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Sweet Home

동그라미, 네모, 세모가 있는 집

가족이 살 집을 짓는 일은 가족을 마음 깊이 아끼는 일이다. 행복할 미래를 구체적으로 상상하는 일이다. 세 아이의 천진함을 담은 동그라미, 네모, 세모가 있는 이 집에는 집을 가꾸는 손길의 사소한 즐거움이 구석구석 닿아 있다.

가족에게 꼭 맞는 집을 찾고 지은 시간

조성흠, 일러스트레이터

집과 작가님을 소개해 주세요. 

여러 매체에 삽화를 그리는일러스트레이터이자 열한 살 자람, 여덟 살 소율, 다섯 살 아로 세 자매의 아빠인 조성흠입니다. 결혼하고 서울과 경기도 이곳저곳으로 이사를 다니다가 2016년에 양평에 정착했어요. 처음에는 오래된 2층 목조 주택에 살았는데요. 아름다운 자연환경이 어우러진 멋진 집이었지만, 늘 우리 가족에게 맞는 집을 짓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어요. 몇 년간 집 지을 자리를 꾸준히 찾아다녔고, 여기다 싶은 곳이 나와서 눈여겨보던 건축사무소와 함께 실행에 옮겼죠. 지난가을 완공되어 이사한 곳이 바로 사진 속의 2층 벽돌집이에요. 

 

1, 2층의 넓은 통창과 곡선의 외벽이 인상적이에요. 집을 지으며 특별히 기대한 점이 있었나요?

통창과 곡선을 선택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땅의 모양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삼각형 모양에 손실 면적이 많은 땅이었지만, 전망과 향이 좋아서 단점을 장점으로 바꾸고 싶었어요. 건축사에서 집이 넓어 보이는 효과를 내기 위해 곡선과 통창을 제안하셨고, 얘기를 듣자마자 마음에 쏙 들었죠. 집에 창이 많아 춥거나 덥지는 않을까 걱정도 했는데 실제 살아보니 겨울의 빛이 집 안쪽까지 한가득 들어와 무척 따뜻해요. 여름엔 어떨지 조금 더 지내봐야겠지만요. 세 자매만의 공간도 있나요? 그럼요. 큰 방 하나에 벽 두 개를 세워 공평하게 3등분한 방을 만들어 줬어요. 비록 문은 달려 있지 않지만 자기만의 공간이 생긴 거죠. 각각 창문도 하나씩, 서랍이 딸린 침대도 하나씩 있어요. 그 공간만큼은 아빠나 엄마의 의견이 들어가지 않고 오롯이 아이들이 꾸밀 수 있게 놔두고 있어요. 제 마음에 들지 않는 쿠션이나 인형이 놓일지라도요(웃음). 

 

집 안 곳곳 가구와 소품의 컬러감이 돋보여요. 인테리어를 할 때 작가님만의 기준이 있나요?

옐로우, 블루, 레드 계열로 표현한 주방을 포인트로 잡았는데, 아내 의견이 컸어요. 평소 아내와 함께 피규어나 장난감을 모으길 좋아하는 면도 영향이 있지 않았나 싶고요. 컬러가 강렬한 대신 디자인적으로는 모던함을 잃지 않으려고 신경 썼어요. 둘 다 심플한 디자인을 선호하지만 그 안에서 위트를 발견하는 걸 좋아해요. 

 

이 집에서 하고 있는 본인만의 리추얼이 있다면 말해 주세요. 

일러스트 작업에 들어가기 전 마음을 다잡는 의미로 꼭 손을 씻어요. 깨끗이 손을 씻고 작업에 임하면 집중도 잘되고 그림이 더 잘 그려지는 것 같아요. 

 

‘우리 집’과 ‘가족’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있나요?

집을 생각하면 ‘동그라미, 네모, 세모’가, 가족을 생각하면 ‘세 자매’가 떠올라요. 집을 짓기 전에 아내가 아이들을 필름사진으로 기록한 사진집 《동그라미 네모 세모》를 냈는데요. 설계 당시 그 책을 건축사무소에 드렸더니 아이들 방 천장을 동그라미, 네모, 세모 모양으로 표현해 주셨더라고요. 세 자매의 방이 이 집의 아이덴티티가 됐어요.

선명한 색감과 모던한 디자인, 자연의 조화

1 사라즈 문의 새 모빌
아내가 애지중지하는 모빌인데 지금은 가족 모두가 좋아하고 아껴요. 실 색상부터 새가 살아 있는 듯 표현한 모양이 모빌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설치 작품에 가까워요.

2 비트라Vitra 해피 빈
옐로우, 블루, 오렌지 주방에 잘 어우러지고 포인트가 되는 컬러의 휴지통을 찾다가 편집숍 루밍에서 발견했어요. 간편한 기능도 좋지만 그 자체가 오브제가 되는 휴지통이죠.

3 철제 계단
좁은 공간을 디자인적으로 넓게 푼 계단이에요. 건축사에서 계단을 오픈형으로 제안했을 때 고민이 많았지만, 지금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줘요. 아이들은 이 계단에 앉아서 식탁에 있는 엄마와 대화를 하거나 간식을 먹기도 하고 친구들과 영화를 봐요.

4 어니스트 모에클Ernst Moeckl 캥거루 체어
디자이너 체어를 몇 년째 조금씩 모으고 있어요. 식탁에 어울리는 걸 찾다가 제주 빈티지 가구숍 ‘세컨드뮤지오’의 인스타그램에서 이 의자를 발견했어요. 마치 무릎을 구부리고 벌을 서는 듯한 독특한 모양이지만 앉았을 때 무척 편해서 아이들도 서로 앉으려고 해요.

5 디터 람스Dieter Rams 아뜰리에 1-81
“Less but better.”라고 말한 디터 람스가 브라운사에서 디자인한 턴테이블 중 하나예요. 지금 어디에 놓아도 어색함이 없는 모던하고 미래적인 디자인이죠. 이사를 여러 번 다니면서 스피커를 연결하는 케이블이 망가져 버렸는데, 수리를 끝내면 좋아하는 LP들을 다시 듣고 싶어요.

6 세 자매 방의 책장 계단에서 보는 풍경
제가 제일 좋아하는 곳은 세 자매 방의 책장 계단이에요. 여기 앉아서 맞은편 창문 밖 풍경을 바라보면 마음이 여유로워져요.

7 1층 화장실 세면대
아내는 1층 화장실 세면대를 좋아해요.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밝고 환한 느낌이 들어서 기분이 좋아지거든요.

8 동그라미, 네모, 세모 방
세 자매는 두말할 것 없이 자기 방을 가장 좋아해요. 집을 짓기 전부터 원했던 자기만의 공간이어서 더 애정을 보이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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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이다은

사진 조성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