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 Builds Clothes And Story

옷 짓는 가족

옷 짓는 가족

거쳐 갔던 옷은 기억을 남긴다. “이 옷, 네가 태어나기 전 엄마가 처음으로 산 옷이야.” “네 살 때는 핑크색 원피스 안 입으면 어린이집에 안 간다고 울었지.” 아이의 옷을 짓는다는 건 아이의 삶에 선을 더해 그림을 그리는 일과 같다. 그래서 ‘만든다’보다 ‘짓는다’에 가깝다. 아이와의 순간을 기록하며 옷을 짓는 다섯 가족을 만나봤다.

에그트리
백수현, 김택승, 김시호 가족

MOM & KIDS WEARS, POSTER

‘에그트리’를 소개해주세요.

에그트리는 제가 초등학생이었던 시절, 컴퓨터를 처음 시작할 때 저희 아버지께서 만들어주신 아이디예요. 키보드에서 타이핑하기 쉬운 ‘달걀나무’라는 말이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지만 귀여운 의미라, 저도 아버지도 참 좋아했던 기억이 나요. 오랫동안 제 닉네임이었기에, 2016년 가족 브랜드를 만들면서 고민 없이 이름으로 정했어요. 에그트리는 크게 두 갈래로, 제가 만드는 의류와 남편의 일러스트레이션을 기반으로 한 포스터를 보여드리고 있어요. ‘가족의 일상을 위한 간결하고 편안한 것들을 만든다’는 모토로, 자연 속에서 아이들이 뛰놀기에 좋은, 편안하고 부드러운 옷을 만들려고 해요. 또 엄마들이 스타일을 잃지 않으면서 육아나 살림할 때도 편하게 착용할 수 있도록 심플한 자연 소재의 옷을 만들고 있어요.

가족 브랜드로 왜 옷을 생각했나요?

어릴 때부터 유독 옷을 좋아했어요. 언니가 두 명 있어서 입던 옷을 많이 물려받았는데, 그걸 혼자 코디해보는 걸 좋아했죠. 언니들 옷장을 몰래 뒤지는 것도 좋아했고요. 디자인과 음악을 하는 언니들의 예술적인 영향을 많이 받고 자란 것 같아요. 결혼 전 은행과 IT 회사에서 7년 정도 일을 하다 아이를 키우기 위해 퇴직했어요. 아이를 낳고 보니 자연스럽게 아이에게 제 취향의 옷을 입혀주고 싶었어요. 간결하고 꾸밈이 많지 않은 걸 좋아하는데, 유아복 중에서는 그런 스타일이 흔하지 않아서 직접 만들게 되었어요.

아이를 키우면서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닐 텐데요. 

맞아요. 의상이나 디자인을 전공한 게 아니었고, 이 분야에 아는 사람도 없었기 때문에, 사실 완전 문외한이나 마찬가지였어요. 처음에 제작한 게 보넷과 원피스였는데, 제가 그린 시안만 가지고 무작정 원단 시장에 갔어요. 맨땅에 헤딩하자는 심정으로, 상인분들을 붙잡고 물어보고 이곳저곳 공장 문을 두드렸어요. 절대 호의적인 곳이 아니라 마음고생도 많았지만, 발로 뛸수록 많이 알아가게 되더라고요. 아이를 등원시키면 매일 저도 등교하듯이 시장에 나갔어요. 아이가 잠들면 시장에서 가져온 원단을 골라보고 세탁해보고 디자인도 했어요. 어찌 보면 제 인생에 있어서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찾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이렇게 하다 보니 결과물이 잘 나왔고, 많이 좋아해주신 덕분에 어느덧 3년째 옷을 만들고 있어요.

가족의 삶과 에그트리를 떼어서 생각할 수 없겠어요.

그렇죠. 에그트리는 제가 옷을 만들고, 아이가 모델을 해주고, 가족들이 함께 사진을 찍거든요. 제주의 친한 가족들의 아이들도 에그트리의 모델이 되어주기도 하고요. 아이는 아장아장 걸을 때부터 공주를 좋아하는 지금의 다섯 살이 될 때까지 제가 만든 옷을 입었어요. 에그트리의 옷과 함께 아이가 성장하는 모습을 본다는 게 이 일의 가장 큰 보람이자 소중한 기억이에요.

아빠는 그림을 그리고 엄마는 옷을 디자인해요.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이 있을까요?

그림 그리는 아빠 옆에서 자주 그림을 그려요. 색상에 민감한 편이라 그림을 그리거나 색칠을 할 때도 색깔에 대한 이야기를 늘 하고 고심해서 고르죠. 모든 엄마가 그렇겠지만, 저 또한 아이가 그린 그림을 참 좋아해요. 얼마 전에는 저와 남편 의 몸에 타투처럼 매직으로 그림을 그려줬어요. 그대로 바다에 가서 같이 수영하고 놀았는데, 정말 재미있었고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어요. 그 이후로 계속 몸에 그림을 그리려고 하는 부작용이 생겼지만요(웃음). 

아이가 좋아하는 옷과 엄마의 취향이 비슷한 편인가요?

시호는 재미있는 옷을 좋아해요. 아직은 뚜렷한 취향이 있기보다는 그때그때 바뀌는 편이죠. 자기가 좋아하는 청록색이 들어간 옷이나 공주님처럼 길고 퍼지는 치마를 입기 좋아해요. 좋아하는 캐릭터인 모아나가 입는 옷과 비슷한 옷을 골라서 입으려고 하고요. 요즘에는 발레리나 같은 옷에도 관심이 많아요. 반면 저는 무채색과 내추럴톤, 스트라이프 패턴을 좋아해요. 아이가 네 살을 지나면서부터 옷에 대한 의견이 생기더라고요. 한창 자아가 형성되는 시기인데 그런 욕구를 억누르면 좋지 않을 것 같아서 많이 수용해주려고 노력해요. 에그트리는 이제 저의 취향과 아이들의 취향을 적절히 반영해서 옷을 만든답니다. 시호는 요즘에도 집에서 수영복이나 한복을 입고 싶어 하고, 한여름에 겨울 장갑을 끼고 나가고 싶다면서 패션에 대한 의견을 매일 내요. 밖에 나갈 때 너무 과하지만 않다면, 최대한 들어주고 있어요.

가족의 옷을 고르는 기준이 궁금해요.

도시가 아닌 제주에서 살아서인지 가장 중요한 건 ‘편안함’과 ‘내추럴함’이에요. 남편과 제가 바다를 무척 좋아하기도 하지만, 아이가 어릴 때 자연 속에서 많이 놀게 해주고 싶어 제주에 내려왔거든요. 그래서 ‘언제든지 숲이든 바다든 갈 준비가 되어 있는 옷’을 선호해요. 에그트리에서 면과 린넨 소재의 옷을 주로 만드는 이유도 편안함과 세탁의 용이함에 있고, 모자를 다양하게 만드는 이유도 야외 활동을 자주 하기 때문이에요.

eggtreekids.com

에그트리 스웨트드레스
부드러운 면으로 만든 톤 다운된 원피스에 에그트리만의 심플한 드로잉을 넣었다. 넉넉한 핏이 귀여우며, 활동성이 좋아 일상복으로 입기 좋다. 42,000원

버튼 크로스백
아이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문구와 일러스트를 담아서 만든 가방이다. 버튼으로 끈 길이를 조절할 수 있다. 32,000원

메리봉봉
박진희, 이은호, 이예건, 이예나 가족

KIDS BEDDING, WEARS, ACCESSORY

‘메리봉봉’의 시작이 궁금해요.

20대부터 여성 의류 쇼핑몰을 운영하며 웹디자인을 했어요. 30대가 되어 결혼을 하고 임신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일을 그만뒀어요. 출산 후 한 달이 어떻게 흘렀는지도 모른 채 산후우울증이 찾아왔죠. 어느 토요일, 남편이 힘든 저에게 자유 시간을 줬어요. 커피를 마시며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동대문으로 달려갔어요. 제가 원하는 원단으로 아이 이불을 만들고 싶었거든요. 동대문에서 원단을 소량으로 판매하지 않아서 여유 있게 몇 개 더 만들었어요. 이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SNS에 올렸는데 100명 넘는 분들이 댓글을 주시면서 판매로 이어졌어요. 그게 메리봉봉의 시작이에요. 첫째 아이가 다섯 살이니 아이 제품을 만든 지 벌써 5년 차예요. 모든 제품을 아이의 발육 상황에 맞춰서 만들고 있어요. 

제작은 처음이었을 텐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육아를 하면서 일하다 보니 동대문 시장도 일주일에 겨우 한 번 친정엄마가 아이를 봐주시러 오실 때만 가능했어요. 원단 선택부터 하나하나 혼자서 해야 했기에 하루 만에 완벽하게 할 수가 없었죠. 그 당시 제품을 만들어주신 분이 아무것도 모르는 저를 정말 많이 도와주셨어요. 정말 좋은 분들을 만나 지금도 함께하고 있어요. 아이를 키우면서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 자체가 힘든 일 같아요. 육아도 잘하고 싶고 일도 잘하고 싶은 게 워킹맘들의 마음이니까요.

가족에게 특별히 기억에 남는 옷이 있나요?

외국에서는 할머니나 엄마, 아빠가 물려주는 옷들이 있잖아요. 빈티지라고 하는데 저도 어릴 때 할머니가 만들어주시고 물려주신 것들이 있어요. 지금도 잘 간직하고 있고요. 20대 초반에 예뻐서 사놓은 베이비슈트가 하나 있어요. 나중에 내 아가에게 입혀줘야지 하면서 10년을 잘 보관했어요. 첫 아이가 돌이 될 무렵 그 빈티지한 베이비슈트를 입혀주었어요. 이후 둘째에게 입혔고 또 언젠간 태어나게 될 막내도 입게 되겠죠. 앞으로도 잘 보관해서 손자, 손녀가 태어나면 그때도 꼭 물려주고 싶어요.

남매가 좋아하는 옷과 취향이 궁금해요.

아들은 한겨울에도 코트만 입어요. 또 한여름에도 긴바지만 입어요. 이유는 다 있어요. 이 옷은 이래서 좋고 저 옷은 저래서 싫다고 하죠. 옷을 사기 전에 아이들에게 늘 어떤 게 좋은지 물어봐요. 옷에 대한 의견을 듣고 취향을 존중해주려 해요. 딸아이는 확실히 공주님 옷이나 원피스를 참 좋아해요. 그 옷을 입으면 꼭 공주님처럼 행동해요. 공주님이 되고 싶은가 봐요(웃음).

엄마의 취향과 다르거나 적절하지 않은 옷으로 고집을 부릴 땐 어떻게 대처하는 편인가요? 

남매를 키우다 보니 외출할 때 서로 어울리게 입혀주고 싶은 경우가 많은데요. 아이들이 점점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면서 고집을 부리니 옷 입히는 게 이렇게 힘들 줄 몰랐어요. 특히 딸아이가 더 그래요. 한겨울인데 수영복을 입고 나간다고 하고, 또 어느 때는 발이 뚫린 샌들을 신는다고 떼를 썼어요. 눈이 펑펑 내리는 날인데 자기 신발 안으로 눈이 쌓이기 시작하니 울더라고요. 저는 이럴 때 꼭 원하는 대로 하게 해요. 아이들이 자기가 선택한 부분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직접 느껴야 그 뒤에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늘 어려워요. 새로운, 생각지도 못한 부분을 온 가족이 모두 경험해봐야 하니까요.

아이 옷을 고를 때 고려하는 부분이 있나요?

아이들이 입었을 때 편안한 착용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저는 개인적으로 FW 시즌엔 예쁜 니트를 좋아하는데요. 아이가 따갑고 불편하다고 말하니 엄마로서 마냥 입힐 수는 없더라고요. 그 이후엔 아이가 한 번 입고 나면 꼭 말해줘요. 엄마 이건 너무 편안해서 내일도 입고 싶다고요. 아직은 아이들이 어리기 때문에 활동하기에 편안한 옷과 세탁 후에도 변형이 없을 옷으로 고르게 되는 것 같아요.


서울시 성북구 성북로91, 1층
merrybonbon.com
02 742 2872
11:00~19:00(월~금)

유아 파자마
아이들의 편안한 잠자리를 위해 엄마가 만든 귀여운 잠옷이다. 남매룩으로 입으면 더욱 사랑스럽고 선물용으로도 인기가 좋은 편이다. 68,000원

베베 턱받이
유아 패브릭 아이템 전문 브랜드로서 메리봉봉의 감성을 엿볼 수 있는 제품이다. 빈티지한 컬러와 귀여운 패턴이 인상적이다. 턱받이는 침을 많이 흘리는 신생아부터 5세 미만의 아이들까지 사용할 수 있다. 22,000원

어쩌면 잘,
이유진, 황재우, 황시유 가족

KIDS WEARS

브랜드 이름이 흥미로워요. 어떤 의미인가요?

결혼하고 대전에 살게 되면서 전공과 상관없는 일을 했어요. 매일 늦은 퇴근에 흥미도 없는 일을 하려니 삶이 재미가 없었죠. 아이 낳고 취미 삼아 수면조끼 같은 걸 홈미싱으로 함께 만들었는데 자는 시간이 줄어도 재미있었어요. 남편이 의상 디자인을 전공했거든요. 우리가 어쩌면 이 일을 잘할 수도 있지 않을까, 언젠가는 취미가 본업이 됐으면 좋겠다, 하면서 시작했어요. 그래서 브랜드 이름도 ‘어쩌면 잘’이라고 정했어요. 

처음부터 옷을 만든 건 아니었다고요.

핸드메이드 소품 만드는 걸로 시작했어요. 점점 보는 사람들이 많아지니 시유가 입는 옷들을 궁금해하더라고요. 어영부영 아동복 사입으로 넘어가고 시작과 달리 어쩌다 아동복을 팔고 있더라고요. 워낙 옷을 좋아해서 재미는 있었지만 사입을 하는 동안에는 눈떠서 자기 직전까지 정말 바쁘게 지냈어요. 엄마 아빠가 같이 일을 하고 바쁘다 보니 아이에게 소홀해지고 아이를 방치한다는 생각에 괴로웠어요. 아이를 위한 시간을 좀 더 보내면서 옷을 만들 방법을 고민하다 제작으로 바꾸자고 결정했어요. 사입 하면서 한 번씩 제작을 해봤어요. 내 아이에게 입히고 싶은 옷, 내 아이가 편해하는 옷을 만들었는데, 다른 사람들이 입어주고 좋아해주면 정말 뿌듯하더라고요. 제작으로 바꾸고 나서 가족의 삶도 더 여유로워졌어요.

쇼룸도 있죠? 어쩌면 잘의 매력이 돋보이는 공간 같아요.

취미 삼아 집에서 일하기 시작했는데 점점 고객이 늘어 옷 먼지를 감당할 수가 없었어요. 시유는 알레르기 체질에 비염도 있는 아이라서 사무실을 얻어야만 했죠. 제가 인테리어에도 관심이 많거든요. 이왕이면 예쁜 곳에서 일하고 싶어서 쇼룸을 얻었어요. 사무실도 되고 스튜디오도 되고 쇼룸도 되는 거죠. 쇼룸에 있는 나무 행거가 어쩌면 잘의 시그니처예요. 쇼룸이 어쩌면 잘만의 개성을 살려줘서 만족해요. 이건 제 오해일지 모르겠지만, 저희 매장 인테리어를 따라한 곳들이 생기기 시작하더라고요. 따라 하고 싶은 만큼 예쁜가 보다 생각해요(웃음).

제품을 만드는 기준이 궁금해요.

아이가 서너 살 때는 디자인만 보고 이 옷, 저 옷 다 입혀봤어요. 이제는 활동이 많아진 아이에게 편한 옷이 가장 필요한 것 같아요. 예쁘면서 편하고 더러워져도 마음 아프지 않을 정도의 가격대까지 고려하면서 만들어요. 맞다 틀리다 정답이 없는 일이라 이 옷이 내 눈에만 예쁜가, 남에게도 예뻐 보일까, 고민하다 보면 너무 개성 있는 옷은 상품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어요. 그럴 때면 내 취향과 개성을 점점 잃는 기분도 들죠. 적당한 선을 찾는 게 어려운 것 같아요.

부부는 일과 육아 사이의 중심을 어떻게 잡나요?

20대 초반에 같은 취향으로 만나서 오랫동안 함께 지내다 보니 같이 일하는 게 즐거워요. 대화도 많이 하는 편이고요. 아이가 원에 있거나 자는 시간에 일을 하고,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에는 육아에 집중하려고 노력해요. 집에 있을 때는 그때그때 아이가 하고 싶어 하는 일을 함께해요. 그림을 그리거나 책을 읽고 종이접기를 해요. 아이는 자기 나름대로 독창적인 것들을 만들어내죠. 얼마 전에 빔을 샀는데 다 같이 픽사나 지브리 영화를 보는 시간도 재미있어요. 날씨가 좋을 때는 주로 공원에 가요. 주변에 떨어진 나뭇가지나 돌로 놀기도 하고 눈에 보이는 걸 그리기도 하죠. 요즘엔 특히 곤충 관찰을 좋아해요. 애벌레라도 발견하면 한참을 앉아서 보고 있는데 저는 그런 아이를 관찰해요. 아이 관심사가 뚜렷한 게 재미있어요. 가족이 다 같이 있는 시간이 많은 게 함께 일하는 가장 큰 장점 같아요. 단점은 고정 수입이 아니라는 점이에요. 같이 일한다는 건 같이 쉰다는 뜻이기도 하잖아요. 비수기에는 수입이 없죠(웃음).

시유의 그림이 어쩌면 잘의 로고예요.

시작할 때 아이가 그린 첫 그림으로 로고를 만들었어요. 시유는 집에 있는 대부분의 시간을 그리고 만들고 오리는 데 써요. 관찰력도 좋은 아이라서 그날 있었던 일이나 보고 온 것들을 그림으로 표현하면 기특해요. 그림이 점점 섬세해져서 아이 그림을 보고 영감을 받을 때도 많아요. 시유가 좀 더 커서 자신의 그림이 있는 라벨을 보고 좋아하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이제는 알아보더라고요. 다른 친구 옷에 자기 그림이 있으면 은근슬쩍 자랑스레 말하기도 하고요. 정작 자기 옷은 샘플이라서 라벨이 안 달린 경우가 있는데, 그림 라벨이 있는 옷을 달라고 하기도 해요(웃음).

어쩌면 잘 고객이라면 옷만큼 시유에 대한 호감도 클 텐데요. 시유는 어떤 아이인가요?

시유는 아침에 제일 먼저 일어나면 엄마 아빠 더 자라고 혼자 조용히 책을 읽고 있어요. 한마디로 착한 아이인데 딱 여섯 살 남자아이답게 까불기도 하고 쉴 틈 없이 말하는 수다쟁이예요. 이제 조금 컸다고 낯선 곳에서는 수줍어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요. 하지만 집에서는 몇 시간이고 노래를 따라 부르고 춤을 춰요. 커서 가수가 될 거래요.

자라며 입고 싶은 옷에 대한 주관도 강해지잖아요. 시유의 취향이 궁금해요.

엄마 말을 유독 잘 듣는 편이라 아직까지 투정을 부린 적은 없어요. 그래도 자기가 특별히 좋아하는 옷이나 신발이 생기기는 하더라고요. 어느 때는 “네가 입고 싶은 대로 입어.” 하면 말도 안 되는 모자를 쓰기도 하고 당장 버리고 싶은 양말을 신고 나가기도 하는데, 스스로 뿌듯해하니까 그 모습이 귀엽고 재미있어요.

아이 옷을 고르고 소품을 스타일링하는 팁을 주세요.

전체적으로 색의 조화를 맞추는 편이고 개인적으로는 빈티지한 느낌이나 유니크한 스타일을 좋아해요. 색이나 모자, 양말 등 포인트가 있는 코디를 선호하고, 하의는 몸에 잘 맞는 사이즈를 입히는 편이에요. 하지만 아이니까 어떤 옷이든 다 입어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다양한 스타일을 과감하게 입혀보셨으면 좋겠어요.


대전시 유성구 원신흥남로42번길 6-20
maybe-well.com
070 4195 1324(쇼룸은 비정기적으로 운영)

빈티지 블루 타월 티셔츠
빈티지한 컬러감에 슬림한 핏의 타월 소재 티셔츠다. 작은 브이라인의 네크라인이 포인트. 20,000원대

코듀로이 팬츠
가을에 어울리는 어두운 와인 컬러에 밑단이 살짝 벌어지는 라인으로 만들었다. 빈티지한 느낌을 주는, 핏이 예쁜 코듀로이 팬츠. 30,000원대

오조드파파
이수진, 위승완, 위연재, 위도원 가족

MOM & KIDS WEARS

‘오조드파파’는 아빠의 눈이라는 뜻이라고요. 아빠의 시선이 더해진 옷인가요?

세상 모든 것들의 조화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엄마 또는 아빠의 편중된 시선보다는 부모가 함께 마주 보는 시선에 애정이 더해져 오조드파파의 옷이 완성되는 거니까요. 저희 옷을 입은 아이들은 누구나 두 배의 사랑을 받는 셈이죠. 오조드파파는 디자인뿐 아니라 육아나 생활 전반에 아빠의 힘이 더해져요. 저희 옷이 에너지 넘치고 편안할 수 있는 요인이 아닐까 싶어요.

옷은 어떻게 만들게 되었나요?

전공과 무관하게 패션은 늘 저의 삶을 아우르는 요소였어요.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세계 여러 나라의 패션과 정보를 볼 수 있기 전에는 여러 잡지가 갈증 해소의 수단이었어요. 어릴 때부터 홍대 근처에 살며 젊음의 거리를 지나는 예쁘고 멋진 사람들의 스타일을 구경하면 시간 가는 줄 몰랐죠. 그러다 아이를 낳고 아이 옷으로 관심이 옮겨지면서 만들기까지 했네요. 7년 차가 된 지금도 제겐 무척 신기하고 감사한 일이에요. 성격상 아이들을 누군가에게 맡기지 못해서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 동안엔 일은 잠시 내려놓을 수밖에 없어요. 아이들이 학교에 가 있는 낮에 미팅과 원단 선별, 공장 업무를 주로 봐요. 잔뜩 모아온 원단 스와치를 가지고 아이들이 잠든 밤과 새벽 시간에 조용하고 엄숙하게 아이디어를 구상해요. 항상 시간과의 싸움이라 따로 외부 사무실이나 작업실을 두지 못해요. 집 안에 작업 공간을 마련해 수시로 짬짬이 작업을 하고 있어요.

제작 과정 중 가장 흥미로운 순간은 언제예요?

예상치 못한 순간에 영감을 얻을 때예요. 아이디어는 늘 생활 곳곳에 있어요. 아이 옷에 묻어 있는 다른 색깔의 실밥을 떼어주다 컬러 배색의 영감을 얻기도 하고, 아이가 그린 그림 속 이미지, 좋아하는 영화 속 다른 시대의 옷에서 패턴의 착상이 떠오르기도 해요. 얼마 전 제가 어릴 때 좋아하던 애니메이션 ‘말괄량이 삐삐’ 시리즈를 아이들과 봤어요. 영화까지 봤는데 오랜만에 본 삐삐 패션에서 환호하며 영감을 받았어요. 머릿속에 있는 막연하던 이미지가 실체로 나타났을 때 카타르시스를 느끼죠. 저 혼자 만족하는 게 아니라 저의 소울메이트인 짝꿍(남편)도 같이 좋은 반응으로 환호해줄 때, 옷 만드는 재미와 열정이 활활 타올라요.

아이들을 키우면서 옷과 관련된 잊지 못할 추억 하나쯤 있죠.

엄마가 만든 옷보다도 코스튬 옷을 너무나 사랑하는 두 아이예요. 덕분에 대부분의 공주 시리즈와 히어로의 옷들을 가지고 있어요. 집에 친구들만 오면 옷장 속 옷을 방 안 가득 꺼내서 입고 벗어요. 패션쇼도 그런 배꼽 잡는 화려한 패션쇼가 없죠. 더 어릴 때는 집 밖에도 입고 나가고 싶어 했지만 그것만은 제 자존심이 허락할 수 없었기에 살짝 미안한 거짓말을 했어요(웃음).“그런 옷은 집에서만 입는 게 어린이들 법칙이야. 밖에는 입고 나갈 수 없는 거야.”라고요. 그러고 며칠 뒤 어린이날 원단 시장에 들를 일이 있었어요. 청계천 다리 길에서 예상치 못한 순간을 만났죠. 누나는 백설공주 옷, 남동생은 번개맨 옷을 입은 네 가족이 단란하게 손을 잡고 지나가는 거예요. 순간 흠칫! 제발 못 봤기를 바라며 살짝 돌아봤지만 아이들이 놓칠 리 없죠. “엄마 쟤네들은 왜 드레스랑 번개맨 옷 입고 나왔어?” “어… 금방 갈아입을 거야.” 이제는 커서 엄마의 취향이 아니었을 뿐이라는 걸 알겠죠(웃음)?

두 아이의 옷에 관한 취향도 계속 변해가고 있나요?

좀 더 어릴 때의 연재는 엄마가 만드는 긴 드레스류의 옷을 좋아했는데 십 대가 되고 나서는 뛰어놀 때 불편하다며 짧고 딱 붙는 옷으로 취향이 옮겨 갔어요. 그래서 갈아입을 편한 옷을 싸서 다니고, 연재 취향의 블링블링 화려한 옷들은 집에서 마음껏 입고 있어요. 도원이는 누나의 영향으로 가끔 누나 옷을 탐내기도 하고 제가 만든 옷을 다 좋아해줬어요. 그런데 학교에 가더니 랩을 좋아하고 도끼를 좋아하는 스웨그 넘치는 상남자가 되었어요. 엄마 취향의 유러피안 보이 스타일로 멋지게 코디를 해주면 거기에 해골 그림이 그려진 스냅백을 쓰겠다고 해요. 이럴 때 엄마는 속상한데 다 허용해주는 아빠는 마냥 귀엽다며 말하죠. “하고 싶은 대로 해.” 결국 엄마가 질 수밖에 없어요. 귀여운 건 사실이니까요(웃음).

독특한 소재감과 내추럴한 디자인이 인상적이에요. 제품을 만드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한 브랜드가 콘셉트와 라인을 유지하며 트렌디한 변화 속에서 새로운 시도로 자리 잡기란 어려운 일이란 걸 매 시즌 느끼고 있어요. 오조드파파가 저희만의 콘셉트를 유지할 수 있는 건 원단 선별부터 디자인까지 모든 과정을 제가 직접 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시즌 준비를 하며 머릿속에 구상하는 이미지는 누구보다 제가 잘 알고 있으니까, 거기에 맞게 딱 떨어지는 원단과 디자인이 나올 때까지 고르고 수정하는 편이에요. 오조드파파만의 기본 스타일 콘셉트는 유지하면서 시즌 트렌드에 맞게, 포인트 양념은 절대 과하지 않게 해요. 거기에 누구라도 돋보일 수 있는 스타일리시함을 갖길 바라죠. 적정선에서 비율을 조정하려고 해요. 


서울시 중구 남대문시장8길 7 원아동복 131호
ojodepapa.com
02 3789 0131

모나미 가디건
부드러운 소재와 소매배색이 돋보이는 귀여운 가디건이다. 컬러별 배색은 70년대 파리 스타일을 연상케 한다. 청바지와 입으면 발랄한 레트로 무드가, 드레스와 입으면 러블리 무드로 변신하는 마법 같은 아이템이다. 아이보리, 연핑크, 카키 세 가지 색으로 구성했다. 41,600원

우리 원피스
선명한 컬러와 블랙 배색의 조화로 입었을 때 또렷한 인상을 주는 체크 원피스. 셔링이 들어간 맥시한 디자인과 우아한 패턴이 사랑스럽고, V넥 여밈의 네크라인은 소녀 감성을 더해준다. 레드, 머스타드, 블루 세 가지 색이 있다. 10대 소녀가 된 딸과 친구들을 위해 기존 아동복보다 큰 사이즈인 XXL도 준비했다. 43,200원 (XXL 51,200원)

그레이라벨
에밀리 그레이, 비어, 필리파, 미아 가족

BABY & CHILDREN CLOTHING

‘그레이라벨’을 소개해주세요.

10년 전 아이를 임신하고 처음으로 아이들의 세계를 둘러봤어요. 아이들의 세상은 곰돌이나 인쇄물이 들어간 화려한 색으로 가득 차 있더라고요. 저는 다른 방식의 옷을 만들고 싶었고 2011년에 그레이라벨로 브랜드를 시작했어요. 그레이라벨은 어린이의 순수함이 가장 잘 드러나는 미니멀리즘 컬렉션을 디자인해요. 어린이 패션 세계에 평온함을 가져오는 것을 목표로 하죠. 편안한 착용감은 어린이들의 요구에 맞춰 제작했어요. 우리는 부드러운 색조와 가능하면 100% 유기농 면만 사용하려고 해요. 국제오가닉섬유기준협회GOTS에서 인증받은 걸 자랑스럽게 생각하죠. 일하는 모든 과정에서 우리의 책임을 다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어요. 그래서 우리 옷은 인쇄가 필요 없고 부드러운 톤이 대부분이에요. 

좋은 옷에 대한 기준이 분명해 보여요.

제 옷의 대부분은 검은색이고 미니멀해요. 옷을 적게 사지만, 가끔 아름답고 비싼 품목도 사요. 그리고 훌륭한 품질의 기본 품목과 섞어서 입죠.

옷을 만들 때 가장 즐거운 순간은 언제예요?

시즌 라인의 콘셉트를 잡고 개략적인 그림으로 그려보는 걸 좋아해요. 가장 창의적이고 흥미로운 순간이에요.

세 명의 자녀가 있네요. 어떤 아이들인가요?

첫째 비어는 매우 민감하고 다정해요. 내성적인 소년이에요. 둘째 필리파는 표현을 많이 하고 외향적이에요. 새로운 걸 잘 만들어 내고 아주 사교적이죠. 막내인 미아는 항상 행복하고 재미있는 선물 같은 아이예요. 노래를 즐겨 부르는 인형 애호가이기도 하고요.

개성이 뚜렷한 아이들이네요. 성격만큼 옷에 관한 취향도 분명할 거 같아요.

저희 가족은 이비사섬에 산 적이 있는데, 아이들은 그곳에서 대부분의 삶을 살았어요. 필리파는 벌거벗고 뛰어다니는 걸 좋아했어요. 옷 입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제 하이힐을 신고 옷을 차려입는 걸 좋아해요. 그레이라벨의 원피스를 선호하고요. 여전히 두 딸 모두 맨발로 걷는 걸 좋아하지만요(웃음). 비어는 안타깝게도 옷에 파묻혀 자랐어요. 어릴 때 항상 헐렁한 바지를 입었어요. 부드러운 옷을 입는 게 무척 익숙해서 몸에 불편하거나 포근하지 않은 옷은 입기 싫어했어요. 특히 청바지를 거부했어요. 

옷에 관한 아이들의 의견을 존중해주면 좋겠지만, 견디기 힘든 순간도 있기 마련이죠.

음… 저는 그런 혼란을 막기 위해 디즈니 캐릭터의 옷이나 화려한 색과 무늬의 옷을 사지 않았어요. 공주 옷은 오직 공주님만 차려입는 거죠(웃음). 감사하게도 아이들은 여전히 캐릭터가 인쇄된 옷을 입지 않아요. 그런데 딸아이가 지난주에 저에게 물었어요. 반짝이 옷을 입어도 되냐고….


Oude Looiersstraat 44 1016 VJ Amsterdam The Netherlands
gray-label.com
+31 (0) 20 354 74 13
10:00~17:00(월~금) 11:00~17:00(토)

클래식 후드 스웨터
헤링본 테이프 디테일의 후드로 디자인된 이 점퍼는 가장 부드러운 100% 유기농 이탈리아 양털로 만들었다. 정면에는 캥거루 주머니를 두어 편안한 착용감을 줬고, 소매와 허릿단은 골지 형태로 신축성 있게 마무리했다. GOTS에서 인증받은 제품. 52유로

주름 슈트
앞뒤로 주름이 잡혀 있고 크롭 기장으로 통이 넓은 캐주얼 스타일이다. 십자형 어깨끈의 뒤쪽에 버튼 고정 장치가 있고, 허리는 신축성이 있다. 100% 유기농 이탈리아 양털로 만들었고, GOTS의 인증을 받았다. 54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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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김현지

일러스트레이터 최인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