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첸이치우, 폰딩 크리에이터
폰딩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이곳은 직업적 배경이 다른 세 명이 같이 만든 공간이에요. 저는 잡지 에디터로 일했고 지금은 폰딩에서 판매하는 책과 공간 기획, 전시 기획을 담당하고 있어요.
폰딩에서 일하기 전에는 어떤 잡지에서 일했나요?
저는 대만 친구 두 명과 함께 《낫 투데이Not Today》라는 독립 출판 잡지를 만들었어요. 중국어와 영어로 출판되었기 때문에 해외에서도 잡지를 판매했죠. 지금까지 총 여섯 권의《낫 투데이》가 발행되었고 일 년에 네 번 출간하고 있어요.
직업적 배경이 다른 세 명이 모여 폰딩을 열게 된 계기가궁금해요.
동업자 중 한 명은 제 남편인 케년 예Kenyon Yeh이고, 한명은 일본 디자이너인 요이치 나카무타Yoichi akamuta에요. 남편은 본인의 가구 브랜드 ‘ESAILA’를 운영하고 있죠. 4년 전에 신인 가구 디자이너를 초청한 가구 박람회에 함께 참가했었는데 그때 한 일본인 친구를 만났어요. 처음에는 단순히 마음이 맞는 사이로 지냈어요. 대만을 굉장히 좋아하는 친구였는데, 저희 부부에게 공간 프로젝트를 제안했어요. 저희도 좋아하던 관심사를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전시하고 싶었고, 이런 계기로 폰딩을 만들게 되었죠.
그럼 이곳에 있는 가구를 모두 남편이 설계한 건가요?
설계라고 말하기에는 부끄럽지만, 다 직접 만들었어요. 지금 앉아있는 1층의 테이블은 설계한 뒤 나무 가공을 외부에 부탁했고, 스탠드와 의자는 남편 가구 브랜드에서 설계하고만들어 가져왔죠.
폰딩이라는 이름은 어떤 뜻을 가지고 있나요?
처음에 자리를 물색할 때 우연히 만난 이 공간이 무척 마음에 들었어요. 햇빛이 잘 들어오고 창문도 아름다웠죠. 그런데 준비하다 태풍이 와서 옥상에 물이 고인 적이 있었어요. 그때 영어에 물이 고였다는 의미를 지닌 ‘Ponding’ 이라는 단어가 생각났어요. 물은 정해진 형태가 없고 수시로 변할 수 있잖아요. 이 공간도 그렇게 전시 주제에 따라서 유연하게 바뀌었으면 했어요. 좋은 선택이었죠. 그래서 로고도 물이 고인 그림이에요. 중국어로는 폰딩의 발음과 비슷한 한자를 골랐어요. 최대한 쓰기 편하고 깔끔한 단어를 선택하려고 했고 ‘친구’와 ‘사람’이라는 의미를 담았어요.
1층은 책방과 카페, 2층은 팝업 스토어, 3층은 전시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어요. 1층에서 판매하는 책을 선택하는 기준이 있나요?
초반에는 단순히 제가 좋았던 책을 골랐어요. 그때는 사진에 관심이 있어서 사진집과 독립 출판잡지, 이 두 분야의 책을 100권가량 두었죠. 그 후 손님들이 점점 많아지면서 이곳에 오는 사람의 취향도 고려하게 됐어요. 이곳에 오는 사람 중엔 책을 출판하는 아티스트도 있었기에 그들의 책도 판매하기 시작했고요.
그렇다면 지금도 매거진 외에 출판하거나 제작에 관여하는 책이 있나요?
전에는 직접 출판하기도 했는데, 폰딩을 시작한 후에는 제작에 전처럼 신경을 못 쓰고 있어요. 하지만 이 공간이 조금 더 안정되면 다시 시작할 예정이에요.
2층 팝업 스토어와 3층 갤러리는 어떤 주기로 바뀌나요?
고정적인 기간이 있는 건 아니지만 2주에서 4주 정도의 주기로 바뀌어요. 자주 바꾸는 편이다 보니 결과적으로 좀 피로하기도 해요. 최근에 1년 반 만에 큰 변화가 있었어요. 원래는 2층과 3층을 서로 다른 전시를 하는 전시 공간으로만 사용했는데, 2층에 팝업 스토어라는 개념을 추가한 거죠. 커피를 마시면서 작품을 볼 수 있게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을 두었고, 전시를 보고 전시와 관련된 제품을 구매할 수 있어요. 이런 방식의 전시를 늘 하고 싶었거든요. 옛 직장에서는 갤러리에서 일하는 사람을 만날 기회가 많았는데, 갤러리는 굉장히 상업적이거나 예술적인 쪽으로 치우친 경우가 많았죠. 이런 이유로 개성을 내세우기보다 문턱이 낮고 모든 사람이 와서 즐길 수 있는 복합적인 플랫폼을 만들고 싶었어요.
전시를 준비할 때는 어떤 작가를 섭외하려고 하나요?
제 개인적인 취향도 물론 있지만, 일할 때는 최대한 얽매이지 않도록 노력해요. 전시의 주제에 관해서 토론할 수 있는 작가의 작품을 전시하는 편이에요. 그래도 작가의 열정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주제가 맞지 않더라도 상대방의 열정이 저를 감동시켜서 함께 일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 편이에요.
지금은 작가들이 먼저 연락하는 경우도 많을 것 같아요.
초반에는 아니었지만 최근에는 연락을 많이 받고 있어요. 작가 생활을 막 시작한 분도 있고 큰 출판사에 소속된 작가들도 많아요. 공간 자체가 크지 않다 보니 저희와 협업하는 작가들도 전체적으로 젊은 편이에요. 그리고 해외 디자이너나 작가들이 대만 진출의 첫걸음을 이곳에서 시작하기도 하죠. 젊고 아직 인지도가 없는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일에는 장단점이 있어요. 장점을 말하자면 소재가 굉장히 신선하고 독창적이에요. 하지만 홍보하기 어렵다는 단점도 있죠. 제가 바라는 건 아직 유명하지 않더라도 이곳에서 전시를 시작하면서 더 큰 기회를 얻을 수 있게 되는 거예요.
지금 3층 갤러리에서 하는 전시는 굉장히 특이해요. 책 자체, 그리고 서점 포스터를 작품으로 전시하고 있죠?
3층에 전시된 작 품은 저 와 나이가 비슷한 젊은 일본 배급업체에서 온 작품이에요. 예술 관련된 책을 취급하는‘twelvebooks’라는 곳이죠. 타이베이에서 이틀 동안 진행된 아트북 페어에서 처음 이곳의 대표님과 만나게 됐어요. 원래는 인터넷상으로만 알고 있었죠. 그때 만나 함께 하는 전시를 계획했어요. 이곳에서는 그 자체가 예술품으로 가치가 있는 책을 수집해요. 전시하는 책 중에는 원화로 200만원이 넘는 책도 있죠.
한국에도 작은 서점이 많이 생기고, 독립 출판과 관련된 행사가 많이 열리고 있어요. 타이베이의 독립 출판 시장은 어떤지 궁금해요.
전반적으로 이런 시장은 한국이 대만보다 빠르게 조성된 것 같아요. 다만 요즘 흥미로운 현상은, 저를 포함한 제 친구들도 일본 문화에 더 익숙했지만 최근에 한국에도 관심이 많이 생겼다는 거예요. 지금 판매하고 있는 책 중에는 일본에서 출판된 책이 많지만 한국에서 출판된 책도 점점 늘어났으면좋겠어요.
서로 성격이 다른 서점, 카페, 갤러리, 팝업 스토어를 한 공간에서 운영하는 장점이 있다면요?
타이베이의 사람들은 늘 새롭거나 흥미로운 것을 찾고 있어요. 주말이나 휴가가 있다면, 늘 갔던 곳은 가기 싫어하죠. 그래서 폰딩은 상대적으로 덜 대중적이지만 신선함과 흥미로움을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카페가 공간의 안쪽에 있기 때문에 처음에 들어오기 어려울 수 있어요. 하지만 책은 사람과 많은 물건을 연결할 수 있는 좋은 매체기 때문에 점점 손님이 많이 찾는 것 같아요.
앉아서 보다 보니 외국인 손님도 꽤 많이 오더라고요.
외국에서 오는 분들이 꽤 큰 부분을 차지해요. 폰딩은 다양한 사람들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거점으로 변화하려고 노력해왔고, 결과적으로 사람들이 편하게 와서 얘기를 나눌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어요.
서점을 운영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서점이 있을 것 같아요.
시모키타자와 제너레이션下北沢世代1)라는 독립 서점을 좋아해요. 최근에 운영 방식을 바꿔 금, 토, 일에만 문을 열고 있어요. 타이베이 식물원 근처에 있는 작고 재미있는 서점이죠.
여행을 자주 하나요? 어떤 방식의 여행을 좋아하는지 궁금해요.
최근 몇 년 동안은 거의 출장과 여행이 섞여 있었어요. 보통 새로운 도시를 방문할 때 친구가 소개한 작은 서점, 작은 상점, 작은 카페 혹은 갤러리를 빼놓지 않고 들르죠. 최근에 친구의 결혼식 때문에 서울을 방문했을 때 ‘북 소사이어티 Book Society’에 갔어요. 북 소사이어티는 서점 위층의 작은 공간에서 책 전시가 연장되는 점이 좋았어요. 그 뒤편에있는 사진집 전문 서점 ‘이라선’에도 방문했고요.
영감을 받고 싶은 여행자에게 추천하는 장소가 있나요?
개인적으로 디화제迪化街2) 근처에 있는 거리를 추천하고 싶어요. 제가 말씀 드리는 곳은 상권에서 북쪽으로 더 걸어 가면 나와요. 그리고 고궁박물원과 가까운 소소원시감각연 구실少少原始感覚研究室3)도 추천하고 싶어요. 디보오에 제 인 아키텍츠DIVOOE ZEIN Architects에서 설계한 공간인데, 전통적인 그린하우스 형식으로 되어있어 아름다운 자연을 느낄 수 있죠. 종종 공연과 전시를 하기도 해요. 방문할 때마다 느끼는 경험이 매번 달라요. 전시가 있는 동안은 개방하지만 가끔 전시가 없을 때는 예약을 해야만 방문할 수 있어요.
타이베이가 아니라 타이중에서 살고 있다고 들었어요.
타이중과 타이베이 두 도시에 집을 빌렸어요. 일주일의 반은 타이중에서 지내면서 이곳으로 출근하고 반은 타이베이에서 살아요. 타이중의 도시 분위기를 좋아해서 굳이 살고있죠.
본인이 생각했을 때 타이베이는 어떤 도시인가요?
객관적으로 타이베이는 굉장히 좋은 도시지만, 오래 살게 되면 어디서나 그렇듯 단점을 발견하게 되기도 해요. 그렇기 때문에 타이베이 사람들에게는 이곳을 사랑하고 또 미워하는 정서가 있죠. 한두 마디로 장단점을 설명하기에 힘든 도시예요. 시간을 투자해서 직접 살아봐야 장점을 몸으로 느낄 수 있는 것 같아요.
1) 시모키타자와 제너레이션 下北沢世代 Shimokitazawa
Generations
facebook.com/shimokitazawa.books
2) 디화제 迪化街 Dihua Street
Dihua St, Datong District, Taipei City
3) 소소원시감각연구실 少少原始感覚研究室 Siu Siu – Lab of
Primitive Senses
siusiu.tw
食物擺態 FOOD POSE
Hsain Jung Chen | thefruitshop.co
식재료의 포즈, 그 포즈를 닮은 도자기. 푸드 포즈는 위트가 넘치는 사진집이다. 작가는 잘 드러나지 않는 일상의 어긋남을 포착하고 그 속에서 아이디어를 끄집어낸다. 앞면에는 제 나름의 포즈를 취한 대만의 평범한 과일과 채소들이, 뒤에는 그 포즈를 그대로 재현한 도자기의 사진이 실려있다.
lost & found
Amos Chu | amoschu.wixsite.com/amosphere
직접 인센스 스틱을 태워 구멍을 낸 종이와 그림 위에 붙은 흑백 사진 등 독립 출판물이 가진 매력을 모두 담고 있는 책이다. 독자들이 그저 책을 읽기보다 느끼길 바라는 마음으로 만들어졌다. 화가이자 아티스트인 작가의 손길이 구석구석 닿아 우리가 일상 속에서 잊고 사는 것은 무엇인지 환기한다.
風與髮型 WIND AND THE HAIRSTYLE
Anteng Tsai | facebook.com/tsai.anteng
화가의 그림 속에 등장하는 사물이나 사람은 모두 온전한 형태를 갖추지 못한 ‘일부’이다. 그 일부와 다른 세계의 일부가 만나 그림 속에서 확장된다. 이 기묘함이 만들어내는 분위기가 화집의 정체성을 설명한다. 화집에 실린 모든 그림은 오일 파스텔로 작업했다.
The Sun’s Shadow
Son Ni | nosbooks.com
도형처럼 생긴 사람들이 그림자를 쫓아 뛰어다닌다. 우스꽝 스럽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한 이 사람들은 이야기가 아닌 하나의 풍경을 떠올리게 만든다. 가죽 같은 표지의 질감과 리소그래프로 인쇄한 내지가 독특하다. 작가인 손 니Son Ni는 아티스트이자 대만 독립 출판물을 발간하고 유통하는 플랫폼 노스 북스nos:books의 대표이기도 하다.
Editor Lee Hyuna
Photographer Oh Jinhye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