 가는 날》은 아이의 ‘처음’을 담은 책이다. 토요일마다 수영장에 가는 거라고, 빨간 동그라미가 쳐진 달력이 말하고 있지만 아이는 배가 아프다. 내키지 않지만 그렇다고 가고 싶지 않은 것도 아니다. 옷을 갈아입고 천천히 그곳의 문을 연다. ‘우와, 여기는 온통 낯선 세상이구나.’ 시원하고 시큼한 냄새, 피부를 스치는 차가운 공기, 안으로만 울리는 웅성이는 소리. 아이는 가장자리에서 대상을 관찰한다. 조금씩 안으로 들어오다 뒤로 물러서다, 천천히 발 하나를 담근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익숙해지고 그 세계를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 대상이 존재하는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밖에서만 바라보던 수영장을 물속에서 유영하면서, 서서 올라다보기만 했던 하늘을, 몸을 쭉 펴고 물 위에 떠 바라보면서. 아이는 그렇게 자신의 경계를 넓혀간다.

INTERVIEW

염혜원 | 그림책 작가

 

대학에서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판화를 공부했으며, 뉴욕 스쿨 오브 비주얼 아트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했다. 지금은 뉴욕 브루클린에 살면서 그림책 작업을 활발하게 한다. 《어젯밤에 뭐 했니?》로 볼로냐 라가치 픽션 부문 우수상을, 《야호! 오늘은 유치원 가는 날》로 에즈라 잭 키츠 상을 받았다. 그 밖에 쓰고 그린 책으로 《수영장 가는 날》 《우리는 쌍둥이 언니》 등이 있다.

날씨가 많이 추워졌어요. 이번 주 어떻게 보냈어요?

감기에 걸려 계속 고생하고 있고, 그림책 여러 권을 동시에 작업하고 있어서 좀 바쁘기도 하네요. 스케치 작업 중인 것도 있고, 파이널 작업을 시작해야 하는 책도 있고요. 그래도 며칠 전에는 잠시 한가한 틈을 타 한국 소설책 네 권을 사서 이틀 내내 읽기도 했어요.

 

대학 졸업 후 한국에서 촉망받는 판화가였잖아요. 뉴욕으로 건너간 이유가 있나요?

촉망받는 판화가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요(웃음). 한국에서 대학원을 다니면서 그림책 일러스트를 몇 권 작업했는데 그때 일러스트레이션을 본격적으로 공부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어요. 대학원 졸업 후 결혼을 하면서 남편과 함께 유학을 오게 되었죠.

 

그럼 첫 그림책을 미국에서 낸 건가요? 

‘스쿨 오브 비주얼 아트’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하면서 졸업 작품으로 만든 그림책이 운 좋게도 FSG 출판사에서 출간되면서 미국에서 그림책 작업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에도 그림을 그렸죠?

《뉴욕타임스》의 북리뷰 섹션에 1년에 한 번씩 어린이책 특별판이 나오는데 그 커버를 두 번 맡아 그렸어요. 

 

《우리는 쌍둥이 언니》, 《쌍둥이는 너무 좋아》는 작가님의 경험을 토대로 만든 책이라고 알고 있어요. 따뜻하고 다정한 감성을 보면, 사랑을 많이 받고 나누며 자랐을 것 같아요.

너무나 화목한 가정에서 사랑 듬뿍 받으며 자랐어요. 어릴 때 가정이 아주 넉넉하진 않았는데 큰 부족함을 느끼지 않으면서 자랐어요. 부모님이 애를 많이 쓰신 거 같아요. 서울 가장자리에 있는 동네들은 두루 섭렵하며 살았는데, 그래서인지 늘 산이 가까이 있었어요. 주말마다 아빠랑 산에 가고, 토요일 오후엔 커튼을 닫고 온 식구가 낮잠을 자다가 저녁 먹고 동네 산책을 하던 기억이 지금도 따뜻하게 남아 있어요. 딸이 셋인 집이라 늘 시끄럽고 저녁 밥상에서 서로 얘기하려고 다투기도 했고요. 세 딸 모두 아직도 아빠를 엄청 좋아해요. 어릴 때 매일 저녁 초콜릿이나 아이스크림을 사들고 오셔서 그런지도 몰라요. 엄마는 《쌍둥이는 너무 좋아》에 나오는 엄마처럼 자주 이불 홑청을 뜯어 빨아 풀 먹여서 이불을 만들어주셨고, 책도 많이 읽어주셨어요. 태어날 때부터 쌍둥이 언니가 항상 함께 있어서 그런지 혼자 어디 다니는 걸 아직도 싫어해요. 언니랑 매일매일 인형 놀이 하고 놀았어요. 친구가 따로 필요 없는 자족적 형태의 가족이었죠.

 

한국에서 태어나 자랐는데, 출산과 육아는 미국에서 하고 있네요. 낯선 곳에서 아이를 키우고 기르는 게 녹록하지만은 않을 거 같아요.

네, 임신해서 뉴욕으로 이사를 왔거든요. 혼자 적응하기도 버거운데, 엄마 노릇까지 하려니 정말 힘들었어요. 제가 일찍 아이를 낳은 편이라 아기 엄마 친구들도 없고, 원래 사교적인 성격도 아니라 매일매일이 낯설기만 했죠. 아기도 잘 안을 줄 몰라서 아기 떨어뜨릴까 봐 걱정도 많이 했고요. 그래도 학교 보낼 때가 되니 아이의 사회생활에 함께 참여하면서 저도 조금씩 엄마 친구가 생겼어요. 같이 그림책을 자주 읽으면서 그림책 공부와 더불어 영어 공부도 함께 했고요. 아이가 있어서 덜 외로웠어요. 생각해보면 아이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사는 곳이 바뀌면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요?

좀더 여유로워졌어요. 다른 사람들과 섞여 살다 보니 서로를 비교하기도 쉽지 않아서일까요?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는 법을 배운 것 같아요. 한국에서 바로 왔을 땐 그저 다르다는 점만으로도 저 혼자 벽을 만들고 힘들어했어요. 다른 걸 옳고 그름의 잣대로 자꾸 보려 했었는데, 여기 오래 살면서 저도 많이 바뀌었어요. 동성 부모 가정이나 다문화 가정, 입양으로 이루어진 가정도 아름답고 좋아 보여요.

 

아이들에게 환경의 영향은 더 클 텐데요. 

아이들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서 더 많이 고민하는 것 같아요. 인종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죠. 한국에서도 사회적 계층 문제나 정치적 성향 차이 등을 고민하지만 여기선 너무도 분명하게 자신의 껍질이 다르니까요. 계층 문제에 더해서 인종 문제까지 피부로 체감하죠. 아시안으로 사회 안에서의 자신의 위치를 좀더 어릴 때부터 민감하게 느끼는 것 같아요. 

 

《야호! 오늘은 유치원 가는 날》은 두 아이에게 바치는 책이라고요. 작가님이 바라본 강이, 산이는 어떤 아이들이에요?

강이는 남들을 많이 배려하고 (제 입으로 말하기 민망하지만) 마음씨가 따뜻해요. 엄마까지 잘 이해해주죠. 좋아하는 음식이 타코와 스시라 일본계 멕시칸이라 불립니다(웃음). 산이는 정말 재미있고 유쾌하고, 자기 의견도 분명하고, 제 절친이에요. 제 첫 번째 독자이기도 해요(강이가 첫 번째 독자였는데 애가 나이가 들어서 감이 많이 떨어졌더라고요). 젤 좋아하는 음식은 카레!

 

《야호! 오늘은 유치원 가는 날》에서 보면 새로운 세계로 나아갈 때 엄마가 아이보다 더 겁이 많아요. 때론 아이들의 무모함에 엄마도 용기를 내곤 하는데요. 작가님의 경험인가요? 

늘 아이들을 통해 용기를 얻어요. 제가 워낙 겁쟁이예요. 뭔가 새로 시작하는 것에는 더 겁을 내는데, 엄마니까 어쩔 수 없이 당면해야 되는 일들이 있잖아요. 처음 가는 학교, 선생님과 하는 면담(왜 늘 떨리는 거죠?), 첫 번째 슬립 오버, 여름 캠프, 그런 일들을 같이 겪으면서 저도 함께 성장하고 배우는 것 같아요. 저는 항상 뭘 시작하기 전에 혼자 걱정을 엄청 많이 해요. ‘어떡하지, 어떡하지.’ 이러면, 강이랑 산이가 괜찮다고 그냥 하면 된다고 오히려 토닥여주고 손을 잡아줘요. 그럼 또 그게 그렇게 위로가 돼요. 《야호! 오늘은 유치원 가는 날》의 상황은 매일 같이 우리 집에서 벌어지는 일이에요(웃음).

 

제 아이는 작가님 책 중 《수영장 가는 날》을 특히 좋아해요. 함께 읽으면서 제가 겪은 처음, 두려움이 생각나서 감정 이입이 되었어요. 아이도 같은 걸 느낀 거 같더라고요. 

제 책을 좋아해준다니 고맙네요. 늘 첫발을 내딛는 게 힘들죠. 그렇지만 일단 발을 담그고, 익숙해지고, 시간을 들인다면 두려움이 즐거움으로 바뀔 수 있잖아요. 너만 두려워하는 건 아니라고 세상의 동료, 겁쟁이 어린이들에게 말해주고 싶었어요.

©어젯밤에 뭐했니?

두려움을 조금 더 깊게 들여다봤더니 수영장은 또 다른 세계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가 수영장 가는 날에 배가 아프지 않게 되는 일이 자신이 머물던 경계를 넘어서는 일로 느껴졌고요. 그 대상과 서서히 익숙해지는 거죠. 대상을 수용하는 순간, 대상이 세계에 존재하는 방식으로 세계를 엿볼 수 있게 되잖아요. 미국에 정착하는 일도 그런 과정과 비슷하지 않았을까 추측해봤어요.

그렇게도 볼 수 있겠네요. 수영장에 들어가기 전까지 옷을 갈아입고, 줄을 서고, 수영장 벽에 붙어 있다가 수영장 가장자리까지 다가가요. 다시 거기서 발을 담그고, 머리를 담그면서 아주 조금씩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는 거죠. 가끔씩 뒤돌아서 나가고 싶기도 하고요. 그러다가 물속으로 들어가 물에 떠서 보면 세상이 완전히 다르게 보이잖아요. 저도 그렇게 한발 한발 천천히 미국 생활에 적응한 것 같네요.


책에서 선생님과 엄마의 기다려주는 자세도 인상적이었어요. 

아이의 세상이 넓어지면서 성장에도 어떤 변곡점 같은 게 있어요. 엄마의 품을 벗어나 유치원에 가고, 친구가 부모보다 가까운 사이가 되고, 사춘기를 겪는 일 같은 거요. 기다려주면 좋다는 걸 모르는 건 아닌데, 막상 내 일이 되면 아이를 기다려주고 그대로 받아들여 주는 일이 참 힘든 것 같아요(웃음). 미국에 살면서 아이들을 수영장에 보낼 때 그걸 느꼈어요. 저는 어릴 때 수영 선생님들이 무지막지하게 무서웠거든요. 일단 물에 빠뜨리면 알아서 살아남는다는 모토를 가지고 계셨는지, 깊은 물에서 숨이라도 쉬려고 나오면 막 다시 물에 밀어 넣고…. 공포의 수영 하는 날이었어요. 그런데 여기 와서 애들 수영 수업을 따라갔는데 반년이 다 되어도 물장구만 치고 계속 놀게 하는 거예요. 처음엔 이건 좀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어느 순간 다들 수영을 잘하더라고요. 저처럼 물을 무서워하지 않고 막 첨벙첨벙 뛰어들고요. 저도 애들한테 매일 빨리하라고 하고, 못 기다리는 편이긴 한데, 애들을 키우면서 보니까 혼자 안달해 봤자더라고요(웃음). 어쩔 수 없어요. 아이들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수밖에….


대부분의 이야기에 아빠가 등장하지 않아요. 이유가 있을까요?

제 이야기를 주로 써서 그렇겠죠. 가장 잘 아는 걸 쓰게 되니까요. 그래서 이번 새 책은 아빠와 아기를 주인공으로 써봤는데 너무너무 힘들었어요. 제가 아빠(남편)를 잘 이해하질 못해서 그런 것 같아요. 남편 말에 따르면 제가 다른 사람 처지는 참 잘 이해해주는데, 남편만은 전혀 이해할 생각이 없다고 하더라고요(웃음). 또 가족의 모습이 한 가지는 아니니까요. 엄마만 있는 집도 있고, 엄마가 두 명인 집도 있고, 할머니만 있을 수도 있고…. 가족이 어떤 모습이어야만 한다는 고정관념은 미국에 살면서 많이 없어진 것 같아요. 모든 가족이 똑같은 모습으로 나오는 것도 은연중에 ‘이런 가족이 정상 가족이다.’라는 걸 말하는 것 같아서 《수영장 가는 날》에도 엄마는 금발 머리, 딸은 검은 머리로 그렸어요.


엄마와 나눈 대화, 유치원, 물웅덩이 등 아이들의 시선으로 심리 변화에 따라 그림책이 흘러가요. 평소 아이들의 감정, 일상의 작은 요소, 순간들을 잘 관찰하는 편인가요?

여기서 아이들이랑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다 보니 아이들의 감정, 일상의 작은 순간을 잘 관찰하게 된 것 같아요. 매일 함께 놀다 보니 그렇게 되더라고요(웃음). 책을 보면서 평범하게 일궈낸 하루도 이렇게 빛날 수 있구나, 깨달았어요.


중요하게 생각하는 삶의 태도가 있나요? 

호기심을 잃지 않고 살아가고 싶어요. 계속해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고민하고 찾아가면서 다른 사람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유연한 사람으로 살고 싶어요.

©물웅덩이로 참방!

©Bark In the Park

요즘 관심사는 뭐예요?

히키코모리, 들꽃, 메릴린 먼로. 늘 집에만 있고 작업도 집에서 하니까 제가 혹시 히키코모리가 되는 게 아닌가 걱정이 되기도 하고 최근에 관련 뉴스들도 많이 보게 되어서 히키코모리에 갑자기 관심이 생겼어요. 들꽃은 이번 여름부터 너무 예뻐서 그려보고 싶었어요. 사진을 열심히 찍고 있는데 아직 그림은 시작도 못 했어요. 요즘 조이스 캐럴 오츠의 《블론Blonde》를 읽고 있어서 메릴린 먼로도 새로 보게 되네요.

 

《수영장 가는 날》, 《야호! 오늘은 유치원 가는 날》, 《우리는 쌍둥이 언니》, 《쌍둥이는 너무 좋아》에서 한국의 정서를 느꼈어요. 그런데 미국에서도 좋은 리뷰를 받으셨죠. 그 점이 그림책의 힘 같아요. 우리가 다른 지역, 다른 시간대, 다른 날씨 속에 살지만 함께 공감하고 비슷한 감정을 느낄 수 있잖아요. 다양한 인종, 문화가 섞인 곳에서 그림책 작가로 지내다 보니 더 가깝게 체감할 거 같은데, 어떤가요?

점점 다양성에 대해 많이 생각해보고 있어요. 미국에서도 다양성을 가진 그림책들을 더 많이 출판하려는 시도들이 있고, 그에 대한 수요도 커졌어요. 처음에는 동양인이라서 같은 동양인의 글에 일러스트레이션 작업을 하는 게 좀 꺼려지기도 했어요. 왠지 작가로서 스스로 범위를 좁히는 건 아닐까 하는 염려도 있었고요. 그러다 《A Piece of Home》이라는 책에 일러스트레이션 작업을 하게 되었어요. 한국에 살던 가족이 아빠 일로 미국에 와서 자리를 잡고 적응하는 이야기예요. 작가인 제리는 미국 학교에 전학온 한국 아이를 보고 글을 썼대요. 작업하면서 깊이 공감했고 감동받았어요. 저도 미국에 와서 제3세계 작가나 이민자들, 여성 작가들의 책을 많이 읽으면서 공감할 수 있었거든요. 당연히 아이들도 나랑 비슷한 모습의 사람들이 그림책에 나오면 더 가깝게 느끼고 공감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림책이 그런 면에서 다양성에 접근하기가 쉽잖아요. 시각적으로 바로 보이니까요. 까만 머리에 작은 눈을 가진 아이들도 노란 머리나 빨간 머리 아이들만큼이나 책 표지에 많이 나왔으면 해요. 그럼 어린이들이 ‘이건 내 얘기야.’ 하고 공감하기 쉽지 않을까요? 그렇다고 이야기 자체가 꼭 한국인만의 얘기이거나 이민자의 얘기만은 아니에요. 보편적인 스토리고 어디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이죠. 그러면 다양성을 가진 이야기지만 보편적 공감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동안 쓰고 그린 책은 주로 밝고 다정한 이야기였어요. 작가로서 이야기나 스타일의 범위를 더 넓혀가고 싶은 욕심도 있을 거 같아요.

지금까지 그림책만 그려왔는데, 조금 긴 이야기를 쓰고 싶은 생각이 들어요. 그림책 작업만 하다 보니 그림책 포맷에 익숙해져서 쓰고 싶은 이야기들도 그림책 형태로 생각이 나서 쉽진 않지만요. 소설 책 읽는 걸 정말 좋아해서 성장소설을 꼭 한 편 쓰고 싶은데, 그러기엔 제 능력이 많이 부족한 것 같아요. 매년 ‘올해는 매일매일 글을 조금씩이라도 쓰겠어.’라고 생각하는데 생각뿐이네요. 게다가 미국에 살다 보니 영어도 제대로 하는 건 아니고, 한국말조차 쓰던 단어가 점점 줄어드는 것 같아요. 맞춤법도 잊는 것 같아서 언어 문제도 고민이 많아요. 지금까지 다섯 살 수준의 영어로 책을 썼지만 열두 살 수준의 영어로도 책을 쓸 수 있을까 고민도 되고요.

 

작가님 책의 대부분이 미국 시장에 먼저 나오고 한국으로 수출되는 경우 같아요. 미국의 출판 환경은 어떤가요?

미국 시장이 한국에 비하면 훨씬 크죠. 초판 부수도 많이 차이 나고요. 그런데 출판하기까지 시간이 꽤 오래 걸려요. 그림을 완성하고도 1년 정도의 시간이 걸리죠. 그사이 리뷰어들에게 책을 보내 리뷰도 받아야 해서 그런 것 같아요. 제가 올 초에 완성한 책이 내년 봄에나 나오는 식이에요.

 

미국은 그림책과 도서관 프로그램, 서점이 연계가 잘되는 편인가요? 어린이들이 그림책을 누리는 환경이 궁금해요.

도서관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도서관에서 그림책 읽어주는 프로그램은 어디 가나 있고, 작가들도 가서 책도 읽어주고 수업도 하는 프로그램들도 있어요. 1년에 한 번씩 어린이책 페어 행사를 하는 도서관들이 많아요. 동네 도서관도 어디를 가나 어린이 그림책 코너가 꽤 커서 항상 거기 가서 아이와 많은 시간을 보내곤 했어요. 동네 서점들도 마찬가지고요. 매주 스토리타임이 있어서 책을 읽어주고 작가들도 신간이 나오면 가서 어린이들에게 책을 읽어줘요. 그림도 그려주고 사인도 해주죠. 

 

지금 작업 중인 책이나 앞으로 나올 책이 궁금해요. 

지금 작업하고 있는 책은 《Grandpa Across The Ocean》이에요. 2021년에 Abrams Books에서 출간 예정이고요. 미국에 사는 손자가 여름에 한국 할아버지 집에 가서 일어나는 이야기예요. 그리고 내년에 《Lion Needs a Haircut》이라는 책이 미국과 한국에서 동시에 출간 예정이에요. 그 책은 이발하러 가기 싫어하는 아기 사자와 아빠 사자의 이야기예요. 그 책의 주인공으로 또 다른 이야기를 구상하고 있어요.

 

앞으로 다른 나라에서 살아볼 계획이 있나요? 

다른 나라에서 살아보고 싶긴 한데, 쉽진 않겠죠. 지금 한 동네에서 16년째 살고 있어서 다른 동네로 이사 가고 싶기도 한데, 좀 기다렸다가 애들이 커서 나가면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살까 봐요(웃음). 

 

마지막으로 가족이 이루고 싶은 꿈이 궁금해요.

우리 아이들과 저의 꿈이라면 강아지를 키우는 건데요, 결사반대를 외치시는 분이 한 집에 계셔서 꿈이 이뤄질지는 모르겠네요(웃음).

에디터 김현지

사진 염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