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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표 영어, 로드맵이 필요해
드디어 마지막 기록까지 왔다. 우리 가족이 일구는 아이들의 영어 이야기를 부담 없이 써내려가려 했던 가벼운 마음이 점점 무거워져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고 고백한다. 마지막으로 여기까지, 그리고 앞으로 어디까지일지 모를 우리 집 영어의 로드맵을 나눈다.
모든 아이들, 모든 가정에 완벽한 엄마표 영어의 로드맵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목적지를 입력하면 어느 길로 가라고 알려주는 내비게이션처럼. ‘많이 비싸더라도 그런 로드맵이 있으면, 나는 꼭 살 거야.’라는 터무니없는 혼잣말을 한 적이 있다. 목적지에 아직 도달하진 않았지만, 빠르고 쉬운 길을 알려주는 내비게이션도 아니지만, 우리 집의 엄마표 영어를 뒤돌아보면서 우리 집표 로드맵을 남겨본다. 이 지도는 정답이 아니지만, 우리만의 해답을 찾기 위해 열심히 걸어간 지난날의 기록이다.
영어 영상과 음원의 흘려듣기로 생활 속 영어 듣기의 습관을 형성하자
영어는 듣기부터 시작해야 한다. 듣기, 읽기, 말하기, 쓰기 순으로 채워주는 것이 좋다. 매일의 루틴에 영상 시청도 꼭 필요한데, 인물이나 등장 캐릭터의 표정, 몸짓과 함께 실생활의 모습을 배경으로 한 영상들은 뉘앙스를 익힐 수 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와 실생활 대화체를 들을 수 있는 유튜브 영상들을 적절히 활용하기를 추천한다.
흘려듣기는 영상과 음원이 모두 포함된다. 그날 본 영상물을 화면 끄고 소리만 틀어놓는 것도 효과적이다. 이때 넷플릭스나 유튜브를 이용하고 블루투스 오디오에 연결해 두면 좋다. 화면은 없지만 소리는 이미 시청한 영상의 소리가 나오니 아는 영어 소리들로 귀에 걸리는 흘려듣기가 가능하다.
듣기를 하면서 아주 쉬운 원서를 소리 내어 읽기
그림이 있는 책이라면 나중에 시선이 도망가지 않게 그림을 먼저 충분히 보게 한다. 그다음 음원을 들으면서 눈으로 글을 읽고, 소리 내 읽어 보게 안내하자. 음독을 연습시켜 보면 아이들이 익숙한 단어나 조사로 문장을 변형해 마음대로 읽거나 아예 생략해서 읽는 경우를 알게 된다. 글을 대충 빨리 읽는 속독의 습관이 잡히지 않도록 정확하게 읽어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이 과정을 모두 해야 한 권을 읽는다고 할 수 있다. 권수는 아이가 힘들지 않을 정도로 조정해도 좋다. 우리 집은 다섯 권으로 시작했다가 세 권으로 조정했다. 하루에 한 권이라도 괜찮다.
픽처북(그림책)을 중심으로 리더스(읽기책)를 한 권씩 껴서 읽게 한다
픽처북은 픽처북만의 단어들과 표현이 있기에 꼭 챙겨서 읽어야 한다. 리더스만 읽으면 읽기 레벨은 잘 올라가지만 나중에 리더스가 아닌 책들을 읽는 데 어려움이 생기니 픽처북도 많이 챙겨서 읽히길 바란다. 픽처북의 구성은 픽션과 논픽션을 섞어서 다양하게 보여주자.
가장 좋아하는 책이나 시리즈를 만들어주자
픽처북과 리더스 단계에서 얼리챕터북 정도까지는 많은 양의 책을 읽는 것이 좋다. 짧은 책들을 반복해서 읽는 것도 양을 늘리는 방법 중에 하나이고 문장을 통으로 외울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반복하여 읽는 가장 좋아하는 책을 만들어주자. 재미있는 영어책을 찾는 방법은 정말로 많이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실패할 두려움은 접어두고 일단 많이 보여주고 그중에서 아이가 재미있게 읽는 책이 있다면 꼭 작가명을 메모해 두도록 하자. 같은 작가의 시리즈는 대체로 좋아할 확률이 높다. 이때부터는 정말 재미있는 영어책을 찾는 일이 엄마표 영어 여정의 대부분이 되기도 한다.
얼리챕터에서 제대로 된 챕터북으로 단계를 이동할 때는 ‘재미’가 중요하다
원서 읽기는 엄마표 영어에서 가장 중요하고 비중을 많이 차지하는 핵심적인 부분으로 긴 시간이 되겠지만 아이가 흥미를 느끼면 충분히 즐거울 수 있다. 원서 읽기는 재미있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자.
이보전진을 위한 일보후퇴를 기억하자
원서 읽기를 진행할 때 무조건 계단식으로 올라갈 수만은 없다. 아이가 주춤거린다면 바로 한 걸음 물러나 보자. 어려워하면 쉽게 돌아가기를 바란다. 어려운 책을 계속 읽으라고 하는 건 어른에게나 아이에게나 고역이니 아이가 만만하게 읽을 만한 책들을 주로 보여주고 가끔 슬쩍 조금 더 높은 레벨의 책도 끼워서 보여준다. 아이가 문장 마침표까지 끊기지 않고 책을 소리 내어 수월하게 읽을 때가 다음 수준의 책으로 시도해 볼 시기다.
집중 듣기 후에는 꼭 소리 내어 음독을 하면서 책을 다시 읽어보게 하자
보통 원서를 읽을 때 음원을 같이 들으면서 음원에 따라 글을 읽는 것을 집중 듣기라고 한다. 챕터북도 음독하는 걸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하나 현실적으로 아이가 힘들어할 수 있다. 그럴 때는 한 페이지 정도만 소리 내어 읽게 했다. 집중 듣기 하는 음원의 속도가 눈으로 책을 읽는 것보다 느려질 때, 눈으로 이해하며 묵독하는 속도가 음원보다 빨라질 때가 되면 굳이 음원의 힘을 빌리지 않아도 좋다.
아이 스스로 흥미를 찾아야 한다
영어의 흘려듣기 환경을 조성해 주고, 꾸준히 규칙적으로 습관을 잡아 영어책 읽기가 가능해지면 아이는 스스로 영어에 대한 흥미와 재미를 찾을 수 있어야 한다. ‘내가 이런 영상을 보고 저런 책도 읽을 수 있구나.’ 하는 자신감이 쌓이고, 부모의 칭찬이 더해질 때 아이는 흥미와 재미를 얻는다.
등대 같은 목표가 필요하다
엄마표 영어는 ‘아이에게 부담 주지 않고 재미있게 해봐야지.’라는 마음으로 시작했다가 중간에 빨리 성과를 보고 싶어 안달 난 마음으로 바뀌기 쉽다. 그래서 두리뭉실하게나마 성과가 아닌 목표를 정하고 시작하는 게 좋다. 대략적으로 ‘몇 살 때 이 책을 읽어봐야지.’라는 추상적이지만 어떠한 목표점이 되어줄 수 있는 등대 같은 목표.
시간의 힘으로 목표를 이루는 즐거움을 느껴보자
성과와 목표는 다르다. 보여주는 성과가 아닌 함께한 시간이 쌓여 목표를 이루었을 때의 즐거움을 느껴보면 좋겠다. 아이에게 ‘이만큼이나 했는데 왜 이것밖에 못 하지.’가 아닌 ‘우리 벌써 이만큼이나 목표에 가까이 왔네.’라고 말해줄 수 있기를 바란다. (이건 나도 부족한 부분이라 스스로 남기는 당부이기도 하다). 아이가 영어책이 재미있어서 스스로 읽고, 음원을 찾아 듣고 공부가 아닌 일상의 한 부분으로, 친숙한 언어로 인식한다면, 엄마가 이제껏 준비하고 바탕을 만들어주었던 엄마표 영어가 아이가 직접 그림을 그려나가는 아이표 영어로 바뀐다.
로드맵의 마지막은 아이들이 채우게 비워두자
이 여정의 마지막 과정은 아이들이 채워나갈 거라 믿는다. 우리 집도 빈칸이 많이 남아 있으니 앞으로 성실히 잘 채우고 싶다.
에디터 김현지
글·사진 최수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