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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을 위한 집
자연, 교육, 문화, 교통, 저마다의 이유로 선택한 집과 동네. 그 속에 담긴 ‘우리 집’ 이야기.
엄마 배민지
공태휘 12세, 공태율 8세
Living Now
지역 대구시 북구
형태 아파트
Trace
0~5세 대구시 동구
5세~ 대구시 북구
태휘네 가족이 살고 있는 곳을 소개해 주세요.
안녕하세요. 대구시 북구에서 명랑하고 쾌활한 두 아들 태휘, 태율이와 바쁘지만 우당퉁탕 재미있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평범한 가족이에요. 지금 살고 있는 동네는 태휘가 다섯 살이 되는 해 신혼집 다음으로 옮긴 저희 가족의 두 번째 공간이에요. 위치상 어디든지 이동하기 편하고 유치원과 초등학교를 다니기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어서 지금까지 머물고 있답니다. 이곳은 대구에서 딱 중앙에 위치한 곳이에요. 어딜 가든 비교적 거리가 가깝고, 대구역과 동대구역, 대구 공항도 가까운 편이에요. 요즘엔 어디든지 아파트가 포화상태지만 이 동네에도 예전에 비해 새로운 아파트가 많이 생겨나서 중심가로 나가지 않아도 영화관, 대형 마트, 도서관, 공원, 역, 백화점 등 생활에 필요한 것들이 주변에 많이 있어요. 학교도 아파트 뒤편에 있어서 아이들 키우기 편하고, 동네 이웃들도 아이들을 아끼는 따뜻한 분들이고요.
아이들과 함께 누릴 수 있는 ‘편리함’을 고려해 거주지를 선택했네요.
맞아요. 집 주변의 생활권과 편리함을 누리면서 우리 가족이 ‘행복할 수 있는 곳’을 가장 먼저 생각하게 됐어요. 저에게 집이란 사는 곳 이상의 의미가 있어요. 가족의 희로애락이 담겨 있고 추억과 애정이 녹아 있는 곳, 안락함과 편안함을 위한 보금자리면서 취향과 애정이 듬뿍 담긴, 나를 잘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이에요.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요?
미술관이나 전시장이 있는 문화공간이 좀더 생기길 바라요. 요즘엔 작은 갤러리도 많이 생겨났지만 더 활성화된 문화공간이 있으면 정말 좋겠어요. 아이들과 주말이면 전시를 보고 듣고 느끼는 시간들을 보내왔는데 대구에는 그런 공간이 많지 않다 보니 서울로 가서 아쉬움을 달래고 있어요. 서울엔 정말 다채로운 전시나 볼거리가 가득해서 부럽기도 하답니다. 그래서 언젠가 서울에서 살고 싶기도 해요. 트렌디하고 볼거리, 놀거리, 먹거리, 즐길 거리가 넘쳐나는 그 생생한 분위기를 좋아하거든요. 대학 졸업 후 첫 사회생활을 서울에서 시작해 10년 가까이 서울에서 지냈는데 그때의 향수도 남아있어서 그런 마음이 큰 것 같아요.
집에서 보내는 시간 중에 좋아하는 시간은 언제인가요?
저녁 시간이요. 가족이 함께 모여 하루 중 있었던 이야기를 나누며 밥을 먹는 건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음식을 만들고 있으면 아이들은 식탁에 수저를 놓거나 물을 떠놓는 등 간단한 일들을 도와줘요. 밥 먹고 난 후엔 밥그릇을 싱크대에 넣어두고 테이블 뒷정리를 남편과 하고요. 그런 작고 소소한 일들이 저녁 시간을 함께하는 즐거움이에요.
태휘와 태율이는 동네에서 시간을 어떻게 보내나요?
태휘는 5학년이라 하교하고 돌아오면 간식을 간단히 먹고 학원으로 가요. 일주일에 두 번은 테니스 레슨을 받고요. 테니스는 태휘가 즐거워하고 재밌어하는 운동이에요. 체력에도 도움이 되고요. 태율이는 올해 1학년이 되어서 학교생활이 즐겁나 봐요. 주 5일은 학원과 방과 후로 시간을 보내요. 주말엔 미술관이나 전시회를 자주 보러 가고 각자 좋아하는 것들을 하며 편하게 시간을 보내고요.
태휘는 마술에 흥미가 있는 것 같던데요? 제법 자연스러운 모습에 놀랐어요.
아이가 마술하는 영상이 재미있고 신기해서 간단한 마술을 따라 해보곤 했는데 하다 보니 잘하고 싶은 맘이 생기잖아요(웃음). 그래서 마술 도구 세트도 사고 영상을 보면서 꾸준히 연습하다 보니 카드 마술이나 손가락 마술을 할 수 있게 됐어요. 가족들도 신기해서 열렬히 호응해 줬고요. 태휘는 새로운 것에 관심이 많은 아이예요. 운동, 마술, 피아노 등 두루두루 관심을 가지는데, 올해 열두 살이 되면서 특히 운동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어요. 테니스는 3학년 때 처음 접해서 일주일에 두 번씩 꾸준히 하고 있어요. 야구도 좋아하는데 남편이 야구 광팬이라 영향을 받지 않았나 싶어요. 친한 친구들과 가끔 주말에 만나서 야구를 하기도 하고 가족 모두 야구장에 가서 경기 관람도 자주 해요. 태율이는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은 많지만 형이랑 다른 스타일인 거 같아요. 레고 만들기나 마블 시리즈에 열광하거든요. 마블 영화를 보고 대사를 줄줄 외울 정도예요. 레고 블록은 설명서를 보지 않고 나름의 방식으로 규칙성 있게 만들어 보고요. 그걸 본 식구들은 “와 어떻게 이런 걸 만들었어?” 하며 놀라기도 해요.
가족의 칭찬이 아이가 성장하는데 큰 힘이 되겠어요.
우리 집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아이를 기다려주고 격려해 주는 부모가 되고 싶어요. 아이들도 내가 하고 싶은 걸 정확히 알고 그걸 위해 두려움 없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하고요.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즐겁고 건강하게요. 아이의 모든 것을 부모가 끝까지 해줄 수 있는 게 아니라면 직접 경험하고 극복해 나가는 성장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FAVORITE PLACE
대구 삼성창조경제단지
삼성이 제일모직 대구 공장 부지에 만든 공원 겸 복합문화센터예요. 신생 기업들을 발굴하는 창업공간이나 문화·예술공간, 주민들을 위한 편의 시설 등이 있어요. 식당과 카페의 담쟁이덩굴 산책로도 인상적이고요. 집에서도 가까워 저희 가족이 자주 찾게 되는 공간이랍니다.
엄마 민희영
서세보 13세, 서이보 9세
Living Now
지역 서울시 종로구
형태 주택
Trace
0세~ 서울시 종로구
아티스트 가족으로 《wee》에 소개된 적 있어요. 그간 어떻게 지냈나요?
재미나기도 하고 정신없기도 한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니, 아이들은 친구들끼리 버스 타고 서촌에 놀러 갔다 올 만큼 컸어요. 저는 어릴 적 꿈이었던 만화가가 생각나 웹툰에 도전 중인데, 2년 동안 독학해서 프로 작가로 데뷔도 하게 됐고요. 시간을 쏟아부어야 하는 일이라 살림, 육아 시간을 제외하곤 모든 시간을 웹툰 그리는 데 사용하고 있어요. 세보도 이보도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고 남편도 화가이니 어느 순간 보면 넷 모두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걸 깨닫고 웃게 되기도 해요.
한곳에서 오래 살았다고 들었어요.
종로구 자문밖에 13년째 살고 있어요. 북한산, 인왕산, 북악산에 둘러싸인 너무나 매력적인 곳이에요. 자문 밖 문화축제가 열릴 정도로 화가, 조각가, 음악가, 소설가, 건축가 등 많은 예술인이 살고 있고요. 예술인이 아니면 이 동네에서 견디기 어렵다는 말이 있을 정도예요. 처음 왔을 땐 카페나 마트보다 갤러리 수가 더 많았거든요. 20년도에는 자문 밖 아트레지던시가 오픈해 다양한 문화 장르를 나누고 있고,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운영할 아카이브도 큰 규모로 지어지고 있어요. 점점 더 문화·예술적인 장소로 발전하고 있는 것 같아요. 아이들은 동네 한가운데 있는 7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초등학교에 다녀요. 한 동네에 오래 사신 분들이 많아 학부모도 아이와 같은 학교 출신인 경우가 많아요. 제가 이곳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어느 곳을 둘러봐도 산이 있다는 거예요. 공기도 좋고 옛 산수화에 나오는 멋스러운 돌산들을 보며 살수 있거든요. 지금도 북한산 봉우리 사이로 구름이 흘러가는게 보이네요. 서울 살면서 사슴벌레, 딱따구리, 청설모를 동네에서 볼 수 있다니 너무 멋지죠. 도롱뇽 서식지인 백사실계곡과 홍제천이 흐르고 있다는 것도 아이들에게 즐거운 요소 중 하나예요.
도심 속 자연이네요. 주택을 고집하는 이유가 있나요?
처음부터 아파트가 아닌 주택을 선택한 이유는 작업실 때문이에요. 남편과 저 모두 작업하는 공간이 필요했고 이 동네는 작업실을 겸한 주택에 사는 아티스트가 정말 많아요. 주택은 제 인생 최고의 선택 중 하나예요. 이렇게 에너지 넘치는 두 아들을 낳게 될 줄은 몰랐으니 선견지명이었을지도요.
집을 설계 중이라고 알고 있어요. 이전 집에 애정이 남달라 보였는데, 새로 집을 짓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무척 낡아서 불편한 점도 많았지만 그런 것들을 기꺼이 견딜 정도로 어여쁘고 좋아하는 곳이었어요. 봄엔 꽃향기가 가득했고, 여름엔 마당 풀장에서 밤늦게까지 놀고, 가을엔 파란하늘 아래 단풍 속에서 바베큐 파티를 하고, 겨울엔 한가득 쌓인 눈을 가지고 놀았어요. 사계절을 집 안에서 오롯이 느낄 수 있는 멋진 곳이었죠. 매일 맞은편 언덕으로 넘어가는 해를 보며 집 안 가득 노을도 느낄 수 있었고요. 이런 집을 떠난다는 건 가족에게 정말 큰 결정이었는데 아이들은 화를 내며 펑펑 울기도 했어요. 그래도 아이들이 커가면서 작고 낡은 집이 점점 불편하게 느껴졌고 리모델링을 하는 것보단 새로 짓는 것이 모든 면에서 낫겠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공사적 어려움과 비용 문제로 이 자리가 아닌 다른 곳에 짓게 된 거죠. 그나마 같은 동네라 아쉬움이 조금 덜어진 것 같아요.
아이들이 공간을 활용하는 능력이 무척 창의적이란 생각이 들어요.
세보와 이보는 지금도 이전 집을 그리워해요. 하교하면 바로 마당에서 옷 벗고 풀장으로 들어갔고 그대로 창문을 넘어 집 안으로 들어가곤 했거든요. 덕분에 온 집 안에 물을 흘려놓아 혼나긴 했지만요. 마당과 집 안의 경계가 점점 없어져서 집 안에 있는 걸 다 끄집어내 놀았어요. 코로나19 때문에 했던 비대면 수업을 마당 바닥에 앉아서 듣기도 했고요.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도 재미있는 놀이 공간이었어요. 어릴 땐 계단을 주차타워처럼 활용했고 풍선을 2층까지 높이 던지고 놀거나 2층 방부터 마당까지 실을 연결해서 현관을 못 닫게 한 적도 있어요. 한 번은 작은 나무 블록 바구니를 2층에서 계단으로 들이부어서 저한테 혼난 적도 있고요. 가구까지 옮기며 놀 공간을 만들어내는 아이들이라 제가 많이 피곤해요. 제발 소파만은 옮기지 말아 달라고 말하기도 하고요.
종종 언급하시는 “이상하고 아름답게 크고 있습니다.”라는 말이 두 형제에 대한 적절한 설명인 것 같네요(웃음).
집 안을 엉망진창으로 만들며 놀아도 그 모습이 진짜 즐거워 보여서 그냥 두게 되더라고요. 너무 심할 땐 화도 내지만 ‘어떻게 저러고 노냐….’ 신기하게 볼 때가 많아요. 둘이 작당하는 모습이 재미있기도 하고요. 같은 형제라도 성격이 너무 달라요. 극과 극이라는 표현이 더 맞는 것 같아요. 세보는 혼자서 그리고 만들고 집중하는 걸 좋아하고 주변을 신경 안 쓰는 편이에요. 고학년이 된 뒤엔 많이 나아졌지만 저학년 땐 같은 반 친구도 잘 모르더라고요. 반대로 이보는 사람들과 대화하는 걸 좋아하고 주변을 잘 살피는 편이라 교문 앞에서 인사하느라 오랜 시간을 보내요. 이렇게 다른 두 녀석이 집 안을 어지럽히며 놀 땐 손발이 척척 맞아서 신나하죠. 당연히 여느 형제들처럼 무진장 싸우고요. 그럴 땐 되도록 개입 안 하려고 해요. 끼어들어서 억지로 사과하게 하는 게 효과가 좋지 않은 것 같았어요. 가만히 지켜보고 있으면 어느새 둘이 화해하고 잘 놀고 있거든요. 대신 나중에 싸운 이유를 물어보고 고칠 점을 알려주고 화해한 걸 칭찬해 줘요. 세보는 가족 중에 이보가 제일 좋다고 해요. 이보는 형이 두 번째로 좋다고 하지만 형이 그림을 그려준 에코백을 꼭 들고 다녀요. 잘 때도 둘이 꼭 껴안고 자고요.
나고 자란 동네에서 아이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세보는 학교 근처 골목에 500년 넘은 느티나무 밑에서 친구들을 만나 놀다 와요. 내년에 중학교를 가게 되어 지금은 안타깝게도 학원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어요. 배우고 싶은 게 많은 이보는 하교 후 피아노, 특공무술까지 하고 집에 와요. 그래도 에너지가 넘쳐서 반려견 아키의 산책 겸 저와 동네 탐방을 하고요. 아직도 못 가본 골목이 있을 정도로 구불구불 재미난 곳이라 모험하는 기분을 느껴요. 풍경도 멋지고 경사진 지형 때문에 각양각색 독특하게 지어진 집들이 많아서 구경하는 재미도 있어요.
집과 동네에서 보낸 추억이 아이들에게도 오래 남겠어요.
네. 그 시간들이 아름답게 기억되어 아이들이 커서 각자의 가정이 생겼을 때, 집에서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무엇보다 소중하게 여기길 바라요.
FAVORITE PLACE
자문 밖 동네 곳곳
‘자문 밖’은 평창동, 부암동, 구기동 등 문화·예술인이 거주하며 작업하고 있는 예술 동네예요. 버스 정류장에서, 육교 위에서, 놀이터에서, 편의점 가는 길에서 고개만 들면 산이 가까이 보여 언제든 계절을 흠뻑 느낄 수 있죠. 골목 산책하다 산세가 멋지게 보이는 장소를 발견하면 보물을 찾은 기분이 들어요.
엄마 정지윤
송유지 8세, 송유주 6세
Living Now
지역 제주도 서귀포시
형태 주택
Trace
0~6세 서울시 여의도
6세~ 제주도 서귀포시
유지네 가족은 제주에 살고 있죠?
코로나19가 시작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도시보다 제주 환경이 아이들과 지내기 좋겠다 싶었어요. 사실 제주는 시댁이 있는 곳이라 종종 아이들과 내려와 일주일에서 보름 정도 머물다 갔었기 때문에 아주 낯선 곳은 아니에요. 또 이주를 결심한 주된 이유가 아이들 교육 때문도 있었고요. 캐나다에서 유학한 남편이 제주 국제학교인 ‘브랭섬 홀’에 대해 잘 알고 있었어요. 저도 주입식 교육을 원치 않았기 때문에 첫아이를 가졌을 때부터 학교의 IB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자주적인 아이들로 성장시키자고 종종 얘기 나눴어요. 유지가 여섯 살이 되는 해 입학 설명회를 함께 다녀왔는데, 운 좋게도 시험에 바로 합격해서 제주행이 결정됐죠. 물론 부부가 꿈꾸던 라이프 스타일을 찾아보려는 노력의 한 부분이기도 했고요.
살고 있는 동네는 어떤 곳인가요?
서귀포에 위치한 대정읍에 살고 있어요. 학교는 멀지 않은 곳에 있지만 차 타고 10분 정도 가야 해요. 대정읍에는 ‘제주 영어교육도시’라는 동네가 있는데 BHA, KIS, NLCS, SJA, 네 학교를 중심으로 아파트나 타운하우스가 주변을 둘러싸고 있어요. 동네 주민의 대부분이 학생과 학부모이기 때문에 서로 이해하고 도우며 지내는 분위기죠. 동네 놀이터에는 송아지가 풀을 뜯고 있어요. 집 주변에서 사슴벌레도 만나고 운전하다 고라니나 꿩을 만나기도 해요.
가족에게 집이란 어떤 공간인가요?
저희 가족이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건강한 라이프 스타일을 즐기는 곳이면 좋겠어요. 집이란 나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이고요. 서울에 살 땐 느끼지 못했던 부분인데 제주에 살다 보니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고 공간이 삶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게 됐어요. 경제적인 측면과 편리한 인프라보다는 한 공간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도 답답하지 않고 오롯이 나 자신을 채워주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요. 둘째가 태어난 후로 거실에 티브이를 두지 않고 지내는데 가족 간의 끈끈함이 더해져 값진 시간을 함께 보내게 됐어요. 리빙룸이나 다이닝룸에서 방해받지 않고 취미활동을 하기도 하고, 아이들이 잠든 시간엔 남편과 함께 다음 날 아침에 먹을 요리를 미리 만들기도 해요. 남편과 하루를 마무리하며 대화를 나누는 우리 부부만의 시간을 좋아해요.
여러 아티스트의 작품이 집 안에 많이 보이던데요. 아이들이 생활 속에서 쉽게 작품을 접하겠어요.
결혼 전부터 미술관 데이트를 즐겨왔어요. 아이들 어릴 때부터 여유가 될 때마다 평소 눈여겨본 작가의 작품들을 하나둘 모았죠. 어느새 집의 모든 공간에서 좋아하는 작품들을 만나게 됐어요.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아이들이 이해할 순 없겠지만 예술과 함께하는 행복을 충분히 알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유지와 유주는 늘 무언가 만들거나 그리고 자신이 창작한 작품의 의도를 엄마와 아빠에게 설명하려고 노력해요.
제주 생활에서 만족스러운 부분과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요?
푸른 바다와 드넓은 들판. 언제 어디서나 뛰어놀 수 있고 여름이면 물놀이와 모래놀이를 실컷 할 수 있는 자연 놀이터이기 때문이죠. 바뀌는 계절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동물들과 사람들을 보며 자연의 중요함과 감사함을 배우게 됐고 가까운 것만 바라보다 먼 곳을 바라보는 여유를 갖게 된 것도 생활의 큰 변화라고 생각해요. 아쉬운 점이라면 백화점을 비롯한 큰 쉼터가 있는 상업 공간이 아닐까 싶어요. 모든 시설이 가까운 거리에 갖춰진 여의도에 살다가 제주에 처음 왔을 땐 편리함이라는 게 전혀 없어서 놀랐어요. 택배도 늦고, 세탁소, 식당, 마트 등 모든 상업 시설을 이용하려면 차를 타고 시내로 나가야 했죠. 몇 년 살다 보니 어느 정도 적응해서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미리 준비하는 습관이 생겼고, 간단한 것은 직접 만들고 세컨 핸드로 구하기도 하면서 주어진 인프라에서 문제들을 막힘없이 해결하는 능력이 생겼어요.
유지와 유주는 다양한 활동을 즐기는 것 같던데요. 어떤 친구들인가요?
유지는 숏컷을 좋아하는 여자아이이고 골프, 펜싱, 수영, 코딩 등을 즐기는 아주 액티브한 아이예요. 첫째라 그런지 배려심도 많고요. 엄마가 외출하면 동생 유주에게 “우리의 시간이 필요한 것처럼 엄마도 엄마만의 시간이 필요해.”라고 말하는 대견한 딸이죠. 아주 어릴 때부터 그랬어요. 뭐든 스스로 하는 걸 좋아하고 동생도 챙기고요. 동생 유주는 애교가 많은 사랑스러운 아이예요. 대부분의 막내들이 대부분 그렇듯 언니가 하는 건 다 따라 하고 싶어 하고요. 8월 새학기엔 유주도 언니가 다니는 ‘브랭섬 홀 아시아’에 입학할 예정이에요. 언니와 같은 학교에 다닌다고 하니 얼마나 설레는지 웃음꽃이 활짝 폈어요.
아이들이 좋아하는 걸 경험할 수 있게 도와주는 편이죠?
맞아요. 저희 부부는 그 부분에 대해 정말 많이 의논해요. 혼자 결정해서 ‘이거 해봐.’ 하고 일방적으로 시키는 게 아니라 아이들이 좋아하고 배우고 싶어 하는 것들을 적극 지지하고 있죠. 아직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최대한 다양한 경험을 하게 도와주고 아이 스스로 더 깊게 배우고자 하는 데 적극 집중해 지원하고 있어요. 학기 중엔 하교 후 한 가지씩 방과 후 활동을 하는데 집에 돌아오면 자신이 정한 분량의 자율 학습을 하고, 가족과 이야기 나누며 저녁과 디저트를 먹은 뒤 가능한 한 일찍 잠자리에 들어요. 강요하는 것은 아니고 일찍 자면 얻을 수 있는 긍정적인 부분에 대해 자주 이야기 나누는 편이에요.
배우고 습득하는 것들 중에 유지가 가장 좋아하고 즐기는 건 무엇인가요?
유지는 매일 방과 후 활동이 있는데, 잠시 쉬고 싶은 수업이 있냐고 물어봐도 없다고 말할 정도로 배움에 욕심이 큰 친구예요. 골프와 펜싱이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라면 코딩 수업을 가장 즐기고 있고요. 아빠와 동생이랑 게임을 자주 하는데 유치원 입학 선물로 게임기와 아이패드를 선물했더니 복잡한 전자제품도 잘 다루는 편이에요. 코딩 수업에서 미니 게임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법을 배우며 아빠와 신나게 대화를 나누고 장래희망이 게임 프로그래머라고 할 정도로 코딩 수업에 진심이에요. 두 시간 동안 앉아서 쉬지 않고 코딩을 즐기는 유지를 보며 옆에서 항상 응원하고 있어요.
국제학교인 ‘브랭섬 홀 아시아’에서 아이들이 어떤 것들을 배웠으면 하나요?
학교에서 강조하는 협동과 자율에 대한 부분이 아이들에게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아이들이 어린 나이임에도 스스로 하고자 하는 마음이 크거든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립심을 갖고 자존감 높은 여성으로 자랐으면 좋겠어요. 항상 아이들에게 원한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될 수 있다며 ‘우먼 파워!’를 강조합니다.
FAVORITE PLACE
쇠소깍
제주 현무암 지하를 흐르는 물이 분출해 바닷물과 만나 깊은 웅덩이를 형성한 곳으로, 검은 모래와 멋진 경치로 유명해요. 에메랄드빛 물이 정말 아름다워 투명 카약을 타러 오는 사람들이 많죠. 유지와 유주의 할머니 댁이 있는 곳이라 가족의 추억이 담긴 장소이기도 해요.
엄마 신혜정
이건욱 16세
Living Now
지역 경상북도 봉화군
형태 주택
Trace
0~5세 용인시 수지구
5세~ 경상북도 봉화군
SNS에 올라오는 ‘비나리 라이프’를 관심 있게 봤어요.
경북 봉화에서 숙소 ‘홀리가든’과 예약제 카페를 운영 중인 신혜정이에요. 남편과 함께 일하고 중학교 3학년이 된 아들 건욱이와 세 식구가 살고 있어요. ‘비나리’는 경상북도 3대오지 중 한 곳인 봉화에 ‘풍호1리’라는 마을의 옛 지명이에요.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마을 앞에 낙동강이 흐르고 있어요. 주민들이 ‘배꼽산’이라 부르는 작은 동산을 기점으로 둥글게 집들이 들어서 있죠. 아래쪽엔 예전부터 살던 원주민분들이 많고, 위로는 이주한 귀농·귀촌 가구가 많아요. 위쪽은 집들이 떨어져 있다 보니 도시처럼 이웃을 자주 보기는 힘들고 하는 일도 달라서 왕래가 많지 않아요. 1년에 한두 번 마을 행사 때 보고요. 그래도 개인적으로 친분을 쌓은 이웃들은 있죠. 귀촌에 대한 공감대로 이야기 나누다 보니 친분이 쌓인 것 같아요.
아침마다 건욱이의 등굣길을 영상과 사진으로 오랜 시간 담아오셨죠. 아이가 자라는 모습이 잘 보이더라고요.
처음부터 등굣길을 남기려고 했던 건 아니에요. 간간이 사진을 SNS에 올리다가 영상도 남기게 됐는데, 도시의 등굣길과 다른 모습에 많이들 좋아해 주시더라고요. 함께 추억을 떠올리기도 하고요. 제가 민박집 조식을 아침에 준비하다 아이의 등교를 함께하지 못할 때가 많았는데, 잠깐 짬을 내어 인사할 때 사진이나 영상을 짧게 남기면 좋겠다 생각했고 이렇게 긴 시간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
요즘은 가족사진을 찍고 있죠?
다니고 있는 중학교가 집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어요. 요즘 시골 학교에서 많이 시도하는 군내 4개교가 통폐합된 형태의 기숙형 학교예요. 초등학교 때는 매일 등교하는 모습을 봤는데 기숙형 중학교에 가니 일주일에 한 번 남길 수 있더라고요. 게다가 가족사진은 매년 기념일에 남길 순 있지만 뭐랄까, 차려입고 찍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인지 잘 안 찍게 되고요. 그래서 학교 가기 전 우리 모습을 남기게 됐어요.
경북 봉화로 이주하기 전엔 도시에서 사셨다고요?
아이가 태어나면서 마당이 있는 주택에서 살면 좋겠다는 얘기를 남편과 종종 했어요. 층간 소음에도 매우 신경이 쓰였고요. 시골 땅을 알아보기 시작했는데 대도시 주변 시골은 현실적으로 너무 비싸더라고요. 가지고 있는 예산으로는 작은 필지를 사서 작은 마당을 갖는 게 전부일 것 같았어요. 무엇보다 도시화가 너무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고 그럼 시골에 가는 의미가 없어진다 생각했거든요. 사교육을 시키지 않고 조용한 시골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었는데 어설프게 도시화가 이뤄진 시골은 오히려 도시의 안 좋은 점을 빠르게 받아들였죠. 시골로 들어가는 목적이 시골에서 아이를 키우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건 생각하지 않았어요. 마침 봉화에서 귀농인의 집에 1년 살기를 해볼 수 있었거든요. 시골 살이가 너무 힘들면 다시 도시로 가면 된다는 작은 여지를 만들어 빠르게 결정하게 되었죠. 아이 때문에 시골행을 결정했지만 지금은 저희 부부가 더 즐기고 있어요. 집은 제게 모든 것이고 일터이고 쉼터이고 힐링 공간이에요. 매일 집으로 출근한다는 말이 있잖아요. 모든 시간과 추억이 집과 함께하고 있어요.
도시와 정반대의 다른 환경으로 이주했는데, 불편한 점은 없었나요?
시골에 살아도 인터넷도 되고 택배도 오니 도시 생활과 별반 다르지 않아요. 하루 정도 느리거나 새벽배송을 못 받는 정도지요. 하지만 제 생활에 크게 차지하지 않는 부분이라 불편하지 않아요. 오히려 장 보러 가는 길이 드라이브하는 것 같아서 좋고 배달 음식이 없으니 필요치 않은 야식을 먹지 않아좋아요. 그래도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이라면 문화생활이에요. 무언가 배우고 싶지만 거리가 멀어 포기하거나 IMAX 영화관 같은 곳에서 영화를 보기 힘들다는 점이요. 남편은 근사한 레스토랑과 맛있는 케이크를 포기했다고 하네요(웃음).
자연에서 아이를 키우고, 시골 학교에 아이를 보내니 어땠나요?
들판을 뛰놀며 자연과 동화되어 자랄 거라 기대했는데 막상 생각과는 달랐죠. 다만 아이가 자연과 함께하는 시간이 도시보다 많으니 감수성이 커지는 것 같아요. 아이가 유치원부터 시작했으니 여기서 태어난 아이들과 비슷하게 자랐고 학교 다니면서도 큰 마찰이 없었어요. 오히려 제가 시골 아이들에게 환상을 품고 있었는데 반대되는 게 많았죠. 시골 아이들은 더 천진하고 순하고 정이 많을 거라 생각했거든요(웃음). 학교에선 아이들에게 많은 걸 지원해 주려 노력했고 학년당 한 반씩 있는 작은 학교였어요. 그러다 보니 모든 학년의 아이들이 어우러졌는데 외동인 건욱이는 그 안에서 배려심도 배우고 형제나 남매의 간접 체험도 할 수 있었어요.
건욱이는 사교육을 하지 않는 시골 아이로 자랐어요. 그럼에도 우쿠렐레, 바이올린, 기타 등 방과후 수업만으로 키운 연주 실력이 남달라 보이던데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방과후 수업으로 바이올린을 시작했어요. 무엇보다 아이가 악기 하나는 다룰 수 있으면 좋겠다는 제 바람이 있었거든요. 3학년 때 우쿠렐레를 쳤는데 소질이 있어 보여서 바이올린을 권했어요. 아이는 엄마가 해보라니까 그냥 했던 거고요. 기타는 중학교 기숙사 생활하면서 같은 마을 한 학년 선배 형과 같은 방을 썼는데 형이 기타를 치니까 함께 연주하면서 실력이 늘었더라고요. 저희가 도와준 건 기타를 사준 것밖에 없어요. 지금 다니는 중학교에 1인 1악기를 다룰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이 있어서 바이올린부도 하고 오케스트라 연주도 하고 그래요. 기타는 유튜브를 보고 연습하거나 학교 선배한테 배우는 것 같고요. 사실 작년에 음악선생님이 바이올린 레슨을 받아보는 게 어떻겠냐는 말씀을 해주셨는데 그땐 흘려들었어요. 아이가 얼마큼 치는지 알 수 없었고 조금 잘하는 거 가지고 레슨까지 받아야 하나 싶어 흐지부지됐거든요. 그건 좀 후회했어요.
아이에게 어떤 부모로 기억되고 싶나요?
친구 같은 엄마, 아빠면 좋겠어요. 그리고 비나리 라이프를 이어갈 거예요. 지금처럼 정원을 가꾸며 이 일을 하고 있겠죠? 기왕이면 가족이 함께 홀리가든을 운영하면 좋겠어요.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요. 아이의 미래를 나름대로 그려보지만 그대로 자랄지는 의문이 들어요. 다만 저흰 건욱이에게 대학에 가지 않아도 된다 말해줘요. 아직까지 군대는 필수니까 제대 후엔 여행을 다녀오라고 권하고요. 지금처럼 기타를 치며 밴드를 해도 좋다고 말하기도 해요. 좀더 넓은 세계관을 가지고 깨어 있는 삶을 살았으면 해요.
FAVORITE PLACE
제비원 삼겹
고기를 좋아하는 저희 가족이 자주 찾는 식당이에요. 집에서 차로 40분 거리, 안동에 위치한 식당이지만 한 달에 두세 번은 찾을 정도로 좋아해요. 특히 건욱이는 좋아하는 고기를 실컷 먹고 이집 된장찌개에 밥 비벼 먹는 걸 즐긴답니다.
에디터 황지명
사진 배민지, 민희영, 정지윤, 신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