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nding The Learning For My Children

최수빈 북 큐레이터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한 방법을 여기저기서 알려준다고 바쁘다. 어린 아이를 키우던 시절에는 ‘돌봄’이라는 한 길만 걸어도 되었는데 어느새 ‘교육’이라는 또 다른 길이 우리 앞에 성큼 다가왔다. 이는 여러 갈래로 나뉘어 책육아, 엄마표 영어, 완전 학습등의 이름표를 달고 배움의 방식을 설명하고 설득한다. 최수빈씨는 아이들의 성장 단계마다 좋은 경험을 주려고 노력해온 엄마다. 차고 넘치는 교육 정보를 꼼꼼히 살펴봤고, 아이가 좋아할 만한 걸 하나씩 적용해보면서 배움을 즐길 수 있도록 힘을 보탠다. 아직도 걸어야 할 길이 많이 남았고 때론 넘어지는 날도 있지만, 아이의 재능을 담담하게 지켜보려 노력하고 책으로 자연으로 떠나며 아이들의 홀로서기를 도와줄 생각이다.

가족이라는 울타리

“저는 환경이 주는 힘이 정말 크다고 생각하거든요. 편히 쉴 수 있는 일상의 장소에서 좋은 영향을 받으며 사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아이들도 자기가 좋아하는 걸로 채워진 공간에서 집중을 잘하는 것 같고요. 제가 디자인을 전공해서 벽의 페인트나 구조를 바꿔보는 게 자극이 되고 재미있어요. 작은 소품으로 기분전환이 많이 되더라고요. 우리 가족에게 맞는 구조를 찾아가는 게 흥미로웠어요.”

만나게 되어 반가워요. 《WEE》에 도엽이와 도아를 몇 번 소개한 적이 있어요. 아이의 재능과 배움을 구체적으로 나눠주고 계신데요, 오늘 조금 더 내밀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이렇게 왔어요.

먼 길 오느라 고생하셨어요. 최근 들어 현실적으로 꾸며지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해요. SNS는 사실 보여주는 공간이라서 ‘이렇게 이렇게 됐어요.’라는 결과물 중심으로 올렸더니 오해하시는 분들이 정말 많더라고요. 한번은 지인이 놀이터에서 놀다가 아는 엄마를 만났대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책 이야기가 나오고 어떻게 아이들을 지도해야 되는지 모르겠다 하면서 인스타그램 계정을 하나 보여주더래요. 여기에 책 정보가 많더라 하면서요. 그게 제 SNS 계정이었어요. 그런데 언팔을 했다면서, 저 집 애들은 안 시켜도 매일 앉아서 책 보고 그림도 자연스럽게 잘 그리는 것 같아서 불편했다고 하더래요. 그 지인이 우리 집 아이들 어릴 때 이렇게 책 안 읽혀도 되겠냐고 걱정하던 분이거든요(웃음). SNS를 통해 우리 가족을 보는 사람들은 내가 이 습관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모르겠구나, 싶더라고요. 그다음부터 조금 더 꾸며지지 않은 진짜 이야기, 제가 해오던 좋은 방법들, 집에서도 할 수 있는 방법 등을 나눠주려고 노력해요.

 

초보 부모와 두 아이의 성장이 이 집에 차곡차곡 쌓인 거죠? 가족이 편안하게 느낄 수 있도록 공간에 많은 애정을 쏟은 거 같아요.

저희 부부가 집에 대한 애착이 좀 큰 편이에요. 집에 물건을 하나 살 때도 의견을 많이 나누고 테이블을 가로로 놓을지, 세로로 놓을지 토론해요(웃음). 아이들이 태어난 뒤에는 민폐 끼치는 게 싫어서 외식도 잘 안 했어요. 나가서 있는 자체가 저에게 너무 스트레스였거든요. 지금은 아이들이 많이 자라서 아이 용품을 많이 치운 거지 원래 여기에 미끄럼틀과 텐트가 있었어요. 거실은 거의 아이들 공간으로 내어줬지만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니까 가족이 편안하게 있을 만한 공간이 기왕이면 깔끔하고 감각적이면 좋겠더라고요. 저는 환경이 주는 힘이 정말 크다고 생각하거든요. 편히 쉴 수 있는 일상의 장소에서 좋은 영향을 받으며 사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아이들도 자기가 좋아하는 걸로 채워진 공간에서 집중을 잘하는 것 같고요. 제가 디자인을 전공해서 벽의 페인트나 구조를 바꿔보는 게 자극이 되고 재미있어요. 작은 소품으로 기분 전환이 많이 되더라고요. 우리 가족에게 맞는 구조를 찾아가는 게 흥미로웠어요.

 

집에서의 하루 일과가 어떻게 흘러가나요?

코로나19 때문에 두 아이들의 등교 시간이 달라요. 둘째 도아를 먼저 학교에 보내고 오면 첫째 도엽이가 원격 수업할 시간이 돼요. 그동안 저는 제 일을 하고 도엽이는 열한 시 반쯤 학교를 가요. 그럼 한 시간 뒤에 도아가 돌아와요. 예전에는 아이들 학교 가면 집을 싹 청소하고 간식도 준비했는데 요즘에는 그럴 시간이 없어요. 제가 일을 시작해서 잠깐 사이에 밀린 집안일을 하고 일과 관련된 책도 봐야 하니까요. 보통 아이들이 돌아와서 오후 두 시쯤에는 책을 읽거나 문제집을 풀어요.

가족을 둘러싼 세 가지 키워드로 이야기를 시작해 볼까 해요. 먼저 #김도엽드로잉. 도엽이의 그림은 갈수록 정교해지는 것 같아요. 엄마도 아이의 재능을 알죠?

알죠. 그림체가 변하긴 했는데 예닐곱 살 때부터 세심하게 그리고 차분하게 집중을 했어요. 하나를 파고드는 면이 있더라고요. 공룡에 꽂혀서 공룡만 그리거나 자동차를 그리곤 했어요. 이런 성향이 또래 남자아이들에게 흔하게 있는 일이거든요. 그런데 학교에 입학하고 나서부터 그림이 더 정교해지고 아이만의 특징이 보였어요. 밑그림을 그리지 않고 생각한 것을 꼼꼼하게 그리더라고요. 그즈음 애가 조금 다르게 그리는구나 알았어요. 많은 분들이 디자인을 전공한 제가 아이에게 어떤 지도를 했을 거라고 생각하시는데, 저는 적절한 재료를 제공해 주는 역할을 했어요. 연필이나 흑연으로 그리니까 손에 자꾸 묻고, 밑그림을 안 그리는 걸 보고 “펜으로 그려볼래?” 하면서요. 엄마랑 관심사가 같은 것도 도움을 줬을 거예요. 저희는 어느 지역을 가면 시립미술관이나 어린이미술관 검색해 보고 꼭 찾아가요.

 

구체적인 구조를 주로 그리는 편인데요, 보고 그린 것이 아니라 생각해서 그린다는 데서 많이 놀라웠어요. 도엽이는 여전히 관찰을 즐겨 하고, 느낀 것을 잘 표현하고 있죠?

미취학 때는 정말 밖으로 많이 데리고 다녔어요. 어느 날인가차 타고 지나가면서 봤던 고속도로 IC 같은 걸 그리더라고요. 진입로, 톨게이트를 한창 그렸어요. 차 안에서 보는 게 시각적으로 많이 남았었나 봐요. 건축가가 꿈이어서 구조적인 도로, 이음새들에 관심이 많아요. 요즘은 외출이 자유롭지 않으니까 책을 보고 그리는 거 같아요. 외국 사원 같은 걸 그리기도 하고 책에서 본 건축물, 이야기를 그려요. 한창 한국사에 빠져 있을 때는 살수대첩의 한 장면을 정말 많이 그렸어요. 거북선이 자주 등장했어요. 전쟁이 나서 폭탄이 터지고 사람이 쓰러져 있는 것들. 너무 블랙 라인으로만 하니까 색을 담아보라고 색깔 펜들을 준비해 줬는데 도서관에서 데생 연습하는 책을 빌려 오더니 저렇게 빗금 긋는 걸로 쓰더라고요(웃음).

 

도엽이의 재능을 어떻게 이어줘야 할까 고민될 때도 있겠어요.

속으로 놀랄 때가 한 번씩 있어요. 호응을 해주되 너무 호들갑 떨지 않고 “잘 그렸네. 어떻게 이렇게 그린 거야?” 담담하게 이야기하려고 해요. 그림 그리기를 특별한 일로 생각할까봐요. 가끔 벽에다 그림을 걸어 주면서 엄마가 네 그림을 좋아한다는 어필은 해줘요. 그리는 일이 일상이 되도록 평정을 유지하려고 하는데, 어려워요. 며칠씩 안 그리면 속으로는 ‘왜 안 그리지?’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기다려주면 또 그리는데 말이에요. 어릴 때 재능이 있다가 사라지는 아이들도 많잖아요. 지금이 이 아이의 인생에서 최고점일 수도 있고요. 

도엽이가 데생이나 소묘를 하고 싶어 했어요. 그래서 지금 가르쳐야 하나 싶어서 영재원 교수님에게 물어봤더니 아마 독이 될 거라고 하시더라고요. 중학생쯤 돼서 배워도 늦지 않기 때문에 원하는 대로 하고 싶은 대로 두라는 조언을 받았어요. 또 제가 입시 미술을 했기 때문에 외워서 하는 그림을 일찍부터 시키고 싶지는 않아요. 하지만 모순인 게 우리나라에서 그 과정을 거치지 않고 미술 대학을 갈 수는 없잖아요. 스스로 그걸 왜 해야 하는지 알았을 때 시키려고 해요. 그 과정 속에서 지금의 인터뷰나 SNS에 도엽이의 그림을 찍어서 올리는 것이 도엽이에게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해요. 나중에 혹시라도 누가 연락을 줘서 아이에게 다양한 경험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이 기록들이 아이에게 분명 도움이 될 거고, 매거진에 나의 그림 이야기가 실렸다는 게 엄청 큰 자산이 될 거라는 걸 알거든요. 요즘에는 스스로 많이 알려야 하는 시대라서 유튜브나 SNS로 아이의 그림을 소개하는 일은 꾸준히 하고 있어요.

최근 미술 영재원에 합격했다고요. 지금까지 스스로 그리던 과정에 변화가 있을 거 같은데요.

영재라서 영재원에 간 건 아니고요, 우리 아이에게 맞는 미술 학원이 없다고 느꼈어요. 웬만하면 터치하지 않길 바랐거든요. 영재원은 대학교에서 하는 수업이라서 창의 미술 융합교육에 부합하는 교육이라고 알고 있었어요. 영재원 교수님의 간담회를 들었을 때 가장 좋은 교육은 최소한의 관심, 최소한의 터치라는 말이 참 와닿았어요. 3학년부터 지원이 가능해서 도전을 해봤죠. 집필 시험이랑 실기 시험을 두 시간 반 정도 봤어요. 집필 시험에서는 과학의 원리를 설명해 보라고 했대요. 창의성을 많이 보는 것 같아요. 수업을 할 때 제가 안에 따라 들어가지 못했는데, 사진으로 보니까 테이블 하나에 온갖 재료들이 다 있더라고요. 체험해 보면 본인 스스로 좋고 배우는 게 있을 거예요. 수채화, 오일 파스텔, 마카등 다양한 도구가 있어서 그날의 주제에 따라 자유롭게 그림을 그릴 수 있겠고요. 하루는 주제를 돋보이게 하려면 배경과 톤을 다르게 하라는 조언을 듣고 왔나 봐요. “이렇게 하니 주제가 더 잘 보여.”라고 하더라고요. 많은 시도를 해보고 아이가 좋아하는 드로잉에서 여러 세계를 만나보면 좋겠어요.

 

제 아이의 미술 선생님은 ‘그림은 태도를 배우는 것’이라고 하더라고요. 하던 대로 잘 되지 않아도 다시 시도해 보는 것, 힘들어도 끝까지 해보는 것이라고요. 그림을 그리면서 도엽이는 어떻게 성장해 갔는지 궁금해요.

정말 그래요. 감정 기복이 심한 편이 아니고 차분한 성향인데, 그림을 통해 끝까지 해보려는 자세, 집중력을 배운 거 같아요. 또 좋아하는 것, 잘 표현하고 싶은 대상을 반복해서 그리면서 스스로 찾아가더라고요. 하나를 집중해서 그릴 때도 있지만 오며 가며 조금씩 그리기도 해요. 다 그리고 나면 꼭 설명을 해주죠. 그림을 그리면서 자존감과 성취감도 많이 쌓았어요. 우리 반에서 그림을 가장 잘 그리는 친구 하면 ‘나’라고 생각하거든요. 쉬는 시간에 그림을 그리고 있으면 네다섯 친구들이 와서 본대요. 은근히 좋아하는 것 같아요. “엄마, 축구를 못한다고 하면 기분 나쁘지 않아. 그런데 그림을 나보다 잘 그리는 친구가 있으면 경쟁심이 들 거 같아.”라고 하더라고요. 공부는 반에서 다섯 번째 안에만 들면 만족하는데 그림은 제일 잘 그리고 싶대요(웃음).

 

건축가라는 꿈은 스스로 정한 거예요?

저와 남편이 집에 애착이 크잖아요. 매일 매만지고 관리하는 걸 아이들이 다 느끼더라고요. 마당 있는 집에서 사는 게 제 로망이라는 말도 자주 하고, 코로나19가 겹치면서 마당이 절실해서 집을 실제로 같이 보러 다니기도 했어요. “엄마는 집을 좋아해. 2층에 마당이 있고 꽃나무가 있는 집을 만들어 줄게.”라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또 하나,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다리를 만들고 싶은 꿈이 있대요. 저희 부부가 집에 관심을 둔 게 영향을 많이 준 거 같아요.

아이에게 그림은 많은 배움 중에 하나일 텐데요. 유년 시절이 중요한 건 충분히 알고 있는데도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야 할까 고민되기도 하잖아요. 아이의 성장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궁금해요.

아이의 나이나 성장 단계에 따라 집중하게 되는 배움은 다르지만 스스로 즐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아이들 놀이에서 좋아할 만한 걸 캐치해 내는 게 부모의 가장 큰 역할이라고 생각하고요. 그래서 아이들 어릴 때부터 야외로 나가고 체험을 많이 해보려고 했어요. 스스로 즐기고 좋아하는 일을 찾게 돕고 싶어서요. 아이의 인생을 길게 보면 내가 뭘 좋아하는지, 내가 뭘 잘하는지 알아차리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아이에게 시간을 주고 뭘 하고 노는지 관찰해 보면 보이더라고요. 제가 치려고 피아노를 샀는데 도아가 관심을 갖고 쳐보는 거예요. 쉬운 동요 책을 사줬더니 달달 외워서 피아노 학원에 보내고 있어요. 또 도아는 게임을 정말 좋아해요. 도엽이는 게임을 하다가도 그림 그리고 다른 일들을 하거든요. 도아는 닌텐도를 하루 종일도 할 수 있는 아이예요. 저희끼리 “도아는 놀기왕이야. 레크리에이션 강사를 해야 할까?” 얘기하곤 해요. 

아이가 학년이 올라가고 제가 사는 지역의 학구열이 심해서 때때로 흔들릴 때가 있어요. 아이가 이것밖에 못 할까 봐 걱정한다기보다는 내가 해주지 않아서 가지고 있는 아이의 능력을 못 키워주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을 해요. 책을 보여주는 것, 영어 교육을 하는 것 모두 이 아이가 혼자 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주는 거라고 생각해요. 아이가 책을 많이 읽고 공부를 잘하면 뿌듯할 수는 있지만 그게 제 목표는 아니에요. 먼 훗날 아이들이 다 자랐을 때 아무 걱정 없이 죽고 싶거든요. 스스로 할 일을 하고 두 발로 설 수 있게 도와주고 싶어요.

 

다음 키워드 ‘#우리셋 책’을 이야기해 봐요. 최근 가족의 배움에 책이 중심을 잡고 있는 것 같아요. 도엽이와 도아는 아주 어릴 때부터 책을 접하고 좋아하는 아이였나요?

아니요. 저는 자기 전 그림책도 안 읽혔어요. 낮에 아이들이 그림책을 가지고 놀고 제가 읽어주긴 했지만 독서 습관이 잡혀 있거나 꼭 해야 하는 일은 아니었어요. 정말 있어야 하는 그림책이 작은 삼단 책장에 차 있을 정도였어요. 당시에는 육아 목표가 아이들 안전하고 건강하게 보고 뛰어놀게 하는 거였어요. 영어에도 관심이 없었어요. 큰아이가 입학하면서 초등학교 1학년 선생님에게 정말 많은 영향을 받았어요. 학교 전체적으로 선행학습과 필기를 지양하고 있어서 알림장도 안 쓰는 분위기였는데, 기본은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매일 책 한 권 소리 내서 읽고 본인이 원하는 페이지에서 단어 두 개 정도 써오는 숙제를 내셨어요. 선생님이 시키는 일이니까 아이들이 하잖아요. 1년이 쌓이니까 워밍업이 된 건지 책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더라고요. 책 읽기 습관을 잡는 데 너무 효과적이었어요. 그러다 코로나19로 아무 데도 갈 수가 없는 거예요. 작년에 도엽이가 학교를 열 번 정도 간거 같아요. 체험학습 신청서를 쓰고 학교에 안 보냈어요. 도아도 유치원 그만두고 집에 있었고요. 책을 자주 접할 수 있는 상황이 된 거죠.

 

책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는 건 어떤 거예요?

스스로 책을 꺼내서 봐요. 책을 재미있게 생각하는 거죠. 그즈음 책에 한번 푹 빠져볼 경험이 필요하다 느꼈어요. 제가 중학생 때 책에 빠져 산 적이 있어요. 책 대여점에서 책을 가득 빌려 와서 그것만 하루 종일 방에서 읽곤 했어요. 만화책이든 소설책이든 많이 읽었어요. 학습에 도움을 주려고 읽은 건 아니지만 그게 고등학교 공부에 큰 도움이 되더라고요. 언어영역에서 늘 높은 점수를 받았어요. 책은 재미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아니라 아이가 읽는 건데 학습 만화는 안 된다는 원칙대로 짜 맞추기보다는 우리 아이에게 맞는 방법으로 습관을 잡았어요. 많은 아이들이 좋아한다는 학습만화 《설민석의 한국사 대모험》을 사다 줬어요. 이걸 읽고 역사를 알라는 건 아니고 재미있어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죠. 작년 우리 가족 목표가 미디어와의 이별이었으니 조금의 자극은 괜찮았고요. 다행히 새벽 두 시까지 혼자 보고 있을 정도로 좋아했어요. 그걸 딱 한 번 경험해 보니까 그다음부터는 구미에 맞는 책들을 술술 읽기 시작했어요. 판타지시리즈들은 제가 다 읽어볼 순 없지만 후루룩 읽어보고 검색을 많이 해서 검열을 해요. 그런 다음 읽고 싶은 걸 고르도록 선택지를 주죠. 최소한의 기준은 정하고, 여기까지는 괜찮아하고 울타리 안에서 방목하는 편이에요. 그 안에 학습적이고 문학적으로 괜찮은 다양한 책들을 넣어주고 있어요.

책을 읽고 나서 독후 활동을 하지 않는다고요.

책을 보고 그림 그리는 건 온전히 쉬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책 읽고 그림을 그리거나 만들기가 하고 싶으면 해도 좋지만 논술적인 부분은 굳이 안 해도 될 거 같아요. 독후 활동을 하게 잘 만들어진 책들도 있어요. ‘우와 이렇게 하면 정말 좋겠다.’ 하면서도 시키진 않아요. 어른들도 책 한 권 읽고 독후감 쓰라고 하면 힘들잖아요. 일이 되지 않기를 바란 거죠.

 

두 아이의 생활 습관에도 최소한의 울타리가 있어요?

도엽이는 하루에 수학 문제집을 기본으로 영어 문제집, 국어 한자 독해 문제집을 더해서 돌려가며 풀어요. 하루에 푸는 양은 네 장을 넘기지 않으려 해요. 또 영어책 한 권을 듣고 읽고 음독한 후에 영자신문을 읽고 한두 문장을 따라 쓰는 필사도 하고 있어요. 도아는 기본 연산 수학문제집 1장, 한글책 1권 음독 후 두 줄 쓰기(학교 과제), 쉬운 리더스 3권 소리 내서 읽기를 해요. 최근 본인이 원해서 영어 말하기 프로그램도 하고 있네요. 그 외의 시간은 책과 놀이, 그림으로 채우고 있어요. 도아는 아직 1학년이라서 매일 지켜지진 않아요. 제가 생각하는 영어 학습의 기준은 초등학교 2학년이에요. 빨리 시작하면 느리게 가고 느리게 시작하면 빨리 가더라고요. 작년, 학교에 가지 않을 때도 시간표대로 진도는 따라갔어요. 제가 옆에서 학교처럼 시간표를 짜주면 EBS를 듣고 주어진 공부를 했어요. 그런 다음 점심을 먹고 각자 책 한 권씩 가지고 와서 읽었어요. 저도 같이, 싫어도 읽었어요(웃음). 하루하루 쌓이니까 시키지 않아도 할 게 없어서 읽더라고요. 꼭 완독하라고 하진 않고 한 권을 읽다가 다른 책을 읽기도 해요.

 

독서의 힘을 크게 느끼는 편 같아요.

독서를 하면서 흥미 있는 주제들을 스스로 정말 많이 발견하고 질문을 해요. 뜬금없이 신라의 무슨 왕이 뭘 했는데 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하고, 아빠 회사 과제로 정조에 대한 책을 읽고 있으니까 영조의 탕평책을 이야기하는 거예요. 한 책을 읽다가 미술관이 나오면 그 미술관에 관한 책을 찾아와요. 그게 꼬리물기 독서가 되는 게 정말 많았어요. 지금은 관심사를 확장해 가면서 얼기설기 거미줄을 쳐가는 시기 같아요. 과학, 음악, 미술, 역사 등으로 관심사에 따르면서 그 사이사이를 촘촘하게 메꿔주는 게 책이라 생각하고요. 어릴 때 경주에 간 적이 있는데 지금 가면 정말 더 좋았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아는 만큼 받아들이는 게 다른 거 같아요. 영어 공부에서도 독서의 도움을 받았어요. 한글 책을 1년 정도 꾸준히 읽고 영어를 시작했더니 영어 책을 이해하고 독해하는 능력에 너무 큰 영향을 주더라고요.

책을 좋아하는 아이가 되었다 하더라도 아이의 성장 단계에 맞는 책을 마련해 줘야 하는 데서 또 고민이 생겨요. 아이의 관심사를 확장해 주고 경계를 넓혀갔던 방법이 궁금해요.

어릴 때 밖으로 많이 데리고 다니듯이 책도 많이 사보고 경험해 보면서 알아갔어요. 아, 이런 책을 좋아하는구나. 저도 같이 늘었어요. 아이가 안 읽으면 그걸로 같이 배우기도 하고요. 또 도엽이는 좋아하는 게 비교적 분명한 편이라서요. 그림, 그중에서도 건축물이 나오는 거요. ‘이거 좋아하겠다.’싶어 보여줬는데 눈이 반짝이면서 ‘엄마 내 취향이야.’라고 할 때 참 기뻐요.

 

영어도 책을 중심으로 배워가는 거예요?

영어를 제가 가르칠 생각은 아니어서 처음엔 학원에 보냈어요. 파닉스부터 배우더라고요. 코로나19로 학원 운영이 잠깐 중단되면서, 집에서 학원 진도를 나가볼까 싶어서 학원처럼 시간을 재놓고 똑같이 해봤어요. 그랬더니 시간이 너무 남는 거예요. 학원은 적어도 대여섯 명이 함께 하니까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숙제를 보면서 ‘이거 집에서 하는 거랑 별반 다르지 않겠는데? 학원에 보낼 돈으로 원서를 사서 집에서 해볼까?’ 싶더라고요. 그래서 그때부터 엄마표 영어 카페와 블로그를 정말 많이 찾아봤어요. 전체적인 플랜이 그려져야 하는데 ‘리더스가 뭐야? 집중 듣기가 뭐야?’ 하나도 모르겠더라고요. ‘잠수네’라는 사이트가 엄마표 영어로 유명하잖아요. 저는 가입하거나 책을 보진 않고 초록창에 책 읽기, 듣기 각각 검색해서 하나하나 분석해 봤어요. 엄마표 영어를 저보다 먼저 시작하신 주변 분에게 조언을 구하고, 책을 추천받고, 교환해서 보고, 영어 도서관에 가곤 했어요. ‘집중 듣기’라고 음원을 듣고 손가락으로 짚어서 읽는 게 좋다고 하는데 저희 집 아이들은 그걸 너무 싫어해서 그냥 눈으로 읽으라고 했어요. 대신 시작하기 전에 그림을 먼저 보라고 했죠. 영어는 더 재미있는 책으로 접근했어요. 영어책 읽기를 처음 시작할 때 제가 옆에서 “너무 웃기다.” 하면서 리액션을 한 달 정도 열심히 했어요. 그때가 제일 힘들었어요(웃음). 그러면서 한글 영상과 게임을 끊어냈고 뽀로로 같은 쉬운 영어 영상을 보기 시작했어요. 한 달만 해보고 아니면 그만두겠다 마음먹고 주먹 꽉 쥐고 아이 옆에 있던 기억이 나요.

 

영어는 독서와 다르게 강제성이 필요하잖아요. 하기 싫어할 법한데요.

학습으로 안 느끼면 좋겠지만 확실히 의무적이긴 해요. 도엽이랑 도아도 하기 싫어할 때가 있어요. 매일 똑같은 컨디션으로 책을 읽고 영어 공부를 하진 않아요. 그럴 때는 왜 해야 하는지 자꾸 말해요. “예전에 우리 참 열심히 놀러 다녔잖아. 나중에 좋아하는 일을 더 잘하려면 지금 이 정도는 하는게 좋아. 먼 훗날 좋아하는 것에 몰입해 볼 수 있는 시간을 벌고 있는 거야. 그러면 다른 친구들 영어 학원 다닐 때 너는 그림 한 점 더 그릴 수 있지 않을까?”라고요. 다행히 아이들이 자라면서 스스로 느끼더라고요. 놀이터에서 노는 애들이 자기들밖에 없고, 방과 후 축구를 하려고 보면 축구를 주력으로 하는 친구들만 남아 있다는 걸요. 엄마랑 같이 영어와 수학 문제집을 푸니까 학교에서도 어려움이 없고 단원평가 보고 오면 스스로 쉬웠다고 느껴요. 우리 이렇게 안 했으면 정말 어려웠겠다 하면서 좋아해요.

아이에게 책을 읽히거나 영어 습관을 잡아간다는 것은 너무 이상적이지만 관계를 쌓아가는 과정을 힘들고 어려워하는 부모들이 많더라고요. 수빈 씨도 불안하거나 화가 날 때가 있죠?

그럼요. 저도 화내고 자책해요. 한번은 수학을 가르치다가 화를 냈어요. 아이들이 하기 싫으면 집중 안 하잖아요. 화를 내면서 ‘나 왜 이러지? 이 나이 땐 모르는 게 당연한데, 크면 다 아는 건데, 이게 뭐라고?’ 싶은 마음이 드는데도 멈춰지지가 않는 거예요. 저희 엄마가 선생님인데 엄하게 저를 키우셨어요. 옆에 자를 두고 5분 안에 못 풀면 자로 손바닥을 때리면서 공부를 시키셨어요. 그게 너무 싫었는데 저도 모르게 그러고 있는 거예요. 도엽이가 울었어요. 순간 정신이 딱 들더라고요. “엄마가 다시는 문제집 풀 때 화 안 낼게. 모른다고 화 안 낼게.” 사과를 했어요. 요즘 아이가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습적인 계획을 세우는 편인데 그걸 다 수행하지 못하면 제 마음이 너무 불편한 거예요. 제 성격이 계획적이고 꼼꼼한 편이라 돌이 가슴에 얹어진 거 같아 힘들어요. 아이 마음은 편하지만요(웃음). 가만 생각해 보니 이게 내 계획이 아니라 아이 계획이 되어야 하는 거잖아요. 그걸 끼워 맞추려고 하는 저를 보고 내려놓으려고 많이 노력해요. 

도엽이 선생님 말로는 학교에서 올바름의 1번이래요. 제가 “집에서 안 그럴 때도 많아요.” 했더니 “어머니, 집에서도 아이들이 그러면 병나요. 아이들에게 학교는 직장과 같아서 집에서는 좀 풀어줘야 해요.”라고 하시더라고요. 이제는 아이의 의사, 컨디션을 1번으로 생각하려고 해요. 사실 제 머릿속에는 월요일에는 뭘 하고, 화요일엔 산책하고, 주말엔 비 온다니까 금요일에 공원을 가야겠다는 계획이 짜여 있거든요(웃음). 그런데 이건 제 계획이고 아이들은 집에서 보드게임 하는 걸 더 좋아할 때도 있잖아요. 아이들이 집에 와서 가방 정리하고 간식먹고 “오늘 할 일 해야지.” 했을 때 순순히 하는 날도 있고 이거 좀 빼달라고 하는 날도 있잖아요. 요즘은 빼줘요. 제 마음의 짐으로 남고 속으로 ‘오늘도 안 하고 내일도 안 하면 괜찮을까?’ 생각되지만 인생 길게 바라보면 문제집 한두 장 안 하는 게 큰일은 아니라는 걸 되새겨요. 어느 정도 규칙은 있되 너무 철두철미하게 지키지는 않으려고 해요.

 

내 계획을 내려놓고 아이의 의지를 따라가는 게 쉬운 일은 아니죠?

그렇죠. 그런데 아이의 싫은 얼굴을 보는 게 너무 힘들어요. 이 스트레스가 얼마나 안 좋을까 생각해요. 아이들도 쉬어가는 타임, 멍 때리는 시간이 정말 필요한 거 같아요. 그래서 최소한의 경계, 영어 책 한 권, 수학 문제집 두 장. 이것만 하자고 마음먹고 나니까 제 마음이 한결 편해지더라고요. “나머지 시간엔 네가 하고 싶은 거 해. 읽고 싶은 책 읽거나 그림그려도 돼.” 화날 때 보면 제 욕심이 커서 그런 경우가 많았어요. 제가 정해 놓은 가이드라인을 벗어나면 화가 나는 거죠. 화내고 밤에 맨날 사과해요. 혼내고 나서 잘 풀어주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불안하지 않고 화내지 않는 사람이 있나요? 스스로 알고 통제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 않죠. SNS에서도 말씀드려요. 저도 똑같이 화내고, 저희 집 아이들도 하기 싫어한다고요. 그런데 누가 그걸 찍어서 올리겠어요.

 

‘#우리 셋 휙’으로 넘어가 볼까요. 지금보다 더 어릴 땐 나들이를 많이 다녔다고 했어요. 아이들을 보면 뛰어놀면서 충분히 분출해야 안으로 다질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 같더라고요. 열심히 나가 놀던 시절 주로 어떤 경험을 했어요?

도엽이가 두 돌쯤 바닷가에 갔는데 갯벌이 묻는 걸 너무 싫어하는 거예요. 엉거주춤하게 앉아 노는 걸 보고 저희 부부가 너무 깔끔하게 키운 게 아이에게 안 좋은 영향을 줬겠다고 느꼈어요. 그걸 좀 깨주고 싶어서 들과 숲, 바다에 정말 많이 갔어요. 결석에 신경 안 써도 되는 어릴 때 숲 놀이터, 어린이미술관, 과학관도 많이 다녔어요. 가보고 별로더라도 가서 느껴보려고 편도 세 시간까지는 남편 없이 아이 둘 데리고 다녔어요. 제주도를 너무 좋아해서 목적 없이 아이들하고 여행 가요. 맛집, 카페를 못 가서 힘들어하는 경우를 많이 봤는데 저는 카페는 꿈도 안 꿔요. 조용히 앉아 있으라는 건 아이들에게 너무 잔인하니까요. 그런 데를 빼니까 할 수 있는 게 너무 많아요. 아이들을 풀어주고 자유롭게 놀게 해요. 풀 보고 나무 보고 뱀도 보고 뛰기만 해도 애들은 너무 좋아하는 거예요. 지금 아이들이 책과 많이 친해지고 집중할 수 있는 건 나가서 하는 에너지들이 많이 채워져서 그런 거 같아요. 몸으로 놀고 많이 보는 경험이요. 지금 그게 안 돼서 많이 아쉬운데, 자연으로 늘 나가 놀았어요.

엄마의 중심 잡기

“디자인을 공부하고 그 배움을 이어가는 회사 생활을 지속할 수는 없지만 아이를 키우고 생활을 가꿔 가는 것도 저는 큰 범위로 삶을 디자인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가족들과 함께하는 이 삶을 가치 있고 아름답게 가꿔 나가는 것도 디자인이라고 여겼죠. 그렇게라도 끈을 놓지 않고 싶었어요.”

아이를 낳기 전에는 디자인 관련 일을 해왔다고 했어요.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삶이 많이 바뀌었을 거 같아요.

정말로 많이 바뀌었어요. 졸업하고 회사에 다니다가 결혼을 하면서부터 바깥일을 안 했어요. 제 일은 육아와 집안일이라고 딱 정해놓고 거기에 집중했어요. 아이를 낳기 전엔 제 세계의 주인공이 저였다면, 지금은 철저히 아이들로 바뀌었어요. 그런데 아이들과 함께하는 지금의 이 세계가 저를 더 온전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아이들이 생긴 뒤 제 성격과 삶을 대하는 태도, 살아가는 방식이 많이 바뀌었어요. 예전에는 조금 뾰족하고 날카로운 성격이었는데 아이들 낳고 나서 많이 유해지고 부드러워졌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어요. 엄마들이 대부분 그렇겠지만, 아이들이 중심이 되는 생활로 많이 바뀌다 보니 내 행동 하나하나, 말 하나하나가 다 아이에게 영향이 가는 것 같더라고요. 디자인을 공부하고 그 배움을 이어가는 회사 생활을 지속할 수는 없지만 아이를 키우고 생활을 가꿔 가는 것도 저는 큰 범위로 삶을 디자인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가족들과 함께하는 이 삶을 가치 있고 아름답게 가꿔 나가는 것도 디자인이라고 여겼죠. 그렇게라도 끈을 놓지 않고 싶었어요. 원래 좋아했던, 해왔던 일들을 어떻게 해서든 제 생활에서 이어가려고 노력했어요.

 

최근 새로운 일을 시작하셨다고요?

갑자기 책이 저와 아이들에게 아주 큰 영향을 주게 되었잖아요. 저는 책육아를 한 건 아니었고, 각각의 시기에 제가 아이들에게 가장 잘해줄 수 있는 부분을 채워주려고 노력하는 엄마였어요. 궁금증이나 호기심이 생기면 직접 가서 보고 느끼고 체험을 해봤는데, 코로나19로 발이 묶이면서 아이들이 원하는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게 바로 책이 되었어요. 가볼 수 없으니 책으로, 간접체험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렇게 책이 필요해졌고 많이 보여주고 아이들과 함께 가면 좋을 나들이 장소들을 찾아보던 에너지가 그대로 책으로 옮겨 갔어요. 마침 큰아이가 학습에 슬슬 적응해야 하는 학년이 되기도 했고요. 책을 정말 많이 보여주고 검색하면서 작년 저희 집의 키워드는 ‘책’이었어요. 그런 모습들이 자연스럽게 SNS에 보이고 공감도 많이 받았어요. 저와 아이들이 책을 가까이하는 모습과 제 책 소개를 좋게 봐주신 출판사에서 먼저 연락이 왔어요. 판매보다는 책을 잘 ‘소개’해 줄 수 있을 것 같다고요. 책을 구매하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금액적 혜택이 있으면 참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던 차에 제의를 받게 되어서 기쁜 마음으로 책을 소개하여 파는 일을 시작했고, 열심히 즐겁게 하고 있어요. 

우리 아이들 읽힐 책을 검색하는 게 제 일상이고 “이거 읽어봐.” 하고 보여줬을 때 아이가 잘 읽으면 너무 좋아요. 아이가 밤새서 읽으면서 효과 보는 것들이 막 눈에 보여서 너무 신나거든요. 제가 소개하는 책들은 모두 저희 아이들이 읽었거나, 읽힐 책들, 읽히고 싶은 책들이에요. 그래서 판매와 상관없이 이 책들을 우리 아이들이 모두 읽으면 그걸로 만족한다는 마음이에요. 제가 소개한 책을 아이가 보고는 “엄마 한 번만 더 보게 해주세요.” 하면서 절을 하고 방에 들어갔다는 후기를 보면 너무 좋아요. 너무 힘들어서 그만하고 싶은 마음과 계속 부딪히긴 하는데 지금까지는 그 일에서 얻는 기쁨이 더 큰 것 같아요. 또 제 이름으로 불린다는 게 좋아요. 지금도 수빈 씨라고 말씀해 주시잖아요. 누구 엄마, 어머니로 불리다가 일을 하면서 오랜만에 제 이름으로 다시 서는 기분이었어요.

저는 수빈 씨를 보면서 백조가 떠올랐어요. 안정적이고 여유로워 보이는 모습 이면에 부지런히 발을 젓고 있는 모습이 그려졌거든요. 매사에 공을 많이 들이는 편 같아요.

맞아요. 저도 저 자신을 백조라고 표현하기도 해요. 가끔 제 인스타그램을 보면 정말 여유로워 보이더라고요(웃음). 아이들 책 하나, 옷가지 하나를 살 때도 공을 정말 많이 들여요. 타고난 제 성격이 그런 편이에요. 아이들이 걸어 나가는 길에 딱 한 발자국 정도는 먼저 준비를 해줘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그 한 발자국을 위해서 많은 경우의 수를 고려하고 상황에 맞춰서 대응할 수 있게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는 완벽주의적인 성격이라서 남편이나 친정 식구들은 저한테 참 피곤한 성격이라고 하는데, 저도 인정해요(웃음). 무엇이든지 그냥 되는 일은 없다고 생각해요. 저는 엄마가 처음이잖아요. 올해 열 살의 엄마도 처음인 거죠. 여덟 살의 엄마는 두 번째지만 성별도 성향도 다른 두 아이를 보니까 여덟 살 도아의 엄마로는 또 처음인 거예요. 저는 원래 뛰어나거나 좋은 엄마가 아니라서 계속 노력한다고 스스로 생각해요.

 

취미로 피아노를 치곤 했잖아요. 엄마로서의 삶도 중요하지만 사소한 일상에서 나에게 즐거운 일을 찾으려 애쓰는 편인가요?

아이들이 커가면서 느끼는 것이 있어요. 아이들이 모두 자랐을 때, 나의 돌봄이 필요하지 않을 때 내가 스스로 무너지지 않을까, 공허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들이요. 아이들이 어릴 때야 먹이고 입히고 씻기고 재우느라 이런 부분까지 걱정할 여유는 없었는데, 어느 정도 크고 나니 저 자신을 잘 돌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것이 결국에는 아이들에게도 부담 주지 않고 각자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이 아닐까 해요. 길게 보면 이런 이유들이고, 당장 현실에서 생각하면 엄마도 스트레스를 해소할 방법들이 분명 필요하더라고요. 그게 해결이 안 되면 내 힘듦의 화살이 아이들에게 향하기 쉽거든요.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것들도 꼭 챙겨주려고 해요. 피아노를 친다거나 꽃을 사 오거나 하는 소소하지만 제가 좋아하는 일들이요. 엄마들은 거의 대부분 가족을 챙기느라 정작 자신을 잘 챙기질 못하잖아요. 자기 자신을 위로하고 챙겨주는 일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매일매일 그냥 넘어가는 일 없는 아이들을 돌보면서 아침부터 밤까지 페이스를 조절하며 산다는 것은 참 쉽지 않아요. 나와 엄마, 아내 사이에서 적당한 균형을 찾았나요?

올해부터 일을 시작하면서 어느 정도 루틴이 잡혀 있던 제 생활에 ‘일’이라는 부분이 훅 들어오니 사실 한 달 정도는 거의 뒤죽박죽 난리도 아니었어요. 잠도 거의 못 자고 아이들 일과도 제대로 챙겨주지 못하고요. 스스로 이렇게 해도 되려나 싶을 정도로 엉망이었어요. 육아도 집안일도 제대로 하고 싶은데, 일도 잘 하고 싶은 거죠. 워킹맘들 참 대단하구나, 생각했어요. 쉽지 않더라고요. 재택근무 때문에 아이를 다그쳐야 하는 일이 생기면 죄책감이 들어요. 아이 문제집 채점을 못 해주면 그게 가슴에 돌처럼 계속 남아 있고요. 제 일이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게 싫어서 일은 무조건 밤 열 시 이후부터로 정했어요. 

그 전에는 예전처럼 아이들에게 집중하려고 노력하지만 그게 정말 힘들더라고요. 일에 관한 연락도 오고 SNS를 기반으로 하니까 휴대폰을 안 볼 수는 없어요. 계속 대답을 해줘야 하는 상황이 있고 일상의 이야기도 들려줘야 하니까요. 일을 시작한 초반에는 하루에 한두 시간 자고 일어났어요. 균형을 좀 잡아가려고 노력하면서 포기한 게 집안일이에요. 예전처럼 저녁을 다 준비하고 아침을 하면서는 아무것도 제대로 할 수가 없겠더라고요. 제가 잠을 전혀 안 잘 수는 없으니까요. 그래서 남편과 아이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배달 업체와 친해졌고 아빠의 가사 분담 비중도 높아졌어요. 스스로 집안일을 줄이면서 받는 자책감도 줄였어요. 엄마는 슈퍼우먼이 아니잖아요. 아직도 완벽하지는 않지만 노력하는 중이에요. 제 일이 아이들의 육아와도 연결되니 함께 열심히 해 보려고요.

 

앞으로 도전해 보고 싶은 일도 궁금해요.

예전부터 꿈꾸는 일이긴 한데, 아이들과 그동안 다닌 여행지들을 하나로 엮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봤어요. 그러려면 더 부지런히 더 다녀보고 해야겠지만 기회가 된다면 우리만의 여행 지도를 한번 만들어보고 싶어요.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나, 엄마로 연결된 동그랗고 다정한 세계가 그려져요. 이 세계 안에서 어떻게 나이 들고 싶어요?

동그랗고 다정한 세계라는 말이 참 좋네요. 항상 하는 말이 있는데, 나중에 정말 나이가 많이 들어서 되돌아봤을 때 내가 나였던 게 좋았던 사람이요. 아이들에게는 언제나 다정하고 기댈 수 있는 높은 산이 아닌 작은 동산 같으면 좋겠어요.

RECOMMENDED PLACE

제주도 빛의 벙커
미디어 아트 작품을 볼 수 있어요. 큰아이가 작가 클림트의 ‘생명의 나무’를 특히 좋아해요. 클림트와 고흐의 전시를 보러 갔는데, 바닥부터 천장까지 미디어 아트로 채워져 있어서 아이가 참 좋아했어요.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 고성리 2039-22

서천 국립생태원
저희 가족이 정말 좋아하는 곳이에요. ‘또 하나의 작은 지구’를 슬로건으로 실내외 공간에서 기후별 다양한 생태계를 볼 수 있어요. 사슴 생태원, 희귀 식물, 연못 생태계 등으로 나뉘어 있고 체험도 가능해요.


충청남도 서천군 마서면 금강로 1210

고창책마을해리

폐교가 된 학교 전체를 도서관으로 만들어서 하나의 작은 책 마을을 만든 곳이예요. 아이들이 신나게 뛰어놀 수 있는 넓은 운동장과 나무 오두막같은 시설물도 있고요. 공간마다 분야별 책이 있는데, 어린이 책이 정말 많았어요. 책을 읽으려고 달려간 적이 있는데 두 세시간은 금방 지나가요. 도서관의 역할뿐만 아니라 책을 출판하기도 하고 시기에 따라 출판캠프같은 행사도 진행하는 걸로 알아요.


전라북도 고창군 해리면 월봉성산길 88

연미산자연미술공원

공주 연미산에 있는 미술공원인데 몇 해전 ‘숲속의 은신처‘라는 주제로 조형물들을 전시해 놨어요. 은신처 같은 쉘터들을 다양한 주제로 숲 속에 펼쳐 놓아서 산속에 자유로이 위치한 조형물들을 직접 들어가보기도 하고 숲과 산 속에서 뛰노는 기분으로 관람할 수 있어요. 공주에 곰에 관련한 신화가 있는데 미리 이야기해주고 가면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어요. 주말에 하는 미술 클래스에도 참여해보고 싶네요.


충청남도 공주시 우성면 연미산고개길 98

에디터 김현지

포토그래퍼 조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