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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을 주고받는 일
마음 상한 이야기를 꺼내야 하거나 민감한 이야기를 해야 할 때면 나만의 대화법을 적용한다. 1단계, ‘똑똑’ 먼저 노크한다. 2단계, “할 말 있어요.” 존댓말로 운을 뗀다. 3단계, 손짓·발짓을 적절히 섞어 유순한 대화 분위기를 만든다. 4단계, 정확하고 친절하게 마음을 이야기한다. 5단계, 상황이 해결되면 “사이좋게 지내자.” 약속한다. 간단한 대화법을 새기고 나니, 너무나 많은 게 좋아졌다.
동업자의 대화법
한양규·윤한진·한승재 푸하하하 프렌즈의 대표 건축사.
여덟 명의 일원과 함께 건축하고 있다. 언제나 즐겁고 진지한 자세로 창작에 임한다.
푸하하하 프렌즈 소장 한양규
저는 화가 나면 집에 가는 습성이 있어요. 주말에 종종 회사 올 일이 있는데, 옛날엔 싸우면 회사에 왔다가도 불이 켜져 있으면 돌아갔어요. 이날도 진짜 집에 가려고 했어요. 근데 진심 어린 사과를 듣고 화가 풀렸어요. 이제는 진심으로 사과하는지 정도는 알 수 있어요.
푸하하하 프렌즈 소장 윤한진
저는 양규의 생각을 잘 알고 있어요. 음… 정확하게는 양규의 사고의 흐름을 파악하고 있지요. 그것이 바로 양규의 말을 적재적시에 잘라먹을 수 있는 이유입니다. 잘라만 먹어야 하는데 자꾸만 양념을 치는 게 큰 문제죠. 하지만 즉각적이고 진심 어린 사과는 절대 잊지 않습니다. 양규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서라면 가랑이 사이로 기어들어갈 준비까지 되어 있는 편입니다.
푸하하하 프렌즈 소장 한승재
둘이 다 얘기했으니 저는 좀 다른 이야기를 해볼게요.
양규는 그 순간 (아무도 배신하지 않았지만) 배신감과 소외감을 느꼈나 봅니다. 그때부터 양규는 왕자와 공주를 하나로 보기 시작했어요. 둘 중 한 명이 잘못해도 ‘늬들’이라고 하며 둘 모두를 혼내곤 합니다. 실제로 왕자와 공주가 혼날 땐 그들 잘못이 아닌 때도 많았고, 양규가 오해한 적도 많았는데, 양규가 혼내면 그냥 혼나는 편입니다. 이유도 모르고 혼나는 귀여운 고양이가 된 기분이랄까?
부부의 대화법
재수 만화가. 이모티콘 작가. SNS에서 <재수의 연습장> 운영 중이다.
대장님 예민하고 병약한 만화가와 귀여운 고양이 세 마리의 보호자이다.
만화가 재수
프리랜서이고 집에서 아내와 함께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대화를 많이 하려고 신경 쓰기도 하고요. 대화가 뜸한 날은 대부분 제가 일에 대한 고민에 빠져 있거나 일이 잘 안 풀려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상황이에요. 초반에는 이것 때문에 아내와 많이 다퉜어요. 제 업무가 잘 안 풀려서 생긴 스트레스를 자꾸만 아내에게 분출하려고 했기 때문에요. 그렇게 혼자 날카롭게 날이 서 있는 날에는 그 많던 대화가 아예 사라져요. 대화가 사라졌다는 신호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의 깊은 연결이 끊어졌다는 뜻이지요. 그때부터는 아내의 마음에서 시시각각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더 이상 알 수가 없게 됩니다. 이렇게 생겨난 불안함으로 인해 저는 결국 업무는 물론 아무것도 못 하게 돼요. 이 패턴을 여러번 겪고 나서야 뭐가 문제인지 뒤늦게 깨달았어요. 아내와의 관계를 업무의 성취보다 우선하지 않을 때마다 이 패턴이 반복된 것이에요. 끊임없는 대화는 지금 우리 사이에 사랑이 충만하다는 지표예요. 저는 그럴 때 일상의 평온과 그로 인한 단단한 안정감을 몸으로 느끼죠. 그게 있어야 업무가 더 잘 되기도 하고요. 쓰고 나니 대화법에 대한 이야기라기보다 반성문 같네요. 제 대화법은, 어떤 대화든 우리 사이를 활발하게 흘러 다니게 할 수 있는 환경을 잘 가꾸고 유지하는 것이에요. 상호 간의 존중과 배려, 그리고 제 마음의 상태 또한 그 환경에 포함되는 것 같아요.
대장님
시간은 한정된 자원이잖아요. 좋은 사람과 좋은 대화를 나누기에도 모자란데 쓸데없는 오해를 만들어 그만큼의 시간과 감정을 낭비하는 걸 싫어해요. 그래서 저는 대화 속에서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의사를 솔직하고 담백하게 전달하는 것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해요. 그리고 제 생각을 강요하지 않으려고 해요. 강요하는 상황 자체가 서로에게 스트레스니까요. 좋은 대화에 대한 저만의 기준이 몇 가지 있어요. 일단 비속어를 쓰지 않으려고 최대한 노력하고, 상대방의 감정을 상하게 하는 단어들은 피하려고 해요. 그 외에는 나의 상황과 생각, 감정을 그때그때 솔직히 전하려고 합니다. 대화 속에서 둘 중 한 명이 조금이라도 거부감을 느끼는 표현이 있으면 바로 문제를 제기하는 편이고 그것에 대해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고쳐나가려고 해요.
직장 동료의 대화법
호섭 하고 싶은 게 아주아주 많은 오롤리데이 브랜드 마케터. 팀 리더 역할을 맡고 있다.
다카포 글쓰기와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오롤리데이 콘텐츠 마케터다.
오롤리데이 브랜드 마케터 호섭
하루 중 나와 가장 많은 대화를 나누는 사람은 누구일까 생각해 봤어요. 1초 만에 같이 일하는 다카포가 떠오르더라고요. 같은 팀에 있으니 어쩌면 당연한가 싶기도 해요. 회의할 때도, 각자 업무를 하다 궁금증이 생길 때도, 가끔은 좋은 인사이트나 아이디어가 생기면 퇴근 후에도 주저 없이 나누거든요. 사실 이런 자유로운 대화를 서로 즐기는 것 같아요. 좋은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나면 위로, 용기, 자신감, 인사이트 등 좋은 흔적이 마음속에 생기잖아요? 저에겐 다카포와의 대화가 그래요. 그러다 보니 더 자연스럽게, 더 많은 생각을 나누기 위해 서로에게 강조하는 것들이 있어요. 먼저, 질문이 생기면 언제든지 자유롭게 하자는 것이고, 또 하나는 그런 자유로움 속에서 일과 관련된 대화를 할 때는 팩트만 이야기하자는 거예요. 상대방의 감정이 상하지 않도록 주의하며 말하는 거죠. 이렇게 주의해도 때로는 나에게 향하는 피드백에 섭섭해질 때가 있는데요. 그럴 땐 ‘아, 이 말은 나를 폄하하려는 것이 아니라 더 좋은 결과물을 내기위함이다.’라는 것을 명심해요. 아! 대화가 일에 관련된 것이어서 그렇지, 그렇다고 워커홀릭처럼 일 이야기만 하는 건 아니랍니다. 맛집 리스트나 넷플릭스 후기 같은 TMI 잡담도 절대 빼놓을 수 없어요(웃음).
오롤리데이 콘텐츠 마케터 다카포
꼭 말로 해야 하나요? 저희는 눈빛만 봐도, 표정만 봐도 어떤 생각을 하는지 서로 다 알고 있어요. 친한 친구랑 있으면 말하지 않아도 내 마음을, 기분을 알아주는 순간이 있잖아요. 저는 그런 순간을 회사에서 자주 느끼고 있어요. 호섭에게 자주 이런 질문을 던져요. “호섭, 이번 주도 행복했어요?”라고요. 행복에 진심인 브랜드에서 일하다 보니 서로의 행복 컨디션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힘든 주간에는 “아… 이번 주는 영 집중이 안 돼서 힘들었어요.”라고 답하기도 하고, 행복이 가득한 주간에는 “이번 주는 글이 술술 써져서 너무 행복했어요.”라고 답하기도 하죠. 최상의 행복 컨디션을 매일 유지할 순 없겠지만, 행복은 나누면 두 배가 되고, 고민은 나누면 반 토막이 된다고 저희는 믿거든요!
친구이자 동료의 대화법
이훤 시인. 사진가. 몇 권의 책을 쓰고 찍었다. 전시와 출판물의 형태로 사진 작업을 해왔다. 분리와 단절, 고립 사이에서 일어나는 감정에 주목한다.
이옥토 사진과 영상을 주 매체로 활동한다. 시울과 물집, 그리고 대상의 대상됨 이전에 집중하고 있다.
포토그래퍼·시인 이훤
떠올리는 것만으로 지지 받는 친구 있잖아요. 친구로서도 동료로서도 개인으로서도 이해받을 걸 알고 대화를 시작하는 친구요. 멀리 있지만 그런 친구가 있다는 사실은 우릴 얼마큼 안도하게 하는지요. 너그럽고 정확한 눈을 가진 친구 옥토와 느리고 세세한 대화를 자주 나누어요. 무거운 이야기만 오가는 건 아닌데요. 서로를 입장하는 데 성실해지는 편이에요. 넉넉하게 머물다 와요. 어떤 마음도 대충 다루고 싶지 않은 사람들의 대화는 누울 곳이 많아요. 말의 밀도가 중요한 두 사람의 대화이기 때문이기도 할 텐데요. 잘 도착 하고 싶어 답장을 미루거나, 대신 하루를 더 살거나, 활자를 벗어나 다 못한 말을 대신하기도 해요. 주고받는 편지에 사진이나 영상 등이 동봉되는 건 언어를 누리지만 그것이 자주 불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대화법이에요. 다른 형태의 언어를 때때로 더 신뢰하는 시각 작업자들의 방식이기도 하고, 말로부터 튕겨 나가 보았거나 세계와 불화해 본 사람들의 선택이기도 해요. 옥토와의 대화는 언어보다 길고 넓은 품이에요.
포토그래퍼 이옥토
한국에 있는 저와 미국에 있는 훤의 대화법은 필연적으로 시차와 기다림을 받아들이는 자세로 채워지는 것 같아요. 인스타그램 DM이나 카카오톡으로 연락하더라도 대화 텀이 긴 편이고, 문장 대 문장의 짧은 티키타카보다는 문단이나 소규모 편지 형태고요. 훤과의 먼 거리감, 그리고 다른 시간대 때문에도 그렇겠지만 오늘은 조금 더 생각해 봤어요. 긴 글의 형태를 보면 꼭 집 같아요. 네모나고, 누군가의 어떤 시간을 간직하고 있고, 글 안에서만 거주하는 이야기가 있고, 여닫음이 있으니까요. 그런 측면에서 우리는 서로에게 매번 작은 집을 건네는 듯해요. 훤과 저는 부유감에 대해 유독 많이 이야기를 나눠왔지요. 장소와 정체성의 질긴 연합과 양자 중 하나를 제대로 확인할 수 없을 때의 허무함 같은. 그렇기에 더더욱 우리의 대화법은 서로에게 집을 주고 그 안의 시간을 나누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지 않나 싶어요.
에디터 이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