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렌체를 생각할 때 내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소는 대성당이나 중세의 궁전이 아니라 자르디노 디 보볼리에 있는 작은 금붕어 연못이다.” 헤르만 헤세는 <여행에 대하여>에 이렇게 썼다. 굳이 헤세를 예로 들지 않아도, 도시에 대한 감상적인 기분이 들게 하는 것은 거창한 무언가가 아니라는 것을 안다. 때론 사소한 일들이 모여 아주 소중한 기억이 되기도 하니 말이다. 우리가 멜버른에서 모은 물건도 그렇다.
마켓에서 산 꽃과 이를 꽂을 수 있는 화병, 샤워 후 마신 수제 맥주, 어느새 떨어진 화장품을 대신한 크림. 이 중 몇 개는 재활용 수거함이나 누군가의 뱃속으로 사라졌고, 가방이 가벼워지는 대신 마음은 묵직해졌다. 그러니까 이건 우리가 멜버른에서 누린 작은 즐거움이자 여행을 일상으로, 다시 일상을 여행으로 만드는 일이다.