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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새벽형 인간이에요
삶에는 여러 리듬이 있다. 완결성 있는 일을 찾고 성취하고 많은 이들의 갈채와 박수를 받는 힘차고 빠른 템포가 있는가 하면, 이런 삶도 있다. 매일 똑같은 시간 일어나 아침을 먹고 같은 풍경을 보며 걸어가, 늘 하는 일을 한다. 퇴근 후 강아지와 밤 산책을 하고 혼자 맥주 한 잔을 마시고 잠이 드는 일정한 호흡의 운율. 나는 후자의 리듬이 좋다. 그 틀 안에서 이루어지는 변주에 편안함을 느낀다. 이런 반복되는 하루를 잘 연주하려면 우리에게는 좋은 습관이 필요하다.
워킹맘의 일상은 늘 정신없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아침이면 네 살 이룸은 동동거리는 엄마 옆을 슬로우 비디오처럼 지나가고(바쁜 엄마가 보기엔 정말 그렇다), 양치를 하는 줄 알았는데 화장실 옆 책꽂이의 책을 뽑아 읽고 있다. 허겁지겁 빨랫줄에서 건져낸 옷을 입히고 가방을 챙겨서 차에 태워 아이를 등원시키고 출근하고 나면 9시 20분가량. 그때부터 오후 4시까지 이런저런 업무를 하다 보면 어느새 퇴근 시간이자 아이 하원 시간이 된다. 늘 아슬아슬하거나 조금 늦게 어린이집에 도착한다. 어린이집 친구들과 근처 공원에서 더 놀거나 놀이터에 들렀다가 집으로 돌아온다. 저녁을 먹고 아이를 씻기고 어질러진 집 안을 청소하다 보면 벌써 잘 시간이다. 하던 일을 멈추고 침대로 들어가 그림책을 읽으며 아이를 재운다.
2년 전까지 내 하루는 이런 식이었다. 매일 하는 일들은 엇비슷한데 어째 리듬이 조화롭지 않다. 내내 단조롭다 휘모리장단이 속사포처럼 내려치는 꼴이다. 발등에 떨어진 불을 보고 뭔가를 해나가니 늘 어수선하고 잠깐의 여유조차 부릴 수가 없었다.
그에 비해 짐 자무시의 영화 <패터슨>의 하루는 안정적이고 평이하다. 미국 뉴저지주의 작은 도시 패터슨에 사는 패터슨은 매일 조용히 버스를 몬다. 승객들의 대화를 엿들으며 날마다 같은 코스를 운전한다. 점심때가 되면 아내가 싸준 도시락을 먹고 저녁이면 집으로 걸어가 아내가 겪은 하루 이야기를 들어준다. 강아지랑 산책하고 단골 술집에서 홀로 맥주 한 잔을 마시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그리고 틈틈이 시를 쓴다. 지극히 사소하지만 무너지지 않는 일상의 반복성이 그의 삶을 단단히 붙들고 있다. 일정한 흐름이 있는 패터슨의 일상을 보고 있자니 해야 할 일을 하면서 흐트러짐 없이 살아내는 그가 신성할 정도다.
쳇바퀴 도는 생활의 안정감에 대해서라면 나도 경험이 있다. 아이를 낳고 아이의 울음을 파악하려 애쓰던 시절이었다. 아이의 ‘먹고 놀고 자고’의 사이클을 위해 내 몸의 온 감각을 썼다. 패턴이 일정해지니 육아가 쉬워졌다. ‘아, 지금 졸려서 우는구나. 요 울음은 배고픔이네.’ 반복된 일상으로 나와 아이는 서로 알아갔고, 우리에게 적합한 생활을 찾아갈 수 있었다.
아이가 유치원에 가면서 우리의 일상에도 정돈이 필요해졌다. 새해 다짐으로 다이어리에 ‘일찍 일어나기’를 썼다. 일찍 일어나려면 잠을 적게 자야 한다고 생각했고, 수면 전문의가 쓴 《적게 자도 괜찮습니다》를 읽어 내려갔다. 작가는 5시간 정도만 자도 충분하다고, 수면 시간을 줄여 체력과 시간적으로 여유 있는 하루를 보내기를 권유했다. 바로 침대에서 잠들기 위한 방법, 수면의 질을 높이는 법, 바로 일어나는 스킬 등 실용적인 지침이 몇 개 있었다.
실전에 돌입한 지 둘째 날인가 셋째 날부터 12시쯤 잠들고 7시에 일어나는 데 성공했다. 평소보다 1시간 일찍 아침이 시작된 거다. 그로부터 삼 일 이후 드디어 5시 30분에 일어났다. 우선 물을 한 잔 마시고, 요가를 하고, 책을 집어 들었다. 졸다 읽다 다시 졸다 아침이 되었지만 그래도 좋았다. 첫술에 배부를 수야 없지. 5시 30분에 일어나는 게 어디야. 일주일이 지났고 여전히 조는 날이 많지만 아이를 깨우기 전 유치원 가방에 수저와 컵을 챙기고 원복을 꺼내 놓고 유치원 일정을 미리 살펴볼 시간이 생겼다. 다음 날은 밥도 미리 차릴 수 있었다. 아침 시간의 10분은 이렇게 많은 일을 하게 한다.
그즈음 5시 기상을 확실한 습관으로 길들이고 싶어 《나는 습관을 조금 바꾸기로 했다》라는 책을 샀다. 제목에 있는 ‘조금’이라는 말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편집자인 사사키 후미오는 좋은 대학, 원하는 직장에 다녔고,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의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다. 어느 날 그는 다니던 출판사를 그만두면서 6개월간 게으른 삶을 살기로 한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치게 많아지니 전혀 즐겁지가 않았다. 보람이 없고 무기력한 생활이 이어졌다. 그때부터 그는 규칙적인 생활을 만들고자 습관에 대해 연구했고 평생 불가능해 보이던 5시 기상, 요가, 명상, 영어 공부, 금주 등을 습관으로 만들었다. 나는 습관은 엄청난 노력과 의지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의식을 불러내지 않고 하는 행위가 습관이라고 한다. 그러기 위해서 먼저 나라는 사람이 가진 토양을 알아야 한다.
습관을 지속하기 위해 중요한 것은, 자신이 얼마나 휴식을 해야 충분히 회복되는지 파악하는 일이다. 회복하지 않으면 다음날 어딘가에서 무리가 발생한다. 작은 균열은 점차 커져서 지속하기 어려워진다. 먼저 자신에게 수면시간이 얼마나 필요한지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나는 알람을 맞추지 않고 자연히 눈이 떠졌을 때의 수면시간을 여러 차례 기록해보았다. 그 결과를 보고 나에게 필요한 수면시간(침대에 있는 시간)이 8시간 정도임을 알았다.
– 사사키 후미오, 《나는 습관을 조금 바꾸기로 했다》 중에서
5시 30분에 일어난 날부터는 저녁을 먹고 나면 잠이 몰려왔다. 아이를 재우고 도저히 침대에서 일어날 수가 없어 그냥 자버렸는데, 9시에 자고 5시에 깨니 확실히 일어나는 게 고통스럽지 않았다. 상쾌했다. 그래. 내 몸은 8시간 수면이 필요하구나. 잠을 줄이는 건 포기하고 새벽 기상만 하기로 한다. 여전히 새벽 기상이 쉽진 않지만 누가 시키지 않아도 계속한다. ‘방해받지 않는 시간’이 주는 달콤한 열매를 맛봤기 때문이다.
아이들 중에는 마시멜로 2개를 손에 넣고도 바로 먹지 않는 아이도 있었다. 2개의 마시멜로를 집에 가지고 돌아가 엄마에게 칭찬받으려고 한 것이다. 이는 1개의 마시멜로와는 비교할 수 없는 보상이다. 그렇게 되면 눈앞에 있는 1개의 마시멜로를 먹는 일은 검토할 가치도 없어진다. 바람직한 습관이 생기는 상태란 이런 것이다. 눈앞의 보상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나 더 큰 보상을 여러 번 손에 넣으면 눈앞의 마시멜로가 이전보다 작게 느껴진다. 처음 습관을 만들 때에는 의지력이 필요하다. 그것은 간단하지 않고, 그것을 마법처럼 터득하는 방법은 없다. 그러나 일단 터득하고 나면 확실하고 큰 보상이 따르기 때문에 지속할 수 있다.
– 사사키 후미오, 《나는 습관을 조금 바꾸기로 했다》 중에서
새벽에 일어나면 날마다 마시멜로 두 개를 받는 셈이다. 하고 싶은 일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절대적인 시간과 그로 인한 자기 만족. 콧노래를 부르며 아침 계획표를 짠다. 5시에서 5시 20분까지는 요가를 하고 이후 30분은 책을 읽고 30분은 일기를 쓰고 1시간가량 영어 공부도 조금 하는 걸로. 모두 하고 나면 기분이 들뜬다. 사사키 후미오처럼 나도 오늘 내가 할 일을 했을 때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인 것이다. 원하는 일을 해서 기분이 좋아지니 선순환이 일어났다. 아이의 아침 시간 불협조를 인내할 수 있는 품이 생긴 거다. 내 상태가 좋아야 다정도 나온다.
어느 젊은 여배우가 한 말을 잊을 수가 없다. “열심히 하는 자신이 좋아진다.”라는 말이었다. 습관을 만드는 일로 얻을 수 있는 보상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최고의 보상은 자기긍정감, 즉 자신을 좋아하게 되는 일이 아닐까 싶다. 어느 날 트위터에서 이런 말이 날아들었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효과적인 목표는 기분 좋은 사람이 되는 일 아닐까요?’
– 사사키 후미오, 《나는 습관을 조금 바꾸기로 했다》 중에서
그렇다. 무엇보다 가장 큰 보상은 새벽 5시에 일어난 나라는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일이다. ‘평생을 저녁형 인간으로 산 내가 새벽에 일어나다니. 정말 대단해. 그래. 나 뭐든 한다면 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 스스로 성장하는 내가 좋아서, 만족스러워서 자발적으로 새벽에 일어난다.
습관에 관한 또 다른 책 《아주 작은 습관의 힘》에서는 진정한 행동 변화는 정체성 변화에 있다고 말한다. 습관을 바꾸려면 얻고 싶은 결과가 아니라 되고 싶은 사람에 초점을 맞추는 게 좋다. 궁극적으로 습관은 자신을 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되게 하는 일이다. 나 자신이 습관이 되는 것이다.
두 사람이 금연을 한다고 해보자. 누군가가 담배를 권했을 때 첫 번째 사람은 이렇게 말한다. “괜찮습니다. 담배 끊었어요.” 언뜻 합당한 대답처럼 들리지만 이 사람은 여전히 자신이 흡연자이며, 뭔가를 하느라 애쓰고 있다고 여기고 있다. 이전의 믿음을 버리지 못한 채 행동이 변화하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 사람은 이렇게 말한다. “괜찮습니다. 전 흡연자가 아니거든요.” 작은 차이지만 이 대답은 정체성을 바꿨다는 신호다. 이전에는 흡연자였지만 지금은 아니라는 말이다. 이런 사람들은 더 이상 자신을 흡연자와 동일시하지 않는다.
– 제임스 클리어, 《아주 작은 습관의 힘》
그러니까요, 애정하는 독자 여러분 저는 새벽형 인간이에요. 호호. 지난달 감기로 고생하면서 3~4일 사이클이 조금 깨지긴 했지만, 다시 새벽에 일어날 거예요. 조금 멈추었을 뿐 완전히 멈춘 것은 아니니까요. 무엇보다 제 몸이 기억하고 있거든요. 새해 다짐은 ‘아이에게 짜증 내지 않기’예요. 좋은 습관을 만드는 일도 좋지만 나쁜 습관을 끊어내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요? 저는 오래도록 친구 같은 엄마가 되고 싶거든요. 새벽에 일어나는 것보다 더 많은 의지가 필요할지 몰라요. 그런데 사사키 후미오가 그러더라고요. 너의 나쁜 습관이 네 아이의 습관이 돼도 좋으냐고요. 소름이 쫘악 끼치지 않나요? 마음도 습관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친절과 짜증도 습관이더군요. 화가 나는 신호를 노트에 적어봤어요. 그 신호가 전달되는 맥락이 바뀌면 나쁜 습관도 피할 수 있을 거예요. 남편과 아이에게 제 다짐을 선언하고 도움을 요청했어요. 날마다 아이는 저에게 스티커를 붙여주지요. 십 일째 스마일 그림이 그려져 있네요. 저는 말이죠, 짜증 내는 엄마가 아니거든요.
에디터 김현지
일러스트레이터 오하이오(Oh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