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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는 어디에나 있다
스타벅스는 어디에나 있다
나는 커피를 잘 모른다. 날짜가 한참이나 지난 원두를 내려놓고 “왜 이렇게 텁텁하고 쓰지? 커피는 원래 쓰지”라며 홀짝이거나 심지어 카페에서 커피를 시켜놓고 입도 대지 않은 채 조용히 일만 하다 나온 적도 있다. 하지만 누군가를 기다릴 때, 잠깐의 휴식이 필요할 때, 날씨가 덥거나 추울 때조차 나는 커피와 함께한다. 밥을 먹고, 버스를 타는 것처럼 하나의 일상이 된 셈이다. 한 잔의 커피에는 생각보다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 바로 그 가치를 알아보고 작은 가게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킨 브랜드가 있다.
좋은 커피를 공유하기 위해서
세계 어느 도시, 어느 지점을 가도 스타벅스 고유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편안한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 직원들, 인어가 그려진 초록색 로고, 원목 의자, 익숙한 진열대가 눈에 들어온다. 낯선 타지에서 언어도, 문화도 다르지만 ‘STARBUCKS’라는 단어가 쓰여있는 것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묘한 소속감마저 느껴진다. 그래서일까, 주변에서 스타벅스 병이며 텀블러, 머그잔 등을 모으는 이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제는 너무도 익숙해진 그 이름 아래, 다양한 평가가 엇갈린다. 커피 산업을 발전시킨 굴지의 브랜드,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 중 하나로 인정하면서도 미국식 자본주의의 상징, 비싼 커피를 유행시킨 장본인이라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하지만 외부에서 만들어낸 모든 수식들을 거둬내면 스타벅스의 처음 모습이 남는다.
스타벅스 1호점은 1970년대 미국 시애틀의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Pike Place Market, 그러니까 항구도시의 어느 바닷가 재래시장 근처에 문을 열었다. 스타벅스의 설립자인 고든 보커Gordon Bowker, 제럴드 제리 볼드윈Gerald Jerry Baldwin, 지브 시글Zev Siegl은 대학 동창이었다. 평소 커피 애호가였던 세 사람은 북미 지역에서 구하기 힘든 아라비카 원두를 즐겨 마셨다.
부드럽고 향기가 뛰어난 아라비카 원두를 직접 공급하고자 마음먹은 그들은 작은 가게를 열어 커피 원두와 차, 향신료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스타벅스 커피, 티 앤 스파이스Starbucks Coffee, Tea & Spice라는 이름은 소설 《모비딕》에 등장하는 일등항해사 스타벅Starbuck(세 명이라 복수형을 취함)에서 따오고, 사람들의 마음을 훔치는 신화 속 주인공 세이렌Siren의 모습을 형상화해 가게 로고를 만들었다. 그리고 몇 년 후, 지금의 CEO로 알려진 하워드 슐츠Howard Schultz가 세 사람의 커피에 대한 열정과 지식에 탄복해 마케팅 담당자로 합류한다. 당시만 해도 미국에서는 커피를 ‘집에서 만들어 먹는 것’이라고 인식했었다. ‘만들어진 커피’를 판매하기 시작한 건 1987년 슐츠가 스타벅스 체인을 인수하면서부터였다.
이탈리아의 어느 에스프레소 바에서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은 슐츠는, 아무리 바쁜 사람이라도 따뜻한 커피를 마실 수 있게 가게에서 바로 만들어준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고. 그렇게 조금씩 변화를 거듭해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된 스타벅스는 대형 커피하우스의 모범답안이라기보다 좋은 커피를 나누고 편안하게 즐기고자 했던 이들이 만든 소박한 꿈의 공간이었다.
기분까지 달콤해지는 긍정 한잔
스타벅스는 사회학자 레이 올덴버그Ray Oldenburg의 말을 인용해 커피가 있는 공간을 ‘제3의 장소The third place’로 만들었다. “사람들은 첫 번째로 매일 아침을 집에서 시작하고, 두 번째로는 직장에 와서 일을 합니다. 그리고 스타벅스는 세 번째 장소가 됩니다.” 나만의 여유를 즐기면서도 사람들과의 편안한 유대감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 대중의 지지를 얻은 스타벅스는 얼마 후 그 공간의 확장을 이뤄냈다. 매장에서 시작된 커피 문화를 공유할 수 있는 RTD 제품을 고안한 것이다. 1995년 처음 출시된 RTD 제품은 Ready-to-drink, 즉 캔과 병에 넣은 즉석 음료 형태로, 스타벅스의 대표 메뉴인 프라푸치노Frappuccino를 병에 담아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평소 원두 선별작업에 까다로운 스타벅스가 매장에서 사용하고 있는 에스프레소 로스트 원두를 그대로 제품에 담아 냈다는 점이 커피 시장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스타벅스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 중 하나인 ‘프라푸치노’는 차갑다는 뜻의 푸라페Frappe와 커피의 한 종류인 카푸치노Cappuccino의 합성어다. 캘리포니아 산타 모니카 지역을 관리하던 직원 한 명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된 이 음료는 당시 커피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트리는 파격적인 제품이었다고.
현재 시중에 나와있는 프라푸치노 RTD 제품은 커피, 모카, 캐러멜, 바닐라, 쿠키 등 그 종류만도 다양하다. 이는 개인의 취향과 개성을 반영해 맞춤형 커피를 제공하는 스타벅스의 특징을 반영한 결과이기도 하다. 이제 언제 어디서든 제3의 공간을 누릴 수 있게 된 사람들은 스타벅스 커피와 함께 밖으로 나섰다. 여행을 떠나는 기차 안에서, 나른한 오후 잔디밭에서, 하루를 마무리하고 돌아오는 길에서 저마다 작은 여유를 발견한 것이다. 달콤한 맛이 입안에 머무는 동안만큼은 시간이 느리게 흐르고, 행복해지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라는 생각마저 든다. 그 이유는 스타벅스가 프라푸치노에 담아 전하려 했던 작은 기쁨, 긍정적인 기운 같은 것들 때문일 테다.
최근 스타벅스는 커피 체인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늘어나는 매장 수에 만족하기보다 사람들의 마음에서 멀어지는 것을 경계하고, 기존의 방식을 답습하기보다 새로운 시도를 멈추지 않기 위해서다. 도시 곳곳에서 다양한 브랜드의 대형 커피하우스를 만날 수 있는 요즘, 사람들은 다시 작은 카페를 찾고, 집에서 직접 내린 원두커피를 마신다. 그럼에도 ‘스타벅스’는 하나의 고유명사처럼 여전히 우리 곁에 존재한다.
에디터 오혜진
자료제공 스타벅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