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glish With Family

시작은 쉽게, 가벼운 목표부터

딱 3개월만 해보기로 하고 시작했던 ‘엄마표 영어’. 매일 ‘오늘만 해보자. 3개월 채워보고 아니다 싶으면 당장 그만둘 거야.’ 하고 다짐했던 그 시간이 2년이 지났다. 아이가 즐거운 엄마표 영어라지만 새로운 언어를 접하고 배우는 일이 아이와 엄마에게 쉽고 순탄할 리 없다. 안 해보던 일들이라 당연히 처음은 힘들다. 그럴 때면 3개월만 하고 그만둔다는 마음으로 견뎌보길 바란다. ‘서당 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라는 속담도 있지 않는가. 3개월 후에는 해볼 만하다는 마음이 생길 테니.

최수빈

제품과 가구 디자인을 전공한 뒤 아이 둘의 엄마가 되었다. 아이들에게 알맞은 책을 찾아 소개하고, 우리집만의 엄마표 영어의 팁과 과정들을 공유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coming_spring 계정과, #우리셋_영어 해시태그에서 확인해 볼 수 있다.

엄마에게도 적응 시간이 필요하다

엄마표 영어나 아이 영어 학습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시작한 엄마표 영어라서 3개월 동안 ‘도대체 엄마표 영어가 뭐야?’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당장 매일 실행할 계획부터 그 계획들을 가지고 도달해야 할 중간 목표들, 그리고 또 그 중간의 목표들이 모여 결국에는 이르러야 할 마지막의 목적지까지. 아무것도 모르는 백지상태에서 나름 정리된 큰 그림이 그려질 때까지 엄마도 공부를 해야 한다. 엄마의 공부란 아이들에게 하는 것처럼 영어 단어를 외우거나 영어 관련 학습이 아니라 흘려듣기나 영어책 읽기, 집중 듣기 같은 단어를 들었을 때 물음표가 생기지 않게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AR이라 불리는 리딩 점수는 뭔지, 어떤 영어책을 보여줘야 하는지, 어떤 음원을 들려줘야 하는지 처음부터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엄마표 영어를 하기로 마음먹고 정말 한두 달은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아이를 이끌려면 우선 나부터 알아야 했다. 유창한 발음이나 해박한 문법 지식이 아닌 영어 학습의 흐름이나 책의 종류, 음원을 틀어주는 기계의 종류처럼 각자의 아이들에게 가장 효과적으로 영어 노출 환경을 조성해 줄 수 있는, 환경 설정의 부분들에 대해서 파악해야 한다. ‘영어’가 아닌 ‘어떻게’ 영어를 접해줘야 하는지에 대해서. 그래서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들을 챙겨주기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노력을 참 열심히도 했다. 한창 영어책 읽는 재미를 붙일 때 읽고 싶은 책의 음원을 따로 구매할 수 없을 땐 유튜브를 뒤져봤다. 원어민들이 책을 소리 내어 낭독하는 Read aloud 영상들이 많았는데, 그 영상들에서 음원만 다운로드해서 MP3 파일로 변환해 주는 프로그램도 있었다. 찾아보면 그 노력에 상응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참 좋은 시대다(물론 이렇게 변환된 파일은 절대 상업적으로 사용해선 안 된다. 아이들 교육용으로만 집에서 들어야 한다). 그런데 때로는 유튜브에도 없는 책이 있었다. 그래서 컴퓨터를 켜고 번역 프로그램에 책 문장을 한 글자, 한 글자 모두 타이핑을 하고 문장 듣기 버튼을 누르고 컴퓨터가 읽어주는 소리를 녹음한 적도 있다. 진짜 이렇게까지 했다.

사람마다 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보통은 3개월 정도를 하면 엄마가 웬만큼 감을 잡는다. 그러니깐 사실 3개월은 아이를 가르치는 시간이라기보다는 엄마 스스로 공부하고 가족에게 맞는 방법과 길의 방향을 깨닫는 시간이기도 하다. 사실 엄마표 영어도 아이들에게 영어 공부를 하게 만드는 과정인데 아이들만 할 수는 없지 않나. 엄마가 알아야 책도 고르고, 훗날 학원을 보낸다고 해도 그 커리큘럼이 우리 아이에게 적당한지도 알 수 있다. 그래서 꼭 엄마표 영어를 시작하거나 지속하려는 마음이 없다 하더라도 엄마들이 엄마표 영어에 대한 흐름을 파악하길 바란다.

누구나에게 오는 ‘노잼’ 시기

엄마도 적응이 되어 엄마표 영어가 자리가 잡혀가는 시점에 아이의 영어가 일취월장하는 때가 온다. 엄마가 안내하는 루틴이 아이에게 매일 자연스럽게 스며든다면 별 무리 없이 1점대 리더스 북에서 2점대 리더스북까지 속도를 내어 올라간다. 가장 빠르게 올라가고 가장 오래 머무는 지체점이기도 하다. 흔히들 “2점대까지는 쉬웠는데 2점대에서 막혔어요.”라는 말을 많이 하고 2점대에서 3점대로 넘어가는 그 구간을 마의 구간이라고도 부른다. 알파벳부터 파닉스나 사이트 워드 정도 단계로 이루어진 1점대의 아주 짧은 문장들로 구성된 책들을 읽고 어찌어찌 2점대까지는 부드럽게 연결이 잘 되는데 3점대, 즉 리더스에서 챕터북으로 넘어가는 그 고비가 아마 제일 처음 맞이하는 제대로 된 고비가 아닐까 싶다. 나름 만반의 준비를 끝낸 엄마의 계획에도 차질이 생기는 시기이기도 하고. 

우리 집도 알파벳을 제대로 몰랐던 아이가 갑자기 한두 줄짜리 영어책을 읽고 2점대 책까지 자연스럽게 읽어나갔다. ‘이제 됐구나!’ 싶어서 엄마의 속도대로 브레이크 없이 액셀만 쭉 밟다가 똑같은 상황을 맞이했었다. 아, 이게 그 말로만 듣던 챕터북 정체기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때 브레이크를 크게 한번 잡았다. 이때 아이들이 3점대 챕터북을 읽기 싫어하거나 흥미를 못 느끼는 원인은 책이 재미없거나, 책 종이가 갱지여서 싫거나, 그림이 없어서 등등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가장 큰 이유는 지금 아이의 수준에 어렵기 때문이다. 나는 이때 억지로 읽게 하지 않고 준비했던 챕터북들을 모두 치웠다. 그리고 아이가 쉽고 재미있게 읽었던 1점대 책들을 다시 꺼냈다. 그리고 천 권 읽기를 제안했다. 천 권 읽기라는 무시무시한 이름과는 달리 한 문장으로 이루어진 쉽고 재미있는 책들로 다시 영어책 읽기의 재미를 찾아주려 했다. 똑같은 책을 열 번 읽으면 열 권으로 인정했고 아무런 부담 없이 술술 읽을 수 있는 책들이니 아이는 천 권 읽기 표시를 하고 싶어서 쉬운 책들을 스스로 몇 번씩 읽곤 했다. 천 권 읽기는 쉽고 기본적인 문장들을 반복해서 읽으면서 다시 영어책 리딩의 기본을 채우는 데 도움이 된다. 특히 1점대의 리더스에서는 가장 필수 기본 구조인 문장들과 단어들이 나오므로 그 문장들을 계속 소리 내어 읽다 보면 통으로 외우게 된다. 나중에 긴 문장을, 많은 문장을 읽어내야 할 때 큰 도움이 되었다.

영어책 읽기 싫다고 하는 날에는 붙잡고 억지로 읽히지 않고 한글책을 원하는 만큼 차고 넘치게 읽게 했다. 쉬운 리더스, 픽처북으로 천 권 읽기를 채우며 잠시 영어의 속도를 늦추면서 한글 독서를 챙긴 것이다. 영어책 리딩은 앞뒤 단어와 문장 속에서 유추하는 힘으로 책을 읽어나가고 단어들을 익히는 방법이기에 한글책을 넘치도록 읽고 한글책의 수준이 올라가면 독해 능력이 발전하면서 어느 순간 어려워하던 영어책을 읽어낸다. ‘한글책이 영어책 멱살을 잡고 올라간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한글 독서도 간과하면 안 되는 부분이다.

그렇게 좋아하는 게임도 1년 365일 하라고 하면 질리게 마련인데 아무리 재미있게 이끌어주려 해도 결국 영어는 학습이고 모르는 부분이 생기고 어려움이 생기기에 순간순간 슬럼프가 올 수 있다. 이 시기에는 왜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냐고 재촉하는 대신에 이제껏 열심히 재미있게 잘했으니 조금 쉬어가길 바란다. 엄마표 영어의 길이 반듯반듯한 직진만 있을 리 없고, 정체된 김에 쉬어가는 코스에서 효과를 보기도 했다. 문장 하나 읽는 거에 호들갑 떨며 칭찬하던 때처럼 아이의 작은 발전에도, 이만큼의 성장에도 호들갑 떨며 다시 칭찬해 주면 아이 얼굴에 슬그머니 번지는 미소를 볼 수 있을 거다. 엄마의 호들갑 떠는 칭찬이 아이에게 동기부여가 되어줄 수 있다. ‘노잼’의 시기를 아이 스스로 극복하게 하는 최고의 방법은 엄마의 박수, 칭찬 한마디일지도 모른다.

영어 정체기에 도움되는 책과 프로그램

Kid Spy
Mac barnett | Scholastic

3점대의 챕터북 중에 재미있게 읽은 책 중 하나인 키드 스파이. 컬러풀한 내지와 맥바넷 작가 특유의 유머 코드가 흥미롭다. 한글번역서도 있어 한글책을 먼저 읽고 원서를 읽어도 좋고 그 반대로 해도 괜찮다. 아이가 책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순서대로 읽히면 도움이 될 것이다.

The Princess In Black
Shannon Hale | CandlewickPr

한글 번역판 책을 너무 재미있게 읽어서 원서로 찾아놓은 책. 책을 고를 때 레벨이나 형식도 중요하겠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아이가 즐겁게 읽을 수 있느냐다. 한글책으로 재미 있게 읽은 책은 영어책으로 접근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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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K YouTube To MP3

엄마표 영어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음원 확보라서 음원을 추출하는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책만 있고 음원 CD나 큐알코드가 없는 도서들에 유용하다. 유튜브나 영어 읽어주는 영상에서 음원만 추출해서 MP3 파일로 저장하면 된다. 무료고 사용 방법도 간단하지만 상업적인 용도로 사용하면 안 된다는 점을 반드시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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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김현지

글·사진 최수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