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Cook The Movie

오늘은 내가 하루 종일 요리사!

“요리엔 관심도 없고, 잘하고 싶은 마음도 없어요.” 십수 년간 해오던 말을 슬슬 넣어둘 때가 왔다. 크고 작은 요리에 이모저모 손대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영화 속 메뉴를 따라 하고 싶은 마음마저 생겼다. 온종일 요리에 매진하며 레시피를 적어봤다. 이왕 하는 거 ‘적당량’ 같은 단어가 없는 친절한 레시피를 만들고 싶다. 요리를 모르는 나 같은 사람도 얼마든지 도전할 수 있는 그런 레시피. 오늘은 아침부터 한밤중까지 지글지글, 보글보글 우리 집이 제일 소란스러웠다.

 

따끈따끈 든든한 그 맛

<남극의 쉐프>(2009)

오키타 슈이치 | 드라마, 코미디

하얗게 펼쳐진 눈밭 위로 자전거 한 대가 그림처럼 지나간다. 방한복과 방한화, 보온용 모자까지 갖춘 단단한 차림새의 남자 둘이 자전거에 나란히 앉아 있다. 한 명은 부지런히 페달을 밟고, 다른 한 명은 메가폰을 허리춤에 달고 이렇게 외친다. “오늘 메뉴는 맛있는 오니기리와 따끈따끈한 돈지루입니다. 홋카이도 연어 알이 속 재료인 오니기리!” 그 외침에 노란색, 보라색 방한복을 입은 장정들이 앞다투어 설원을 뛰어간다. 대단히 화려한 것도, 굉장한 재료가 들어가는 것도 아닌데 만날 때마다 반가운 메뉴, 극한의 추위에도 달리게 만드는 그 맛, 소박해서 더 포근한 셰프의 음식에 도전했다. 오늘 아침 식사는 조물조물 완성한 일본식 주먹밥과 따끈한 돼지고기 된장국이다.

Breakfast Time

돈지루와 오니기리

소요 시간 40분, 난이도 하

꼭 필요한 재료
돈지루: 미소 된장, 얇게 썬 돼지고기, 곤약, 단호박, 대파, 당근, 브로콜리, 유부, 팽이버섯
오니기리: 밥, 김, 깨, 참기름, 소금

 

취향에 따라 필요한 재료
원하는 속 재료를 추가하자. 뭐든 잘 어울린다.

 

참고
•모든 분량은 ‘먹을 만큼’이다.
•오니기리는 따뜻한 밥으로 해야 잘 뭉쳐진다.

 

요리법 | 돈지루
1 당근은 반달썰기로, 대파는 어슷썰기로, 나머지 속 재료도 다른 채소와 비슷한 크기로 썰어준다.
2 돼지고기는 한입 크기로 잘라준다.
3 달군 냄비에 기름을 두르고 고기부터 볶는다.
4 돼지고기가 살짝 노릇해지면, 대파와 팽이버섯을 제외한 속 재료를 전부 넣고 함께 볶는다.
5 속 재료가 어느 정도 익으면 물을 넣고 끓이다가 마지막에 미소를 넣는다. 한 스푼씩 넣어가며 맛을 보고 간을 맞춘다.

 

TIP 미소는 된장과 달리 오래 끓이면 맛이 옅어진다.

6 보글보글 끓기 시작하면, 대파와 팽이버섯을 넣고 조금 더 끓여준다.

 

요리법 | 오니기리
1 따뜻한 밥에 소금과 참기름, 깨를 넣고 조물조물 섞는다.
2 동그랗게 뭉쳐서 속을 눌러 속 재료를 넣는다.

 

TIP 너무 얕게 파면 오므리기 쉽지 않고, 너무 깊이 파면 뚫릴 수도 있으니 적당한 깊이감과 두께감을 유지한다.

3 모서리가 둥그런 세모 모양으로 만든 뒤, 김을 오려 아랫단에 잘 붙여준다.

 

TIP 래핑하면 모양을 쉽게 잡을 수 있다(그러나 귀찮다).

 

리뷰 | 아침 식사로 별 다섯 개
오니기리와 돈지루로 차린 아침상은 제법 그럴 듯했다. 미소는 자극적이지 않아 아침 메뉴로 적당하고, 심심한 맛이 묘하게 입맛을 자극하여 한 입 두 입 자꾸만 먹게 된다. 아침밥을 한답시고 새벽 5시에 일어나 부랴부랴 준비했는데, 오니기리 모양 잡는 데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 아침부터 진을 쪽 뺐지만 든든한 식사에 기분은 상당히 좋다.

노릇노릇 애정 어린 손맛

<하와이언 레시피>(2009)
 
사나다 아츠시 | 드라마

하와이 북쪽, 호노카아 마을의 어느 집에서는 매일같이 맛있는 냄새가 솔솔 풍긴다. 누워서 보느라 텔레비전을 세로로 세워둔 귀여운 할머니 비이가 레오에게 만들어주는, 보기만 해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일본식 요리들이 냄새의 범인이다. 그중에서도 마음에 가장 오래 남은, 그 맛을 상상하게 하는 요리가 있다. 한국 이름으론 양배추롤, 일본식으론 롤캬베츠로 불리는 따뜻한 음식이다.

Lunch Time

롤캬베츠

소요 시간 120분, 난이도 중상

꼭 필요한 재료

양배추, 다진 소고기(돼지고기로 대체 가능), 양파, 소금, 후추, 전분, 카르보나라 소스

 

취향에 따라 필요한 재료

소시지, 고춧가루, 치킨스톡

 

참고

•다진 소고기 반 근(300그램) 기준이다.

•한 스푼의 기준은 밥숟가락!

 

요리법

1 양배추의 단단하고 둥그런 심지를 제거하고 소금물에 푹 끓인다.

2 양배추가 말랑말랑해질 동안 다진 소고기 300그램과 양파 한 개, 소시지를 먹을 만큼 다진다.

3 속 재료에 소금 한 스푼, 후추 취향껏, 고춧가루 ⅔스푼을 넣고 주물러준다.

4 양배추가 다 익으면 꺼내서 찬물에 담근다. 열기가 식으면 도톰한 심지를 마저 제거한다.

TIP 딱딱한 부분을 도려내야 돌돌돌 잘 말린다.

5 양배추를 건져 키친타월로 물기를 제거하고, 평편한 바닥에 올린다. 속 재료를 손으로 쥐어 양배추 위에 올린다.

TIP 넓은 잎일수록 말기 쉽다. 처음 말 때 손에 힘을 꼭 주어 말고, 두세 번 굴린 뒤 위아래를 덮어 마무리하면 예쁘게 말린다.

6 프라이팬에 올리고 전분을 뿌린 뒤 약한 불로 굽는다. 노릇노릇해지면 양배추가 조금 단단해지는데 그때 뒤집어서 반대편도 노릇노릇하게 만든다.

7 잘 익은 양배추롤 위에 카르보나라 소스를 붓는다. 시판용 소스가 꾸덕꾸덕한 편이라 치킨스톡 육수를 200밀리리터 정도 넣었다.

TIP 우유와 생크림으로 소스를 만들어야 정석이지만, 편하게 시판용 파스타 소스를 사용했다. 

8 소스가 보글보글 끓으면 완성!

 

리뷰 | 생각보다 훨씬 든든한 한 끼 

손이 많이 갈 거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장보는 일까지 꼬박 세 시간이 걸렸다. 개인적으로 크림소스보다는 토마토소스를 더 좋아하는데, 영화 장면과 결을 맞추기 위해 굳이 취향을 반영하진 않았다. 토마토소스나 로제 소스를 활용하고 싶지만 또 해 먹을 마음이 생길지는 의문. 맛은 엄청나게 좋았다. 담백하고 고소해서 온몸이 절로 포근해진다.

후끈후끈 코끝 찡한 빨간 맛

<리틀 포레스트>(2018)
임순례 | 드라마

복잡한 일상을 뒤로하고 고향 마을로 돌아온 혜원.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는 혜원과 오랜 친구인 재하, 은숙의 일상이 잔잔하게 담겨 있다. 일상을 잠시 멈추고 사계절을 함께 보낸 이들 사이사이에 깃든 끼니들을 슬그머니 들여다본다. 그중 보자마자 혀끝에 침이 한가득 고인 메뉴가 있었으니 다름 아닌 떡볶이다. 그것도 마늘과 고추를 기름에 달달 볶아 무지막지하게 매콤하게 만든 새빨간 떡볶이!

Dinner Time

떡볶이

소요 시간 30분, 난이도 중

꼭 필요한 재료

떡, 마른 고추, 마늘, 양배추, 당근, 대파, 고추장, 진간장, 고춧가루, 설탕

 

취향에 따라 필요한 재료

어묵, 소시지, 양송이버섯, 치킨스톡

 

요리법

1 마늘은 편 썰기, 당근은 반달썰기, 대파는 어슷썰기, 양배추는 큼직하게, 고추는 총총 썰어준다. 어묵과 소시지와 양송이버섯도 비슷한 크기로 잘라준다.

2 기름을 두르고 마늘과 파, 고추를 넣고 볶는다. 어느 정도 볶아지면 양배추, 당근, 버섯을 넣고 1~2분 정도 더 볶는다.

3 떡볶이 떡과 어묵, 소시지를 넣고 뜨거운 물을 붓는다. 감칠맛을 내고 싶어 치킨스톡을 넣었지만, 맹물로도 충분하다.

4 고추장 4스푼, 간장 1.5스푼, 설탕 2스푼, 고춧가루 2스푼을 넣고 끓인다.

TIP 4인분 기준이다. 아빠랑 둘이서 4인분을 해치웠다.

5 팔팔 끓이고 파의 초록 부분을 잘라 올리면 완성!

 

리뷰 | 식사로도 좋고 술 안주로도 좋네

스트레스를 잔뜩 받은 은숙은 극 중에서 고추를 다섯 개나 잘라 넣었지만, 나는 그럴 용기가 없어 세 개만 살짝 넣었다. 콧잔등에 땀이 맺힐 정도로 매웠지만, 맥주랑 먹으니 여기가 바로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로다. 아빠는 남은 국물에 흰쌀밥을 풍덩 말아 든든하게 마무리! 여름의 길목에서 맛보는 매콤하고 시원한 떡볶이는 요리사의 하루를 마무리하기에 딱 좋은 화끈한 메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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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이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