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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법은 있지만 정답은 없는 엄마표 영어
엄마표 영어라는 제목 뒤에 수많은 방법과 후기들이 있다. 우리 집 영어의 경험도 그 수많은 이야기 중 하나일 것이다. 우리 집 영어의 시작과 진행 과정을 담담하게 전하는 이유는 어떤 답이나 결과를 도출해 내는 입력값이 아닌 진실하게 보여주는 수많은 예시 중에 하나로 닿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하면 할수록,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느끼는 명확한 사실 중의 하나는 엄마표 영어에 정답은 없다는 거다. 정답 대신 우리 집, 우리 아이들에게 맞는 방법이 있을 뿐. 엄마표 영어는 각자의 집과 아이에 맞춰 전개되어야 하는 이야기다.
엄마표 영어를 설명하다 보면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이렇다. “그래서 하루에 책 몇 권을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읽고, 듣기는 몇 시간을 해야 하나요?” “책은 무슨 책을 보여주면 되나요?” 이 질문들은 흡사 약국에 들어가서 다짜고짜 “약 주세요.” 하는 말과 비슷하다. 수많은 영어 관련 서적과 엄마표 영어의 가이드가 담긴 책들이 있지만, 그 책들과 가이드 중에 우리 아이와 완벽하게 맞는 계획이 있을 리가 만무하다는 마음으로 참고하는 것이 좋다. 그 어느 책에도, SNS에도 정답은 없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나에게도 당연히 정답은 없다. 우리 아이들에게 맞는 방법이 있을 뿐. 결국 엄마표 영어에 ‘엄마표’라는 꼬리표가 붙는 건 정말 엄마표이기 때문이다. 엄마가 아이를 얼마나 파악하고 알고 있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
우리 집에서 엄마표 영어를 시작했을 때를 생각해 보면 우선은 큰아이에게 집중했다. 그 당시 당장 2학년이 되고 알파벳도 잘 모르던 아이에게 먼저 초점이 맞춰진 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애초에 정말 그냥 학원에 보낼 생각으로 별 고민 없이 집 근처 대형 영어 학원에 가서 가장 기본이라는 파닉스반으로 보냈다. 우리 집 엄마표 영어의 시작은 코로나와 함께 시작되었다고 말했던 것처럼 한 달을 다니면서 파닉스를 익혀 갈 때쯤 코로나로 학원 수업이 불가능해지면서 불안감에 아이를 학원에 보내지 않게 되었다. 혹시나 금방 정상화가 되어서 다시 등원하고 수업하게 되는 경우 아이가 진도에 뒤처지지 않고 자연스럽게 따라갈 수 있도록 학원과 같은 커리큘럼으로 집에서 지도하기 시작했다. 학원 수업 시간인 45분을 타이머로 맞춰놓고 그 시간 안에 아이에게 전해 들은 학원에서의 순서와 분량과 집에서 학원 교재로 쓰던 책들을 가지고 학원 방식으로 선생님이 되어서 가르쳐보았다. 그런데 아무리 자세히 알려주고 천천히 해도 항상 시간이 남았다. 학원에서는 여러 아이를 지도해야 하니 남는 시간에 단어를 익히거나 채점을 기다린다고 했다. 아이를 학원에 보내더라도 어떤 내용을 어떤 방법으로 배우고 있는지 체크할 필요가 있었다. 이 정도 내용을 이 정도 시간을 투자해 듣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학원에 다녀도 매번 내주는 과제들을 보면 집에서도 손 놓지 않고 영어에 관여하고 이어가야 한다. 분명했던 건 학원만 다녀서 해결되는 영어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학원도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하나의 도구일 뿐 정답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학원마다 다르겠지만 학원 수업 방식은 파닉스를 익히면서 리딩서들을 함께 읽으며 과제로 영어 시디를 듣고 단어를 암기하는 것인데, 집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학원을 오가는 시간이 들지 않으니 시간 관리 면에서는 더 득이 될 것 같았다. 왔다 갔다 길에서 허비하는 시간에 집에서 영어책을 한 장 더 보는 게 좋을 것 같았고, 시기적으로 코로나가 한창 창궐하던 때라서 그렇게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엄마표라는 이름을 붙여 집에서 영어를 시작하게 되었다.
초점이 첫째에게 맞춰지다 보니 비교적 계획성 있게 진행한 편이다. 파닉스를 학원 교재로 익히고 읽기 쉬운 리더스 종류의 책을 읽고, 그런 다음 음독해서 읽고, 하루에 세 시간은 꼭 무조건 채워서 영어 음원이나 영상을 틀어줬다. 그 과정을 모두 옆에서 함께 했다. 지금 와 생각해 보니 어찌 그렇게 했을까 싶을 정도로 촘촘한 계획을 세워 열심이었다. 다행히 첫째는 이렇게 계획적인 부분이 잘 맞는 성향이었다. 꼼꼼하고 계획을 세우면 그 계획을 따라가는 걸 좋아하는 성향의 아이라서 어느 정도 학습 계획이나 틀을 잡아주면 거기에 맞춰서 하는 걸 좋아했고, 이런 방법들이 잘 맞았다.
첫째의 영어 루틴을 만드는 동안 나도 모르게, 아이도 모르게, 둘째는 우리 집 영어 공부 과정에 무방비로 자연스레 노출되어 있었다. 첫째가 열심히 영어를 접할 때 옆에 있던 둘째(그 당시 일곱 살)는 따로 챙겨주지 않아도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영어가 넘치고 흘러 흠뻑 적시고 있었던 거다. 첫째 기준에 맞추어 둘째도 초등학교 2학년쯤 제대로 시작해 봐야겠다는 나만의 계획이 있었는데, 오빠의 엄마표 영어 덕에 자연스레 집 분위기가 영어와 친숙하게 채워지고 티브이도 자연스레 영어 영상만 보게 되니 둘째의 영어는 거저 얻은 느낌이다. 그 방치된 상황에서 오히려 습득하고 발화되는 과정이 더 빨랐다. 흘러나오는 영어 음원을 따라 말한다거나, 영어 영상을 보고 너무 재미있게 이해하고 웃는다거나, 생활 속에서 문득 튀어나오는 영어 문장들에 놀라곤 했다.
그렇게 정말 아주 자연스럽게 ‘흘려듣는’ 상황에서 자유분방한 아이 성향에 너무나 잘 들어맞는 영어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첫째가 꼼꼼하고 계획적이고 집중력 있는 성격이라면, 둘째는 자유로운 영혼 그 자체인 아이라서 오히려 방목했던 시간이 아이에게는 자유로운 환경 속에서 즐겁게 영어를 접하는 계기가 되어 주었다. 이러한 아이들의 과정을 보니 영어의 학습이 아닌 노출은 어릴 때부터 함께해 주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어 유치원을 다니거나 영어 학원 문턱도 밟아본 적 없는 둘째는 지금 스스로 쉬운 영어책들을 읽는다. 영어 문제집도 공부가 아닌 재미있는 놀이책 풀듯이 푼다. 여기서 욕심내서 바로 학습 계획을 잡고 아이를 앉혀놓고 무언가를 시킬 수도 있겠지만, 아이 성향을 잘 알기에 나는 자연스럽게 이제껏 해오던 것처럼 영어와 함께하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있다. 둘째는 지금 정해진 분량 없이 영어책을 읽는다. 하루에 한 권 읽을 때도 있고, 읽지 않을 때도 있다. 하지만 항상 영어 음원 듣기와 영어 영상 시청은 한다.
영어 노출 시기와 아이들 성향의 차이가 겹쳐서 아이들의 아웃풋이라고 하는 결과물에도 차이가 난다. 첫째의 아웃풋은 리듬들로 쌓인 책의 문장들을 이용해서 말하는 형식이었다면, 둘째의 아웃풋은 생활 영어에 더 가깝다. 첫째는 조금 더 갖추어 말하려 하고, 둘째는 많이 생략해서 말한다. 아무래도 쌓인 인풋의 형태가 첫째는 책이 더 많았고, 둘째는 영상과 음원이 더 많았기 때문이라 추측해 본다. 첫째의 아웃풋을 보완해 주기 위해 현재는 원어민 선생님과 자유로이 말하는 분위기의 화상 영어 수업을 주 2회 진행하고 있다. 조금 더 자연스레 생각을 말로 나타내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둘째의 아웃풋은 이제 책으로 채워주어야 하는 단계다. 그래서 다시 첫째와 걸었던 길을 둘째 아이에게 조금 맞춰서 변형하여 시작하려 한다. 둘째만을 위한 루틴으로. 그래서 이번 겨울방학부터 우리 집 영어는 또 다른 시작이다. 첫째가 갔던 길을 그대로 가면 안 된다는 걸 안다. 둘째는 둘째에게 맞는 길을 새로 내어주면서 걸어갈 생각이다. 그래서 엄마표 영어는 하나의 정해진 답은 없다. 각각의 집에서 엄마표 영어의 길이 많이 생기길 바란다. 그러려면 지금 집중해서 보아야 하는 건 바로 눈앞의 아이들이다. 엄마표 영어에 관한 책도 많고 지금의 나처럼 경험을 말해주는 글도 참 많다. 그 내용을 그대로 따라 하기보다 우리 집에 맞게, 우리 아이들에 맞게 잘 바꾸어서 적용해 본다면 더 즐거운 결과가 있지 않을까. 그리고 속도에 욕심내지 말고 방향에 초점을 맞추어 아이마다 지닌 보폭에 맞추어 가길 바란다. 보폭이 너무 크면 넘어지고, 너무 작으면 지칠 수 있으니. 넘어지지 않고 지루해 포기하지 않는 우리 집만의 영어를 만들어 가기를!
우리 집 영어책 읽기 루틴
1 먼저 책의 그림만 찬찬히 살펴보며 대략적인 내용 이해해 보기(나중에 음원을 들을 때 그림에 시선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다).
2 음원 들을 때 책 글씨와 매치하면서 집중해서 듣기.
3 처음부터 끝까지 소리 내서 책 읽어보기.
이 세 단계가 우리 집 영어책 한 권 읽을 때의 루틴이다. 매일매일을 아이 옆에 붙어 리액션을 해주면서 아이가 영어와 친해지는 과정에 나도 항상 함께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니 이제 영어책 읽을 때 엄마가 꼭 옆에 있지 않아도 아이는 자연스럽게 정해진 루틴에 따라서 책을 읽어나갔고 조금 수월해졌다. 흘려듣기나 영상 보기는 ‘거의 하루 종일 틈날 때마다’라고 생각하면 된다.
에디터 김현지
글·사진 최수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