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ough For Chiangmai Life

치앙마이의 따뜻함을 따라

핸드메이드 숍 ‘Enough for today’를 운영하며 삼 형제, 남편과 함께 단란한 삶을 꾸려가는 다운 씨의 삶은 그녀가 이름 붙인 공간들처럼 충분하다. 12년 전 이주해 이제 울창한 숲과 잔잔한 호수가 있는 동네의 일부가 되어버린 이야기를 여기 짧게나마 풀어 놓는다.

다정한 사람들에게 이끌려 떠나온 나라

12년 전 다운 씨가 치앙마이에서 새로운 삶을 살기로 결정했을 때, 그녀의 마음을 이끈 것은 사소한 다정함이었다. 깊고 다양한 미식도, 이국적인 건축 양식도, 어디에나 무성한 자연도 아닌 따뜻하고 선량한 사람들에 대한 기억. 여행지로 처음 만난 치앙마이는 직접 루트를 짜서 송태우(태국의 대중교통)를 불러준 여행사 사장님과 코끼리에게 줄 바나나 한 다발을 사서 쥐여준 송태우 기사님 같은 ‘다정한 사람들이 있는 나라’로 새겨졌다. 그 기억이 지금의 태국인 남편을 만나게 했다.

다운 씨는 치앙마이 도심에서 떨어진 반캉왓에 ‘Enough for life’라는 게스트하우스를 시작으로 태국의 정취와 취향을 담은 공간을 하나둘 만들어 나갔다. 현재는 6년째 핸드메이드 숍 ‘Enough for today’를 운영 중인데, 치앙마이와 근교에서 느린 공정으로 생산되는 핸드메이드 제품과 우리의 삶 가까이에 있는 물건을 선보이는 곳이다. 현지에서만 만들어낼 수 있는 물건들로 가게를 채우며 그녀는 아마 이 나라의 느림과 따뜻함을 배워 나갔을 것이다.

남편이 지은 집과 충분한 일상

태국의 주택 종류는 한국의 아파트 개념인 콘도미니엄, 단독주택, 단독주택이 모여 단지를 이루는 무반, 층마다 상점과 집으로 사용하는 빌딩인 숍하우스 등이 있는데, 다운 씨네 가족이 살고 있는 단독주택은 치앙마이의 한 무반 안에 자리해 있다. 건축가인 남편이 전원생활을 꿈꿔온 다운 씨의 마음을 헤아려 직접 설계하고 지었다. 그때그때 먹고 싶은 채소를 심는 작은 텃밭과 자유로이 노니는 닭들, 단지 내 큰 호수에 풀어둔 물소들이 다섯 식구의 치앙마이 일상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열 두 살 포피앙, 열 살 피앙포, 아홉 살 포디를 깨워 학교에 데려다주는 일로 아침을 시작해요. 그러고는 이너프 포 투데이 쇼룸으로 출근해 업무를 시작하죠. 때때로 저희 제품을 만들어 주시는 고산족 마을이나 근교에 직접 방문해 제품을 살피기도 해요. 하교 시간에 맞춰 아이들을 데려오고 저녁에는 텃밭에서 나는 재료를 수확해 식사를 준비해요. 운동 겸 산책을 하러 온 가족이 동네 한 바퀴를 돌면 하루가 끝이 나요. 주말이나 쉬는 날에는 다섯 식구가 바비큐 장비를 챙겨 근처 산으로 피크닉을 가기도 하고요.”

사랑스러운 계절과 이웃

“아이들은 나무 열매, 잎사귀, 나무껍질, 씨앗 주머니, 돌 같은 자연물을 이용해 생각지도 못한 놀이를 만들어내요. 셋이 힘을 합쳐 땅을 판 후에 나뭇잎과 꽃, 마른 씨앗들을 집어넣고 통나무로 찧으며 솜땀을 만든다고 하고, 호수 주변에 심어진 솜나무들을 뜯어다 뿌리며 솜눈을 맞죠. 여름 나라에 사는 아이들이 겨울을 느끼는 방법이에요. 놀이터나 키즈카페 같은 제한된 공간보다 드넓은 자연 놀이터를 좋아해서 계곡이 있는 산을 자주 찾아요.”

“제가 살고 있는 무반은 호수를 둘러싸고 있어요. 치앙마이 시내에 있지만 단지 안으로 들어오면 조용하고 평안한 분위기예요. 호수 주변에는 많은 꽃과 과일나무들이 심어져 있어요. 여름 나라지만 계절마다 피고 나는 것들이 달라서 매일 같은 길을 걸어도 구경할 거리가 넘쳐나요. 이웃에는 저희 가족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거주하신 할머니 할아버지가 많이 계세요. 마당에서 과일이나 채소를 수확하면 꼭 한 봉지씩 들고 집으로 찾아오시는데, 외출한 날 우체통 위에 바나나 한 다발, 호박 한 통 올려져 있는 게 너무 귀여워요. 땅콩 수확 시즌에는 땅콩버터, 구운 땅콩, 땅콩 쿠키, 땅콩강정을 각각 만들어다주셔서 웃었던 날도 있었어요.”

 

마이뻰라이, 마이뻰라이

다섯 식구는 태국 어디를 가든 환영을 받는다. 아기와 어린이에게 호의적인 분위기 때문이다. 세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불편한 경험보다 특별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치앙마이 사람들은 세 아이를 위해 기꺼이 식당 입장 순서를 양보해 주고, 공공장소에서 떠드는 아이에게 오히려 미소를 보낸다. 낯선 언어, 낯선 환경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었던 건 처음부터 끝까지 다정한 이웃 덕이었을지도 모른다.

“성격이 급했던 저도 10년 넘게 느리게 사는 사람들과 속도를 맞추다 보니 같이 느린 삶을 살게 되었어요. 별것 아닌 작은 일들은 그러려니 넘기게 되었죠. 태국에 살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 중 하나가 ‘마이뻰라이’예요. 한국어로 ‘괜찮다’라는 뜻인데, 제가 실수를 하거나 근심이 있을 때 이곳 사람들이 ‘마이뻰라이’ 하며 웃어 주면 안심이 돼요.”

MOM’S RECOMMENDED PLACE

아사마 카페
“아무 때나 가도 좋지만 특히 비가 온 다음 날 추천해요. 예쁜 하늘과 산, 초록 사이의 호수 뷰와 맛있는 커피까지 있으니 복잡했던 마음을 치유해 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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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D’S RECOMMENDED PLACE

후아이 뜽 타오 호수
“치앙마이에는 바다가 없지만 바다 같은 호수가 있어요. 호수 앞에서 맛있는 솜땀과 까이양을 먹고 귀여운 양떼들도 만날 수 있어요.”


don kaeo, mae rim Chiang m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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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이다은

사진 정다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