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ROUND
CLUB ONLY
SERIES
MEET AROUND
SUBSCRIBE
SHOP
우리가 마주할 여행법
가장 생동감 넘치는 계절을 눈앞에서 놓치고 말았다. 봄과 여름을 통째로 삼켜버린 바이러스로도 모자라 50일 동안 사나운 장대비가 쏟아지는 동안 계획해 둔 해외여행은 아득한 꿈이 되었다. 대신 우리는 국내의 자연으로, 더 구석진 곳으로 파고들었다. 아이의 손을 잡고 동네를 걷고, 숲과 바다 앞에 단단히 텐트를 치고, 더운 바람 속에서 열심히 페달을 구르며 뜻밖의 즐거움을 발견했다. 이제 이어질 다섯 가족의 이야기는 우리가 새로이 마주해야 할 여행의 방식을 말해준다.
황유진 가족ㅣ유아 용품 사이트 ‘히읗’ 운영
가족을 소개해 주세요.
일곱 살 김시후와 다섯 살 김시하, 생일이 같은 ‘후하 형제’와 함께 시골살이를 한 지 4년 차인 워킹맘 황유진이에요. 저희는 경남 창녕에 살고 있어요. 아이들 아빠는 회사에서 후하를 위해 열심히 일하고, 엄마인 저는 캐릭터 제품 위주의 유아 용품을 수입해 판매하고 있어요.
가족의 캠핑 여행은 언제부터,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올해 5월 첫 캠핑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캠핑 경험이 여섯 번밖에 없는 ‘캠린이’ 가족이에요. 평소에도 아이들이랑 여기저기 많이 다니려는 편인데 2년 전쯤인가 문득 다같이 캠핑을 떠나면 정말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중에 크면 다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사진을 보며 어릴 때 추억을 회상하기도 하고 기억에 없는 추억은 사진으로나마 간직하곤 하니까요. 제가 그래왔듯 후하에게도 좋은 추억을 많이 남겨주고 싶었어요. 둘째인 시하가 어느 정도 자라고 코로나19 때문에 갈 수 있는 곳이 국내로 제한되면서 더 결심을 굳혔죠. 첫 캠핑 때는 텐트도 타프도 쿨러도 없이 작은 장비만 잔뜩 주문하고 무작정 캠핑장부터 예약했어요. 세상이 좋아져서인지 텐트도 장비도 다 대여가 되더라고요.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무작정 사지 말고 직접 다녀봐야 뭐든 알게 된다는 생각으로 첫 캠핑을 떠났어요.
무척 설레는 여행이었겠어요. 첫 캠핑은 어땠어요?
2박 3일 동안 먹고 설거지하고 먹고 설거지하고 또 먹기만 하다 온 것 같아요(웃음). 묵는 동안 삼시 세끼 메뉴를 다 정해서 재료를 챙겨 갔거든요. 두 번째 캠핑부터는 메뉴도 간소화하고 조금 여유도 생겼어요. 필요한 물품은 체크해서 메모해 두고 필요 없는 물품은 리스트에서 빼면서 조금씩 요령이 늘었어요. 아직은 갈 길이 멀지만 하다 보면 지식도 쌓이고 배움을 얻게 되겠죠.
글램핑, 차박 등 다른 형태도 있는데 캠핑을 선호하는 이유가 궁금해요.
원래 텐트에 대한 로망도 있었고 텐트에서 가족과 함께 붙어서 자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추운 게 캠핑 아니겠어요(웃음)? 종류와 형태가 워낙 무궁무진해서 모든 텐트의 매력을 다 느끼기 전에는 계속 텐트와 함께하지 않을까 싶어요. 최근에는 후하네 첫 정식 세컨하우스로 ‘내셔널지오그래픽 더 오리지널 캐빈하우스’를 구입했어요. 벌써 ‘캐빈이’라고 이름도 지어줬죠. 곧 바다로 2박 3일 캠핑을 떠나는데 첫 피칭도, 내부를 꾸미고 세팅하는 것도 많이 기대돼요. 차박은 아직 해보지 않았지만 도전해 보고 싶은 생각은 있어요. 네 식구가 차에서 다 잘 수 없으니 부가적인 장비가 또 필요할 것 같네요.
아이들과 함께여서 장소 선정에 더 신경 쓸 것 같아요. 캠핑 장소는 보통 어떤 식으로 정하나요?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어디든 잘 다니는 가족이라서 거리에는 제한을 두지 않아요. 아이들도 긴 시간 차를 잘 타는 편이라 부담 없고요. 하지만 아이들이 있기 때문에 시설의 편리성을 따지는 편이에요. 노지 캠핑은 리스트에서 아예 제외하고 화장실, 샤워실, 개수대, 전기가 갖춰져 있는 오토 캠핑장 중에서 선택해요. 그다음엔 경치가 좋은 곳이나 아이들이 놀기 좋은 곳 중에서 고르고요. 처음에는 경치 좋은 곳에 가는 게 엄마만의 욕심이 아닐까 했는데 뛰어놀 줄만 알던 아이들이 의자에 나란히 앉아서 꽁냥꽁냥 대화를 나누더라고요. 가만히 경치를 바라보는 모습을 보니 캠핑을 즐길 줄 아는 건가 싶기도 해요. 앞으로도 뷰는 포기하지 않으려고요. 여름이면 물놀이 할 수 있는 풀장이 있는지, 트램펄린이 있는지, 계곡이라면 들어가 놀기에 적합한지, 사이트에서 가까운지 정도를 봐요. 지금까지는 산과 호수, 폐교를 꾸며놓은 캠핑장, 계곡, 갯벌, 풀장이 있는 호수 앞 캠핑장에 다녀왔어요. 이번 주에는 아이들 놀거리는 없지만 바다가 보이는 곳으로 예약해 뒀어요.
매번 텐트를 치고 짐을 정리하고 음식을 만드는 게 쉽지만은 않은 일이죠. 여행 갈 때는 보통 각자 맡은 일이 있잖아요. 후하네 가족은 각자 어떤 일을 맡나요?
준비물 리스트는 제가 엑셀 파일로 정리해서 프린트하고 남편과 함께 하나하나 체크하면서 차곡차곡 담아요. 제가 욕심이 좀 많아서 챙겨 갈 장비가 많은데 차에 모두 싣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짐 싣기 테트리스를 잘해야 해요. 그건 제 담당이고요. 그렇게 열심히 챙겨서 캠핑장에 도착하면 남편은 타프와 텐트를 피칭하고 저는 필요한 장비들을 하나씩 세팅해요. 후하는 아빠 옆에 가서 키보다 훨씬 큰 폴대를 길게 조립하고, 망치를 들고 다니면서 팩을 박으려고 해요. 위험하다고 혼자서 못 하게 해도 꼭 두어 번은 혼자 할 수 있게 허락해 줘야 다음 단계로 넘어가죠. 텐트가 완성되어 갈 때쯤 지루해진다 싶으면 둘이서 손잡고 캠핑장을 탐방하러 가요. 놀 만한 게 뭐가 있는지 파악하는 단계 같아요. 정리를 마칠 때까지 한 시간 조금 넘게 걸려요. 후하의 나머지 할 일은 당연히 열심히 노는 일인데요. 저는 캠핑 때마다 아이들을 위한 놀거리나 장비를 추가하고 있어요. 아무리 뛰어노는 게 좋은 아이들이지만 하루 종일 밖에 있으면 심심하기 마련이니까요. 이번에는 미니 풀장과 후하의 드로잉이 들어간 캠핑 입간판을 준비했는데 기뻐해 주었으면 좋겠네요.
캠핑을 하는 동안 가족이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언제예요?
남편은 아이들이 잠들고 난 후 조용히 ‘불멍’하는 시간이 제일 좋다고 해요. 하루 종일 정신없이 보내다가 눈과 귀, 몸을 쉬게 해주는 것 같다면서, 핸드폰도 들여다보고 노래도 듣고 맥주 한잔의 여유가 생기는 소중한 시간이래요. 저는 꼭 여섯 시 이전에 새소리와 함께 눈이 떠지는데요. 그 소리를 들으면서 혼자 정리정돈을 마치고 직접 커피를 내려 마시는 시간이 가장 소중해요. 온전한 나만의 것이기 때문에 잠자는 시간보다 훨씬 아끼는 시간이에요. 후하는 눈 떠서 눈 감을 때까지 전부 최고치로 좋아하는 것 같아요. 지칠 줄도 모르고 힘들어하지도 않고 집에 돌아갈 때까지 텐션이 업 되어 있어요.
함께 캠핑을 다니면서 아이들이 성장한 부분이 있나요?
첫째 시후는 나이에 비해 동생을 잘 챙기고 의젓하고 잘 참는 편인데 캠핑을 하는 동안에는 아이가 되는 것 같아요. 동생 때문에 참고 양보해야 하는 부분 없이 마냥 즐겁기만 한 것 같아서 엄마 아빠로서는 첫째가 어리광을 부리는 게 오히려 더 좋아 보여요. 둘째 시하는 집에서는 늘 형을 괴롭히지만 밖에서나 유치원에서는 형을 엄청 따라요. 무슨 놀이든지 같이 하고 싶어 해서 둘이 잘 놀고 서로 챙겨주는 모습이 좋아요. 아직 어린이니까 성장보다는 천진난만하게 웃을 수 있고 걱정 없이 뛰어놀 수 있으면 그것만큼 좋은 게 없어요. 너무 시끄럽게 떠들면 안 되고, 남의 사이트에 함부로 들어가서는 안 되고, 남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은 하면 안 된다는 규칙을 알려줬더니 잘 지켜줘서 고마워요.
여행 비용 2박 기준으로 캠핑장 요금, 주유비, 간식과 식사 비용 등 대략 20~25만원 정도 들어요. 식사 메뉴에 따라 비용이 조금씩 차이 나요.
추천 스팟 충청북도 보은의 ‘어라운드 빌리지’를 추천해요. 2년 전 가족 캠핑의 로망을 가졌을 때부터 리스트에 꼭꼭 넣어둔 곳이에요. 후하가 고양이를 좋아하는데 길냥이도 많았고 사이트가 잔디로 되어 있어서 아이들이 뛰어놀기에도 좋았어요. 풀장과 트램펄린이 있어서 지루하지 않게 잘 놀았고 폐교를 아늑하게 꾸며놓은 곳이라 여기저기 볼거리와 포토 스팟이 많아서 사진도 엄청 많이 찍고 왔네요. 꼭 아이들을 위한 곳이라기보다는 전체적인 분위기가 너무 마음에 들었고 아이 없이 방문한 손님도 많아 보였어요. 다음에는 캠핑존이 아닌 게스트하우스에도 묵어보고 싶어요.
꼭 필요한 준비물 블루투스 스피커를 꼽을게요. 가족이 다 같이 노래를 들을 여유가 쉽게 생기지 않는 요즘, 가족의 공감대가 형성되는 장르로 선택해서 낮 시간 동안엔 노래를 들어요. 최근 저희의 공통 장르는 트로트예요. “찐찐찐찐 찐이야~”
베스트 아이템 휴대용 샤워기인 ‘니모 헬리오 프레셔 샤워’를 추천해요. “가장 추천하고 싶은 장비는?”이라는 질문에 남편과 제가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동시에 대답한 장비예요. 휴대용 샤워기는 걸어 둘 곳이 필요한데 이 제품은 바닥에도 둘 수 있고 사용법도 간단해요. 아이가 있는 집은 수시로 손을 씻어줘야 하고 물을 사용할 일이 많아서 꼭 필요한 제품이에요. 캠핑뿐만 아니라 바다에 갈 때도 유용한 것 같아요.
함께하는 놀이 다들 해봤을 테고 최고라고 꼽겠지만 저 역시 ‘불멍’이요. 모든 일과가 끝나고 해가 진 후 화로대 주위에 둘러앉아서 도란도란 수다도 떨고 쫀드기도 구워 먹으며 함께하는 소중한 시간이에요. 저녁 날씨가 조금 쌀쌀할 땐 담요를 살포시 덮고 불멍하다가 쌔근쌔근 잠드는 아이들 모습도 볼 수 있어서 좋아요.
강희은 가족ㅣ주부
가족을 소개해 주세요.
저는 경주에 사는 명랑 주부 강희은이에요. 여덟 살 이수, 여섯 살 이선 자매의 엄마이며, 엉뚱한 남편도 한 명 있어요. 남편이 진료하는 ‘사랑방한의원’에서 일을 돕고 있어요.
가족의 자전거 라이딩은 언제부터,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두 아이가 태어나기 전 우연히 경주에 여행을 왔다가 이런 곳이면 아이들을 키워도 좋을 것 같다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서울에서 아무런 연고도 없는 경주까지 무작정 내려오게 되었고, 지금 사는 동네에 자리를 잡고 8년째 살고 있어요. 이주한 그해 봄 자전거를 구입한 남편은 벚꽃이 만발한 거리를 따라 한의원 출퇴근을 하기 시작했고 여름에 첫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 본격적인 우리 가족의 자전거 라이딩이 시작되었어요.
경주는 라이딩하기 참 좋은 도시 같아요.
맞아요. 경주는 천년 고도의 도시답게 곳곳의 문화유적지를 따라 드넓은 녹지가 펼쳐진 자전거길이 잘 조성되어 있어요. 자전거를 타고 유유자적 유적지도 둘러보고, 철마다 다양하게 피어 있는 꽃밭을 보고 있노라면 그야말로 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죠. 지인이 경주에 여행을 오면 꼭 자전거를 빌려 다녀보라고 권해요. 아주 먼 거리가 아닌 이상 주요한 문화유적지가 근거리에 모여 있어서 자전거를 타고 충분히 다닐 만하거든요. 복잡한 대도시에 비해 느긋이 흐르는 듯한 이곳에서 조금은 수고스럽지만 더 많은 것을 자세히 오랫동안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자전거인 셈이죠. 문화유적지를 다닐 수 있는 자전거길 말고도 도시 전역에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산책로와 자전거길이 많아요. 이런 자전거길을 가다 보면 시내를 관통하는 동해선 무궁화호 기차가 지나가는 장면을 목격하게 돼요. 우리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순간이기도 하죠. 기차가 지나갈 땐 자전거를 잠깐 멈추고 기차를 향해 열심히 손을 흔드는데 가끔 그런 저희를 보고 반갑게 인사해 주시는 승객분도 있어요.
아이들이 자전거와 친해지게 된 과정이 궁금해요.
저희 부부가 원래 라이딩을 즐겨서 첫아이가 태어난 뒤엔 아기띠에 아기를 업고 타기 시작했어요. 그러다가 아이가 첫돌이 될 때쯤 자전거용 유아 안장을 알게 되었죠. 유럽 국가나 가까운 일본에서는 자전거에 유아 안장을 설치해서 태우고 다니는 모습이 흔해 보였지만 그때만 해도 우리에겐 생소했어요. 과연 아이를 태워도 안전한지, 행여 뒤에 탄 아이가 불편해하진 않을지 걱정했는데 막상 업고 다니던 아이를 안장에 태우니 서로 만족스러웠어요. 간단한 장을 보러 가거나 볼일을 보러 갈 때도 유용했고요.
육아로 지친 마음을 달래려 무작정 아이를 뒤에 태우고 동네 한 바퀴만 돌고 와도 처진 기분이 되살아났어요. 큰애가 네 살이 되는 해 어린이집에 처음 다니기 시작했는데, 첫날에도 설렘 반 걱정 반으로 자전거 뒤에 태워 등원시킨 추억이 있네요. 두 아이를 안장에 태워 이곳저곳을 라이딩했어요. 아이들도 이런 상황을 자연스럽게 즐겼고, 본인들이 직접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되는 날을 기다린 것 같아요. 아이들이 자라서 네발자전거를 타게 되고, 네발 자전거에 익숙해지니 엄마 아빠처럼 두발자전거로 더 빨리 달릴 수 있기를 원했어요. 드디어 올봄부터는 온 가족이 각자의 자전거를 타고 라이딩할 수 있게 되었어요.
가족의 라이딩 스타일은 어떤가요?
자전거 라이딩이라고 해서 국토를 종주하거나 유명한 트래킹 코스에 가진 않아요. 우선은 남편과 제가 갈 만한 곳을 찾아봐요. 평소에 가보고 싶은 지역이나 자전거길이 잘되어 있는 곳도 좋죠. 다른 지역으로 갈 때는 자동차에 자전거를 싣고 가서 라이딩을 시작해요. 기차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어요. 기차는 우리 가족이 제일 좋아하는 여행법인데요. 기차에 자전거를 싣고, 내려서 라이딩하며 발길 닿는 대로 둘러보다 다시 기차를 타고 돌아오는 여행이에요. 1박 2일 동안 동해 자전거길 여행을 한 적이 있는데 기차 타고 포항 월포역에 가서 월포해수욕장부터 영덕군 강구항까지, 다시 강구항에서 월포역까지 왕복 50킬로미터를 라이딩하고 돌아왔어요. 기차와 자전거를 동시에 탈 수 있어 여행의 재미가 두 배로 늘어나는 것 같아요. 평상시에는 아침이나 해가 지기 전 집 주변의 자전거길을 이용해서 공원도 가고 유적지를 둘러보며 소소한 동네 탐방을 나서죠. 자전거를 타고 가다 한적한 곳에 돗자리를 깔고 준비해 온 간식과 도시락을 먹거나 곤충 채집도 해보고, 남편은 낮잠도 한숨 푹 자고 온답니다.
라이딩이 일상으로 자리 잡혀 있다는 건 아이들도 계속해서 흥미를 잃지 않는다는 뜻일 텐데요. 이 여행의 형태를 잘 유지하는 비결이 있나요?
엄마 아빠가 라이딩을 즐기니 아이들도 덩달아 즐거워해요. 혼자서 자전거를 탈 수 없을 때도 엄마 아빠의 자전거 뒤에 타서 신나게 노래 부르고 내리막길을 달릴 때는 만세를 부르며 소리를 질렀어요. 지금은 각자 자전거를 타고 예전에 다니던 그 길을 달려요. 아이들도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되면서 기존 자전거 대신 저희 부부가 타고 싶어 하는 또 다른 자전거를 구입했어요. 원래 타던 자전거는 잘 보관했다가 아이들이 더 자라 탈 수 있을 때 물려주려고요. 태어나서부터 거의 7년 동안 엄마 아빠 뒤에 타고 다니던 자전거를 본인들이 직접 타는 것도 재미있는 경험이 될 것 같아요. 그리고 아이들을 위해 자전거 적금도 들었어요. 올가을에는 신안군 12사도 순례자의 길에 가서 라이딩을 해보려고 계획 중이에요. 이런 작고 소소한 계획들이 우리 가족이 함께 꾸준히 라이딩 할 수 있는 비결 같아요.
라이딩을 시작하는 가족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지치지 않으려면 집에서 나서는 순간부터 돌아올 때까지 꼭 자전거만으로 이동해야겠다는 생각은 가끔 접어 둬야 해요. 차에 싣고 가서 타고 다니다가 다시 싣고 돌아올 수도 있고, 달리다가 힘들면 택시나 버스를 탈 수도 있어요. 빨리, 더 멀리 가는 게 아니라 즐겁게 타는 게 가장 중요해요.
가족이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 언제인지 궁금해요.
저와 남편은 재미있는 포즈를 취하고 가족사진 찍는 걸 좋아해요. 사진을 찍는 건 거의 제 몫이고, 찍히는 건 남편과 아이들이에요. 자전거를 타고 기차처럼 한 줄로 가거나, 다리를 쫙 벌려본다거나, 우스꽝스러워 보여도 다시 들춰보면 재미있어요. 예전 사진을 보고 이야기꽃을 피우기도 하고 다음번 포즈를 구상해 보기도 하죠. 아이들은 열심히 자전거를 타고 난 후 간식과 도시락 먹는 시간을 제일 좋아해요. 특별할 것 없는 식단이지만, 땀 흘린 후 먹는 꿀맛 같은 시간을 항상 고대해요.
라이딩 여행을 하면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이 있나요?
6월 어느 토요일 아침에도 평상시와 같이 자전거를 타고 집을 나섰어요. 집 근처 황룡사지 마루길을 지나는데, 새끼 너구리 한 마리가 2차선 찻길 한가운데 꼼짝도 안 하고 있더라고요. 위험해 보여서 마침 연꽃밭에서 곤충 채집하려고 챙겨 간 통에 담아 구조 먼저 했죠. 아이들은 귀엽다며 집에 데려가서 키우자고 난리였어요. 야생동물구조센터에 문의전화를 해보았지만 주말 아침이라 그런지 연락이 되지 않아서 숲에 풀어주기로 했어요. 한 시간도 채 안 되는 사이 아이들은 새끼 너구리에게 이름도 지어주고, 풀어주는 내내 가서 잘 살라고 어찌나 손을 흔들어 주던지…. 그날 이후 그 숲을 지날 때마다 새끼 너구리 이야기를 해요. 자전거를 타고 나서는 길이 보통은 녹지로 이루어진 곳들이 많다 보니 심심찮게 길가에 나와 있는 토끼도 만나게 되고, 나무가 우거진 곳으로 가면 사슴벌레, 장수풍뎅이도 볼 수 있어요. 여름내 한창인 연꽃밭에 가면 어미 흰뺨검둥오리가 새끼 여럿을 줄줄이 이끌고 다니는 모습도 볼 수 있고, 어디선가 뛰어오르는 개구리 때문에 화들짝 놀라 아이들에게 웃음거리가 되기도 해요.
엄마, 아빠랑 자전거를 탄 날들을 아이들이 어떻게 기억하길 바라나요?
저희 부모님은 자식들이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에 자전거 타기와 구구단 암기는 꼭 해야 한다는 나름의 목표가 있었어요. 구구단 외우기는 쉽지 않았지만 덕분에 저희 4남매 모두 자전거는 곧잘 타요. 자전거를 타고 엄마 심부름도 다니고 친구와 놀다 헤어질 땐 그 친구를 뒤에 태우고 집까지 데려다주기도 했어요. 그런데 신기하게 남편도 저와 비슷한 경험을 가지고 있더라고요. 나이를 먹어 어른이 되고 부모가 되고, 사는 것이 힘들고 고단한 순간에 유년의 기억들을 떠올리며 많은 위안을 받아요. 온 가족이 자전거를 타고 나가 함께 시간을 보내고 같은 것을 보고 공유한 즐거움들을 차곡차곡 쌓아 아이들에게 힘이 될 좋은 추억을 물려주고 싶어요. 자전거로 단련된 건강한 몸도 함께라면 더할 나위 없겠죠.
여행 비용 4인 가족 기준으로 인근 라이딩은 한 끼 식사비 2~3만 원이면 충분해요. 기차 자전거 여행은, 1박 2일 기준 동해안 자전거길 여행에서 왕복 기차비 15,600원, 숙박비 10만 원, 식비 18만 원, 간식비 4만 원으로 총 34만 원 정도 들었네요.
추천 스팟 경주동부사적지대를 추천해요. 이 지역은 신라 왕도의 중심부였기 때문에 반월성, 첨성대, 계림, 동궁과 월지, 대릉원, 분황사, 황룡사지, 국립경주박물관 등 중요한 사적지가 인근에 모여 있어요. 자전거를 타고 아름다운 풍경을 천천히 둘러보기에 아주 좋아요. 봄이 되면 거리는 벚꽃이 만발하고 철마다 다른 종류의 꽃밭이 조성돼요. 가을에는 보슬보슬한 핑크뮬리가 기다려지는 곳이기도 해요.
꼭 필요한 준비물 물과 간식은 필수에요. 가끔 벌레에 물리거나 다치는 경우도 있어서 간단한 구급약도 챙겨나가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자동차의 엔진처럼 자전거의 엔진을 담당하는 튼튼한 우리의 몸이랍니다.
베스트 아이템 자전거 라이딩이 처음이라면 중고 자전거나 물려받는 자전거로 시작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라이딩을 좋아하게 될지, 계속하게 될지는 금방 알 수가 없거든요. 아이들을 태울 땐 ‘삼천리자전거 스몰박스’를 추천해요. 유아 안장을 설치할 수 있는 모델이고, 자동차나 기차에 자전거를 싣기 위해선 수납과 대중교통 이용이 용이한 접이식 자전거가 적합해요. ‘폴리스포츠’ 유아 안장도 적극 추천하고 싶어요. 저희는 자전거에서 아이들을 독립시킨 후 ‘브롬톤’을 구입했어요. 가격은 고가지만, 접이 방식도 간단하고 작게 접혀서 보관 및 수납, 대중교통 이용 시 아주 편리해요. 그리고 자전거용 가방을 자전거에 부착할 수 있어서 저희처럼 간단한 짐이라도 꼭 챙겨 나가야 하는 가족에겐 안성맞춤이랍니다.
함께하는 놀이 자전거 라이딩을 나가기 전 오늘은 어떤 코스로 다닐지 아이들과 함께 계획해보세요. 막상 출발해서 계획한 대로 가지 못하는 변수가 생기기도 하고 코스가 변경되기도 하지만 다 괜찮아요. 이런 일을 몇 번 반복하다 보면, 앞장서 가는 아이들 자전거 뒤로 열심히 따라가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거예요.
이서연 가족ㅣ서프보드 공방 ‘스테판 서프’ 운영
가족을 소개해 주세요.
2년 차 초보 서퍼이자 여덟 살 은우와 다섯 살 지훈이, ‘유남매’와 함께 양양으로 서핑하러 다니는 엄마 이서연이에요. 어쩌다 서핑에 빠져서 지금은 회사 다니며 서프보드 공방 ‘스테판 서프’를 운영 중인 남편 유창민의 아내이기도 해요. 남편은 퇴근 후에 공방에 가서 보드 수리도 하고 본인의 보드를 틈틈이 만들고 있어요. 벌써 남편이 만든 보드가 일곱 개나 되네요. 서핑을 하기 전에는 동남아 휴양지나 호캉스를 찾아다녔는데, 서핑을 알고 난 뒤에는 양양 남애3리 바다가 우리 가족 최고의 휴양지가 되었어요. 서핑을 다니며 느낀 소소한 이야기를 ‘오늘도 두 아이와 서핑을 간다’라는 제목으로 브런치에 쓰기도 했어요.
남편분이 먼저 서핑을 시작하고 온 가족이 덩달아 서핑의 매력에 빠졌다고 들었어요.
서핑을 처음 배운 건 2019년 4월 1일이었어요. 홈쇼핑에서 의류 MD를 하던 남편이 서핑에 후원하는 옷 브랜드를 접하면서 서핑이라는 스포츠를 알게 되었어요. 그전까지는 저도 우리나라 바다에서 서핑을 한다는 생각을 전혀 안 해봤는데, 남편이 한창 회사 다니며 스트레스가 극심하던 시기라 서핑을 배우면서 스트레스를 풀어보고 싶다고 했어요. 원래는 남편만 배울 생각이었는데 강습을 한번 받고 나오더니 제가 꼭 같이 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더라고요. 저는 추운 게 질색이라 등 떠밀리듯 시작했지만 막상 해보니 보드 위에서 파도를 타는 속도감이 너무 짜릿했어요. 그 한 번의 파도 맛을 보고 한 주 한 주 다니다가 어느새 금요일 밤마다 짐을 싸는 저를 발견했죠. 그렇게 100일 정도 서핑을 하러 다녔을 때쯤, 남편이 회사에 휴직계를 내고 서프보드를 만드는 기술을 배우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경기도 하남에 자기만의 공방을 차리게 되었죠. 이 모든 게 서핑을 시작한 지 1년도 채 안 돼서 일어난 일들이에요.
집을 나서서 돌아올 때까지 어떻게 보내는지 궁금해요.
남편이 회사를 다니다 보니 대부분 주말 1박 2일의 일정으로 다녀요. 금요일 밤에 짐을 다 싸놓고 다음 날 새벽 여섯 시쯤 출발해요. 그래야 고속도로가 안 막히거든요. 7월 말, 8월 초 성수기 철에는 새벽 다섯 시에 출발해야 해요. 그때는 잠도 덜 깬 아이들을 거의 둘러업고 나와 차에 태워서 출발하죠. 서울양양고속도로의 마지막 휴게소인 내린천 휴게소에서 간단히 아침을 먹고 남애3리 바다에 있는 ‘팔봉서프’에 도착해요. 커피 한잔하고 숨 좀 돌린다 싶을 때 아이들이 빨리 바다에 나가서 놀고 싶다고 아우성을 치면 온 가족이 슈트로 갈아입고 선크림으로 무장하고 바다에 나가죠. 다음 날도 오전부터 오후 네다섯 시까지 바다에서 놀다 나와요. 이제는 나름대로 아이들을 케어하며 서핑하는 일에 매뉴얼이 생겼어요. 밥 먹이기, 씻기기, 짐 정리하기 등 필요에 따라 부부 간 업무 분담이 확실하죠. 점심은 바다나 서핑숍 야외 테이블에서 간단히 챙겨 먹고 대신 이른 저녁을 먹어요. 서울에 가는 날에도 양양에서 저녁까지 먹고 여덟 시 전후로 출발해요.
유남매의 서핑 실력은 어떤가요?
첫째 은우가 올해 처음 서핑을 배우기 시작했어요. 워낙 겁도 많고 물에 빠지는 걸 무서워해서 파도가 아예 없는 잔잔한 호수 같은 날에 보드 위에 태워서 놀아줬는데, 조금씩 관심을 보이면서 보드 위에 일어나보려고 하더라고요. 억지로 가르치진 않았어요. 올여름에 처음 배워보고 싶다고 하기에 먼저 호흡법이라도 배워두면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집 근처 수영 학원을 등록하고, 주말에는 양양에 가서 강습을 받았어요. 지금은 코로나19 때문에 홀딩해 놨지만, 내년엔 저와 함께 라인업에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예요. 겨우 두 번 강습 받았는데 패들과 테이크오프 자세를 보니 저보다도 잘하더라고요. 둘째는 누나가 하는 걸 보고는 질투심 반 물놀이 재미 반으로 막무가내 서핑 실력을 보여주고 있어요. 그래도 어깨너머 배운 실력이라 그런지 자세가 꽤 그럴싸해요(웃음).
서핑에 대한 편견은 없었나요?
서핑을 시작하기 전에 ‘정말 우리나라에 서핑 하는 사람이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12월 말 한겨울에 양양 죽도해수욕장에 다녀왔어요. 근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검은색 서핑슈트를 입고 얼굴만 동그랗게 내놓고는 눈썹에 고드름이 내리는 추위 속에서 서핑을 하고 있었어요. 그때는 좀 충격이었죠. 나중에 알고 보니 수온이 원래 계절보다 두 달 정도 늦어서 가을엔 오히려 물속이 더 따뜻하더라고요. 기온은 내려가도 수온은 10월까지도 유지된다고 해요.
서핑의 새로운 매력도 알게 되었을 것 같아요.
서핑의 진짜 매력은 라인업에 나가서야 비로소 느낄 수 있어요. 라인업은 서퍼들이 모여서 파도를 타기 위해 기다리는 위치인데요. 인생을 대하는 마음을 거기서 배워요. 라인업으로 갈 때는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를 헤치고 나가면서 아무리 파도가 거세도 여기만 지나가면 된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는 게 어제와 오늘이 다르듯 파도도 늘 같지 않아서 두세 개씩 한꺼번에 밀려올 때는 그냥 지나가길 기다릴 때도 있어요. 몸에 힘을 주는 순간 파도는 저를 더 힘껏 덮쳐요. 라인업에 도착하면 그렇게 고요하고 평화로울 수가 없어요. 남편은 라인업에서 보드에 앉아 수평선을 바라보며 명상의 시간을 가져요. 회사 생활과 일상을 잘 분리하지 못하는 남편이 유일하게 회사 생각이 나지 않는 순간이래요. 미국에서는 참전군인들의 트라우마 치료법으로 서핑이 활용되기도 해요. 누군가에게는 스릴보다 힐링의 운동인 거예요.
특히 기억에 남는 일이 있어요?
세 번째로 서핑을 하러 간 날에 풍랑주의보가 발효될 정도로 파도가 거칠게 쳤어요. 그때 처음 알게 되었는데, 풍랑경보와 태풍은 안 되지만 풍랑주의보가 발효되면 해양경찰청에 입수신고서를 작성하고 서핑을 할 수 있어요. 남편은 역시나 들어가 보겠다고 했고, 제 불안을 감지한 팔봉서프 사장님이 강습도 아닌데 같이 들어가 주셨어요. 거센 파도에 튕겨 나가면서도 두어 시간을 열심히 파도와 싸우고 나오더라고요. 7년을 함께 산 남편에게서 그런 열정과 패기를 처음 느껴 봤어요. 가장 최근에 기억에 남는 일은 딸이 서핑을 배우고 아빠가 만든 보드를 탔을 때예요. 저는 어릴 때 바다를 별로 안 좋아했어요. 모래가 온몸 구석구석 끼는 것도 싫고, 짠 바닷물도 별로였거든요. 그런데 그때 제 나이의 딸이 바다 위에서 너무 신나게 즐기는 거예요. 게다가 아빠가 만든 서프보드에 엎드려서 패들도 하고, 보드에 앉아 있기도 하고, 테이크오프까지 도전하는 모습이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저희 부부가 정신적으로 힘들 때 시작한 운동이 서핑이었는데 여덟 살 아이에게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접하는 운동이 되었다는 것도 신기하고요.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 언제인지 궁금해요.
남애3리 바다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는 그 순간부터 좋아요. 날씨에 따라 온몸으로 만끽하는 바다 내음이 끝내주거든요. 숨막히게 더울 때, 바닷바람이 세차게 불 때, 흐린 하늘에 비가 내릴 때의 냄새가 다 다르죠. 바다에 나가기까지는 관문이 꽤 많아요. 아이들을 슈트로 갈아입히고 선크림을 발라주고 저희도 나갈 준비를 한 다음, 모래놀이 짐과 먹을 걸 챙겨 넣고 보드까지 들고 나서야 준비가 끝나요. 처음엔 보통 일이 아니었는데 지금은 수월해요. 유남매는 역시나 바다에서 놀 때가 제일 신난다고 해요. 모래놀이, 물놀이 하며 바다에서 노는 시간을 언제나 좋아해 줘서 아이들에게 고마워요.
함께 서핑을 다니면서 아이들은 어떤 성장을 하고 있나요?
저희가 양양에 갈 때마다 서핑숍의 같은 스팟에서 가족사진을 찍어요. 1년이 지나고 보니 아이들이 정말 많이 컸다는 게 눈에 보이더라고요. 첫째는 이제 혼자 샤워를 할 정도로 컸고, 엄마가 하듯 동생을 제법 챙길 때도 있어요. 둘째는 낮잠을 안 자도 저녁까지 쌩쌩하게 놀 수 있죠. 모래놀이가 예민한 아이들의 심리적 이완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걸 책에서 본 적이 있는데, 특히 첫째는 많은 도움을 받은 것 같아요. 초창기에는 신발에 모래만 들어가도 질색을 해서 종종 안고 나와야 할 정도였는데 지금은 맨발로 모래 밟는 게 더 편해졌다고 하니까요. 바다에 가면 아이들이 마음껏 소리 지르고 뛰어놀아요.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해방감을 느끼겠어요. 층간소음 걱정에 매일 뛰지 마라, 조용히 하라는 엄마의 잔소리를 안 들어도 되고요. 덩달아 저희도 그곳에서만큼은 마음이 편해요. 파도 소리와 아이들 웃음소리에 부모도 같이 힐링하는 시간이죠.
가족이 처음 서핑을 가서 유의하면 좋은 점이 있을까요?
서퍼들이 나와서 쉬거나 밥 먹으러 갈 때 모래 위에 보드를 두고 가는 경우가 있어요. 그런데 아이들이 뛰어놀다 무심코 보드를 밟고 지나가거나 어른들도 보드가 단단한 줄 알고 깔고 앉기도 하더라고요. 그러다 보드가 망가질 수도 있으니 주의하셔야 해요. 서프보드는 쉽게 말하면 스티로폼 같은 소재에 유리를 씌워 놓은 거라 잘 깨질 수 있거든요. 기분 좋게 바다에 놀러 나와서 얼굴 붉히는 경우를 목격하기도 했어요. 서프보드가 궁금하다면 보드 주인에게 꼭 물어보세요.
여행 비용 성수기 숙박료는 10~12만 원, 보드 대여 5만 원, 강습 7만 원 정도 들어요. 현재는 보드와 슈트는 더 이상 대여하지 않아서 숙박비 정도만 드는데 캠핑을 좋아하는 가족은 숙박비를 아끼기도 해요.
추천 스팟 남애3리해수욕장이요. 모래사장이 넓고 물이 얕아서 아이들과 놀기에 좋고, 갯마을해수욕장과 이어져 있어서 해안선이 넓고 긴 점도 마음에 들어요. 특히 가족 단위로 조용히 쉬기에 좋은 곳이에요. 젊은 친구들 사이에 핫한 죽도나 인구해변은 밤이 되면 파티나 클럽 문화로 시끌벅적한데 남애3리는 고요하거든요. 그런 날 서핑숍 앞마당 앞에서 생맥주 한잔할 때 그렇게 평화로울 수가 없어요.
꼭 필요한 준비물 아이들이 서핑을 하지 않더라도 래시가드 대신 웨트슈트를 입히면 좋아요. 래시가드는 물에서 놀고 나오면 체온 유지가 잘 안 돼서 조금만 바람을 맞아도 아이들이 추워하지만 웨트슈트는 체온 유지에 도움이 돼요. 선크림, 챙 넓은 모자, 모래놀이 장난감 그리고 삽 종류나 바스켓은 크고 많을수록 좋아요.
베스트 아이템 우리 가족의 첫 서프보드이자 아름다운 호주산 핸드메이드 서프보드인 ‘맥타비쉬’ 서프보드, 국내에서 가장 대중적인 ‘왈든’ 서프보드를 추천해요.서핑슈트는 ‘파타고니아’와 ‘매튜스’를 추천해요. 어린이용은 긴팔이라 자외선 차단에 좋고 보온성이 높은 ‘립컬 그롬 오메가 32미리 슈트’나 입히기 쉽도록 소매와 바짓단이 짧게 나온 슈트들을 추천해요.
함께하는 놀이 동해 바다는 한여름에 호수 같은 날이 더 많아요. 그땐 보드에 아이들을 태우고 잔잔한 바다 한가운데에 함께 떠 있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아이들이 엄마 아빠와 함께 있어서 괜찮다는 안정감도 느끼면서 보드에 엎드려 팔을 저어보고 서핑 자세를 취해보기도 할 거예요.
백서영 가족ㅣ중학교 교사
가족을 소개해 주세요.
저는 서울의 공립중학교 교사이고, 두 딸아이의 엄마 백서영이에요. 교단에 있던 시간보다 육아 휴직을 사용해 엄마로 지낸 시간이 더 길어서 교사라고 말하기가 부끄럽네요. 저희 가족은 올해 초등학생이 된 큰딸 민서, 몸집이 작아서 아가로 종종 오해받는 다섯 살 지우, 그리고 여자 셋의 부족한 부분을 조용히 채워주는 남편 이렇게 네 명이에요.
가족의 산책은 언제부터,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첫째가 태어난 지 100일 정도 된 즈음부터 외국에서 살게 되었어요. 중국, 미국, 핀란드 그리고 다시 중국으로 갔죠. 처음에는 씩씩해지려고 걸었어요. 큰애가 좋은 벗이 되어주었죠. 이 낯선 곳을 사랑하게 되어서 외로움과 두려움을 이겨내자는 마음으로 걷다가 급작스럽게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었는데, 6년을 떠돌이 생활을 하다 보니 한국 역시 낯설었어요. 그래서 이번엔 둘째까지 두 아이를 벗 삼아 걸었죠. 행복해지려고요.
공원, 개천, 놀이터 등 아이들과 거의 매일 나간다고요. 그곳의 풍경은 어때요?
저희는 주로 집에서부터 10분 정도 걸으면 도착하는 양재천과 서초문화예술공원, 그리고 주변 어린이 공원에서 놀아요. 양재천은 저 어릴 적엔 잘 관리된 개천 정도였는데, 요 근래 시기마다 눈에 띄게 다른 꽃들이 피어나요. 조경 관리에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아요. 덕분에 아이들과 할 이야기가 많아져요. 제가 꽃 이름을 잘 몰라서 민서랑 애플리케이션으로 꽃 이름을 찾느라 꽤 오랜 시간을 보냈는데, 아이들이 양재천을 산책한 지 2년 차가 되니 “아! 작년 이맘때 이 꽃이 피기 시작했지!” 하며 추억을 되새기기도 해요. 서초문화예술공원은 모두가 꼭 알았으면 하다가도 우리만 알았으면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공원이에요. 정식 명칭은 ‘공원’이지만, 저희 가족은 늘 “숲에 가자.”고 말해요. 그만큼 나이 많고 키 큰 나무가 많아요. 그 커다란 나무들 속에 놀이터가 있어요.
아이들은 주로 뭘 하고 노나요?
처음에는 저희 아이들도 모래 놀이터에서 노는 데 시간을 많이 보냈어요. 그런데 숲 경력이 좀 생기다 보니, 가벼운 캠핑 의자를 챙겨 가 앉아서 멍하니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를 함께 바라봐요. 새들을 발견하고, 까치들끼리 무섭게 몸싸움하는 것도 직접 보게 되고, 그러다 다시 잔디밭을 그냥 걷고, 춤추고, 서로 나 잡아봐라 하고 그래요. 특별한 놀이 없이 바람을 느끼고 숲 냄새를 맡아요. 비가 갠 날엔 장화 신고 물웅덩이에서 쉴 새 없이 점프해요. 웃음소리 역시 멈추지 않죠. 2019년에는 서초구청에서 숲속에 꽤 근사한 수영장을 만들어 주셔서 얼마나 행복했는지 몰라요. 아이들과 수영하면서 요정이 된 것 같다고 말했어요. 조금 더 알려진 양재시민의숲이 바로 근처인데, 저희 가족이 이곳을 더 좋아하는 이유는 잔디밭이 더 넓어서 아이들이 뛰어놀기에 좋기 때문이에요. 종종 결혼사진을 찍으러 오시는 분들을 보는 것도 재미있고요.
아이들 손잡고 걷다 보면 5분 걸릴 목적지도 30분 걸린다고들 하잖아요. 아이들이 참새방앗간처럼 꼭 들르는 곳이나 하는 행동이 있나요?
동네 산책을 자주 하다 보면 산책길에 단골 가게가 한 군데 이상은 생겨요. 아이와 함께라면 대부분 잘 기억해 주시고 친절하게 맞아 주셔서 단골로 기억되기 쉽죠. 아이를 데리고 다니는 엄마의 특권이에요. 그곳이 카페라면 잠시 들러서 맛있는 음료로 에너지를 충전해요. 아이가 걷고 싶지 않다고 하거나 투정 부릴 때, 아이도 잘 기억하고 있는 카페나 단골 가게까지 힘내자고 하면 다시 씩씩하게 걷곤 해요.
모두들 동네에 대한 애정이 커졌을 것 같아요.
네! 상상 이상이에요. 중국에서 큰아이가 미세먼지로 고생을 많이 했고 핀란드에서 당연하게 누리던 자연이 무척 그리워서 일부러 숲이 가까이에 있는 곳을 찾아왔어요. 코로나19로 야외 활동에 많은 제약이 생긴 올해는 더더욱 고마운 동네예요. 저희 아이들은 코로나 스트레스가 크지 않았어요. 조용한 숲에서 늘 몸을 움직였거든요. 모두에게 이런 환경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건 알고 있어요. 하지만 동네에 대한 애정은 가족이 함께 어떤 이야기를 만드는지에 따라 깊어지는 거라고 생각해요. 핀란드, 중국, 미국 세 나라의 자연환경이 너무나 다르지만, 모두 그립고 소중한 곳이에요. 어디서든 열심히 걸었거든요. 혼자였다면 집에서 편히 누워 있었을 텐데 함께 산책할 수 있는 아이들이 있어서 매일 심플한 여행을 떠났어요. 나중에 꼬꼬 할머니가 되어서, 아니 그 전에라도 언제든지 힘들 때 꺼내어 먹을 수 있는 달콤한 사탕을 주머니에 넉넉히 넣어둔 기분이에요.
익숙한 동네지만, 산책을 하면서 새삼스럽게 배우는 것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럼요. 저와 아이들은 동네 곳곳의 어린이 공원을 찾아서 놀고 개천을 걸어요. 자유롭게 걷다 보면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게 되죠. 첫째는 부끄러움이 많고 잘 우는 여린 아이라서 선뜻 누군가에게 먼저 다가가는 성격이 아니었는데, 산책의 힘인지 시간의 힘인지 이제는 모르는 친구와도 쉽게 친구가 돼요. 타인에 대해 긍정적인 상상과 기대를 하고 있는 것 같아요. 또 저희 동네에는 장애를 가진 분들과 나이 많으신 분들이 사시는 아파트도 있어서 더 다양한 모습의 사람들을 만나게 돼요.
얼마 전, 아이들과 자전거를 타고 양재천에 도착하니 민서가 “엄마, 우리 동네에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너무 많아서 속력을 낼 수 없어.” 하며 웃더라고요. 그날 그 이야기로 시작해서 많은 대화가 가지처럼 뻗어 나갔어요. ‘왜 할머니 할아버지 때문에 신나게 자전거를 탈 수 없었을까?’부터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우리가 왜 조심할까, 그분들을 신경 쓰지 않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분들은 왜 걸음이 느릴까’까지. 어쩌면 늘 신경 쓰고 있었는데 말하지 못했는지 아이는 꽤 많은 이야기를 했어요. 불만이 아닌 불편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니 그분들을 이해하게 되었고요.
아이들이 이웃의 진짜 의미를 알게 됐군요.
많은 산책 중에 아이들 눈은 바쁘게 다른 사람들을 향하게 되고, 사람들이 가진 저마다의 모습들을 받아들이면서 같이 살아가는 이웃이라고 여겨요. 자연스럽게 자신의 세상 속에 하나하나 타인의 자리를 만드는 것 같아요. 사소해 보여도, 목표를 향해 달려가야만 하는 요즘 아이들에게는 주변을 돌아보는 게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무언가 배우려고 걷기 시작한 것은 아니었지만, 잠시 멈추어 서서 뒤돌아 생각해 보니 아이들과 저 모두 불필요한 경계를 만들지 않는 유연함을 배우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SNS에 민서와의 산책 중에 “아이와 온화하게 걸을 수 있다는 건 이런 것이었지!”라고 쓴 글을 봤어요. ‘같이 걷는 행위’를 통해 부모와 아이 사이에 생겨나는 감정이 있나 봐요.
저에게 큰아이는 벗 같고, 작은아이는 자식 같아요. 저희 가족은 회사에서 지원을 받거나 지인이 있거나 어떤 신념을 가지고 해외로 나간 것이 아니라 여유도 없고 힘들었어요. 그래서 민서에게 부끄럽지만 제가 심적으로 많이 기댔던 것 같아요. 그 과정에서 저는 아이를 돌본다기보다 아이와 같이, 서로 다른 ‘인간’으로서 살았어요. 온화하게 걷는다는 건, 이것저것 신경을 쓰거나 의식적으로 어떤 교육적인 행동이나 말을 하지 않고, ‘사람과 사람으로 나란히 걷는다’는 의미예요. 아이들이 정말 예쁘고 소중해서, 저와 다른 인격체로 인정하고 적당한 거리를 두며 살아갈 것을 매일 다짐하고 노력하며 지내요. 낯선 곳이 아닌 아이에게 마음 편한 우리 동네를 산책하다 보면 가능하답니다. 앞장서서 아이에게 지시하지 않아도 되고, 아이를 과하게 챙기지 않아도 되고, 나란히 혹은 뒷짐 지고 풍경 속 아이를 바라보며 걸을 수 있어요.
가끔은 서울 밖으로, 좀 멀리 떠나고 싶지는 않으세요?
너무나요. 멀리 떠나면 지금의 복잡한 머릿속을 더 깨끗하게 씻을 수 있지 않을까요? 동네 산책이 쉼표라면 멀리 떠나는 여행은 멈춤 버튼인 것 같아요. 그렇지만 아이들이 작은 세계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자연의 변화를 느끼고 관계를 맺는 법을 배운다면, 큰 세상을 누릴 여유가 쌓여 있을 거라고 믿어요. 우선은 ‘오늘의 여행’이라는 마음으로 산책을 하고 있어요.
내년 초에 복직을 하신다고 했죠. 지금 이 생활에 익숙한 아이들이 서운해할 텐데, 가족의 동네 산책 패턴이 어떻게 달라질까요?
육아 휴직과 외국에서 일하는 배우자로 인한 동반 휴직으로 2014년부터 휴직을 이어왔어요. 내년부터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도 많고,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려가며 지내고 있는데요. 지금보다 더 가볍게, 과감히 포기할 것은 포기하는 방향으로 산책을 할 것 같아요. 제가 퇴근길에 도시락을 사 와서 아이들 픽업 후 함께 숲에서 저녁 먹고 산책하다 돌아오는 날이 많아지겠죠. 피곤한 몸으로 집에 들어와서 아이들을 챙겨 다시 나가기는 쉽지 않거든요. 또 어떤 날엔 저녁을 맛있게 먹고 선선한 저녁 바람을 맞으러 산책을 나가기도 할 것 같아요.
산책을 시작하려는 가족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게 있나요?
준비물을 잔뜩 챙겨 가면 진정 즐거운 산책을 할 수 없어요. 만약 모래놀이 도구가 필요하다면 산책길에 아이와 음료수를 마시며 생긴 플라스틱 컵을 재활용하라고 권해드리고 싶어요. 함께 길을 걸으며 노래를 부르고 끝말잇기를 하는 시간이 중요해요. 또, 아이의 탈것을 조금씩 바꿔 주시면 좀더 리드미컬한 산책이 돼요. 세발 퀵보드를 타다가 어느 날 두발 퀵보드를 타게 되면 아이는 자신의 성장에 뿌듯해하더라고요.
여행 비용 5천 원에서 만 원 정도요. 오로지 간식비예요. 물론 이것도 줄일 수 있어요. 아이들 음료와 제 커피를 집에서 준비해 오는 날은 공짜 여행을 하는 날이네요.
추천 스팟 요즘은 아파트 단지 내 산책로와 놀이터가 너무 좋지요. 편하게 걸을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좋아요. 조금 특별한 놀이터 여행을 떠나시려면, 어린이 공원을 검색해 보세요. 우리 동네 이런 곳에도 놀이터가 있었구나 하는 곳을 발견하실 수 있을 거예요.
꼭 필요한 준비물 물, 아이들이 힘들어할 때 살짝 건네줄 사탕, 물티슈 정도예요. 짐은 최대한 줄이고 두 팔을 앞뒤로 움직여보면서 가볍게 산책해 보세요. 아이들이 많이 지치지 않게 두 발이 되어줄 퀵보드나 자전거 등이 있으면 더 좋겠죠.
베스트 아이템 ‘스트라이더 밸런스 바이크’를 추천해요. 핀란드에서는 아이들이 길에서 대부분 타는 모델인데 두발 자전거로 바로 레벨 업 하기에 좋아요.
함께하는 놀이 봄엔 꽃놀이, 여름엔 땀 흘리기, 가을엔 낙엽 더미 위에 누워 보기, 겨울엔 눈 위를 걸으며 뽀드득 소리 듣기요. 비 오는 날엔 비도 맞아보고, 비가 개면 장화 신고 첨벙거리면서 놀아요. 자연을 만끽할수록 아이들은 몸도 마음도 건강해지는 것 같아요.
여신민 가족ㅣ‘에픽아이웨어’ 디자이너
가족을 소개해 주세요.
안녕하세요. 저희 가족은 캠핑 10년 차인 저와 ‘에픽아이웨어’라는 선글라스 브랜드를 운영하는 남편, 깡다라는 별명이 더 익숙한 아홉 살 딸 다연이까지 세 식구예요. 저는 에픽아이웨어에서 디자인을 하고, ‘캠핑좋아하는깡다네’라는 이름으로 SNS에 캠핑 기록을 남기고 있어요.
가족의 카라반 캠핑 여행은 언제부터,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8년 동안 텐트로 캠핑만 하다가 5년 전부터 남편이 카라반을 사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처음에는 반대했는데 작년 8월 시어머니께서 희귀암 판정을 받으셔서 시어머니, 친정 엄마와 함께 여행을 다니려고 카라반 캠핑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작년 겨울 두 분을 모시고 오대산 폭설을 보여드린 기억이 선명하네요. 지금은 어머님 건강도 많이 좋아지셨어요.
얼마 전 두 번째 카라반을 맞이하신 걸로 알아요. 첫 번째, 두 번째 카라반을 직접 소개해 주실래요?
첫 번째 카라반인 ‘아드리아 알테아 402PH’는 400급 초반의 카라반 중에서도 3인 가족이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모델이에요. 메인 침대와 침대 변환식 테이블, 3구 가스레인지, 타워형 냉장고, 샤워실 겸용 화장실이 모두 넉넉한 사이즈여서 불편함이 없었죠. 이 카라반에서 성인 네 명에 아이 한 명이 5박 6일 여행을 한 적이 있을 정도예요. 두 번째 카라반은 저희 가족이 처음부터 가장 사고 싶었던 ‘하이머 에리바투어링 430’이에요. 사이즈가 작고 기동성이 좋아서 부산 여행 중에도 골목골목을 투어할 정도로 이동이 편했어요. 덕분에 운전할 때 스트레스도 줄었죠. 에리바투어링만의 팝업 천장은 텐트 감성을 느끼기에 최고의 장치예요. 팝업 천장을 열고 경치 좋은 곳에서 캠핑을 하면 해외로 나온 듯한 기분이 들어요. 덕분에 저희 가족 스타일인 감성 캠핑을 제대로 느낄 수 있어요. 3인 가족이 쓰기엔 내부가 좀 작아서 430보다는 530을 추천 드리지만, 미니멀한 캠핑을 좋아하는 저희는 불만 없이 행복한 캠핑을 즐기고 있어요. 이번 여름 휴가는 두 번째 카라반에서 10일 정도 보냈는데, 아늑한 매력에 푹 빠져버렸어요.
휴가는 어디로 다녀오셨어요?
수원에서 출발해 영월-삼척-영덕-포항-경주-부산에 다녀왔어요. 저희 가족은 캠핑도 좋아하지만 해외여행을 너무 좋아해서 10년 동안 1년에 두세 번씩은 다녀오곤 했어요. 딸이 태어나고 국내 여행을 이렇게 길게 해본 적이 없는데, 정말 멋진 곳들이 많더라고요. 특히 삼척에서 포항까지는 카라반이 갈 수 있는 노지가 많아서 가는 곳마다 카라반 안에서 보는 바다뷰가 최고였어요.
산, 숲, 바다 등 자연 경관을 즐기는 게 캠핑의 매력 중 하나일 것 같아요. 인스타그램 피드를 보니 따라가보고 싶은 여행지가 수두룩한데, 장소 선정 노하우가 궁금해요.
평소에 유명한 관광지나 경관이 좋은 곳을 인터넷으로 많이 찾아봐요. 지도를 통해 카라반 캠핑이 가능한지 미리 체크한 후에 기록해 두는 편이에요. 카라반 진입이 어려운 곳에 사전 체크 없이 무작정 들어가면 이래저래 상황이 어려워지거든요. 그중에서 너무 붐비지 않는 노지 위주로, 자연 경관이 좋은 곳으로 선택해요. 거기에 서핑이나 물놀이, 롱보드, 스키, 스노우보드 등 아이가 즐길거리가 있는 곳이라면 저희 가족에게는 제일 좋은 스팟이죠. 유료 캠핑장은 전기와 물 공급이 원활해 편하긴 하지만 비용이 부담되고 입·퇴실 시간이 정해져 있어서 선호하지 않아요. 그래도 가끔 이용하고 싶을 땐 이용객이 드문 평일에 가서 주말보다 한적하게 즐기곤 해요.
아이가 자라는 동안 캠핑 스타일도 변했을 것 같아요.
오래 하다 보니 가족만의 스타일이 생겼어요. 어떻게 보면 그게 가장 재미있고 중요한 일 같아요. 처음에는 잘 모르니까 캠핑용품점에 가서 직원분에게 물어물어 장비를 구매했어요. 그 당시에 입문용으로 가장 많이 알려져 있던 거실형 큰 사이즈 텐트도 샀죠. 하지만 부피도 크고 피칭하기도 쉽지 않고, 무엇보다 감성적인 면이 없어서 바로 방출해 버렸어요(웃음). 그렇게 서툴게 시작해서 계절, 날씨, 목적에 따라 차박도 하고 백패킹용 텐트와 장박용 티피 텐트 등 여러 형태의 캠핑을 즐기게 되었죠. 그러다 카라반까지 오게 되었어요. 아이가 있으면 역시 카라반이 가장 편하네요. 저도 소형 견인 면허를 취득해서 카라반을 직접 운전하는데요. 장거리 이동할 때 남편과 교대로 운전하면 피로감도 적고 안전하게 갈 수 있어서 좋아요. 따길 잘한 것 같아요.
카라반 캠핑을 시작하고 기억에 남는 여행지가 있나요?
카라반을 처음 구입하고 바로 떠난 여행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제가 성격이 급해 사자마자 바로 떠났거든요. 양가 어머니를 모시고 저희가 가장 좋아하는 양양 죽도해변으로 갔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태풍이랑 같이 여행을 하게 됐어요. 두 분을 모시고 캠핑 가는 건 처음이었는데 태풍과 싸워가며 대관령을 지나 죽도해변에 도착하니 높은 파도와 비바람이 저희를 맞이해 주었죠. 그래도 창밖으로 날아다니는 텐트와 타프보다는 카라반이 아늑하다고 위안하며 그 안에서 밥도 먹고 차도 마시며 캠핑을 즐겼어요. 새벽이 되니 태풍은 더 강력해지고 카라반이 막 흔들리더라고요. 불안한 마음에 근처 민박을 잡아 어른들을 모시고 카라반을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켰어요. 캠핑 첫날부터 민박 신세를 지게 된 셈이죠. 다음 날에는 다행히 언제 태풍이 왔는지도 모르게 해가 떠서, 남은 3박 4일은 다시 즐거운 캠핑을 즐길 수 있었어요.
아찔한 기억이네요. 캠핑 준비는 모두 함께 하나요?
네. 제가 가고 싶은 곳을 고르면 남편이 카라반 진입이 가능한지, 위험한 곳은 없는지 등등 디테일한 것에 신경 써주는 편이에요. 언젠가부터는 제가 가고 싶은 곳의 느낌을 먼저 알아서 찾아줄 때도 있어요. 그러면서 서로 더 알아가고 맞춰가는 것 같아요 짐을 쌀 때는 각자 해야 할 일이 나뉘어요. 옷가지나 음식은 제가 주로 챙기고 남편은 카라반의 물품을 체크해요. 깡다는 캠핑 가서 읽을 책이나 놀이를 스스로 챙기고요.
아이와 오랫동안 캠핑을 다니며 깨달은 게 있나요?
캠핑을 즐길 때 아이들이 혼자 하는 습관을 많이 길러줘야 해요. 모든 걸 다 받아주면 서로 스트레스를 받아 힘들어지거든요. 처음에는 혼자 무엇을 한다는 게 익숙하지 않아서 낯설어하지만 계속 기회를 주다 보면 캠핑 가서 하는 모든 행동을 놀이로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혼자 양치하고 밥 먹고 엄마 아빠랑 설거지도 하는 일종의 놀이인 거죠. 깡다처럼 외동인 아이에게는 옆에 온 언니, 오빠, 친구들과 친해지며 노는 게 또 다른 행복일 거예요. 부모와 노는 건 아무래도 한계가 있으니까요. 여행지에서 잘 맞는 친구들은 부모끼리 다시 연락해 다른 캠핑장에서 만나기도 해요. 다시 만난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너무 잘 놀아요. 덕분에 엄마, 아빠는 자유시간을 얻을 수 있고요.
카라반 캠핑을 고민하는 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나요?
카라반 여행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장소예요. 장소 선정에 따라 비용과 관리에 관한 문제가 생기거든요. 경치 좋은 무료 노지는 서울 근교에서 찾기가 힘들고, 서울에서 두세 시간 정도 떨어진 곳을 잘 찾아보면 좋은 곳이 많아요. 차종에 따라 다르지만, 카라반 견인 시 견인차의 연비가 떨어져 장거리 기름값이 많이 들어요. 너무 멀리 가게 되면 숙소 값이 나올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해요. 그래서 저희는 1, 2박은 가까운 곳으로, 3박 이상의 여행은 평소엔 멀어서 가기 힘들지만 자연 경관이 좋은 곳으로 가는 편이에요. 무료 노지에선 물과 전기를 쓸 수 없기 때문에 물은 근처의 공용 화장실을 이용하고 전기는 한여름을 제외하고는 쓸 일이 없어 크게 문제되지는 않아요. 한여름에는 수영장이 있는 유료 캠핑장으로 가는데, 카라반으로 유료 캠핑장을 이용할 때는 모든 게 다 편리해요. 전기랑 물만 있으면 무적이거든요. 다만, 보통 두 시 입실에 열두 시 퇴실인 캠핑장이 많아서 퇴실 시간에 맞추려면 아침부터 정리해야 해서 압박감이 있다는 게 단점이에요. 그래도 한여름에는 유료 캠핑장을 가는 게 가족 모두에게 즐거운 기억을 주는 길일 거예요.
관리는 어떤가요?
카라반을 관리할 때 가장 큰 문제는 주차예요.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무료로 주차할 수 있는 곳이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곳도 있어요. 수도권은 무료 주차를 찾기가 힘들어요. 아파트의 경우 적은 비용을 받고 주차를 허용해 주는 곳이 있고 아예 주차 금지인 곳도 있죠. 경험상 유료 주차는 한 달에 7~10만 원 정도의 비용이 발생해요. 주차 문제를 빼고는 비용이나 관리적인 측면에서는 큰 문제는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가장 좋은 팁은 가족에게 맞는 캠핑 스타일을 찾아 좋은 곳에 좋은 사람이랑 가는 거예요. 이번 기회에 카라반 캠핑을 시작해 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여행 비용 무료 노지의 경우 주로 2박 3일 캠핑을 많이 가는데 기름값, 톨게이트 비용 3~5만 원, 음식은 보통 5~8만 원으로 총 15만 원 내외에서 쓰는 편이에요. 유료 캠핑장의 경우 1박당 보통 4~5만 원이니까 2박에 8~10만 원 정도 더 들어요
추천 스팟 양양 죽도해변을 추천해요. 8년 전 무료로 운영할 때부터 다닌 곳인데 텐트, 차박, 카라반 캠핑 모두 저희 캠핑 스타일에 맞는 곳이었어요. 유료 캠핑장도 운영하고 무료 노지도 찾을 수 있죠. 우리나라 최고의 서핑 스팟이며 근처에 맛집도 많고 특히 아이와 서핑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꼭 필요한 준비물 구급함은 꼭 필요해요. 어디로 캠핑을 떠날지 모르잖아요. 외진 곳으로 가면 밤에 약국이나 병원 찾기가 힘들기 때문에 작은 부상 정도는 치료할 수 있어야 해요.
베스트 아이템 ‘노르디스크 카리12 타프’는 디자인이 너무 예뻐서 애용하고 있어요. 아이들에게는 다양한 브랜드의 해먹을 추천하고 싶네요.
함께하는 놀이 가족이 둘러앉아 화로에 장작을 떼면서 불을 보며 음악을 듣는 시간이 캠핑의 꽃이에요. 아이와 마시멜로를 구워 먹는 시간도 행복해요.
에디터 이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