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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심 일일로 쌓아 올린 울타리
매일의 루틴을 지키며 작심 일일의 마음으로 우리의 생활에 공을 들인다. 매일 물을 주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그러나 분명 커가는 콩나물들처럼. 딱 오늘 하루만 열심히 살아보자고 마음먹는 매일의 다짐과 행동으로 우리 가족의 울타리는 넓어지고 있다. 그 울타리 안에서 콩나물이 자라듯 아이들도 자란다. 당장 성과가 보이지 않는 교육과 육아의 모든 과정을 콩나물에 물 주는 마음으로 대해본다. 보이지 않지만 분명 쉬지 않고 잘 자라고 있을 거다.
콩나물 시루에 물을 주듯이
콩나물 시루에 물을 줍니다.
물은 그냥 모두 흘러 내립니다.
퍼부으면 퍼부은 대로
그 자리에서 물은 모두 아래로 빠져 버립니다.
아무리 물을 주어도
콩나물 시루는 밑 빠진 독처럼
물 한 방울 고이는 법이 없습니다.
그런데 보세요.
콩나물은 어느새 저렇게 자랐습니다.
물이 모두 흘러내린 줄만 알았는데
콩나물은 보이지 않는 사이에 무성하게 자랐습니다.
물이 그냥 흘러 버린다고
헛수고를 한 것은 아닙니다.
아이들을 키우는 것은 콩나물 시루에
물을 주는 것과도 같다고 했습니다.
아이들을 교육시키는 것은
매일 콩나물에 물을 주는 일과도 같다고 했습니다.
물이 다 흘러내린 줄만 알았는데,
헛수고인 줄만 알았는데,
저렇게 잘 자라고 있어요.
물이 한 방울도 남지 않고
모두 다 흘러 버린 줄 알았는데
그래도 매일매일 거르지 않고 물을 주면,
콩나물처럼 무럭무럭 자라요.
보이지 않는 사이에 우리 아기가.
– 이어령, 《천년을 만드는 엄마》
돌이켜보면 우리 집의 엄마표 영어가 순항 중인 이유는 나의 육아 스타일이나 성향이 엄마표 영어의 특성에 잘 부합했기 때문이다. 나의 육아 스타일은 ‘일단 큰 울타리를 쳐놓고 그 안에서 자유로이 방목하기’다. 아이들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규칙들을 정해 놓고 그 안에서는 아이들 의지대로, 하루 일과를 스스로 채우게 하는 것이다. 어겨도 되는 많은 규칙보다는 꼭 지켜야 할 작은 규칙 몇 가지를 정하고 매일 지켜가는 편이다. 무엇보다 아이들과 나의 정신건강을 지키고 친밀감을 유지하는 데 좋다. 그래서 우리 집은 방학이 되어도 거창한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 지난 방학에도 매일 ‘정해진 만큼 수학 문제집 풀기와 영어책 한 권 집중 듣기’가 주된 계획이었다. 이렇게 매일 서로 지켜야 할 범위를 아이들이 기억할 수 있는 개수로 정해두면 서로 편하다. 날마다 지켜야 할 작은 목표들과 그 목표들이 모여서 이룰 큰 목표를 세워놓고 매일매일 잘 지키기만 하면 된다.
작심삼일이라는 말이 긍정보다는 부정적인 실패의 의미로 많이 쓰이지만, 매일을 잘 살아가는 데 꽤나 괜찮은 계획 같다. 3일마다 목표를 이룬다는 마음으로, 3이 열 번이면 벌써 한 달이니 작심삼일, 혹은 작심 일일의 마음으로 오늘 하루를 충실히 보내면 된다. 이 법칙은 아이들의 생활을 관리하는 엄마의 생활에서도 적용된다. 그런 생각과 실천이 엄마표 영어의 하루 일과를 잡고 루틴을 만들어가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아이들은 ‘이것만’ 최소한으로 지키면 되고, 나도 ‘이것만’ 확인해 주면 되니 말이다. 울타리 안에서의 방목과 작심 일일이 합쳐지면 최소한의 지켜야 할 테두리 안에서 아이들은 스스로 그날 꼭 해야 하는 걸 먼저 끝내고 시간을 채운다. 물론 아이들이니 미룰 때도 있고, 순서를 바꿔 먼저 놀고 밤늦게 할 일을 시작하기도 한다. 어떤 날은 솔직하게 작심 일일도 채우지 못하고 하루를 보내기도 한다. 그래도 우리는 울타리가 있으니 안심할 수 있다.
우리 집 울타리는 이렇다. 티브이로 영상을 볼 때는 영어로만 보기, 영어 영상을 유튜브나 넷플릭스에서 원하는 만큼 시청해도 약속한 프로그램들 내에서만 보기, 혹시 새로운 프로그램을 보고 싶을 땐 엄마에게 물어보기, 휴대폰 게임이나 닌텐도 같은 게임은 주말 저녁에 허락된 시간에만 하기, 수학 문제집을 너무나 풀기 싫을 땐 문제집 대신 독서를 더 하기.
써놓고 보니 누군가는 이게 무슨 최소한의 울타리냐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매일매일의 작심 일일로 넓혀진 울타리가 맞다. 우리 집은 나와 남편이 아이들만 집에 두고 잠시 자리를 비워도 아이들이 울타리를 넘어가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 작심 일일이 쌓여 만들어진 우리들만의 견고한 약속의 울타리다. 무리하지 않고 쌓아왔기 때문에 아이들은 영어로 보는 영상이 가장 재미있다. 오늘 문제집 풀지 말고 그냥 책이나 읽을까 하면 정말 좋아한다. 아이들에게 영어 영상 보는 일과 책을 읽는 건 그냥 즐거운 일이 된 거다. 사실 이것만으로도 나는 우리집 엄마표 영어가 성공적이라고 생각한다.
작심 일일의 목표로 하루하루 그냥 열심히 지내면 된다는 말은, 처음 엄마표 영어 이야기를 할 때도 강조한‘루틴’을 잡아가는 과정과도 이어진다. 우리 집에서 가장 처음 세운 일일 목표는 ‘흘려듣는 영어에 친숙한 환경 만들기’였다. 지금은 이미 경험을 해보았으니 딱 한 달만, 몇 달만 해보라고 말할 수 있지만, 처음 시작할 땐 정말 ‘하루만, 하루만 더’라는 심정이었다. 그 작심 일일이 쌓이니 흘려듣기는 어느새 목표로 세우지 않아도 될 만큼 생활이 되었다. 그래서 그다음 작심 일일의 목표로 세운 게 영어책 읽기였다.
매일매일 목표 하나만 제대로 이룬다고 생각하면 아이들도 엄마도 덜 지친다. 흘려듣기에 영어책 읽기, 집중 듣기, 영어 영상 보기, 거기에 아이들 교과 학습까지 아이들도 엄마도 챙길 게 너무 많다. 처음부터 완벽한 계획표를 짜고 실행에 옮긴다면 좋겠지만 시작할 땐 영상 시청에 큰 화면이 좋은지 작은 화면이 좋은지도 고민될 만큼 감을 잡기가 힘들고 자칫 수많은 계획들 앞에 지쳐버리기 일쑤다.
엄마표 영어의 일과, 틀, 규칙 만들기는 아이와 엄마의 성향에 맞게 하루에 꼭 하나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목표를 세우고 우선 하루씩 지켜나가는 것에서 시작한다. 작심 일일이 세 번이면 작심삼일이고 그 3일이 열 번 모이면 한 달임을 잊지 말자. 중요한 건 ‘최소한’이다. 그냥 오늘 하루만 열심히 지내보자는 마음으로 하다 보면 울타리가 점점 넓어져 있을 거다. 그 넓어진 울타리 안에서 아이들은 자유로워지고, 엄마도 그만큼 마음에 여유가 생긴다. 우리 집에서 지금 딱 하나 제대로 해야 하는 건 독서다. 문제집이고 뭐고 다 필요 없이 영어책과 한글책 독서. 지금은 독서가 가장 중요하고, 독서에 시간을 쏟을 수 있는 시기인 걸 알기 때문이다.
그 하나가 아주 당연한 습관이 되고 나면 그 위에 다른 목표를 또 하나 세우고 하루씩 지켜나가 보면 된다. 회사원이 항상 가슴속에 사직서를 품고 다니는 것 같은 마음으로, 엄마도 마음속에 ‘작심 일일 오늘 하루만!’이라는 말을 품고 ‘오늘 하루만 해보지.’라는 마음으로 힘내길 바란다. 그리고 오늘 하루 조금 못 보내도 괜찮다. 내일 다시 새 마음으로 시작하면 되니깐!
많이들 물어본다.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지, 아이들 케어와 집안일, 책 소개하는 일을 어떻게 다 해내는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바로 ‘다 해내지 않기’다. 밖에서 일을 하든, 집에서 일을 하든 모든 일을 다 잘 해내려 해서 탈이 난다. 나는 일을 시작하고 과감하게 집중해야 할 부분들을 정했다. 나머지는 내가 해야 하는 ‘일’이라는 울타리에서 빼내는 작업을 했다. 그중에 제일 처음은 집안일. 배달 음식의 횟수가 늘었고 그걸로 죄책감 갖지 않으려 한다. 맛있는 음식을 직접 만들어주는 횟수는 줄었지만 대신 맛있는 음식을 시켜서 함께 먹으며 마주 앉아 이야기 나누는 횟수는 줄지 않았다. 그럼에도 엄마의 시간은 늘 한정적이라서 아이들이 모두 잠든 후에야 제대로 된 나의 ‘일’을 시작한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시간도 새벽의 깊은 시간. 주어진 시간은 모두에게 공평하고 내가 잘하고 싶고 꼭 하고 싶은 일을 하려면 그 공평한 시간을 알맞게 사용해야 한다.
사람마다 방법이 다르겠지만 나는 잠을 줄였다. 너무 단순하지만 가장 솔직하고 현실적인 답이다. 되도록 아침과 낮 시간엔 원래의 우리 시간대로 보내려고 노력한다. 아이들에게 집중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쉽지 않다. 그래서 내 생활에서도 아이들과의 생활에서 쓰이는 울타리 만들기가 적용된다. 내 생활에서의 울타리는 바로 시간. 타이머 같은 도구를 이용하면서 시간의 울타리를 만들어 잘 사용한다. 이때도 최소한으로 ‘몇 시까지는 뭘 해야 해.’ 하고 단순하게 정해놓고 그 시간엔 정해놓은 목표에만 집중하려 한다. 반대로 아무 일에도 신경 쓰지 않고 아이들에게 집중해도 되는 시간을 정해서 여유의 울타리도 자주 만든다. 예를 들면 ‘오늘 일은 무조건 밤 열 시부터’라고 정해놓으면 밤 열 시까지는 일에 관한 어떤 생각도 하지 않으려 한다(그렇지만 쉽지 않다). 각자 자신만의 울타리를 효과적으로 만들길 바란다. 엄마는 슈퍼우먼이 아니니 엄마의 울타리를 너무 높고 좁게 만들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그 누구보다 엄마에게 작심 일일의 마음가짐이 가장 필요하다.
바나나그램스 알파벳 교구
영어 알파벳이 네모난 타일 모양에 프린트되어 있는 교구로, 바나나 모양의 파우치에 정리되어 있어서 바나나그램스라고 불리는 알파벳 보드게임 교구. 아이들과 단어 만들기를 하면서 놀이로 활용한다.
마이니 타이머
울타리 만들기 생활에서 아이들과 나는 타이머를 즐겨 사용했는데, 유명한 구글 타이머를 2년 쓰다 고장이 나서 새로 찾은 타이머다. 시간 설정이 24시간까지 자유롭고, 쉬는 시간과 반복이 가능한 인터벌 기능이 있어서 40분 공부, 10분 휴식같이 학교 수업 시간에 맞춰서 사용하기에도 효율성이 좋다.
에디터 김현지
글·사진 최수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