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 In My Space

행복 앞에 자유
작가 김민정

그녀와 집 이야기를 하면서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내용은 대체로 집구하기 참 어렵다는 고충을 토로하는 것이었는데 왠지 모르게 웃음이 자꾸만 새어 나왔다. 점점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지는 요즘, 자신의 집을 갖고 살아가는 그녀의 이야기가 한 줄기 희망처럼 느껴졌다. 어쩌면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정말로 중요한 것은 집 자체가 아니라 그 집 안에 사는 사람이었다. 홀로 있어도 그 공간을 꽉 채우는 사람. 김민정 작가는 여백이 많은 집에서 자신의 자유를 촘촘히 매듭지으며 살아가고 있다.

점을 이어

선을 그어가는 삶

자기소개로 시작해 볼까요?

안녕하세요. 고양시에서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사는 김민정입니다. 최근에 첫 책 《결혼은 모르겠고 내 집은 있습니다》를 냈어요. 방송 작가 겸 ‘1인 2묘 가구’라는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고 있고요. 이제 에세이 작가로 첫발을 딛었는데요. 요즘은 책을 내고 글 쓰는 일을 계속 이어가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지 고민하고 있어요. 이번 책에 내 집 마련 과정을 담았으니 새롭게 재테크 관련 이야기를 정리해 보고 싶다는 생각도 하고 있어요.

 

재테크 이야기도 궁금하네요. 최근에 차를 사셨다고 들었어요. 축하해요!

10년쯤 된 모닝인데요(웃음). 사는 곳이 서울과 떨어져 있기도 하고 자유롭게 이동하고 싶어서 120만 원에 샀어요. 아직 멀리는 못 가고 동네 위주로 살살 몰아보고 있어요.

 

어, 그런데 혹시 작가님 고향이…?

포항이요(웃음). 아, 저 원래 사투리 티 안 나는데….

 

딱 알 것 같았어요(웃음). 그럼 포항에서 수도권으로 상경하신 거네요?

네. 스무 살 때 왔으니까 17년 됐네요. 대학교를 서울로 오면서 처음 자취를 시작했거든요.

 

책에서 보광동에서의 첫 자취 에피소드도 재밌게 읽었어요. 어릴 때 방 이야기도요.

초등학교 5학년 때 이사를 가면서 처음으로 제 방을 갖게 됐어요. 저도 사생활이라는 게 생긴 거죠. 당시에 만화를 그리고 춤추는 걸 좋아했어요. 그런데 원래 그렇잖아요. 내 그림과 춤추는 모습을 가족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마음(웃음). 저는 정말 은밀하게 취미생활을 하고 싶었는데 자꾸만 들켜버렸어요.

 

잠깐만요. 춤이요? 어떤 춤이요?

춤 동아리에서 신화의 ‘해결사’를 춰서 1등을 하기도 했어요(웃음). 지금도 집에서 아주 가끔 혼자서 출 때가 있어요. 그러면 옆에서 고양이들이 하악질하고….

고양이들이 놀라겠어요(웃음). 신화의 ‘해결사’라면 방 안이 꽤 시끄러웠겠네요.

가족들의 간섭을 피할 수 없었죠(웃음). 그 방에서 고등학교때까지 쭉 살았는데, 사춘기를 거치면서 제 공간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어요. 당시엔 제 공간을 마련하려면 대학을 서울로 가서 자취를 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어요. 공부를 열심히 하는 학생이 아니었는데 정말 최선을 다해서 서울 상경에 극적으로 성공했죠. 그때는 직방처럼 도움을 받을 매체가 발달하지 않았을 때라, 벼룩시장에서 겨우 구해 살기로 한 집이 보광동의 반지하 집이었어요. 바퀴벌레는 물론이고 온갖 벌레가 다 나오는 곳에서 벌레 퇴치 약 냄새를 맡으며 지냈어요. 치안도 좋지 않아서 제가 자는 동안 어떤 남자가 우리 집을 한참 들여다봤다는 걸 알고 이사를 결심했죠. 안 좋은 기억이 더 많지만 그 집 옥상에서 하얏트 호텔을 내려다보던 장면이 아직도 선해요. 저에겐 잊을 수 없는 아련한 추억이에요. 그때의 경험이 지금의 내 집을 사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된 씨앗이 되었고요.

 

그렇게 이번 책이 나오게 된 거네요. 제목이 인상적이었어요. 자신감이 느껴졌거든요.

여러 후보가 있었어요. 그중에 ‘결혼은 모르겠고 내 집은 갖고 싶어’도 있었는데, 무언가 이루고 싶다는 희망형 문장은 지금 제 상황과는 다르다고 생각했어요. 이미 저는 집을 마련했고 비혼, 비정규직 여성으로서 이룬 성취를 제목에 드러내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좀 걱정되더라고요. 요즘 부동산 집값이 심하게 올랐잖아요. 어떤 사람들은 거부감이나 박탈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한편으로 부담이 되기도 했어요. 하지만 서평에서 이 책을 읽고 내 집 마련에 도전하고 싶다는 독자도 있었고, 제 유튜브 체널에서 ‘내 집 마련 분투기’를 보고 집을 마련하게 되었다며, 이렇게 책이 나와서 반갑다는 피드백도 있어서 안도했어요.

 

저도 꼭 집을 마련하고 싶은데 쉽지 않더라고요. 사실 최근엔 포기하려는 생각도 했어요. 저와 같은 생각을 하는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그래서 더욱더 이번 책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메시지를 담으려 했어요. 가장 처음, 혼자 살아갈 여성으로서 내 집 마련의 중요성을 알리고 싶었어요. 꼭 매매가 아니더라도 전세로 살수 있다면 노후에 목돈을 모으는 데 도움이 되니까요. 그다음엔 안정적인 주거 환경이 필요하다는 것, 마지막으로 언제나 내 시간과 공간을 가질 것. 집을 사려고 바삐 움직이다 보면 자신을 잃는 경우가 생겨요. 저도 그랬고요.

 

맞아요. 책에 집을 마련하려고 열심히 일했다는 내용도 있었죠. 그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어느 순간 ‘내가 이렇게까지 살아야 하나….’ 저 자신을 잃어 버리는 느낌이었어요. 사실 이런 감정은 집을 가진 이후에 본격적으로 찾아왔어요. 집을 사는 목표를 이뤘으니 일을 잠시 그만둘 생각이었는데 익숙해진 수입에 일을 멈추기가 어렵더라고요. 집이 있어도 정작 그 집에 머무는 시간이 부족했던 거죠. 결국엔 임계치에 달해서 자아를 잃을 정도가 되었어요. 상담을 받을 정도였죠. 저를 지켜야겠다는 생각으로 일을 멈추고 그때부터 유튜브를 시작했어요. 온종일 집에서 뒹굴며 완전한 백수 생활도 해봤고요. 반대로 집을 사기 위해서 열심히 돈을 모을 땐, 얼른 내 집을 가지고 싶다는 의욕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정신없이 저를 움직이게 했어요. 한 번에 다섯 가지 일을 한 적도 있어요. 결혼 생각이 없으니 오롯이 나 혼자 힘으로만 먹고살아야 하는데 언제까지 비정규직 방송 작가 일을 할 수 있을까, 막막했죠. 집값은 계속올랐고요. 그런 상황들이 오히려 저를 앞으로 나아가게 한 것 같아요.

불안감이 원동력이 되었네요. 그렇게 해서 모인 수입을 어떻게 관리했는지 궁금했어요. 실질적인 조언을 얻을 수 있을까요?

가장 먼저 통장을 네 개 만들어서 돈의 흐름을 파악했어요. 급여, 지출, 저축, 비상금으로 통장을 나눠서 수입을 관리했죠.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어요. 저만의 원칙이 있다면 수입의 반을 꼭 저축하는 거예요.

 

수입의 반이요? 저는 못 하겠네요(웃음).

저도 처음에는 어려웠는데 점점 익숙해졌어요. 신용카드를 가급적 안 쓰는 일부터 시작해 보세요. 신용카드는 보통 할부를 위한 건데, 그러면 돈의 흐름을 파악하는 게 어려워져요. 들어온 돈이 어디로 어떻게 나가는지를 아는 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에요.

 

소비 습관이 궁금해지는데요. 유튜브에 ‘노브랜드’를 이용해 한 달 식생활을 해결하는 콘텐츠를 만들기도 했죠.

노브랜드 콘텐츠는 장 보는 시간을 간소화하고 싶어서 도전했어요. 대형 마트에 가면 작은 물건을 살 때도 제품이 많아서 고민하는 시간이 길어지잖아요. 노브랜드는 품목마다 브랜드가 하나뿐이니 그만큼 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서 좋아요. 저에게 제일 중요한 건 시간이에요. 시간의 필요성을 깨닫고 나서부터는 소비를 할 때도 시간을 기준으로 두기 시작했어요. 이 물건을 내 시간을 들여 번 돈과 맞바꿨을 때 정말 효용성이 있을까 고민하게 된 거죠.

 

계속해서 시간의 중요성을 이야기 하고 있어요. 작가님에게 혼자만의 시간이라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당연한 이야기지만 시간은 곧 나를 위한 것이고 저만의 자유를 얻는 통로예요. 소비 습관도 예전에는 무엇이든 무작정 아꼈어요. 택시 한 번 안 타고, 치킨 먹고 싶으면 반 마리만 포장해서 먹고요. 너무 아득바득 살다 보니까 어느새 비관적인 생각으로 저 자신을 갉아먹고 있더라고요. 왜 부유한 집에서 태어나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으니까요. 그런데 이제는 내 시간, 내 자유를 얻을 수 있다면 주저 않고 지출해요. 그렇게 하다 보니 오히려 여유가 생겼어요. 정말 아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달은 거죠. 정말 중요한 건 제 시간, 저 자신이에요.

 

건강한 생각이에요.

이렇게 변한 게 다행이죠. 과거에는 무엇이 중요한지 생각하기에 앞서 자잘한 물욕이 정말 강했어요. 빈티지를 좋아해서 쇼핑몰을 열어 팔기까지 했으니까요(웃음). 옷과 신발, 가방을 5천 개 정도 팔았던 것 같네요. 한동안은 주방 용품에 빠져서 헤어 나오지 못한 적도 있고요. 예전엔 작은 물건에 욕심이 있었다면 이젠 더 큰 집이나 좋은 차를 원하는 것으로 소비 욕구가 변한 것 같아요. 순간의 행복보다는 전체적인 삶을 바꿀 수 있는, 자유를 위한 욕구로 옮겨 간 거예요.

그렇게 달라진 계기는 뭘까요?

내 집을 만난 일이죠. 집은 큰 재산임과 동시에 노후 걱정을 덜어주었고 심리적인 안정감도 주었어요. 예전에는 지금 당장 먹고사는 일을 걱정했다면 이젠 저의 존재 방식에 관해 고민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렇게 인터뷰를 통해 비혼으로서저 자신을 드러내는 일에도 집중할 수 있고요. 책을 내는 기회도 생겼죠.

 

비혼 가치관은 중학교 때부터 생각했다고 들었어요. 그 배경은 어땠나요?

처음엔 친구들과 가볍게 장래를 이야기하면서 생각했어요. 구체적인 관점은 없는, 막연한 상상이었죠. 그때는 비혼이라는 단어도 낯설던 때였으니까요. 가사 노동과 경제 활동을 동시에 하시는 엄마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아버지가 권위적인 분은 아니었는데 당시엔 그런 생활이 너무도 당연하게 여겨졌고, 아무도 이상하다고 알려주지 않았어요. 저는 불합리를 느끼며 홀로 생각을 정리하게 된 것 같아요. 혼자 살아가고 싶다고요.

 

혼자라서 좋지만 고독할 때도 있을 것 같아요. 책에서 ‘무언의 날’을 이야기하는 단락도 있었죠.

자취 생활을 오래 해서 그런지 외로움을 잘 느끼지는 않는데요. 버거운 일이 있을 때 매일 터놓고 이야기할 사람이 없을 땐 고독해지기도 해요. 그럴수록 나와 같은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과 연대를 찾아가는 게 중요해요.

 

그런 연대가 작가님이 책에서 언급한 ‘느슨한 가족’일까요?

느슨한 가족을 다른 말로 표현하면 친구 같아요. 혈연 이외에 저를 혼자라고 느끼지 않게 해주는 존재들이죠. 함께 사는 고양이, 친한 친구, 동료, 유튜브에서 저를 응원해 주는 사람들과 계속 소통하면서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을 멈추지 않으려 해요. 가족을 이루고 살아가는 분들도 그 안에서 좋은 관계를 위해 노력하는 것처럼 저도 비혼으로서 가족처럼 여기는 관계를 잘 쌓아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고립된 ‘점’으로서 비혼 생활이 아닌, ‘선’을 긋고 이어갈 수 있는 혼자의 삶을 만들어가고 싶어요.

 

선을 긋고 이어가는 삶이라는 말이 좋아요. 이제 마지막 질문이네요. 작가님은 혼자라서 행복한가요?

혼자라서 좋아요. 안정된 상태로 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집이라는 공간도 있고요. 그런데 사실 저에게는 행복이라는 가치보다 자유를 유지하는 일이 더 중요해요. 제 삶에는 늘 행복 앞에 자유가 있어요.

그녀가 사는 아파트의 풍경이 참 아름다웠다. 맑고 시원하고 다정한 분위기. 그 느낌이 꼭 그녀의 말씨와 닮아 있었다. 인터뷰 글을 정리하면서 아파트 복도에 선 채 밖을 내다보는 그녀의 뒷모습을 떠올렸다. 순간보다는 커다란, 전체의 삶을 고민하는 사람. 덕분에 내 미래의 집 풍경을 상상하는 오롯한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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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모르겠고 내 집은 있습니다》
김민정 | 21세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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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김지수

포토그래퍼 최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