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e, Embrace And Show

품고, 마주하고, 펼치다

ⓒ엔칸토: 마법의 세계ⓒ미라클 벨리에ⓒ어메이징 메리

축복 같기만 한 특별함은 때로 갈등의 씨앗이, 반대로 화해를 부르는 아름다운 선율이 된다. 아이의 재능을 대하는 세 가족의 태도를 보며 재능을 품고, 마주하고, 펼치는 아이의 마음을 헤아려 본다.

엔칸토: 마법의 세계

전체 | 애니메이션 | 미국, 콜롬비아

ⓒ엔칸토: 마법의 세계

마법만이 능력은 아니므로

생명과 마법이 깃든 집 ‘까시타’에서 지내는 ‘마드리갈’ 가족은 모두 기적의 촛불로부터 마법의 능력을 받는다. 얼마쯤 나이가 차면 성스러운 의식을 치르는데, 과정은 아주 간단하다. 눈앞에 나타난 방문을 힘주어 당기면 자기 것이 될 능력으로 채워진 공간이 펼쳐지는 것. 당사자는 그걸 받아들이기만 하면 된다. 큰언니는 집을 번쩍 들어 옮길 만큼 센 힘을, 작은언니는 손짓 하나로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는 능력을 얻었다. 치유의 힘을 가진 엄마와 기분대로 날씨를 바꾸는 이모, 동물과 대화가 통하는 사촌 동생…모두가 각자의 마법을 갖고 있다. 단 한 명, ‘미라벨’만 빼고. 

당황스럽고, 억울하고, 창피한 그날을 미라벨은 이유도 모른 채 맞이하고, 가족들 사이에서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열등감과 외로움을 티 내지 않으려 애쓰며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모두가 점점 마법의 힘을 잃고 까시타까지 흔들리기 시작하면서 마드리갈 가족은 혼란 속에 던져진다. 절망스러운 상황에서 용기를 내는 건 다름 아닌 미라벨이다. 잃어버릴 마법이 없어서일까? 아니면 그녀의 능력이 이제야 보이기 시작한 걸까? 모두를 지키기 위해 비밀의 열쇠를 쥐고 있는 브루노 삼촌을 찾아 나섰다가, 오히려 가족의 운명이 자신에게 달렸다는 뜻밖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빛나는 자신을 마주하는 순간

 

마법의 힘을 잃고 무너진 까시타. 터전을 잃은 마드리갈 가족 주위로 마을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든다. 마법이 아닌 사람의 온기로, 힘으로 다시 지어진 집에 문고리를 달 일만을 남겨두고, 가족들은 미라벨에게 그 일을 해달라고 청한다.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다고,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한다. 미라벨도 그제야 문고리에 비친 자신을 바라본다. 그 안에는 용감하고 진실한 한 사람이 있다.

“네가 얼마나 밝게 타오르는지 보여.
네가 얼마나 용감했는지 봤어. 이젠 네가
자신을 볼 차례야. 네가 진정한 선물이야.”
“눈을 뜨렴. 뭐가 보이니?”
“내가 보여요. 나의 전부.”

어메이징 메리

12세 | 드라마 | 미국

ⓒ어메이징 메리

특별한 재능은 무조건적인 축복일까

일곱 살 ‘메리’는 학교가 지루하다. 재미있을 거라고 기대하지도 않았지만 생각보다 더 따분한 곳이다. 선생님이 “1 더하기 1은 뭘까요?” 하고 아주 천천히 물으면 손을 번쩍 들고 “2요!” 자랑스럽게 외치는 아이들의 모습에 기가 찰뿐이다. 메리에게는 ‘산수를 푸는’ 게 아니라 ‘수학을 증명하는’ 문제가 필요하다. 천부적으로 타고난 재능 때문. 그런 메리에게 가족은 삼촌 ‘프랭크’뿐, 친구는 외눈박이 고양이 ‘프레드’와 다정한 옆집 아주머니 ‘로베르타’뿐이고, 재미라고는 삼촌과 시시콜콜 장난치는 게 전부다. 

메리의 재능은 할머니와 엄마에게서 물려받았다. 정확히는 천재 수학자였던 엄마로부터. 하지만 프랭크는 메리를 평생 수학이라는 굴레 안에서 살다가 죽음을 맞이한 동생처럼 살게 하지 않기 위해, 또래와 뛰어놀고 나이에 맞는 고민을 하는 평범한 삶을 지켜주기 위해 영재 교육을 거부한다. 어느 날, 메리의 할머니 ‘에블린’이 나타나면서, 그들은 지금까지 외면해 온 고민 앞에 맞닥뜨린다. 무엇보다 수학을 좋아하는 메리가 평생 그것만을 좇으며 산다면, 과연 행복할까?

태어난 것만으로 고귀한 존재

 

메리의 양육 문제로 소송까지 가게 된 에블린과 프랭크. 소송 과정에서 메리의 아버지가 참석하는데, 재판 이후 자신을 보러 오지 않았다는 사실에 메리는 커다란 상처를 입는다. 프랭크가 그런 메리를 데려간 곳은 산부인과. 초조함과 설렘이 뒤섞인 병원 대기실에서 한참을 기다리다가 힘차게 문을 열고 나오는 의사를 본다. 그는 활짝 웃으며 곧바로 한 가족을 향해 걸어가고, 소식을 기다리던 그들과 얼싸안으며 기쁨을 나눈다. 울음과 웃음이 섞인 광경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생명의 탄생은 그 자체로 고귀한 축복이라는 사실을 메리는 어렴풋이 느낀다. 자신의 존재 역시 그런 거라고.

“네가 태어날 때도 꼭 저랬어.”
“저렇게 좋았어?”
“그럼.”
(…)
“또 보고 가도 돼?”

미라클 벨리에

12세 | 드라마 | 프랑스

ⓒ미라클 벨리에

가족과 꿈 사이에서

‘폴라 벨리에’의 가족은 네 명이다. 엄마, 아빠, 동생, 그리고 폴라. 엄마와 아빠는 농장에서 소를 키우고 치즈를 만든다. 얼핏 평범해 보이지만 그들의 표정과 손짓, 시선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렇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폴라는 네 식구 중 유일한 청인이며 말을 할 수 있는 ‘CODA(Children Of Deaf Adult)’다. 수어로 소통하는 가족과 세상을 연결해 주는 다리이자, 가족의 생계를 적극적으로 돕는 조력자,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해 고민할 시간이 필요한 사춘기 소녀다.

조용히 학교생활을 이어가던 폴라는 짝사랑하는 ‘가브리엘’이 합창단에 들자 덜컥 따라가고, 그동안 자각하지 못했던 소질을 발견한다. 합창부 선생님에게 파리에서 열리는 오디션에 참가할 것을 권유받지만,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이 오디션을 얼마나 보고 싶은지’가 아니라 ‘파리로 떠나면 남은 가족들은 어떻게 할지’다. 들을 수 없는 가족들에게 “내 목소리가 특별하대요. 나도 노래가 하고 싶어요.”라고 무턱대고 밀어붙이기엔 마음 깊숙이 자리한 까닭 모를 미안함과 책임감이 너무 무겁다. 어쩌면 처음이자 마지막일지 모르는 기회 앞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폴라. 한 번도 자기를 먼저 생각해 본 적이 없는 폴라와 폴라에게 이미 많은 걸 의지하던 가족들은 한 걸음씩 서로를 놓아주는 연습을 한다.

들리지 않아도 들리는 목소리

 

가브리엘과 불편한 사건을 겪은 폴라는 기분이 풀리지 않은 채로 합창을 시작한다. 그리고 자기도 모르게 목소리에 감정을 담아 분출해 버리고 만다. 폴라의 재능을 알아본 선생님은 그 길로 오디션을 제안하고, 그제야 자신의 재능을 똑바로 마주한 폴라는 진심으로 노래를 하고 싶다고 생각한다. 부모님의 반대, 갈등, 체념을 이어가다 겨우 되찾은 기회로 오디션에 참가한 폴라. 노래를 하며 객석에 앉은 가족들에게 수어로 이런 노랫말을 전한다.

“사랑하는 부모님, 저는 떠나요.
사랑하지만 가야만 해요. 오늘부터
두 분의 아이는 없어요. 도망치는 게
아니에요. 날개를 편 것뿐.
부디 알아주세요. 비상하는 거예요.
술기운도 담배 연기도 없이 날아가요.
날아올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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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이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