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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매듭의 무늬
보자기에 곱게 싸인 다과 꾸러미를 받을 때마다 감탄했다. 지구 반대편에서 시작한 브랜드가 우리 문화를 어떻게 이만큼 잘 담아내는 걸까. 로컬 문화에 대한 관심과 존중으로 각국에 스미는 이솝은 우리의 추석을 기억하고 반긴다.
Chapter. 1
추석이 다른 명절보다 흥겨운 건 모두가 하나되는 풍요 때문이 아닐까. 함께 모여 음식을 나누어 먹고, 보름달을 기다리며 도란도란 웃는 시간. 사람의 온기가 없다면 가을은 꽤나 쌀쌀한 계절이다. 거리 두기 캠페인이 길어져 애가 타던 시기에 이솝은 어라운드를 찾았다. 사람들이 고립된 가을을 맞이할까 안타까운 마음에서다. 이대로라면 모두가 공허한 추석을 맞이할 터였다. 다가올 계절을 이야기하다 문득, 우리가 같은 생각으로 이어져 있다는 데 기뻤다. 멀찍이 떨어져도 연결되어 있는 관계. 가을에 기억해야 하는 것은 바로 이것이 아닐까.
올해 캠페인은 추석의 기원 중 하나인 가배嘉排를 모티브로 했다. 가배는 노동의 결실을 기뻐하며 축배를 들고 함께 즐기던 신라의 축제다. 이때의 기록에서 유독 눈에 띈 건 잘 짜인 천을 든 사람들이다. 신라 부녀자들은 서로의 집에 드나들며 베 짜는 ‘길쌈’을 마친 후 둥글게 모여 노래하며 춤췄다. 지금까지도 이 문화를 고스란히 이어 ‘길쌈놀이’를 하는 지역이 있는데, 천과 한데 어우러진 이들의 모습은 마치 곱게 엮인 실처럼 보인다. 이들을 통해 관계의 무늬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선조의 문화를 통해 우리 곁에 존재하는 이름들을 떠올려보기로 한 것이다.
Chapter. 2
캠페인 타이틀 ‘오래된 매듭의 무늬’는 관계의 잔상을 떠올리게 한다. 이솝은 서로 연결된 사람들을 비출 이미지로 섬유 예술가 한선주의 작품을 골랐다. 실과 대나무 가지를 한데 엮은 그의 작품에서는 직조의 멋과 깊이, 삶에서 머물러 온 시공간에서 영감을 받아 오래도록 베를 짜온 이의 향수를 느낄 수 있다. 어라운드는 작품의 단단한 짜임과 아름다운 무늬를 사진과 영상으로 담아 캠페인 타이틀에 걸맞은 이미지를 만들었다. 캠페인 이미지와 영상은 캠페인 기간 전국 이솝 스토어와 카운터에 전시되었고, 또 시그니처 스토어인 가로수길점과 삼청점에는 작품이 실물로 설치되기도 했다. 이와 더불어 캠페인은 작가 박경리의 문장을 빌려 메시지를 건넸다. “무릇 모든 생명이 더불어 살 수 있다.” 작중 인물들로 세상의 다양한 인간상을 보여주는 소설 《토지》의 한 구절이다. 이렇듯 이솝은 우리 문화와 작품들을 재해석해 관계의 소중함을 돌아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매년 로컬 작가와의 컬래버레이션으로 한국의 문화를 우아하게 재해석해 온 브랜드가 가진 또 하나의 언어다.
Chapter. 3
더불어 살아온 삶이 여느 때보다 애틋한 한 해. 삶의 가치와 취향을 이야기하는 어라운드와 함께한 이솝 하비스트 캠페인은 올해 우리에게 가족과 친구 그리고 고마운 사람들의 이름을 물었다. 넉넉하고 따듯했던 그들의 품을 떠올리며 가을을 매듭짓는다. 단단하고 아름다운 무늬를 남기며.
글 하나
사진 윤동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