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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Laurent Moreau
반가워요. 작가님의 그림을 좋아하는 한국의 독자들에게 인사 전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로랑 모로Laurent Moreau예요. 일러스트레이터로 다양한 작업을 하고 그림책도 만들고 있어요. 제가 사는 곳은 프랑스 동부의 스트라스부르라는 곳인데요. 이곳은 독일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작은 동네예요. 자전거만 타면 어디든 갈 수 있다는 게 이 동네의 사랑스러운 점이죠.
평화롭고 아늑한 동네가 연상되네요. 가족들과는 어떤 일상을 보내고 있어요?
귀여운 아이 둘을 키우고 있는데요. 지금 사는 집에는 정원이 없어서 주말마다 밖으로 산책하러 가거나 박물관과 레스토랑에 가요. 평일에는 아이들이 맘껏 뛰놀 수 있도록 아침마다 공원에 가고요. 그 이후에는 저도 작업 스튜디오로 출근하는데요. 공간을 공유하는 동료 일러스트레이터, 그래픽디자이너들과 함께 커피 한 잔을 마신 뒤에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려요.
개인 작업물을 살펴보니 자연과 사람을 자주 그리는 점이 눈에 띄었어요. 서로 다른 모양과 색을 가진 존재들이 한데 어우러져 있더라고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아마도 태어나고 자란 곳의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요? 시골에서 소와 말, 양들에게 둘러싸여 자랐거든요. 친구들과 매일 나무에 오르거나 들판을 뛰놀았고요. 비록 지금은 도시에서 살고 있지만, 그림으로 표현하는 모든 이미지들은 자연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해요. 잊고 지냈던 어릴 때 기억들이 저절로 저에게 다시 돌아오고 그림으로까지 나아간 거죠.
디지털 작업보다 핸드 드로잉을 즐겨하는 이유도 있을까요?
공책에 연필이나 마커로 그림을 그리고 콜라주를 해보는 걸좋아해요. 전통적인 방식으로 작업하는 게 재미있거든요. 물론 장면에 필요한 요소를 채우려면 디지털 기술도 사용해야하지만요. 가장 좋아하는 그림 도구는 과슈예요. 불투명한 수채 물감인데 유화만큼 선명한 색조를 표현할 수 있어요. 저는 어떤 도구를 사용하든 색감 표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선명하고 세심한 색 조합은 작가님의 작업이 보여주는 큰 매력이죠. 최근에는 리소 프린팅 작업도 해봤다고요.
사실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기 전에는 인쇄소에서 일하고 싶었어요. 한 층씩 그림을 쌓아 올려 완성하는 리소 프린팅을 할때면, 마치 사진작가가 된 것 같아서 기분 좋았거든요. 전문적인 기술을 배워본 적도 있고요. 앞으로는 제 그림을 리소그래피 작업뿐 아니라 다양한 방법으로 인쇄해 보고 싶어요.
온전히 자신이 쓰고 완성하는 그림책 작업은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되었어요?
제 인생의 첫 번째 그림책은 미술학교를 졸업하기 위한 프로젝트로 탄생했어요. 《낚시의 날Fishing Day》과 《폭풍의 아이The Child In The Storm》라는 작품인데, 제목에서부터 느껴지듯이 두 책은 전하고 싶은 메시지와 그래픽 스타일이 매우 다른 프로젝트였죠. 프랑스에서는 출판되었지만 아쉽게도 한국에는 아직 나오지 않았네요.
언젠가 한국에서도 꼭 한번 읽어볼 수 있는 기회가 있길 바라요. 작가님은 그림책 만들 때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요.
신뢰를 쌓는 거요. 나 자신과 내가 만드는 프로젝트에 믿음을 갖는 거죠. 작업하다가 막힐 때는 누군가에게 질문도 하지만, 제 마음의 소리를 따라가려고 해요.
그 무엇보다 스스로를 믿는 모습이 건강한 마음처럼 느껴져요. 그림책을 만들 때는 어디서 영감을 얻나요?
제가 꾸준히 작업하는 스케치북에서 곧잘 영감을 얻어요. 자연스럽게 그려진 그림들이 모여 한 권의 그림책으로 이어지거든요. 예를 들어, 스케치북에 새 한 마리와 옆에 작은 캐릭터를 하나 그렸어요. 특별한 아이디어가 있어서 그린 건 아니었는데, 이 두 캐릭터로 다른 그림도 그려보고 싶더라고요. 만화처럼 몇 개의 상자에 짧은 이야기를 그렸죠. 그 후에 몇달 동안 잊고 있다가 제 딸이 태어났을 때 우연히 그림들을 다시 보게 됐고, 조금씩 그림책 《안녕, 나의 작은 새》로 다듬어졌어요.
꾸준하고 성실하게 이어온 작업에서 그림책이 탄생하는 거네요.
물론이죠. 지난 작업들이 앞으로의 새로운 영감이 되어주니까요. 계속 노트에 그림을 그리는 한, 모든 것이 잘될 거라고 자신해요.
《안녕, 나의 작은 새》에서 노란 새가 아이에게 건네는 “첫눈에 사랑하게 되었단다.”,“널 품에 꼭 안은 채, 나는 도무지 어쩔 줄을 몰랐지.”라는 말이 뭉클하면서도 따끈한 애정으로 와닿았어요. 작가님이 딸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었나요?
맞아요. 아이를 키우면서 두꺼운 종이에 짧은 이야기를 담은 ‘보드북’이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어린아이와 부모가 함께 볼 수 있는 책을 통해서 아버지로서의 제 감정을 말하고 싶었죠. 왜냐하면 저도 딸을 무릎 위에 앉힌 채로 그림책 읽어주는 걸 좋아하거든요. 책을 읽다 보면 특별한 순간으로 몰입한다는 느낌을 받아요. 아이와 어른이 생각과 감정을 나누는 소중한 시간이죠. 온 세상이 멈춘 듯한 기분을 들게 하는건 함께하는 독서뿐인 것 같아요.
플랩북 《무슨 생각하니?》는 사람들이 가진 다양한 생각을 보여주는 그림책이에요. 한국에서도 큰 사랑을 받았고요. 이 책 역시 스케치북 속에 담긴 작업에서 아이디어를 떠올렸어요?
그럼요! 원래 인물과 얼굴의 실루엣만 스케치북에 그렸는데 상상력을 발휘해서 머릿속을 채워보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추상적인 요소들을 떠올렸죠. 완성된 그림을 출판사 편집자에게 보여줬고 무척 흥미로워해서 책으로 만들어졌어요. 플랩북 형태는 출판사에서 숨바꼭질처럼 해보자며 먼저 제안해 줬고요.
작가님은 그림책에 등장하는 다양한 생각 중 어떤 캐릭터에게 가장 공감하는지 궁금해지네요.
두 개 골라도 되나요(웃음)? 여름이 오길 기다리는 ‘로랑’과 숲속을 산책하고 싶은 ‘마리옹’의 머릿속을 선택할래요.
앞서 말해준 작가님의 일상과도 잘 이어지는 생각이네요. 요즘도 개인 작업을 비롯해 그림책을 준비하고 있다고요. 작업을 이어나가는 에너지는 어디서 얻어요?
저는 그림을 보고 그리는 걸 정말 사랑해요. 부정적인 감정이나 현실의 것들을 잊고 자유로워지거든요. 사실 한 권의 그림책을 만드는 건 시간도 오래 걸리고 꽤 힘든 일이에요. 저에게는 책을 금방 완성하는 특별한 노하우도 없고요. 그래서 그저 그림 그리는 작업에 대한 애정과 그림을 그리고픈 욕망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해요. 앞으로는 자연과 사람뿐 아니라 색깔과 몸짓에 관한 작업도 다양하게 하고 싶어요.
그림책을 만들면서 가장 기쁜 순간은 언제일까요?
제가 쓰고 그린 많은 그림책이 한국어로 번역되었는데요. 지구 반대편에 있는 아이들이 제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사실이 가장 기쁘고 짜릿한 일이에요. 또 멋진 일이고요! 책을 만들때는 누군가에게 먼 거리를 뛰어넘어 닿을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으니까요. 내년 가을쯤 프랑스에서 아이들을 위한 새 그림책이 나오는데요. 흑백 일러스트에 컬러 반점을 찍은 아코디언 북이에요. 새로운 이야기가 한국의 독자들에게 닿는다면 책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길 바랄게요.
에디터 이명주
Artist Laurent More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