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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고, 마주하고, 펼치다
축복 같기만 한 특별함은 때로 갈등의 씨앗이, 반대로 화해를 부르는 아름다운 선율이 된다. 아이의 재능을 대하는 세 가족의 태도를 보며 재능을 품고, 마주하고, 펼치는 아이의 마음을 헤아려 본다.
전체 | 애니메이션 | 미국, 콜롬비아
마법만이 능력은 아니므로
생명과 마법이 깃든 집 ‘까시타’에서 지내는 ‘마드리갈’ 가족은 모두 기적의 촛불로부터 마법의 능력을 받는다. 얼마쯤 나이가 차면 성스러운 의식을 치르는데, 과정은 아주 간단하다. 눈앞에 나타난 방문을 힘주어 당기면 자기 것이 될 능력으로 채워진 공간이 펼쳐지는 것. 당사자는 그걸 받아들이기만 하면 된다. 큰언니는 집을 번쩍 들어 옮길 만큼 센 힘을, 작은언니는 손짓 하나로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는 능력을 얻었다. 치유의 힘을 가진 엄마와 기분대로 날씨를 바꾸는 이모, 동물과 대화가 통하는 사촌 동생…모두가 각자의 마법을 갖고 있다. 단 한 명, ‘미라벨’만 빼고.
당황스럽고, 억울하고, 창피한 그날을 미라벨은 이유도 모른 채 맞이하고, 가족들 사이에서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열등감과 외로움을 티 내지 않으려 애쓰며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모두가 점점 마법의 힘을 잃고 까시타까지 흔들리기 시작하면서 마드리갈 가족은 혼란 속에 던져진다. 절망스러운 상황에서 용기를 내는 건 다름 아닌 미라벨이다. 잃어버릴 마법이 없어서일까? 아니면 그녀의 능력이 이제야 보이기 시작한 걸까? 모두를 지키기 위해 비밀의 열쇠를 쥐고 있는 브루노 삼촌을 찾아 나섰다가, 오히려 가족의 운명이 자신에게 달렸다는 뜻밖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12세 | 드라마 | 미국
특별한 재능은 무조건적인 축복일까
일곱 살 ‘메리’는 학교가 지루하다. 재미있을 거라고 기대하지도 않았지만 생각보다 더 따분한 곳이다. 선생님이 “1 더하기 1은 뭘까요?” 하고 아주 천천히 물으면 손을 번쩍 들고 “2요!” 자랑스럽게 외치는 아이들의 모습에 기가 찰뿐이다. 메리에게는 ‘산수를 푸는’ 게 아니라 ‘수학을 증명하는’ 문제가 필요하다. 천부적으로 타고난 재능 때문. 그런 메리에게 가족은 삼촌 ‘프랭크’뿐, 친구는 외눈박이 고양이 ‘프레드’와 다정한 옆집 아주머니 ‘로베르타’뿐이고, 재미라고는 삼촌과 시시콜콜 장난치는 게 전부다.
메리의 재능은 할머니와 엄마에게서 물려받았다. 정확히는 천재 수학자였던 엄마로부터. 하지만 프랭크는 메리를 평생 수학이라는 굴레 안에서 살다가 죽음을 맞이한 동생처럼 살게 하지 않기 위해, 또래와 뛰어놀고 나이에 맞는 고민을 하는 평범한 삶을 지켜주기 위해 영재 교육을 거부한다. 어느 날, 메리의 할머니 ‘에블린’이 나타나면서, 그들은 지금까지 외면해 온 고민 앞에 맞닥뜨린다. 무엇보다 수학을 좋아하는 메리가 평생 그것만을 좇으며 산다면, 과연 행복할까?
12세 | 드라마 | 프랑스
가족과 꿈 사이에서
‘폴라 벨리에’의 가족은 네 명이다. 엄마, 아빠, 동생, 그리고 폴라. 엄마와 아빠는 농장에서 소를 키우고 치즈를 만든다. 얼핏 평범해 보이지만 그들의 표정과 손짓, 시선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렇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폴라는 네 식구 중 유일한 청인이며 말을 할 수 있는 ‘CODA(Children Of Deaf Adult)’다. 수어로 소통하는 가족과 세상을 연결해 주는 다리이자, 가족의 생계를 적극적으로 돕는 조력자,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해 고민할 시간이 필요한 사춘기 소녀다.
조용히 학교생활을 이어가던 폴라는 짝사랑하는 ‘가브리엘’이 합창단에 들자 덜컥 따라가고, 그동안 자각하지 못했던 소질을 발견한다. 합창부 선생님에게 파리에서 열리는 오디션에 참가할 것을 권유받지만,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이 오디션을 얼마나 보고 싶은지’가 아니라 ‘파리로 떠나면 남은 가족들은 어떻게 할지’다. 들을 수 없는 가족들에게 “내 목소리가 특별하대요. 나도 노래가 하고 싶어요.”라고 무턱대고 밀어붙이기엔 마음 깊숙이 자리한 까닭 모를 미안함과 책임감이 너무 무겁다. 어쩌면 처음이자 마지막일지 모르는 기회 앞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폴라. 한 번도 자기를 먼저 생각해 본 적이 없는 폴라와 폴라에게 이미 많은 걸 의지하던 가족들은 한 걸음씩 서로를 놓아주는 연습을 한다.
에디터 이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