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re You Feeling Today?

오늘 기분 어때요?

기분은 어디에나 있다. 건물의 가장 자연스럽고 조화로운 표정이, 지금 여기에 있다.

이 기분을 전부 너에게

인사하게 되어 기뻐요. 독자들에게 소개해 주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바르셀로나에서 활동하고 있는 클레멘테 베르가라Clemente Vergara예요. 사진을 찍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데다가 전문 포토그래퍼가 아니어서 사진작가라고 소개하긴 애매하네요(웃음). 저는 환경공학을 공부하고 워터매니지먼트에서 프로젝트 매니저로 일하고 있어요. 특히 요즘은 지속가능한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데, 환경문제가 심각해서인지 일하면서 큰 보람을 느끼고 있죠.

 

이력이 무척 독특한걸요. 사진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사진에 관심이 많은 아버지가 어느 날 저희 집으로 필름카메라한 대를 보내주셨어요. 벌써 4년 전 일인데, 그걸로 이러저러한 시도를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네요. 계속 필름카메라만 사용하다가 얼마 전부터는 디지털카메라도 사용하기 시작했는데요. 디지털카메라에는 필름카메라가 할 수 없는 전문적인 기능이 있더군요. 훨씬 다재다능해 보여요. 하지만 제가 필름카메라를 그만두는 일은 절대로 없을 거예요. 필름카메라엔 디지털카메라가 흉내 낼 수 없는 짜릿함과 낭만이 있으니까요.

 

많은 사람이 당신의 사진을 좋아하는데 전문 포토그래퍼가 될 생각은 없나요?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저에게 포토그래퍼로 살아보는 게 어떻겠냐는 이야기를 해요. 브랜드, 잡지, 건축 사무소 등과 작업할 일이 생기면서 포트폴리오도 쌓이게 됐거든요.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뿌듯하고, 저 역시 사진 찍는 재능을 이용하고 싶다는 마음도 있죠. 하지만 지구엔 지금도 기후변화를 비롯한 각종 환경문제가 발생하고 있어요. 저는 지속가능한 개발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이런 상황에 책임감을 느껴요. 워터매니지먼트에서 일하는 데 보람을 느끼기 때문에 일을 그만두는 건 생각해 본 적이 없죠. 요즘은 두 가지 일을 어떻게 하면 지치지 않고 해나갈 수 있을지 고민 중이에요. 

 

응원을 보내고 싶네요. 그간 수많은 건물을 촬영해 왔는데, 특히 건축물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요?

전 항상 기하학적인 디테일에 관심을 가져왔어요. 그건 꼭 건물일 필요는 없었죠. 자연, 가구, 혹은 일상생활의 아주 작은 부분에서 발견할 때도 있었어요. 언젠가 가족들과 휴가를 보내러 스페인 남부의 마을에 간 적이 있는데요. 다채로운 집들을 촬영하다가 건물 곳곳에 아름다운 기하학 구조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금세 마음을 빼앗겼죠. 사진을 찍게 된 이후 수많은 아름다운 건물을 만났지만, 저는 매년 여름이면 다시 스페인 남부로 가요. 처음 기학학 구조를 발견한 마을의 새로운 모습을 찍기 위해 몇 시간이고 그곳을 걷고, 구석구석 관찰하며 시간을 보내죠.

 

이번 호 주제는 ‘오늘의 기분’이에요. 저는 당신의 사진을 보면서 건물에도 기분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내성적인 성격 때문인지, 저는 말보다 사진으로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조화롭고 아름다운 장소를 보고 느낀 감정을 사진에 그대로 담아서 전달하고 싶은 거죠. 그 아름다운 장소란 유명하고 누구나 잘 아는 건축물일 수도 있어요. 그런 곳을 촬영하는 건 행복한 일이에요. 하지만 제가 진짜 하고 싶은 건 사람들이 눈여겨보지 않는 소박한 건물의 디테일을 담아내는 거예요. 조금만 다른 각도에서 보면 무엇이든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걸 알리고 싶거든요. 당신이 제 사진에서 본 ‘건물의 기분’이 아름다운 기분이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사진을 찍을 때 그랬던 것처럼요.

 

물론이죠. 색감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걸요. 그렇게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게 바로 당신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생각해 주니 정말 고마운데요! 저는 보통 기하학적인 구조에서 아름다움을 느껴요. 그런 구조는 건축이나 자연뿐 아니라 우리 몸속에도 있어요. 몸을 구성하는 세포 또한 기하학적인 패턴의 결합으로 이루어지거든요. 사람마다 어떤 모양과 색을 보았을 때 느끼는 감정은 다를 거예요. 하지만 그 요소들을 적절히 결합하면 비슷한 결의 감정을 깨울 수도 있겠다고 생각해요. 저는 사람들에게 기하학적이지만 조화로운 이미지를 보여주고 싶어요. 우리 내부와 닮아 있어서, 무의식적으로 애착을 느끼게 되는 기분 좋은 장면을요.

당신이 담아온 건물들은 굉장히 다채로워요. 형태도 그렇지만 색감이 정말 뛰어나죠. 

저는 다양한 색으로 칠해진 도시의 집들에 매력을 느껴요. 그동안 많은 나라를 여행하면서 다양한 종류의 집이나 빌딩을 만나게 됐어요. 일부러 찾아서 떠나는 경우도 있었고, 우연히 발할 정도로 지루한 도시예요. 시내의 모든 건물은 비슷비슷하고 색이랄 게 거의 없죠. 고유한 건물의 모습을 유지하는 건 좋지만 가끔은 너무 심심하게 느껴져요.

 

나라마다 건물 느낌도 다를 것 같아요. 기억에 남는 특징이 있나요?

건물은 대체로 특정 국가나 도시,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성격을 반영해요. 쿠바나 아프리카의 몇몇 마을에서 만난 사람들은 매우 외향적이고 항상 웃는 얼굴이었어요. 건물 역시 밝고 화려한 색깔이었죠. 반면, 추운 나라의 건물은 대체로 회색이나 옅은 색인데 그곳 사람들의 성격은 비교적 내향적이고 진지해요. 방금 제가 건물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성격을 반영한다고 했지만, 다른 시각에서 보면 건물이 사람들의 행동이나 분위기, 성격을 만들어준다고도 할 수 있을 거예요.

 

서로 영향을 미치는 거군요. 당신의 사진은 현실이 아닌 것처럼 보이기도 해요.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구체적인 시선으로 그림 같은 건물에 현실감을 불어넣는다는 인상이 있어요.

많은 사람이 제 사진이 그림 같다고 말해요. 몇몇 사람들은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연상시킨다고도 하더군요. 저는 그림처럼 보이기 위해 그 어떤 보정도 하지 않아요. 다만, 당신이 말한 부분은 정확해요. 저는 때때로 건물의 어떤 지점을 아주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는 걸 좋아하거든요. 이 장소가 어디인지, 어떤 부분인지 알 수 없도록 일종의 문맥을 해체하는 거죠. 특정한 지점을 확대하거나, 새로운 각도로 담아내거나, 전혀 다른 질감을 포착하면서 사람들이 보지 않은 곳에 또 다른 생명력을 불어넣는 거예요. 당신의 질문 덕분에 저 역시 새롭게 깨닫게 된 부분이네요.

 

건물 사진에 때때로 인물이 등장하기도 해요. 대체로 한 명이죠. 저는 그 점이 사진에 생동감을 준다고 느꼈어요.

저는 인물 없이 찍는 사진을 더 좋아해요. 건물의 특정 부분을 건물에서 떼어놓고 새롭게 보이도록 만드는 걸 즐기거든요. 사진 속에 인물이 있으면 제가 떼어놓은 부분이 어디인지 파악하기 쉬워져요. 하지만 저는 인물이 건물의 특정 부분과 조화를 이룰 때 포착해 내는 것 또한 정말 좋아해요. 그렇다고 그런 장면을 위해 모델을 세워놓는 일은 절대 하지 않아요. 빛과 그림자 같은 자연적인 요소도 계산해서 활용하지 않고요. 그건 우연히 일어나야만 하거든요. 그렇지 않으면 그 순간의 자연스러움을 망치고, 가짜처럼 보이게 해요.

 

관심을 두는 ‘특정 부분’은 어떤 곳들인가요?

마음에 드는 건물을 발견하면 촬영하기 전에 건물을 천천히 돌아다녀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일이죠. 다른 시각과 각도로 곳곳을 관찰하면서 제 감정이 어떻게 변하는지 체크해요. 한 발자국씩 움직이며 이곳에선 어떤 느낌인지, 이곳과 저곳에서의 느낌은 어떻게 다른지, 건물의 모양과 빛과 그림자를 통해 기분이 어떻게 변하는지를요. 모든 요소가 조화를 이루는 순간은 적소를 발견했을 때 만날 수 있는데, 이렇게 걸어 다니면서 제 기분을 체크하면 그 지점을 분명히 볼 수 있게 돼요. 어디에 멈춰서 촬영하면 되는지를 알려주는 거죠. 그런 장소는 한 건물에서 여러 군데가 될 수도 있어요. 저는 보통 개중에서 가장 ‘맑은’ 곳을 봐요. 제 심장이 파르르 떨리는 그런 곳이요.

 

다시 말하지만, 당신의 사진을 보면 기분이 좋아져요. 그런 의미에서 ‘기분’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묻고 싶어요.

제 사진을 보고 행복을 느낀다는 말은 언제 들어도 뿌듯해요. 저 역시도 행복해지는 최고의 칭찬이죠. 저는 매력적인 장소를 만나면 제 맘속 어딘가와 연관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기분이 무척 좋아져요. 그 장소를 촬영할 땐 피곤한 줄 모르고 밥 먹는 것도 잊어버리죠. 저의 그런 행복감이 사진에 담기고, 제 사진을 보는 사람들이 그런 제 맘을 느끼는 건 근사한 일이에요. 제 감정이 시공간을 넘어 보는 이에게 전해지는 것 같거든요. 정말 멋지지 않나요?

 

당신의 대답 덕분에 저도 덩달아 행복해져요. 오늘 기분은 어때요?

오늘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가장 행복한 날이에요. 인터뷰가 새롭고 즐거웠거든요. 저는 몇 주째 아파트에서 나가지 않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는 중인데요. 제가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한 상태라는 게 얼마나 운 좋은 일인지 실감하고 있죠. 발코니에서 볕을 쬐는 잠깐의 시간마저 감사하게 느껴져요. 이 사태를 이겨내는 지금, 모두가 배우고 느끼는 바가 많을 거라고 생각해요. 오로지 돈과 성공을 위해 환경을 해치던 지난날을 되돌아보는 기회가 되면 좋겠어요. 이 세계의 각박함을 느끼고 환경이나 사람에게 좀더 따뜻한 세상이 되기를, 이 시간이 우리에게 교훈이 되기를, 그리고 모두 안전하기를 바라요.

H. clementevb.com

 

그와 대화를 나눈 뒤 모든 건물의 주변을 오랫동안 맴맴 돌았다. 발 딛는 곳마다 다르게 보이는 건물의 모습을 왜 진작 알지 못했을까. 사진의 힘을 믿는다. 사진 속에 담긴 사진가의 마음을 믿는다. 천천히 웃고 싶을 때면 그의 사진을 들여다보며 ‘지금 내 기분은 이래요.’ 말 걸게 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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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이주연

Photographer Clemente Verga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