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Sweet Home

사랑을 담아 드려요

뜨개 공방 ‘포코그란데’를 통해 작은 바늘로 큰 마음을 만드는 법을 알려준 손뜨개 오브제 아티스트 강보송. 부드럽고 포근한 감촉의 실을 한 코씩 꿰어 만든 그녀의 작품은 보는 것만으로도 일상의 응원이 된다. 작가의 작업실과 작품에 감긴 실마리를 풀어내어 자신과 모든 이에게 보내는 사랑을 마주해본다.

작은 바늘에서 시작된 이야기

강보송 | 손뜨개 오브제 아티스트

만나게 되어 반가워요. 간단한 소개로 시작해 볼까요? 

안녕하세요. 실과 바늘로 일상에 작은 위트를 선물하는 오브제와 실용품을 만들고 있는 강보송입니다. 한동안 스웨덴에 머물면서 텍스타일을 좀더 깊이 배울 예정이에요. 

 

원래 서촌에서 뜨개 공방을 운영하다가 작년에 부산으로 내려와 작업실겸 집을 구하셨다고요. 

유학 준비를 위해 부산에서 차로 30분을 더 들어가야 하는 한적한 동네로 왔어요. 아무런 연고도 없지만 굳이 이곳으로 이사한 이유는 40년 넘게 건축 일을 하고 계신 아버지께서 20년 전에 직접 지으신 집이기 때문이에요. 특별히 세련되거나 특징이 있는 건 아니지만 안전한 동굴 속에 있는 듯이 편안한 기분이 들어요. 넓은 거실과 나무가 우거진 풍경 덕분에 스트레스도 덜하고요. 

 

작업실과 집이라는 공간 사이의 경계가 없는데 불편하진 않나요? 

예전에는 공간을 분리하지 못한 게 아쉬울 때가 있었어요. 꿈에서도 뜨개질을 했거든요(웃음). 그런데 어느 시점부터는 일과 생활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게 당연하다고 받아들였어요. 누구나 마음이 가는 걸 자꾸만 생각하게 되니까요. 집에서 빈둥대다가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도 많아서 오히려 장점이 되었어요. 

 

일상이 평온하도록 마음의 시선을 바꾼 거네요. 작업실을 꾸리면서 가장 고민한 부분이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작업 재료들이 빼곡히 쌓여 있기 때문에 수납이 가장 중요해요. 소중한 추억이 담긴 소품들도 많은데 니트 오브제와 어울리도록 요리조리 배치했어요. 덕분에 소재가 달라도 전부 친구처럼 어우러지죠. 화분 커버나 장식용 식물, 무릎 담요, 쿠션 커버 등은 제가 직접 애정을 담아 뜨개로 만든거예요. 

 

작가님의 공간 곳곳에 뜨개 작품들이 채워져 있어요. 뜨개 오브제는 어떤 이유로 만들기 시작했어요? 

사실 저는 금속공예를 전공했어요. 어느 날 교수님께서 금속과 함께 쓸 신선한 소재를 찾아 오라고 하셨는데, 유독 실에 마음이 가더라고요. 금속 작업은 아무리 많은 노력을 들이더라도 순간의 실수가 몇 배로 불어나는 반면에 실로 만든 작업은 풀어버리면 그만이잖아요. 언제든 수정할 수 있고 입체적인 표현도 자유롭다는 점이 뜨개의 매력이었어요. 자연스레 저에게 의미 있는 오브제인 인형을 만들면서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죠.

모두 공예라는 분야에 속하지만 금속과 실이라는 소재가 차이를 만든 것 같아요. 

사람으로 치면 금속은 깐깐한 완벽주의자, 실은 아량이 넓은 도인 같다고 할까요(웃음)? 다만 모든 공예가 그렇듯 뜨개라는 행위에는 지름길도, 요행도 없어요. 그저 묵묵히 만드는 작업자의 성실이 필요할 뿐이죠. 구조적으로 복잡하고 무늬를 넣어야 하는 작업은 출퇴근하듯 쉴 틈 없이 만들어도 한 달이 꼬박 걸리기도 해요. 

 

어마어마한 시간과 정성이 필요하네요. 제작 과정의 첫 단계는 무엇인가요? 

알맞은 실을 선택하는 거예요. 실은 소재와 컬러가 다양해서 무엇을 고르냐에 따라 작품 분위기가 달라지거든요. 이후에는 덩어리 개념으로 스케치하고 세세한 부분은 만들면서 수정하는 편이에요. 이전에는 어떤 형태로 만들지를 고민했다면, 지금은 어떤 이야기를 담을지에 대해 더 신중히 생각하는 것 같아요. 

 

하나의 오브제를 만들면서 가장 즐거운 순간은 언제예요? 

주로 생명이 있는 동물이나 사람의 모습을 한 오브제를 많이 만들다 보니 작품의 인상이 참 중요한데요. 그래서 상상한 대로 얼굴을 딱 표현하면 제가 이 아이에게 정말로 생명을 불어넣은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무척 특별해요. 

 

한 땀씩 정성을 담아 만든 오브제를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도 있을 텐데요. 

작가와 작품은 서로 오랜 시간 함께 있는 만큼 보이지 않는 에너지가 스며든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인형에다가 ‘무료한 일상속에서 작은 웃음을 불러와 줘.’, ‘잘 도착해서 주인의 든든하고 다정한 친구가 되어줘!’라는 메시지를 담아 만들어요. 받는 분들께도 잘 전달되었겠죠? 

 

분명 전해졌을 거예요. 작가님의 뜨개 작품들은 다양한 디자인과 사랑스러운 색 조합이 특별하게 느껴져요. 작업의 영감은 어떻게 얻어요? 

평소에 영화나 책, 여행지에서 자극을 받는 편이에요. 쿠엔틴 타란티노나 웨스 앤더슨처럼 자신만의 독창적인 세계가 확고한 감독들의 영화를 몇 번이고 봐요. 100번을 봐도 소품이나 등장인물의 의상 등이 새롭게 보이거든요. 그리고 토미웅게러의 《달 사람》이라는 그림책을 좋아해요. 귀엽고 위트있는 그림체로 송곳처럼 날카로운 이야기를 하는 책인데요. 색감이나 그림 구석구석 디테일을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해요. 

 

그런 다양한 영감을 앞으로 또 어떤 작업들로 풀어낼지 무척 기대되네요. 

낯선 땅에서 느끼는 감각을 흡수해서 새로운 형태로 표현해 보고 싶어요. 니트 소재 외에도 넓은 시각에서의 텍스타일 작업을 꿈꾸거든요. 제가 어떤 작업들을 해나갈지 저 스스로도 무척 설레어요.

하나의 인형, 하나의 이야기

1 Black Mamba
영화 <킬 빌Kill Bill>의 메인 캐릭터 ‘블랙 맘바’를 오마주한 작업이에요.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작품은 저에게 늘 많은 영감을 줘요.

2 Parisian
누가 들어도 거짓말인 걸 바득바득 우기는 사람을 캐릭터로 만들고 싶었어요. ‘유학파 출신의 인플루언서로 활동 중이지만 실은 비행기 한 번 타본 적 없다’는 게 콘셉트입니다.

3 Sun Man
최선을 다했는데 억울한 결과를 받으면 정말 속상하잖아요. 누구나 그런 경험이 있을 테고요. 선한 일을 하면 소원을 들어주고 악한 일을 하면 벌을 내리는 절대적인 존재를 상상해 봤어요.

4 Cake Maker
일손이 필요할 때마다 제게 달려와 도와준 친구를 떠올리며 만들었어요. 베이킹을 잘하고 패턴이 화려한 옷을 즐겨 입는다는 특징을 살려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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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이명주

사진 강보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