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m Or Digital

사진 찍는 사람들

사진이 곧 언어인 사람들. 오르는 필름 값은 무섭고 디지털카메라는 어려운 나는 평소 좋아했던 사진가 3인에게 물었다. 여러분은 사진을 어떻게 찍고 있나요?

변하지 않는 순간을

최송아 사진가

올해 초 베를린에서 돌아왔죠. 

19년도 말부터 베를린에 머물다가 한국에 들어왔어요. 요즘은 첫 사진집 출간을 준비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어요. 

 

송아 씨 사진 중에는 컬러보다 흑백이 더 많아요. 

흑백 사진은 ‘Timeless’라는 단어로 설명이 끝나는 것 같아요. 컬러는 현장감이 느껴지는 반면 흑백사진에서는 소리도 공간감도 어떤 스토리도 상상할 수 없어요. 단순히 멋져서 좋아하기도 하고요. 아직 공개된 사진 중에는 흑백이 많지만 곧 나올 사진집에서는 컬러 사진도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송아의 컬러 사진도 기대되네요. 흑백 사진은 어떤 필름을 쓰는지 궁금해요. 

카메라는 수동보다 자동카메라를 선호하고요. 흑백 필름 ‘ilford FP4 plus 125’를 쓰고 있어요. 

 

디지털보다 필름 사진을 더 좋아하나요? 

필름 작업은 인내심이 필요하지만 예상치 못한 기대 이상의 결과가 나왔을 때 그 두근거림이 좋아요. 그런데 반드시 기록하고 싶은 장면을 마주하면 디지털 사진으로 꼭 남겨둬요. 실패가 없을 테니까요. 여행 가거나 일할 때는 디지털과 필름 카메라를 같이 챙겨 다니고요. 

 

어떤 순간에 카메라를 들어요? 

인위적이지 않은 순간이요. 애정이 담긴 사진이 좋아요. 남몰래, 지극히 개인적인 순간을 남기는 셀프 포트레이트Self Portrait를 좋아하고요. 저와 가장 가까운 장면들을 그때그때 포착해요. 

 

송아 씨에게 사진 찍는 일은 일과 취미 중 어디에 더 가까운가요? 

취미와 일의 경계를 못 느끼고 있어요. 항상 과정일 거예요. 사진은 오랫동안 제 일부였기 때문에 취미라고 하기엔 좀더 진지하고, 일이라고 하기엔 놀이 같죠. 확실한 건, 평생 질리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은 사진뿐이에요. 

 

송아 씨에게 사진은 어떤 의미일까요? 

기념하는 의미요. 간직하기 위해서 찍어요. 한편으론 늘 실험하는 자세로 사진을 찍기도 하고요.

 

가장 아끼는 사진을 소개하며 마무리할까요? 

유난히 애착을 가지는 사진이 있어요. 아이가 발을 다쳐서 엄마와 이웃 아주머니가 약을 바르고 밴드를 붙이는 모습을 담은 사진인데요. 이유를 말하기 어렵지만 이 사진은 저를 항상 돌봐주는 느낌이 들어요.

현실에 존재하는 장면

오진혁 사진가

소개로 시작할까요? 

오진혁입니다. 을지로4가에서 ‘엔에이N/A’라는 작은 갤러리 겸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어요. 늘 그렇듯 사진을 찍고 있고요. 


어떤 카메라를 쓰나요? 

작업할 때는 4×5 대형 카메라를 써요. ‘샤모니Chamonix’라는 브랜드의 중국산 카메라고요. 가끔 ‘펜탁스 6×7’이나 ‘마키나’ 같은 중형 카메라도 쓰고, ‘콘탁스 G2’도 자주 써요. 그 외 디지털 장비들은 카메라 렌탈 숍에서 빌리는 경우가 많아요. 핸드폰으로도 많이 찍고요. 


사진 찍는 건 언제부터 좋아했어요? 

집에 있던 오래된 카메라를 쓴 게 처음이에요. 중학교 때부터 친구들과 놀면서 사진 찍는 일이 일상이었어요. 디지털보다 필름이 선호되던 시절이라 필름을 먼저 배웠고요. 


필름과 디지털사진에 어떤 차이가 있다고 생각해요? 

디지털은 무료고, 필름은 유료죠. 디지털이 여러모로 편리하니까 돈을 벌어야 하는 힘든 일은 디지털로 하고요. 반면에 필름은 비싸고 귀찮지만 뭔가… 현실에 존재하는 장면이라는 느낌이 들어서 좋아요. 그런데 요즘은 NFT 때문에 디지털 작업을 하고 싶기도 하네요. 


어쩌다 사진을 업으로 삼게 됐어요? 

잠시 파리에 머물던 때가 있었는데 놀면서 같이 사진을 찍던 친구에게 우연히 일을 받게 됐어요. 제가 옷을 좋아하니까 패션 관련 사진도 찍고, 그러다 돈을 받으니까 직업이 된 거죠. 


명료하네요(웃음). 스스로 어떤 사진을 찍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나요? 

뭔가 이미지를 만들고는 있는데… 그게 어떤 건지는 사실 잘 모르겠어요. 제가 본 것들을 찍고 그걸 다시 구성해서 또 찍고, 최근엔 서울 근교를 여행하듯 다니면서 찍고 있어요. 운전을 못 해서 친구를 데리고 다녀요. 


사진 찍을 때 꼭 친구를 데리고 다니는 것 같아요(웃음). 

어시스턴트로 삼고 있어요. 덕분에 편하네요. 


그러고 보니 진혁 씨 사진에 사람이 많아요. 

괜찮은 생각이 나면 어울리는 사람을 불러서 찍어요. 대부분 처음 보는 장소에서 카메라를 들게 되는 것 같아요. 어쨌든 요즘은 사람 사진을 많이 찍고 있네요. 


어떤 사람을 찍을 때 좋아요? 

저를 알고 있는 사람들. 제가 마음대로 이상한 걸 시킬 수 있는 사람들이요. 


앞으로 어떤 사진을 찍고 싶어요? 

한 달에 두어 장만 찍어서 먹고 살 수 있는 사진을 찍고 싶어요. 혹은 석 달에 한 번 나가서 열 장 정도만 찍어도 먹고 살 수 있는 그런 사진을요. 어쨌든 사진 찍는 일이 좋으니, 사진으로 먹고 살 수 있다면 좋겠어요.

직감과 섬세함 사이

전승원 비주얼 아트 디렉터

사진을 바탕으로 여러 일을 하고 있죠. 여러 뮤지션들과 작업하기도 했어요. 

사진 작업과 함께 그래픽 디자인 일을 해오다가 최근부터는 아티스트 비주얼 디렉팅 일도 맡고 있어요.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지만 사진은 꾸준히 찍으려고 노력해요. 

 

요즘은 어떤 카메라를 쓰고 있나요? 

디지털카메라는 캐논의 ‘EOS 5d mark3’를 써요. mark2와 mark3 모델이 제가 대학교 입시를 준비하던 당시에 가장 클래식한 풀프레임 카메라였는데요, 10년은 너끈히 쓸 수 있다고 해서 스무 살 때부터 사용 중이에요. 오래 쓰고 싶어서 적어도 1년에 한 번은 점검을 맡기고 있고요. 필름 카메라는 캐논의 ‘EOS5’를 줄곧 사용하고 있어요. 필름 카메라는 정말 많은 모델을 사용해 봤는데 결국 쓰게 되는 건 EOS5더라고요. 다른 소형 필름 카메라는 모두 정리했어요. 

 

필름과 디지털 사진 작업에 어떤 차이가 있나요? 

보통은 필름 작업 시 더 신중히 찍는다고 하는데 저는 반대예요. 오히려 직감에 맡기는 편이에요. 디지털카메라 작업할 땐 현장 모니터링이 가능하니까 원하는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진중히 셔터를 누르고요. 요즘은 픽셀의 섬세함을 잘 담고 싶어서 디지털카메라를 더 많이 쓰고 있어요. 

 

사진은 언제 처음 찍었어요? 

중학생 때 단지 DSLR 카메라 생김새가 너무 멋지다는 이유만으로 용돈을 털어 ‘Nikon D40’을 샀어요. 카메라라는 물성 자체에 매력을 느껴 시작한 건데 막상 사진을 찍다 보니까 너무 재미있더라고요(웃음). 그땐 저희 집 강아지 사진을 주로 찍었어요. 빠르게 움직이는 강아지를 잘 찍으려고 연구하다 보니 사진에 더욱 재미가 들렸던 것 같네요. 업으로까지 이어질 만큼요. 

 

그때 사진도 궁금하네요(웃음). 앞으로 어떤 사진을 찍고 싶어요? 

인간적인 사진을 찍고 싶어요. 저만의 독특한 유머가 녹아 있는, 인간미가 진하게 느껴지는 사진이요. 

 

마지막 질문이에요. 사진 찍는 일은 승원 씨에게 어떤 의미예요? 

나에게 가장 잘 맞는 커뮤니케이션 방식. 저는 말이나 글보다 사진으로 표현하는 게 더 쉽고 익숙한 사람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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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김지수

사진 최송아, 오진혁, 전승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