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glish With Family

아이가 즐거운 ‘엄마표 영어’

한글을 깨우치던 시기의 아이들처럼 끊임없이 영어를 들려주고 보여주고 영어책을 읽게 했더니 어느 날, 화장실에 있는 나를 찾는 아이의 입에서 “Mom, There You Are?”라는 영어가 튀어나왔다. ‘설마 이게 될까?’ 하던 일이 ‘이게 정말 되네?’로 바뀌는 순간들. 그 작은 기쁨과 뿌듯함으로 이어가는 것이 엄마표 영어다. 가끔 찾아오는 즐거움과 흡족함을 원동력으로 길고 꾸준하게 매일매일 쌓이는 시간을 믿고 나아가 본다.

우리 집만의 루틴 만들기

아이에게는 가장 즐거운 영어 공부지만 엄마에게는 쉽지 않은 것이 엄마표 영어라고들 한다. 경험해 보니 처음이 힘들다. 모든 일이 그러하듯 우리만의 습관과 루틴을 잡고 매일매일 이어가는 끈기가 더해질 때까지 엄마는 혼자 아랫입술을 수없이 깨물며 부글부글 끓는 속을 방 안에 가서 조용히 토해내야 한다. 그래도 그 고비만 지나가면 수월하게 지나갈 터이니 모두 처음이라는 고비의 언덕을 잘 넘어갔으면 한다. 그 언덕을 넘으며 아이와 충돌이 생길 수도 있는데,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 지금까지 수없이 많은 상황을 통해 ‘우리 아이는 이런 성격이구나.’를 알아왔으니, 엄마 계획대로 움직여주는 아이를 바라지 말고, 내 아이의 성향과 특성에 맞게 방향과 형식을 요리조리 수정해서 맞춰 가면 된다. 아이의 성향에 맞춰 우리 집만의 루틴을 만드는 것이 우리 집에 가장 좋은 방법이니까. 우리 집 아이들은 집중 듣기를 할 때 손가락으로 책의 단어와 문장을 하나씩 짚어가는 방식을 얼마나 싫어했는지 모른다. 처음에는 그렇게 꼭 해야만 할 것 같아서 억지로 시켰더니 그게 싫어서 영어책 읽는 시간에 얼굴을 찌푸리고 즐거워하지 않길래 당장 그만둔 기억이 있다. 정석이라고 불리는 방법들이 있지만, 그 방법이 모든 아이에게 정답은 될 수 없으니 아이에게 맞춰서, 아이를 가장 잘 아는 엄마가 각자 정답을 찾아가야 한다. 실패를 몇 번 경험하면 분명 우리 집에 맞는 방식을 찾을 수 있다.

영어 영상이나 음원, 노래 등으로 영어와 낯설지 않게 충분히 첫인사를 시켜주었다면, 아이들이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영어 그림책과 동화책을 마련해 보길 바란다. 이때는 가랑비 말고 소나기를 퍼붓는다는 생각으로, 집에서 들리는 영어 소리와 볼 수 있는 영어 영상, 읽을 수 있는 영어책까지 아낌없이 넘치도록 들려주고 보여주자. 흠뻑 빠져보는 기회를 주려면, 아이의 시선으로 생각해 보자. 아직 영어를 잘 모르고 읽을 줄 모르는 아이에게는 직관적으로 재미있어 보이는 그림책이나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책이 바로 읽고 싶은 책이지 않을까. 책을 읽어주는 음원이 재미있거나, 반복해서 듣다 보면 노래를 흥얼거릴 수 있을 수준으로 아이들 눈을 사로잡을 수 있는 재미있는 그림이 있는 책을 찾아 보여주고 들려주는 것이 엄마표 영어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엄마는 그런 책을 찾느라 아주 많은 시간을 소비하기도 하는데, 그만큼 ‘읽기’는 엄마표 영어에서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책을 읽어주는 음원이 있다면 좋겠지만, 혹시 없어도 걱정하지 말자. 그 어떤 음원보다 좋은 건 엄마 목소리다. 발음이 좋건 나쁘건 중요하지 않다. 그래도 읽어주기 어렵다면 유튜브에 널리 퍼져 있는 원어민이 책을 읽어주는 영상을 잘 활용하도록 한다.

아이의 속도에 발맞추기

처음 영어책을 읽을 때도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듣기. 음원을 들려주며 영어 글자나 문장을 ‘읽는 것’에 초점을 맞추지 말고 들으면서 그림을 보고 내용을 이해하는 데 중점을 두고 영어책을 보여주자. 이 과정을 보통 ‘집중 듣기’라고 부른다. 영어의 말소리와 문장, 글자를 매치하면서 듣고 그 소릿값을 텍스트와 연관시켜보는 과정이다. 만약 아이가 ‘Apple’이란 단어는 모르지만, 책에 사과 그림이 나오는 페이지에 저 단어가 있으면 ’아, 이게 사과인가 보네.’라며 유추해 볼 수 있다. 뒤이어 읽어주는 음원을 들으면서 단어가 발음되는 것을 소리로 들으며 학습해 보고 따라 읽어보고 자연스레 단어를 읽고 말하게 되는 원리다. 비슷한 레벨의 책들은 그 레벨에서 익혀야 하는 공통된 단어들을 사용하므로 여러 책을 읽다 보면 어느덧 단어의 노출 횟수가 늘어나고, 결국에는 무슨 뜻인지 깨닫게 된다. 이렇게 유추하면서 영어책을 읽을 수 있게 해줘야 하므로, 처음 시작하는 단계에서는 그림과 글의 내용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쉬운 리더스들과 그림책을 함께 보여주면 좋다.

리더스란, 읽기 연습을 위한 책으로 아무래도 쉬운 문장 구조와 단어로 만들어져 있어서 리더스만 읽는 것보단 그림책도 함께 보여주는 걸 추천한다. 픽처북이라고 부르는 그림책은 리더스와는 다른 단어들, 시적 표현이나 의성어, 의태어의 쓰임이 훨씬 풍부하기 때문에 꼭 함께 보여주자. 나는 책을 고를 때 아이의 수준보다 조금 쉬운 책들을 골라서 듣고 소리 내서 읽게 해주었다. 처음에는 그림에 눈이 먼저 가기 때문에 처음부터 끝까지 그림을 충분히 보게 한다. 이후 준비된 음원을 틀고 다시 천천히 음원과 문장을 매치해서 듣고, 그런 다음에는 소리 내서 읽어보게 하는 것이 우리 집의 영어책 읽기 루틴이다. 하루에 권수를 정해서 아이가 힘들어하지 않을 만큼만 꾸준히 실행했다. 처음에는 아주 쉬운 레벨의 책 다섯 권을 하다가 아이가 힘들어하는 것 같아서 세 권으로 줄였다. 그렇게 지치지 않고 매일 할 수 있는, 아이와 엄마가 실행 가능한 계획을 잡고 수정하면서 우리 집에 맞는 최적의 루틴을 잡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엄마표 영어는 굉장히 긴 마라톤이니 처음부터 힘을 모두 쏟지 말고 엄마와 아이 모두 지치지 않고 할 수 있을 만큼의 분량을 정해야 한다. 매일매일 귀로 들으면서 눈으로는 책의 그림들을 보면서 내용을 유추해 가며 소리를 내 읽다 보면 저절로 영어 문장을 읽고 뜻을 이해하는 경험은 꼭 온다. 얕게 켜켜이 쌓이는 매일의 하루들이 얼마나 탄탄해지는지를 경험했기에, 조바심 내지 말고 꾸준히 즐겁게 매일의 루틴을 이어 가보라고 말하고 싶다. 엄마표 영어의 가장 큰 적은 바로 조바심이다.

우리 집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

한글 책과는 다르게 영어책은 아이가 좋아하는 책의 분위기나 종류를 찾기 힘들다. 어떤 책은 삽화가 마음에 안 들어서, 어떤 책은 책의 내지가 갱지여서, 어떤 책은 폰트가 마음에 안 들어서 같은, 내용과는 전혀 상관없는 이유로 아이에게 선택받지 못한 책도 많다. 영어 도서관에 가서 많이 보여주고 또 많이 사보고 아이가 좋아하는 책이 생기면 그 책의 작가를 꼭 메모해놓곤 했다. 같은 작가의 책을 보여주면 재미있게 보던 기억과 비슷한 분위기 덕에 잘 읽어준 것 같다. 좋아하는 작가를 알려면, 아이의 취향을 알려면, 우선은 많이 보여주자.

Books

Fly Guy Series
Tedd Arnold | Scholastic

FLY GUY는 1점대의 리더스북을 읽을 때 함께 읽어볼 만한 재미있는 얼리챕터북으로 유명하다.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똑똑하고 친근한 파리 이야기가 아닐까. 파리를 애완동물로 키우다니! 아이가 기발하고도 웃긴 이 시리즈를 좋아한다면, 테드 아널드라는 작가 이름을 잘 기억해두자.

Noodle Heads
Tedd Arnold | Holiday House

테드 아널드 작가의 또 다른 책으로, 아이가 FLY GUY를 재미있게 읽었다면 이 책도 좋아할 가능성이 높다. 비어 있는 머리, 즉 누들 헤드를 가진 유머러스한 주인공들의 이야기다. 작가의 위트와 코믹함이 돋보여서 아이들이 즐겁게 읽은 책이다.

Progra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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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c!

영어 원서는 물론 영상도 함께 듣고 볼 수 있는 영어 음원 앱이다. 무료 서비스도 있지만 사용할 수 있는 원서의 종류나 영상의 범위가 많이 제한적이므로 한 번 둘러보고 잘 활용할 것 같다는 마음이 들면 유료결제를 하고 이용하는 걸 추천한다. 원서 종류가 다양한 편이고 아이들마다 프로필을 설정하여 읽기 레벨별로 책을 고를 수 있는 점이 마음에 든다. 특히 장거리 이동할 때나 아이들 잠자리에서 틀어놓기에도 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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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tel

스웨덴 기반의 오디오 앱이지만 한국에서 운영하는 거라 이용하기 편하다. 영어 원서의 종류가 다양하진 않지만 영어 뿐만 아니라 한글 책을 오디오북으로 들을 수 있고 성인을 위한 책들도 있어서 엄마, 아빠도 함께 이용할 수 있다. 먼저 무료 체험 기간을 이용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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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김현지

글·사진 최수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