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glish With Family

부은 대로 흘러넘치는 엄마표 영어

우리는 갓 태어나 세상을 만난 아이들에게 온갖 아름다운 말과 소리를 들려주고, 다양한 세상을 경험시켜 주려고 한다. 아름답고 좋은 것들로만 채워져서 아이들의 모든 말과 행동이 곱고 아름답기를 바라면서. 이 마음은 아이를 키우고 양육하는 자세뿐 아니라 언어적인 학습인 엄마표 영어에도 통한다. 채우는 만큼 흘러나오는, 채운 모양대로 흘러나오는 게 바로 엄마표 영어니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아이에게 무엇을 채워주면 좋을까?

최수빈

제품과 가구 디자인을 전공한 뒤 아이 둘의 엄마가 되었다. 아이들에게 알맞은 책을 찾아 소개하고, 우리집만의 엄마표 영어의 팁과 과정들을 공유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coming_spring 계정과, #우리셋_영어 해시태그에서 확인해 볼 수 있다.

님아, 그 단계를 뛰어넘지 마오

흔히 엄마표 영어의 단계를 듣기, 읽기, 말하기, 쓰기로 구분한다. 들을 수 있어야 읽고, 말을 할 수 있기에 당연한 수순이다. 하지만 모국어가 영어인 미국에도 어릴 때부터 노출된 소리를 듣고 말은 하지만 글을 읽고 쓰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쓰지 못하는 이유는 듣기, 읽기, 말하기, 쓰기 중 읽기의 단계를 지나쳤기 때문이다.

듣기에서 읽기의 단계를 건너뛰면 말하기는 되겠지만 쓰기로 물 흐르듯이 자연스레 이어질 수는 없다. 반대로 읽기의 단계를 보충한다면, 오래 걸리지 않아 하고 싶은 말을 써낼 수도 있을 거라고 믿는다. 그래서 듣기, 읽기, 말하기, 쓰기의 단계를 잘 채워가면서 다음 단계로 이어지는 아이의 흐름에 주목해야한다. 충분히 듣고 많이 읽어서 단계마다 단지가 채워지면 자연스럽게 말이 툭 튀어나온다. ‘이 정도 했으면 되지 않을까?’라는 질문이 떠오를 때는 부족하다. 정말로 충분하게 채워지면 아이 모습에 변화가 생긴다. 더듬더듬 읽던 책을 자연스럽게 읽는다든지, 짧은 문장들을 술술 말하기도 한다. 그 변화의 시기에 우리는 알맞은 단계의 방법들을 다시 가득 채워주면 된다. 말하기가 익숙해진 다음 쓰기를 보충하면 훨씬 수월하다. 그래서 나는 엄마표 영어 학습의 초기에 무리한 쓰기나 암기 학습을 지양하는 편이다.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단계별로 들이는 공과 시간에 비해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아이가 쓰기를 너무 어려워한다면, 듣기와 읽기의 단계가 아직 덜 채워진 것은 아닌지 돌아보자. 쓰기가 어렵다고 하는 아이들의 말을 단순히 영어가 어렵다고 받아들이기보다는 ‘말하는 것이 어렵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로 이해하는 편이 더 정확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영어 글쓰기에서도 문해력이란 단어를 마주하게 된다. 글을 쓴다는 건, 조리 있게 말을 한다는 건 자기 생각과 의견이 들어가야 하고 그걸 표현해야 하기에 영어 글쓰기 단계에서 가장 먼저 고심해야 할 것은 ‘자신의 생각과 이야기를 얼마나 말로 표현할 수 있느냐.’다. 그런데 말로 표현할 수 있으려면 일단 생각과 의견이 정리가 되어야 한다.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서 말할 수 있다면 스펠링이나 문법은 얼마든지 학습을 통해 교정할 수 있다. 그래서 쓰기의 화두는 다시 읽기로 회귀된다. 

많이 읽고 채워진 아이가 글쓰기도 잘한다는 건 한글이든 영어든 변하지 않는 불변의 법칙이다. 많이 읽어서 다양한 표현을 알고 그 표현으로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는 것이 생각이 담긴 글이다. 우리 집은 첫째 아이 기준으로 아이가 2, 3점대 책을 어려움 없이 듣고 읽고 이해할 때쯤 화상 영어를 시작했다. 읽기에서 말하기의 단계를 채워줘야 하는 변화가 보였기 때문이다. 가끔 보면 엄마표 영어는 사교육의 도움 없이 순수하게 집에서 진행하는 걸 높이 평가하곤 하는데, 나는 기준을 확실히 정하고 엄마가 발전시켜 줄 수 있는 부분과 보충이 필요한 부분으로 나누어서 객관화해 봤다. 물론 엄마표로만 만족할 만한 결과를 이루는 경우도 분명 존재하겠지만 나는 엄마의 한계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나의 열정으로 완벽하게 채울 수 없는 부분은 학원이든 과외든 도움을 받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시도한 원어민과의 대화에서 아이는 큰 어려움을 느끼지 않았고 일주일에 두 번 25분 동안 자기 생각을 ‘말’로 표현하는 연습을 했다. 그 시간이 거의 1년 6개월이 다 되어 가고 그사이에 영어 신문을 읽다가 정확한 논픽션의 내용에 낯선 단어들이 사용되는 비문학 지문 중 마음에 드는 한두 문장을 그대로 읽고 따라 적는 필사를 병행했다. 좋은 글쓰기는 좋은 글을 따라 쓰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생각해서 글쓰기의 워밍업이 되기를 바랐다.

엄마표 영어, 쓰기라는 난관

흔히들 엄마표 영어에서 가장 어렵다고 느껴지는 게 쓰기라고 한다. 글을 쓴다는 건 원래 어려운데다, 한글로 쓰는 것도 만만치 않다. 나 역시 영어 쓰기 인풋을 가정에서만 챙겨주려니 좀 버거웠다. 처음 엄마표 영어의 가이드라인을 세울 때, 그 시기를 아이가 5학년 될 때로 예상했다.

대개 5학년 정도 되면 엄마표 영어를 하는 아이들은 꼭 보충해야 하는 부분이 생긴다. 문장과 단어를 유추하는 방식으로 영어를 익혀 왔기 때문에 정확한 단어와 뜻을 매칭하는 단계가 꼭 필요하다. 중학교에 진학하기 전에 유추하던 영어에서 정확하게 다듬는 과정을 거쳐야 하고, 그 과정이 수월할 수 있도록 아이의 영어가 일정 수준에 다다르는 목표를 잡아뒀다. 지금 첫째 도엽이는 잡아둔 계획보다 살짝 이르게 그 과정에 들어갈 준비가 되었고, 동시에 영어 글쓰기의 단계에 들어갔다. 요즘 아이는 일주일에 두 번 온라인 영어 수업의 도움을 받는다.

아이의 글쓰기 단계에서 다른 방법의 도움을 받게 된 이유도 명확하다. 자칫 영어 글쓰기는 자유롭게 원하는 생각과 말을 영어인 글로 옮기면 되는 거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요구되는 영어 글쓰기엔 어떤 포맷과 수행해야 하는 요소의 법칙이 분명 존재하기에 우리가 일기처럼 적는 자유로운 글쓰기만으로는 필요한 학습적인 성취가 부족할 수 있다. 어떤 주제를 어떤 형식으로(보통에세이라 하는 형식) 써야 하는지 감을 잡기가 어렵고, 문법적인 오류를 정확히 수정하거나 지도하기에도 버거운 점이 있기에 이 단계에선 필요하다면 적절한 도움을 받아보는 것도 추천한다. 보통 엄마표영어로 영어와 마주하던 아이들이 학원이나 다른 사교육이라는 장면을 새로이 마주할 때, 읽기 레벨에 비해 쓰기 레벨이 뒤처지는 경우가 있지만 쓰기의 전 단계들을 착실하고 충분하게 채워온 아이들은 쉽게 따라간다. 실제로 큰 아이는 생전 처음 영어 타자를 이용해서 글을 써야 했는데도 옆에서 지켜보는 내가 놀랄 정도로 잘 따라갔다.

영어 글쓰기는 우리 집도 이제 시작이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쓰고 싶은 글도 많은 아이가 되길 바란다. 영어로 글을 쓰는 건 한글로 글을 잘 쓰는 것과 연결되기에 꾸준히 한글책 독서를 챙긴다. 동시에 영어책 독서도 느슨해지지 않으려고 한다. 영어는 학습이지만 동시에 언어이기 때문이다. 언어를 채우는 그 단계들을 무시하지 말고 잘 채워나가길 바란다. 그래서 결국에는 글씨가 아닌 글을 쓰는 아이들이 되길 바란다.

쓰기 수업에 도움을 주는 사이트

요즘의 영어 글쓰기는 연필로 노트에 직접 쓰는 경험도 중요하지만 컴퓨터 타자 연습도 챙기면 좋다.

↑click

TypingClub

초급 수준의 영어 타자를 연습해 볼 수 있는 사이트로 영어 자판을 처음 접하는 아이들이 자리를 익히는 것부터 해볼 수 있다. 유료 옵션도 있으나 무료로 충분히 이용 가능하다. 회원가입 뒤 로그인하고 이용하면 기록이 남아, 이전 연습한 것에 이어서 연습해 볼 수 있다.

typingclub.com

↑click

PICTURE DIC & BOOKS

이미 타자에 어느 정도 익숙한 수준에서 이용하기 좋아 타이핑클럽보다 조금 더 중급의 수준을 연습하기 좋은 사이트다. 짧은 에세이부터 긴 강연의 문장들을 따라서 타이핑해 볼 수 있다. 이 사이트 역시 로그인을 하면 타이핑한 기록이 남는다.

picnbooks.com/pnb

AROUND 온라인 구독

어라운드의 모든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읽어보세요.

구독 시작하기

에디터 김현지

글·사진 최수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