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nding Momself

작은 용기, 커다란 기쁨

사소한 계기와 작은 용기로 시작한 일에서 오랫동안 큰 행복을 얻고 있는 엄마들의 이야기.

도전과 행복의 상관관계

김유나 | ‘배달의민족’ 브랜드 마케터
18개월 온유의 엄마

“도전하는 인생은 정말 즐거워요. 도전 자체의 성패보다 그런 자세를 삶의 태도로 만드는 게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행복할 기회가 정말 많거든요.”

배달의민족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어요?

배민이라는 브랜드를 사람들이 사랑하도록 연결 짓는 일, 배민이 계속해서 사랑스러운 브랜드로 자라나도록 가꾸는 일을 하고 있어요. 배달의민족 브랜드 마케터로 일한 지 올해로 6년 차가 되었는데요. 5년 동안 물성을 통해 배민을 전하는 브랜딩을 했다면, 올해부터는 배민이란 서비스를 만드는 우아한형제들을 브랜딩하기 시작했어요. 팔불출 같지만, 이곳이 참 보기 드물게 멋진 회사라는 걸 어떻게 하면 많은 사람들에게 전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일해요. 회사도 한 명의 사람처럼 자기다움을 가지고 계속해서 더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줬으면 하는 마음으로요.

 

브랜드 마케팅에 처음부터 관심이 많았나요?

뭔가 기획하는 일을 늘 하고 싶어 했어요. 음악을 다루는 서비스인 ‘벅스’로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그다음엔 ‘카카오페이지’에서 일했죠. 지금은 서비스 방향이 만화, 소설 쪽으로 바뀌었지만 제가 일한 초창기는 모바일 잡지를 다루던 때였어요. 마침내 배민을 만나게 된 건 “배민문방구 사장님을 모십니다”라는 채용공고를 본 순간이었어요. 채용공고 리서치를 하다가 그 한 문장에 온 마음이 사로잡혀 버린 거죠.

 

주도적으로 변화의 길을 걸어왔다는 느낌이 들어요.

인생의 큰 변화나 결정적인 일들은 아주 간단하고 쉽게 결정하는 편이에요. 조금이라도 불안하다면 이미 틀린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오히려 헷갈리지 않거든요. 이성적으로 보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인데도 내 가슴이 미친 듯이 뛴다면 무조건 ‘고!’ 직진이에요. 물론 생각하던 것과 다를 수 있지만 그러면 그때 유턴하면 되니까요. 지금의 직장에도 거침없이 직진했고, 기적과 같은 확률로 서로 마음이 맞아서 지금까지 일하고 있네요.

 

최근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직했다고 알고 있어요. 아이를 낳기 전과 후, 직장 생활이나 일을 대하는 마음가짐에 변화가 온 지점이 있는지 궁금해요.

우선 인간에 대한 이해력이 79억 배쯤 향상했어요. 전 세계 인구가 79억 명이잖아요(웃음). 세상의 모든 인간이 여자의 배에서 나왔고, 대소변도 못 가리는 아기 시절이 있었으며, 그저 한 번 웃는 것만으로도 터질 것 같은 기쁨을 선사했던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이상, 아무리 미운 사람이라도 금방 연민이 느껴져요. 엄마가 된 후에 세상을 보니 관계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확실히 덜해진 것 같아요. 저는 예정보다 두 달 일찍 복직을 했는데요. 처음 한두 달은 체력적으로 정말 힘들었어요. 재택으로 일을 하는데, 출근과 퇴근의 경계가 고작 방문 하나일 뿐이어서 역할 스위치가 잘 안됐거든요. 정말 혼란스럽고 어디 하나 집중하기도 어려웠죠. 워킹맘 친구가 “워킹맘은 워킹도 안 되고, 맘도 안 된다.”는 아주 슬픈 말을 해준 적이 있었는데, 뼈저리게 공감하는 순간들이 있었어요. 상대적 박탈감도 컸고요. 사회적으로 여전히 육아의 무게가 여자에게 쏠려 있고, 실제로 전업 육아를 하는 성비도 압도적으로 엄마가 아빠보다 높다 보니 워킹대디가 헌신적으로 육아를 하면 칭찬받는 분위기고, 워킹맘의 헌신은 ‘그 정도는 해야지.’라는 암묵적 기대로 수렴되더라고요. 여전히 답답한 현실을 마주할 때가 많지만 육아에 진심인 아빠들을 보며 ‘그래, 점점 나아지고는 있어.’ 하며 마음을 쓸어내려요. 그 대표 주자가 바로 남편이에요. 백일까지 새벽 수유를 거의 남편이 챙겨줘서 잠을 충분히 자면서 산후조리를 했고, 임신 때부터 지금까지 야근 없이 칼퇴근하느라 ‘열일’하고 있고, 칼질 한 번 안 해보던 사람이었는데 저랑 온유 먹이려고 거의 요리사가 되었고, 회사 최초로 육아휴직을 얻어내고 다시 복직까지 했어요. 부부는 물리적으로도 그렇지만 영적으로도 한 몸이 되어가는 팀플레이를 해야 하잖아요. 남편의 도움으로 제 일상이 많이 편안해진 것 같아 고마워요.

온유가 생기고 부부가 비로소 한 팀이 되었네요. 또 다른 변화도 있어요?

일에서 탈출하는 법을 알고, 받아들이게 되었어요. 스스로 좀 몰아치면서 일하기도 하고, 공과 사를 구분하지 않고 사는 편이라서 퇴근 후나 주말이나 계속해서 일의 회로를 돌렸거든요. 그런데 결혼하고 나니, 내 시간이라고 해서 내 맘대로 써서는 안 되겠더라고요. 가족을 위한 시간을 의식적으로 만들어야 하고, 일터에서의 감정도 어느 정도 정리해서 퇴근해야 했어요. 그런데 온유가 저에게 가만히 있는 시간의 힘을 가르쳐주고 있는 것 같아요. 온유를 보고 있으면 온 세상이 음소거가 돼요.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평화가 찾아오거든요. 요가에서 수련을 마무리할 때 마지막에 ‘사바아사나’라는 송장 자세를 취하는데요. 그것과 비슷한 경험이었어요. 저는 예민한 기질이고, 브랜딩이란 일은 섬세한 작업이라 둔감함을 익힐 기회가 없었는데, 온유 덕분에 둔감력이 주는 평화를 맛보고 있어요. 때로는 둔감할 때 새로운 추진력을 얻게 되더라고요.

 

인스타그램 피드에 스스로 질문하고 답하는 콘텐츠를 꾸준히 올리거나 책 100권 완독 같은 일에 도전하고 있어요. 일과 육아만 하기에도 벅찰 텐데, 이런 꾸준함과 부지런함의 동기가 궁금해요.

올해 목표가 꾸준하고 부지런하게 살기예요. 저만큼 게으른 사람이 또 있나 싶을 정도로 게으른 편인데, 그게 비결이 된 것 같아요. 스스로 꾸준하다거나 부지런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는 것, 그래서 그렇게 되고 싶은 마음이 너무 간절하다는 거요. 나중에 삶을 마칠 때, 제 인생을 쥐어짜서 나오는 한 단어가 ‘도전’이었으면 좋겠어요. 도전하는 인생은 정말 즐거워요. 도전 자체의 성패보다 그런 자세를 삶의 태도로 만드는 게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행복할 기회가 정말 많거든요.

 

일상이 힘에 부치는 순간에는 어떻게 해요?

먼저 내가 지쳤다는 걸 인지하는 게 정말 중요해요. 지치는 게 문제가 아니라 그게 짜증이나 화로 이어져서 가까이에 있는 사람, 특히 아이에게 감정이 흘러가 버릴 수 있더라고요. 그래서 내 상태를 빨리 알아차리고 비상등을 켜야 해요. 설거지를 하며 마음의 불편함을 씻어 내리거나 남편과 대화를 하며 푸는 게 즉각적인 방법이라면, 가장 타율이 높은 방법은 남편과 온유의 외박이에요. 온유가 백일도 안 됐을 때 처음 남편이 온유를 데리고 시부모님 댁에서 자고 왔는데 그 이후로는 루틴이 되어 매달 1박 이상 외박을 하고 있어요. 혼자 여행을 다녀와 본 적도 있지만, 이제 제 삶에서 어떤 여행보다 낯선 경험은 일상 속에 남편과 온유가 없는 순간이거든요. 그런 날에는 마음 놓고 못다 한 일도 하고, 친구들 불러서 밤늦게까지 놀고, 드라이브도 다녀오면서 알차게 쓰고 있어요. 그리고 다음 날 온유를 만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는 거예요. 한 달에 한 번 이상 가족들을 외박 보내는 방법, 적극 추천해요(웃음).

 

직장 생활을 하는 동안 결혼을 하고 엄마가 됐어요. 그 과정 속에서 꾸준히 일하며 느끼는 점이 있나요?

일은 삶을 이해하는 가장 탁월한 방법이에요. 일하면서 겪은 기쁨과 슬픔, 배움을 기반으로 저에게 벌어지는 일들을 해석할 수 있죠. ‘부부는 일종의 컬래버레이션이구나. 회사에서 컬래버레이션을 하면 서로 시너지를 내기 위해 상대 브랜드를 요모조모 뜯어보는데, 남편과 내가 시너지를 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필터를 거치게 되는 것 같아요. 또 하나는 여러 동료들 사이에서 일하다 보니 다양한 관계 안에서 사람을 이해할 줄 알게 되었다는 점이에요. 누군가를 마냥 좋아하기보다 별별 모습을 다 보면서도 좋은 점을 찾는 게 서로 더 오래 사랑할 수 있는 비결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관점이 온유를 대하는 데도 큰 도움이 돼요. 제가 10년 넘게 꾸준히 일하며 배운 것 중에 하나가 이런 관계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에요. 온유에게 가장 물려주고 싶은 유산이자 육아에 도움이 되는 자산이기도 하고요.

어디에서나 에너지가 넘칠 것 같아요. 평소에 어떻게 자연을 즐기고 있나요?

몇 년 전에 “나는 아무래도 대자연보다 소자연이 좋다.”는 글을 쓴 적이 있는데요. 저는 ‘평소에 만나는 자연’을 소자연이라고 불러요. 서판교에 있는 판교도서관 옆에 판교공원 어린이 숲 체험장이 있어요. 도서관에서 15분 정도 피톤치드를 맡으며 나지막한 산길을 걸어 올라가면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공간이 나오는데, 그 끝에 있는 흔들의자에 앉아 깊은숨을 쉬는 시간을 가지면 평화라는 단어가 이렇게 생긴 거구나, 절로 느껴져요. 도서관 앞에 있는 잼앤브레드라는 베이크하우스에서 샌드위치를 포장해서 올라가도 참 좋고요. 경기도 광주에 있는 ‘닻미술관’에도 종종 가요. 교회의 여러 시설과 함께 있는 공간인데, 모든 건축물과 정돈된 조경, 산세까지 어우러진 모습이 정말 환상적이에요. 어디 하나 트렌드를 좇는 모습은 없지만, 어느 시대에 와서 봐도 가장 힙할 것 같아요. 저는 이 정도의 자연이 너무 좋아요. 별거 아닌 거 같은데 일상 가까이에 무심한 듯 있다는 점에서 강력한 영감을 주니까요. 말하다 보니 언젠가 소자연을 누릴 수 있는 공간을 직접 만들어서 소개해 드리고 싶네요. 말하는 대로!

부부의 솔직한 시선을 담는 일

이혜나 | ‘팔사진관’ 운영
여덟 살 신오, 일곱 살 운오의 엄마

“일을 하는 여성으로서의 자아가 역으로 육아를 할 때 동력이 된다고 느껴요. 육아를 하다가 일로 환기하고, 일을 하다가 육아로 환기한다고 할까요? 제 에너지를 둘 중에 하나에만 썼다면 금세 지쳤을 것 같아요.”

팔사진관에서 기획을 하고 계시다고 했어요. 사진관은 어떻게 열게 된 건지 궁금해요.

팔사진관을 연 지 4년이 되었어요. 남편과 함께 운영 중인데요. 남편이 저와 아이들을 찍어 주던 방식이 너무 마음에 드는데 그런 사진관이 없는 것 같아 만든 곳이에요. 저는 남편이 찍는 사진을 참 좋아해요. 카메라 앞에 있는 사람에게 보내는 애정 어린 시선과 진심이 이상하리만큼 잘 전해지거든요. 남편은 사진을 찍고, 저는 시작 단계에서부터 촬영 콘셉트, 홍보 방향, 공간 구성, 우리가 잘할 수 있는 일의 범위와 목표를 정하는 일을 해요. SNS 관리도 중요한 업무 중에 하나인데요. 노골적인 사진 광고나 사진관 홍보는 지양하고 가족의 소중함, 사진과 삶 자체의 문화를 전달하고 나눌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스튜디오 일 외에도 미술관이나 문화재단 관련 사진과 영상을 아카이빙하는 작업을 해요.

 

평소 SNS에 공유하는 유쾌한 모습들이 인상적이에요. 억지로 그런 척하는 게 아니라 정말로 즐겁게 육아와 일을 대하는 것 같아요.

너무 멋지고 예쁜 건 제 진짜 모습이 아닌 것 같아서 재미있는 사진들 위주로 올리게 되더라고요. 제가 가진 긍정적인 부분 중에 하나가 유쾌함이거든요. 그 부분은 필터링을 거치지 않아서 그런가 봐요. 우연히 잘 나온 사진이 찍혔다고 해도 스스로 부끄러워 올리지 않게 돼요. 저는 한편으로 많이 예민하고 감정적이고, 불안도 많이 느끼는 사람인데요. 부정적인 감정은 굳이 공유하지 않는 성격이라 그런 것 같기도 해요. 다행히 아이들이 아주 많이 밝고, 잘 웃고, 또 엉뚱해서 웃긴 장면이 잘 포착되는 편이에요.

 

부부가 같이 일하는 경우엔 일과 육아를 하는 데 장단점이 분명하다고 들었어요. 두 분은 어때요?

결혼 전 아이들이 없을 때부터 같이 일을 해와서 업무 분배는 자연스럽게 균형이 맞춰졌어요. 장점이라고 하면, 제가 엄마로서 아이들에게 꼭 신경 써야 할 시기에 눈치 보지 않고 일을 줄일 수 있다는 거죠. 남편이 동료로서 제 몫까지 더 열심히 일할 거라고 믿으니까요. 특히 코로나19가 심각해져서 갑자기 유치원 등원이 어려워진 작년 같은 상황에서 아이들과 시간을 많이 보낼 수 있어서 다행이었어요. 단점은… 배우자와 함께 일하는 분들이라면 다 공감하실 텐데요. 업무가 끝난 시간에도 부부간의 대화에 일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다는 거예요. 그래서 퇴근이 없는 느낌이 들 때가 많아요(웃음).

크고 작은 스트레스는 어떻게 풀고 있어요?

지치거나 힘들 땐 남편하고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온갖 불만과 걱정을 토로하면 끝까지 들어주고 공감해 주거든요. 저보다 훨씬 긍정적인 사람이라 함께 이야기를 하다 보면 저도 어느새 대부분의 일은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져서 좋아요. 코로나19 전에는 여행도 좋아했어요. 그림 보는 걸 좋아해서 다른 도시나 나라에 가서 미술관을 둘러보는 게 그렇게 좋았어요. 아이들 데리고 꾸준히 여행하며 살고 싶었는데, 상황이 이렇게 됐네요. 하루빨리 그런 날이 오길 바라요.

 

아이들을 키우며 일한다는 건 엄마에게 어떤 의미일까요? 

일을 하는 여성으로서의 자아가 역으로 육아를 할 때 동력이 된다고 느껴요. 육아를 하다가 일로 환기하고, 일을 하다가 육아로 환기한다고 할까요? 제 에너지를 둘 중에 하나에만 썼다면 금세 지쳤을 것 같아요. 그래서 둘 사이를 균형감 있게 오가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가족이 일상적으로 자연을 즐기고 있는 것 같아요.

자연만큼 아이들의 에너지를 온전히 받아주는 게 없어요. 저 또한 자연에서 가장 큰 힘과 위로를 받아요. 아마도 제가 자란 곳이 바다가 있는 작은 도시였고, 아직도 부모님이 그곳에 살고 계신 게 영향이 큰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여름이면 가까운 바다로, 가을이면 숲으로, 봄이면 공원으로 자연스레 발길이 가요. 저는 특히 사람 손길이 많이 닿지 않는 곳을 좋아해요. 깔끔하고 정제되어 있는 조경보다는 오래되고, 자연스럽고, 거칠고, 제멋대로인 것에 유독 마음이 가더라고요. 야성적이고 온기가 있는 풍경에서 가장 큰 감동을 받아요. 지금 사는 오래된 아파트도 제가 좋아하는 자연이 있어 선택했고, 아이가 다니고 있는 숲 유치원도 꼭 그런 곳이에요. 저희 가족의 일상이 늘상 자연과 맞닿아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에요.

소소하고 단정한 살림 이야기

엄지현 | ‘칼럼아파트먼트’ 운영
여덟 살 서하의 엄마

“일하는 엄마라서 아이에게 미안해하지 않으려고 해요. 우리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만나자고 이야기하고 학교에 보내죠. 돌아온 아이를 맞이할 땐 더없이 반가워하고 보고 싶었다고 말해요.”

칼럼아파트먼트라는 이름으로 살림과 관련한 소품과 도구들을 판매하고 있어요. 이 일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서하가 태어난 해에 7년여 동안 운영하던 출판사를 그만두게 되었어요. 이후 엄마로만 지내오면서 일에 대한 갈증이 많이 커졌고요. 사람 만나는 일을 하던 제가 집에만 있게 되니 그럴 만도 했죠. 하지만 다시 일을 하기엔 경력 단절 기간도 길고, 자신도 없었어요. 그 시기에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을 통해 제 살림 이야기를 적어 올렸는데, 공감해 주시는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게 즐거웠어요. 직접 구매해서 잘 쓰고 있는 살림들을 공유하고 온라인을 통해 소개하면서 칼럼아파트먼트를 시작하게 됐죠.

 

“단정하고 정중하게 집과 마주합니다.”라는 소개글을 보면서 집과 살림이 정갈할 거라고 짐작했어요.

정리와 수납을 좋아하는 편인데, 신혼 때처럼 열과 각을 맞추는 정리보다는 점점 가족들의 생활 속에 깃든 자연스러움을 선호하게 되었어요. 정리엔 정답이 정해져 있지 않고, 개개인의 삶과 환경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지잖아요. 집은 가장 오랜 시간을 머무는 공간이기에 모든 살림엔 저마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저 역시 주어진 환경에서 하나씩 실천해요. 여전히 제가 진짜 바라는 집의 풍경이 어떤 모습인지 끊임없이 그려보고 있어요.

 

아이가 올해 초등학생이 되었죠? 유치원에서 초등학교로 넘어가는 시기에 변화가 많고 준비해야 할 것도 많잖아요.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고 있나요?

서하는 숲 유치원에 다닐 때 가장 행복해했어요. 그래서 집에서 멀지 않은 작은 소학교를 찾아 숲이 가까운 학교에 입학하게 됐어요. 지금은 걱정된다기보다 설렘과 기대가 더 커요. 저는 아이가 하교하기 전에 모든 일을 마쳐야 하니 하루를 빨리 시작하려고 해요. 새벽 기상에 도전해 보려고요. 건강해야 일도 육아도 버틸 수 있을 테니 지난해 봄부터 시작한 테니스도 더 잘하고 싶어요.

 

몸과 마음이 지칠 때는 어떻게 스스로를 달래나요?

유난히 바쁘고 버거울 때가 분명 있어요. 그런데 그 시기를 지나는 중에는 힘든 상태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려고 해요. 특별히 노력하는 것은 없고 일상 속에서 스트레스를 풀어요. 음악을 듣는 습관이 그중 하나인데요. 민속 음악 듣는 걸 좋아해서 하와이안 음악과 포로투갈의 파두를 즐겨 들어요. 그리고 1년 전쯤부터 명상의 매력도 알게 됐어요. 팔로산토 스머지 스틱을 태울 때 나오는 연기로 공간을 정화하고 그 잔향을 느끼면서 마음을 가라앉혀요.

 

일하는 엄마로서, 아이와의 관계에서 늘 생각하는 부분이 있나요?

일하는 엄마라서 아이에게 미안해하지 않으려고 해요. 우리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만나자고 이야기하고 학교에 보내죠. 돌아온 아이를 맞이할 땐 더없이 반가워하고 보고 싶었다고 말해요. “부모가 자기 삶을 귀하게 여기며 정성을 다할 때 아이의 모습도 부모가 원하는 그 모습으로 변한다.” 언젠가 메모해 두었던 책의 구절인데 늘 저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게 하는 문장이에요. 제가 스스로 만드는 기회와 성취감을 느끼는 모든 일들이 아이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거라고 생각해요.

 

서하는 자연이 주는 쉼과 놀이에 익숙한 아이 같아요. 가족이 자연을 즐기는 방법이 궁금해요.

서하는 산 아래 마을의 빨간 벽돌집에서 태어나고 자랐어요. 마당에서 꽃과 나무를 보고, 봄이면 마당의 작은 연못에서 개구리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고, 여름이면 계곡이나 집 앞 냇가에 가기도 했죠. 가을이면 단풍이 든 비밀의 숲에 가고, 겨울이면 눈이 소복이 내린 밭에서 눈썰매를 타고 놀았어요. 마당에서 꽃과 나무를 보고 옥상에 오르면 산을 볼 수 있었죠. 사계절을 온몸으로 느끼며 자랐어요. 여러 이유로 아파트로 이사를 오게 되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팬데믹이 닥쳤어요. 외출이 자유롭지 못했던 초기, 집에 식물을 들이게 되었고, 그 초록 식물들을 보며 행복했어요. 그때부터 집에 하나둘 식물이 많아지게 되었네요. 게다가 그 해에 남편이 부산에서 일을 하게 되면서 주말부부로 지내게 되었어요. 바쁜 남편을 대신해 제가 더 많이 움직여야 했는데, 마음이 잘 맞는 친구와 친구의 아이랑 함께 넷이서 시간이 될 때마다 캠핑을 갔어요. 일을 마치고 오후에 출발해 다음 날 오전에 정리하고 일상으로 복귀하는 기분이 때론 묘한 쾌감을 주더라고요. 그리고, 남편과 늘 가는 양양의 캠핑장에 가면 그 조용한 풍광에 마음을 위로받고는 해요. 자연 속에서 가장 편한 우리다움을 한껏 누리고 온 후, 가벼운 마음으로 일상을 맞이해요.

아이의 건강과 나의 성장을 위해

김미화 | 수제 간식 ‘바이단’ 운영
열세 살 신일, 여섯 살 이소의 엄마

“일을 하면서 엄마로서도, 저 자신을 위해서도 성장하고 싶고 더 잘하고 싶어 늘 수도 없이 고민해요. 해가 지날수록 뭐든 도전하고 더 단단해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바이단이라는 이름으로 건강한 간식을 만들고 있어요. 어떻게 시작한 일인가요?

처음에는 단잼이라는 이름으로 수제 잼만 판매했어요. 첫째 아이가 돌쯤부터 아토피가 심해서 먹거리에 신경 쓰기 시작했는데, 잼도 만들어 먹이고 간식도 하나씩 만들어 주면서 이 일은 재미있게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소소하게 시작하게 됐어요.

 

먹거리를 만드시니 아이들의 입맛과 건강에 영향을 많이 받을 것 같아요.

처음부터 아이를 생각하면서 시작한 일이기도 하고, 큰아이가 아주 어릴 때부터 해온 일이라 바이단 일이 자식을 키우는 일 같기도 해요. 첫째 신일이는 이제 엄마가 하는 일에 “엄마, 이 재료랑 저 재료를 섞어서 해보면 어때?”, “이번에는 이런 간식 만들어 보면 어때?” 하며 종종 의견도 내줘요. 새로운 메뉴가 만들어지면 아이들에게 가장 먼저 맛을 보여주는 건 당연한 일이 됐고요. 물론 한 번에 오케이 사인이 나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요(웃음).

 

최근에 유튜브도 시작하셨어요. 안 해본 일에 도전하고 무언가를 새롭게 배운다는 게 쉽지 않을 텐데, 어떻게 도전하게 되었나요?

일을 하면서 엄마로서도, 저 자신을 위해서도 성장하고 싶고 더 잘하고 싶어 늘 수도 없이 고민해요. 해가 지날수록 뭐든 도전하고 더 단단해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유튜브도 계속 미루기만 하다가 올해는 나부터 미루지 말자고 다짐하면서 한 달 전부터 시작한 일이에요. 아직까지 서툴고 어렵지만 너무 재미있어서 시도 때도 없이 카메라를 켜고 있어요. 사춘기에 가까워진 첫째는 카메라만 켜면 얼음이 되고, 둘째는 너무 신나서 자꾸 주인공이 되고 싶어 하네요(웃음).

 

육아에 본업에 유튜브까지, 지치는 날도 많을 것 같아요.

작년부터 몸이 조금 안 좋아졌는데요. 할 만한 운동을 찾다가 꾸준히 걷기 운동을 하고 있어요. 하루에 한 시간은 꼭 걸어요. 건강도 많이 좋아지고 덕분에 살도 조금 빠졌어요. 걸을 때마다 평소 좋아하는 음악이나 강의, 오디오북을 들어요. 하루에 딱 한 시간이지만 그 시간을 보내고 나면 지쳐 있는 내면까지 단단해지더라고요. 지금은 이 시간이 저에게 너무 소중해요.

 

이 일을 오래 이어왔어요. 일에 대한 애정이 클 것 같아요.

소소하지만 10년을 일해 왔어요. 둘째가 조금 늦게 찾아와서 그냥 엄마 역할에만 충실할까, 하는 생각을 한 적도 있어요. 그런데 그럼 제 삶이 행복할 것 같지가 않더라고요. 일하는 엄마로서 육아와 일 모두 완벽하게 해낼 수는 없지만, 엄마가 즐기면서 잘할 수 있는 일을 해 나간다면 분명 아이들도 자라면서 본받을 점이 있을 거라고 믿어요.

 

아이들과 산과 바다로 자주 떠난다고요. 어떻게 시간을 보내나요?

자연은 저희 가족에게 정말 친숙한 단어예요. 첫째가 아토피가 있어 어릴 때부터 산, 바다와 늘 함께했거든요. 그래서인지 아이들이 산과 바다에 사는 동물과 식물, 곤충을 무서워하지 않고 함께 어우러져 놀아요. 바다에 가까운 곳에 살다 보니 여름이면 찾아가는 우리만의 아지트가 있어요. 시간이 날 때마다 도시락을 싸 들고 바다에 가서 스노클링하고 조개랑 게를 잡고 실컷 놀다가 집으로 돌아와요. 남편과 아들에게 ‘김병만 부자’라는 별명을 붙여 부를 정도예요(웃음). 올여름에는 바다에 큰 쓰레기봉투 하나 들고 가서 고마운 바다가 아프지 않게 쓰레기를 줍기로 약속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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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이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